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EB과 ICE가 주관한 “자연의 가치를 다루는 지식카페”

생명/생태/기후 - 민정희 (INEB 이사) | 2016. 제3
 - IUCN 세계자연보전총회 참가기 2

 

 <편집자 주>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와 ICE Network를 대표하여 민정희 사무총장이 하와이 

 

               <세계자연보전연맹> 세계자연보전총회에 참가했다. 그 참가기를 3회로 나누어 싣는다. 
    1. ‘기로에 선 우리의 지구’ 주제로 IUCN총회 개막하다
    2. INEB과 ICE가 주관한 “자연의 가치를 다루는 지식카페”
    3. IUCN총회, 시민단체, 정부기관에 평등한 발언권, 투표권 부여

 

 

 

  IUCN 역사상 처음으로 인권에 기반한 환경법치 주제 다뤄
 
 사진(필자제공): 코멘트하기 위해서 줄서서 기다리는 환경법치 관련 워크숍 참가자들

 9월 4일과 5일 우리가 주관할 예정인 지식카페와 워크숍 준비 때문에 나는 다른 단체의 프로그램에 참석하기 어려웠다. 그런 와중에도 1개의 지식카페와 1개의 워크숍에 참석했다. 인권과 환경법치를 다룬 워크숍은 IUCN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다고 하는데, 발제자로 참석한 브라질의 판사는 워크숍 말미 경 앞자리에 앉아 있다가 출입문으로 향해 걸어가는 한 여성을 향해 “알젤리카 가지 말아요. 다시 돌아와요”라고 말함으로써 그 여성의 걸음을 돌리게 해 행사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 브라질 판사는 9월 9일 열린 IUCN산하 6개 위원회 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환경법치 위원장으로 선출되었다. 조만간 유엔환경계획과 환경법치위원회에 참여하는 전 세계 법학자, 법조인들이 중심이 되어 환경과 인권에 관한 법치에 대해 선언문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 워크숍에서는 대개 환경파괴가 지역 주민의 인권침해로 이어지기 때문에 인권의 측면에서도 환경을 파괴하는 개발의 문제를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 오갔다. 일국적인 차원에서 인권을 침해하는 개발을 막지 못할 경우, 국제적으로 호소하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들도 이어졌다.  

 4대강 개발로 인해서 지역 주민들의 생계와 주거권이 파괴되고 강물이 썩어가는 한국의 상황이 환경법치의 측면에서 다뤄지고 재자연화시킬 가능성을 찾아볼 수도 있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져봤다. 나는 몇 달 동안 환경법치 선언문 작성과정에 함께 참여해왔고 현재 교토 대학에서 환경법 관련 연구교수로 재직 중인 한 독일인 교수에게 관련 자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사진(필자제공): ‘자연의 가치를 다루는 지식카페’ 참석자들

 지식카페선 만난, 기후변화로 고향 잃은 이누이트 선주민 여성
 9월 4일 아침 8시 30분 INEB과 ICE가 “자연의 가치를 다루는 지식카페”를 주관했다. 회의장에는 우리를 포함하여 총 8개의 지식카페팀이 함께 자리를 잡았다. 팀을 나누는 칸막이가 없어서 카페의 진행을 맡은 에밀리는 도보로 10분 거리의 바닷가로 이동해서 프로그램을 진행하자고 제안했다. 목소리 톤의 조절이 쉽지 않아 옆 팀에 폐를 끼치지 않기 위한 의도였다. 원래 팀 별 제한인원이 12명이었으나 우리 팀에는 인원이 초과해 22명이 참가했다.  

 

 그런데 참가자 중에서 알래스카에서 온 이누이트 선주민 여성은 자신은 바닷가까지 갈 수 없다며 그냥 자리를 떴다. 그러자 우리 중 몇 명이 그 여성을 잡으려고 따라 나섰고, 옥상 정원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으로 계획을 수정제안했다. 그 여성을 잡으려고 한 것은 다양한 경험을 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로부터 이야기를 듣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었는데, 그녀가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우리가 옥상정원으로 옮긴 후 잠깐 이야기를 하고 다시 떠났다. 
  
