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이 우리 인간을 비롯한 지구 생태계에 가져다주는 이익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숲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는 대신 산소를 만들어 공급하고, 수 많은 동식물의 서식처로서 생태계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담당다. 특히 동남아시아, 남미(아마존), 아프리카의 열대우림은 전 세계 16억 인구의 생계를 유지해주는 삶의 터전이다.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증가함으로써 지구 기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탄소흡수원으로서 숲의 가치와 중요성은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고 있다.
그런데 벌목으로 인해 매년 오스트리아 면적에 해당되는 크기의 숲이 사라지고 있다. 다시 말해, 1분마다 축구장 36개 크기의 숲이 사라진다. 숲의 파괴는 브라질의 아마존, 인도네시아, 태국, 아프리카의 콩고민주공화국, 동유럽 지역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다. 미 항공우주국(NASA)에 따르면, 특히 열대우림의 경우 지금과 같은 속도로 숲이 파괴된다면 100년 이내 지구상에서 열대우림이 사라질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와 같은 속도로 숲이 사라지는 요인의 80% 이상은 팜오일, 대두, 소고기 생산에 필요한 농지 수요 때문이다. 지난 수십 년 간 유럽과 북미에서 식량과 바이오 연료에 대한 수요 급증이 이러한 삼림채벌을 악화시켰다. 최근 대두와 소고기를 유럽에 가장 많이 수출하는 브라질에서 삼림파괴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한편, 바이오 연료의 원료가 되는 팜나무 재배는 인도네시아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의 삼림을 파괴하고 있다.
이에 6월 중순 노르웨이의 수도 오슬로에서는 지난 10년간 열대우림 보존을 위해 10억 달러를 지원해온 노르웨이 정부와 UNDP(유엔개발계획)의 주도하에 전 세계 주요 종교지도자들과 과학자, 시민단체, 선주민 그룹이 한자리에 모였다. 6월 19일부터 22일까지 3일간, ‘열대우림 이니셔티브 노르웨이(Rainforest Initiative Norway)’ 발족을 위한 기념행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종교간 열대우림 이니셔티브’가 출범했다.
종교간 열대우림 이니셔티브에는 전 세계 21개국의 기독교, 이슬람, 힌두교, 불교, 도교 지도자들이 참석하였다. 기독교계에서는 노르웨이 군나르 스탈셋(Gunnar Stalsett) 주교, Green Faith의 하퍼 플레처(Harper Fletcher) 목사, 이슬람교계에서는 인도네시아 무하마디야(Muhammadiyah) 교단의 딘 삼딘(Din Syamsuddin) 박사, 불교계는 태국의 개혁승려로서 나무에 가사를 두르는 수계의식을 통해 무분별한 벌목을 막는데 기여해온 파이살 비살로(Paisal Visalo) 스님, 불교청년 인재를 양성해온 미얀마 깔리야나미타 재단(Kalyanamitta Foundation)의 보보 르윈(Bo Bo Lwin), INEB 이사로서 ICE 네트워크 자문위원을 겸하고 있는 나이절 크로홀(Nigel Crawhall), 도교측에서는 잦은 방한 덕분에 한국종교계에도 잘 알려진 예일대 ‘종교와 생태에 관한 포럼’의 매리 에블린 터커(Mary Evelyn Tucker) 교수 등 50 여명의 종교지도자가 참석하였다.
불교를 비롯하여 각 종교 전통 대부분이 숲의 중요성을 강조해왔기 때문에 지금까지 종교는 숲의 보존에 대해 적극적이었으나 이처럼 열대우림 보존을 위해서 종교간 협력뿐만 아니라 과학자 그룹과 선주민, 시민단체와의 협력을 도모할 기구를 발족시킨 것은 처음이다. 이처럼 열대우림 보전을 위한 종교간 협력은 최근 몇 년 사이 늘어난 기후변화와 생태위기에 대한 종교계의 대응, 또는 종교간 연대의 연장선상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기후변화 대응에서 윤리적이고 도덕적인 측면과 함께 종교의 역할이 강조되어온 것처럼, 열대우림 보존에 있어서도 종교의 역할이 중시되면서 종교와 과학, 선주민, 시민사회 간 협력 기구가 만들어지게 된 것으로 보인다.
노르웨이 기후환경부 장관은 “가치에 있어서 전 지구적, 구조적 변동을 요구하는 이 싸움에는 하나의 차원이 있다. 이 차원은 정책, 상업 또는 과학의 영역이 아니라 정신, 믿음과 도덕적 신념의 차원”이라며 열대우림 보존에 있어서 종교계의 역할이 갖는 의미와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아킴 스타이너, UNDP 책임자는 “세계 종교공동체는 이 중요한 생태계를 보전할 우리의 책임에 대한 인식과 이해를 제고하는데 있어서 특별한 역량을 갖고 있다”며 종교계에 거는 기대를 나타냈다.
불교계 대표로 참석한 파이살 비살로 스님은 발제를 통해서 우리가 직면한 생태위기가 부족감에 의한 물질적 부의 축적에 기인한다며 내면의 평화와 성취, 종교간 협력을 통해서 이러한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파이살 비살로 스님의 발제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우리가 마주한 생태위기는 근본적으로 영적 위기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우리는 부족감 때문에 불안하다. 하지만, 성취를 위한 탐색에서 우리는 길을 잃었다. 우리는 물질적 소유가 우리 삶을 성취할 수 있을 거라는 잘못된 믿음을 갖고 있다. 그래서 자연을 희생하더라도, 가능한 많은 물질적 부를 축적하려고 한다. 그러나 엄청난 물질적 부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절대로 성취하지 못한다. 더 많은 물질의 소유가 아니라 내면의 평화를 이룰 때에야 부족감이 사라질 것이라는 점을 알지 못한다.
내면의 평화와 성취 없이, 인간은 물질적 만족감을 위한 자연파괴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이러한 점이 바로 자연보전을 위해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모든 종교는 내면의 평화의 중요성, 영적 성취를 강조한다. 종교는 사람들로 하여금 내면의 평화를 깨닫고 과도한 물질적 욕구로부터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전 지구적인 환경파괴, 특히 엄청난 삼림채벌의 주요 요인인 극단적 물질주의에 대한 저항에 있어서 종교가 중요하기 때문에 서로 다른 종교간 협력은 매우 필요하다.“
한편, 열대우림 이니셔티브에 참여한 종교지도자들과 과학자들은 성명서 채택을 통해서 열대우림 보존을 위한 로드맵 마련과 함께 국제적으로 보다 광범위한 종교간 열대우림연대(Rainforest Alliance)를 구축하기로 합의하였다. 이를 위해서 2018년 브라질에서 종교정상회의가 개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