[분석] 태국 불교의 승왕 추대 파동과 '국교화' 운동의 광기- 2편

국제연대 - 크세 연구회 | 2016. 제1

좌절한 양극화 사회의 기성 종교가 벌이는 현실 정치의 대리전

왓 탐마까이 : 태국 불교의 신흥종단

'왓 탐마까이 사원'은 유명한 명상스승 프라 몽콘 텝무니(Phramongkolthepmuni: 1885~1959) 스님이 개창하여, 그의 수제자이자 여성 수행자(=매치, mae chi) 짠 콘녹융(Chandra Khonnokyoong: 1909~2000) 스승 시대를 거쳐, 현재의 주지 프라 탐마차요(Phra Dhammachayo: 1944년생) 스님의 지도체제로 이어진 종교전통이다.

이 종교운동은 현대적이면서 거대한 사원 시설과 첨단 마케팅 전략을 활용한 포교전략을 통해 신흥 부유층 사이를 파고들어 "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찰"로 부상했고, 그 자체로 하나의 신흥 종단이기도 하다. 이 운동은 세계적으로도 가장 빠른 교세 성장을 보인 종단으로서, 미국 캘리포니아 주, 아주사(Azusa)에 '담마까야 개방 대학'(Dhammakaya Open University: DOU)을 설립하는 등 세계 각국에 40곳의 지부도 두고 있다. 아마도 태국 불교에서 탐마까이 사원이 차지하는 위상은 한국 개신교에서 여의도 순복음교회가 차지하는 위상보다 클 것이다.

탐마까이 종단이 정말로 "친-탁신 사찰"인가에 관해선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이 종단이 이미 대중적으로는 '친-탁신 사찰'이란 이미지를 확고히 지니고 있는 한, '옐로셔츠' 진영이 이 종단에 적대적임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이 분파가 '광신적 신앙'(cult: 컬트)을 가르친다는 의혹은 불교계 내 여타 정통 보수파까지도 이 사찰에 비판적 입장을 갖도록 만들었다. 보수 성향 영자지 <방콕포스트>(The Bangkok Post)의 전 논설주간 사닛수다 에까차이(Sanitsuda Ekachai)는 승왕 추대 파동에 관한 컬럼(2016-1-6)에서 다음과 같이 적었다.

"한편, 탐마까이 종단은 개인이 얻게 될 공덕(범어-puṇya, 빨리어-puñña, 功德)의 양이 탐마까이 종단에 기부(보시)하는 재물의 양에 달려 있다고 가르친다. 열반(Nirvana) 역시 천상에 있다고 가르친다. 개인이 누리게 될 호사와 안락 역시 그가 보시한 재물의 양에 달려 있다고 한다. 간단히 말해, 지불한 만큼 받는다는 것이다.

순수주의자는 이 가르침을 좋아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그들의 가르침은 전통적인 태국의 민간 불교신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안 그런가? 하지만 탐마까이 종단은 현대적 마케팅 전략과 인센티브 시스템을 이용하여 더욱 효과적으로 펀드를 조성했다. 그 덕분에 태국에서 가장 부유한 사찰이 됐다.

그들이 성대한 의식을 거행할 때는, 새로운 신자들을 더 많이 데려오고 더 많은 돈을 보시한 신자들부터 주지스님에게 더 가까운 자리에 앉도록 한다. 내부자나 탈퇴자들이 폭로한 탐마까이 교단의 우주론을 살펴보면, 그 주지인 프라 탐마차요 스님의 위상은 단순한 승려가 아니다. 그는 성자이고, 종말의 날이 왔을 때 중생들을 구원할 구세주이다.

전통 사찰들은 지저분하고 시끄러운 경우가 많은 반면, 탐마까이 사원은 질서, 청결, 우아함에 초점을 맞춘다. 이러한 점이 중산층과 신흥 부유층들의 코드에 맞았다. 그들은 초자연적 힘을 믿지만, 자신들의 세속-사회적 지위에 걸맞는 현대적 외형과 스타일을 지닌 사찰을 원한다.

[산하의] 펀드 모집 단체들 역시 추종자들을 중심으로 대도시에서 상당한 규모의 공동체를 형성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탐마까이 종단과 관련 있다는 점은 밝히지 않는다. 간단히 말해, 탐마까이 종단은 여타 종단들이 하지 못했던 요구에 부응했던 것이다."

프라 탐마차요 스님은 지난 2012년 발언을 통해, 자신이 명상 중 사망한 애플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의 영혼을 만났다고 주장해 국제적인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역사학자 겸 원로 불교 사회운동가 술락 시와락(Sulak Sivaraksa, 술락 시바락사: 1933년생)은 기본적으로 군주제를 옹호하는 보수적 인물이긴 하지만, 태국 사회에선 비교적 양심적 비평가 중 한명으로 인식된다. 그 역시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많은 이들이 그(=솜뎃 추웡 승왕 대행)를 반대한다. 왜냐하면 그가 탐마까이 측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탐마까이는 부처님의 가르침에 위배되는 그 무언가를 가르치는 것으로 악명이 높다. 그 종단은 불교가 자본주의 및 소비자주의와 함께 해야 한다고 선전한다."