 뭔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 아니면, 누군가에게 많이 화가 난 것처럼 보였다. 알래스카에 있는 자신의 고향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그런 고향마을이 빙하가 녹고, 오염되면서 더 이상 사람들이 살아갈 수 없는 곳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 속에 계속 맴돌았다. 경제적으로 부유한 국가에 사는 우리들이 무분별하게 에너지를 사용함으로써 내뿜는 엄청난 이산화탄소로 인해서 그녀와 그녀 가족들, 그리고 이웃들이 고향에서 더 이상 예전처럼 살수 없게 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사진(필자제공): 지식카페 참가자들

 이날 지식카페에서는 고이 평화재단의 사이온지 부부, Synchronicity Foundation의 안젤리카, 하와이 주민들, 그리고 태국의 국가인권위원 투엔자이(Tuenjai) 여사, 태국IUCN 의장 Chamniern박사 등이 함께 했다. 태국 대표팀은 총회가 시작되기 전, 좀 더 저려한 숙소를 찾고 있었는데 내가 무량사의 템플 스테이를 연결해주어서 그 답례로 우리 카페에 참석해주었다.  

 

 불자인 투엔자이 여사는 태국의 환경운동을 대표하는 인사이기도 하다. 그녀가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배경에는 붓다의 가르침이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알려졌다. 투엔자이 여사는1970년대 초 대학시절부터 환경운동을 시작해서 40여년 이상 태국 북부 산악지대에서 28개 소수민족 마을과 함께 자연보전과 더불어 그들의 자립을 위한 활동을 해온 공로로 ‘녹색 노벨상’이라고 불리는 골드만상을 수상하였고, 전 세계 혁신가에게 주어지는 ‘아쇼카 펠로우’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우리의 지식카페에서는 각 참가자들이 자연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해서 개인적 경험을 나누었다. 그리고 자연을 개발의 대상으로서만 바라보는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고, 교육의 중요성에 대해서 서로 공감했다.  

 

 또한 전 세계가 “자연에 감사하는 날의 제정”을 통해 자연의 가치를 알고 있는 이들로부터 서로 배우기 위해서 “IUCN이 종교와 다양한 문화를 보유한 이들과 더욱 긴밀하게 협력하도록” IUCN에 제안할 것도 논의되었다. 더불어 IUCN내에서 현재 논의되고 있는 “자연 자본(Natural Capital)” 차원에서 자연을 이해하는 것을 뛰어넘어 인간문명과 물질적이고 정신적인 행복, 도덕적 통합성, 윤리적 행위의 기초로서 자연을 통합적으로 이해할 것을 IUCN에 제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사진(필자제공): 하와이 선주민 공동체의 리더 엉클 부르스(오른쪽)


 하와이 선주민 공동체 리더 엉클 부르스와의 만남 

 지식카페 후 우리 워크숍의 발제자들이 묵고 있는 원불교교당으로 향했다. 교당의 총책임자 박상현 교무님이 우리 팀 전체를 점심식사에 초대해주셨기 때문이다. 박교무님의 배려로 나는 점심식사 뿐만 아니라 호놀룰루 인근 바닷가와 바람산 등을 둘러보는 기회를 가졌다. 교무님 덕분에 회의장에서 10분 거리의 앨러 모아나 비치를 알게 되었는데, 에메랄드 빛 바다 풍광과 석양이 특히 아름다운 비치였다. 물론 내가 들렀던 모든 곳들이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그러나 하와이가 지닌 아름다움만큼이나 이곳에는 미국에 나라를 내주어야 했던 하와이 선주민의 뼈아픈 역사가 있었다. 18세기 제임스 쿡 선장이 도착하기 전까지 하와이는 다른 세상과 분리되어 있었다. 쿡 선장의 도착 이후, 미국으로부터 개신교 선교사들의 이주가 주를 이루기 시작했고, 더불어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대농장이 들어섰다. 이 대농장이 확산되면서 일본, 중국, 필리핀으로부터 이민자가 늘어났다. 오늘날 미국의 다른 주와 달리, 가장 아시아 인구가 많은 이유가 사탕수수와 파인애플 농장 때문이라고 한다. 

