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자연의 권리를 위한 불자 선언
<전문>
자연의 모든 존재는 연기적 존재로서 상호 연결되고 상호의존적인 존재이며, 함께 살아가는 생명공동체의 구성원이다. 자연의 구성원이자 일부인 인간이 자기 삶의 주인이듯이, 자연도 자기의 주인으로서 그 자신의 모습대로 존속하고 살아갈 권리가 있다.
인간은 자연을 약탈, 훼손, 남용, 오염시켜 기후위기를 야기하고 있으며,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지구공동체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인간과 자연이 연기적 관계임을 망각하고, 인간이 자연을 지배, 통제할 수 있다는 인간중심주의적 오만과 이분법적 세계관에 바탕한 사회 제도와 시스템에서 비롯된 것이다.
기후위기 등 지구공동체를 위협하는 구조와 체제, 문화, 법령 등의 변화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자연의 고유한 존재 목적과 내재적 가치를 인정하고, 자연 또한 자신을 지키고 보호할 권리를 가진 주체임을 받아들이는 과감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인간은 자연이 존재하는 범위 내에서만 살아갈 수 있음을 깨닫고, 지구상의 모든 존재의 평안과 안락을 위해 다음과 같이 선언하며, 이의 실현을 위해 과감하고 적극적인 행동에 나설 것을 천명한다.
<자연>
자연의 모든 존재는 그 자체로 가치 있고 고유한 존재 목적을 지니며, 자기실현의 권리가 있다.
제1조 자연은 인간과 같이 동등한 권리 주체로서, 그 자체로 인정되고 존중되어야 한다.
제2조 자연은 터전에서 자연의 원리에 따라 자기 존재와 삶을 존속할 권리가 있으며, 그 터전 역시 침해, 훼손, 변형, 개조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제3조 자연은 자유롭게 이동하고 번식할 권리가 있다.
제4조 자연은 인간에 의해 유전자 구조가 변형되거나 교란되지 않고, 그 자신의 습성과 모습 그대로 살아갈 권리가 있다.
제5조 자연의 모든 존재는 지구공동체를 위하여 각자의 위치에서 고유의 역할을 수행할 권리가 있다.
제6조 자연은 안녕에 대한 권리가 있으며, 인간에 의해 극심한 물리적 괴롭힘이나 가혹한 대우를 당하지 않을 권리가 있다.
제7조 자연은 자신의 안녕과 터전의 보전을 위해 법적, 도덕적 대리인을 세울 권리가 있다.
제8조 자연의 권리는 인간과 비인간 모두를 망라한 우리 사회의 모든 구성원과 미래세대의 권리이며, 침해받지 않아야 한다.
<인간>
인간은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과 서로돌봄의 관계이며, 인간과 자연이 밀접하게 상호 연결되어 있음으로 인해 비로소 인간 자신도 생존할 수 있음을 깊이 자각하고, 자연을 존중하며 자연과 조화롭게 살아갈 책임이 있다.
제1조 인간은 자연에 의존하며 사는, 자연의 일부로서 자연에 감사하고, 자연을 존중하며, 자연과 조화로운 삶을 추구해야 한다.
제2조 인간은 자연의 내재적 가치와 고유한 존재 목적을 존중하고, 자연의 권리를 보장하며, 자연을 대변할 기구를 두도록 법과 제도를 마련할 의무를 지닌다.
제3조 인간은 자연의 터전을 침해하지 않고, 자연의 모든 존재가 자기의 터전에서 안녕히 안전하게 자기의 존재와 삶을 존속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제4조 인간은 자연의 야생성을 존중하고, 보호, 보전할 책임이 있으며, 훼손된 자연이 본래의 모습으로 회복되도록 해야 한다.
제5조 인간은 자연의 ‘인격성’을 인정해야 한다.
제6조 인간은 인간의 이익을 위해 자연을 대상화하고 착취하거나 통제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제7조 인간은 자연의 돌봄을 받고 있음을 인지하고, 물질과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소욕지족하는 삶을 추구해야 한다.
제8조 인간은 미래에서 살아갈 모든 존재에게 책임이 있으며, 지구의 생태적 질서를 교란하여 미래의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갉아먹는 경제활동을 멈춰야 한다.
제9조 인간은 자연과 인드라망으로 연결되어 있는 ‘호모인드라네티우스(Homo Indranetius)’임을 자각하고, 자연과의 조화와 상생의 삶을 추구해야 한다.
이 선언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자연과 자연의 권리를 지지하고 연대할 것을 약속한다.
2025년 2월 8일
<선언자> 강수정, 강희원, 김광수, 김기용, 김병주, 김보영, 김용문, 김효근, 김희선, 박병기, 박재현, 박종학, 방기연, 백미현, 백운경, 사기순, 손민영, 송경원, 우석영, 유정길, 윤민우, 이윤정, 이윤희, 이은래, 이인화, 이자옥, 이정석, 이태현, 일문스님, 장윤석, 전정환, 정성운, 정찬스님, 조윤예, 채필재, 최영규, 하다해, 한주영, 한혜원 (가나다 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