사닛수다 에까차이는 승왕 추대를 둘러싼 종교 권력의 변화에 관해 다음과 같이 말한다.

"탐마까이 종단은 부유한만큼 불교계 장로들(원로 스님들)의 처우를 돌보는 데 경제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고, 장로들 역시 탐마까이 운동의 교세 확장을 기성 승단의 도움 없이 태국 상좌부불교를 국제화시킨 것으로 여기고 있다. 또한 탐마까이 종단이 그 동안 승려들의 장학사업을 벌인 것도 전국적 지지세 형성에 기여했다.

만일 차기 승왕이 탐마까이 종단 지지자일 경우, 이 논란의 종단이 태국 승가 전체를 장악할 것이란 두려움이 존재한다. 그 경우 왜곡된 형태의 불교 교설은 제도화될 것이고, 승단 내 직제들도 탐마까이 종단의 의지에 따라 할당됨으로써, 이 종단이 승단 공동체 전체를 장악하게 될 것이다."

탐마까이 종단의 주지 프라 탐마차요 스님은 1999년 및 2002년에 사기 횡령에서 부정부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소 고발에 시달렸지만, 친-탁신 정권의 '국가 불교청'(Thai National Office for Buddhism)에서 모든 혐의를 기각했다. 또한 사망한 니야나상와라 승왕이 그를 불교 교리의 왜곡과 절도 혐의로 처벌할 것을 교시했지만, 솜뎃 추웡 스님이 의장으로 있는 '승가 최고위원회'는 체탈도첩(=강제환속)에 이를 수도 있는 승왕의 교지 내용을 거부한 바 있다. 프라 탐마차요 스님은 일종의 저축은행인 클렁찬 신용조합(Klongchan Credit Union Cooperative: KCU)에서 발생한 횡령사건과 관련해 현재도 사법 당국의 수사대상으로 올라 있다.

빈티지 벤츠, 극우 승려, 특수수사국

지난 1월11일, '승단 최고위원회'는 논란 속에서 솜뎃 추웡 승왕 대행을 새로운 승왕으로 선출했다. 이날 오전 정부청사의 총리실에는 저명 승려 한명이 나타나 솜뎃 추웡 승왕의 추대를 반대하는 탄원서를 접수시켰다. 이 탄원서에는 30만명의 서명이 첨부돼 있었고, 총리가 솜뎃 추웡 승왕 후보를 국왕에게 천거하는 대신, 국왕에게 또 다른 승왕을 임명하는 전권을 위임하라고 요구했다. 탄원서의 대표 제출자는 보수 진영의 유명한 극우 승려 붓다 이싸라(Buddha Issara)였다.

붓다 이싸라는 잉락 친나왓(Yingluck Shinawatra) 총리 정권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2013년 12월부터 2014년 5월 사이에 진행된 기득권층 대중의 가두시위 당시, 수텝 트억수반(Suthep Thaugsuban) 전 부총리와 함께 시위대의 선봉장 노릇을 한 인물이다. 당시 시위는 친-군부, 친-기득권, 친-왕실 성향을 갖고 있었고, 군부 쿠데타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 역할을 담당했다. 이 시위 당시 붓다 이싸라의 지도 하에 있던 사수대(=자경단)는 과격하고 무자비한 폭력을 휘둘러 주목을 받았다. 이 시위의 주최측은 자신들을 '국민민주개혁위원회'(PDRC)라고 불렀지만, 실제로는 '옐로셔츠 운동'의 새 버전이었다. 따라서 이싸라 승려가 솜뎃 추웡 승왕 반대운동에 나선 것은 옐로셔츠 진영의 입장을 대변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편, 군사정권은 솜뎃 추웡 승왕 임명 문제에 우회적 접근을 취하고 있다. 솜뎃 추웡 승왕과 '레드셔츠' 진영과의 연관성 때문에 군정의 거부감은 당연한 일이지만, 군사정권 지도자 쁘라윳 짠오차(Prayuth Chan-ocha) 총리는 "승단의 일은 승단에서 해결해야 한다"든가, "정 해결이 안 되면 당국이 개입할 수도 있다"는 정도의 언급만 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법무부 산하 '특수수사국'(DSI)을 통해 빈티지 벤츠 사건의 강도 높은 수사와 헌법기관인 옴부즈맨(행정감찰관실)의 "추대 반대" 표명을 통해 압박하고 있다. 승왕 측은 문제가 된 벤츠를 "원래 시주한 신도에게 반환하겠다"고 제안했지만 무시됐고, DSI는 3월7일 해당 벤츠를 압수했다.

그리고 같은 날 군 당국은 솜뎃 추웡 승왕 지지 단체인 '태국불교수호센터'(Buddhism Protection Centre of Thailand: BPCT) 사무총장 프라 메티탐마짠(Phra Methithammajarn) 승려를 "태도 교정"이란 명목으로 연행 후 잠시 동안 억류하기도 했다. "태도 교정"이란 2014년 5월 쿠데타 이후 군 당국이 반체제 인사나 학생 운동가들을 탄압하는 데 사용하는 절차로서, 군 부대 내에 단기 혹은 장기 구금하면서 위협을 가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고위급 승려를 "태도 교정에 초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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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세 연구회는 2009년 결성된 동남아시아 전문 온라인 연구공동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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