 반면, 선주민 인구는 줄기 시작하였는데 1770년대 30만명에서 1985년 6만명, 1920년대 24000명으로 줄어들었다고 한다. 많은 이들이 재러드 다이아몬드 『총, 균, 쇠』에서 주장한 것처럼 서양인들과 함께 들어온 질병이 선주민 인구를 줄였다고 말한다. 19세기 말 하와이에 거주하는 미국인들은 하와이 왕의 권력과 하와이 선주민의 선거권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헌법을 다시 작성하기도 하였다. 마지막 왕, 릴리우오칼라니 여왕은(Liliuokalani) 1893년 왕실 권력을 복원하고자 하였으나 미군의 도움을 받은 기업가에 의해서 축출되었다. 사실상 이후 하와이는 미국의 식민지가 되었고 1959년 하와이는 공식적으로 미국의 주가 되었다.

 9월 7일 우리 일행이 하와이 선주민 공동체의 리더인 엉클 부르스(Bruce)로부터 저녁식사에 초대받아 그의 집에 들렀을 때, 100여년 전 자신의 조상들, 그리고 하와이 섬에 살았던 이들이 담긴 사진을 볼 수가 있었다. 그는 하와이 선주민들에게 자연은 그들의 생명이자 삶의 일부였다고 했다. 그들의 신앙에는 그런 자연관이 고대로 녹아 있었다. 
 그러나 자연을 일부로 생각했던 하와이 선주민들의 삶은 서양의 접촉 이후, 그리고 미국의 한 주가 된 이후 급격한 변화를 겪었다. 미국 본토의 인디언과 비교해보면 하와이 선주민들은 집, 교육, 의료, 소득의 측면에서 많은 것들을 보장받지만, 그로 인해서 그들은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고 한다. 나는 선주민 젊은이들이 자신들의 전통과 문화를 이어가는데 관심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음이 착잡해졌다. 지금 인류가 겪는 위기의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가치전통이 이렇게 해서 하나 둘씩 사라져가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진(필자제공): 회의장인 하와이 컨벤션센터 입구에서 미군기지 철수를 촉구하는 시위대

 미군기지, 홈리스가 많은 하와이
 하와이는 미국에게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곳이다. 그래서 하와이에는 미군의 태평양 작전사령부가 주둔해 있고, 현재 80개 이상의 미군 기지와 군사시설이 있다. 미군과 관련된 인구만 전체 135만 명 인구 중 5%를 차지한다고 알려져 있다. 
 100여 개의 작고 큰 섬으로 이뤄진 하와이에서 미군기지들이 군사 훈련 또는 폭탄투하 실험을 많이 하면서 환경파괴의 원인을 제공해오기 때문에 하와이 지역 시민단체들은 미군철수를 촉구해왔다. 이 단체들은 제주도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오키나와 미군 기지 철수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과도 연대하고 있다. 9월 2일 오전 이 단체들이 회의장이 하와이 컨벤션센터 앞에서 미군기지 철수를 요구하는 시위를 하자 회의 참가자들로부터 주목을 받기도 했다. 

 며칠 동안 만나본 하와이 사람들은 친절했다. 자동차 운전자들 대부분은 차도를 건너는 이들이 맘 편히 지나가도록 기다려주었다. 하와이 대학 석좌교수인 레슬리 스폰젤(Leslie Sponsel) 교수님은 5일 저녁 우리 워크숍의 발제자들과 함께 한 저녁식사에서 고속도로로 진입하면 운전자들이 달라진다며, 항상 친절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스폰젤 교수님은 하와이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로 홈리스가 너무 많은데 이들은 자신들을 위해 마련된 숙소에 묵기를 꺼리고 거리에서 그냥 숙식한다고 이야기했다. 하와이는 연중 최저 기온이 섭씨 20도, 최고 30도까지 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기후가 좋기 때문에 본토에서 이주해 오는 이들이 많고, 그들 중 가진 돈이 떨어지면 홈리스가 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반면, 하와이의 식량생산량이 많지 않고 대부분의 식량은 본토로부터 들여오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다고 했다. 하와이가 화산섬으로 이뤄져 있어서 식량생산을 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와이는 음식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의 물가가 비쌌다. <3편으로 이어집니다>

 


민정희 (INEB 이사)
대불련 지도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노동위 간사, 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협력국장,로터스월드 사무국장,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정책홍보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기후생태(ICE)네트워크> 사무국장, INEB 이사, 아시아불교씽크탱크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2012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대화’ 참석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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