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성명] 활동가가 아니라 장애인 혐오적 제도와 관행을 체포하라!
장애인 이동권 투쟁을 한 박경석 전장연 공동대표 체포를 규탄한다.
오늘(7/14) 경찰은 여의도에서 장애인 이동권 보장 및 장애인 혐오를 규탄하는 직접행동을 한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전장연) 공동대표를 도로교통법 위반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그가 한 일은 지하철 9호선 국회의사당역 4번 출구 쪽 횡단 보도 근처에서 버스를 향해 “문을 열어 달라. 버스에 태워 달라”고 외친 것 뿐이다. 그럼에도 경찰은 그를 둘러싸더니 인도로 몰아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이후 알려진 체포 이유는 도로교통법 위반이라고 하나 경찰은 체포 과정에서 이를 제대로 고지하지도 않았다.
도대체 박 대표가 한 행동 중 무엇이 위법한 일인지 우리는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이 도로교통법 상에서 금지하는 행위를 했다고 볼 수도 없다. 장애인의 이동권을 가로 막는 도로교통의 관리에 대한 책임은 국가에 있다. 오히려 경찰이 서울시의 눈치를 보고 공권력 남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제(7/13) 서울시는 이동률 대변인을 통해 전장연이 선포한 "전장연 죽이기 마녀사냥 중단 촉구 비폭력불복종 버스행동"에 대해 고발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즉 서울시의 눈치를 보고 경찰이 무리하게 연행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장애인 차별적인 한국 사회의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려는 노력보다는 당장의 외침을 가로막으려는 경찰의 행태를 인권시민사회는 강력히 규탄한다.
전장연의 투쟁으로 알려졌다시피 한국 사회에서 장애인의 이동권은 비장애인에 비해 현저히 박탈된 상태다. 서울시처럼 전철이나 저상버스가 있다고 하는 지역에서조차 그 보급률은 현저히 낮다. 국토교통부 자료(2020년 말)에 따르면 저상버스는 현재 전국에 9840대(전체 시내버스 3만5445대의 27.8%)가 운행 중이다. 서울시나 광역시의 저상버스 보급률은 40% 수준이지만 농어촌 등 지역의 평균 저상버스 보급률은 10%대에 그친다. 이 뿐만이 아니다. 버스나 전철을 타러 가는 인도마다 턱이 있어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이 이용하기 어려우며 시각장애인용 점자블록도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곳이 많이 있다.
전장연에 대한 혐오선동을 멈추고 장애인권리예산 삭감을 철회하라!
그런데도 지방정부인 서울시는 증증장애인권리중심공공일자리를 중단하고 활동지원 서비스 추가이용서비스시간까지 중단하겠다고 한다. 이는 장애인시민의 차별을 해소해야 할 지방정부의 의무를 방기하는 것이며, 예산으로 전장연의 목소리를 길들이겠다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게다가 휠체어를 이용하는 박경석 대표를 연행하면서도 휠체어를 태울 수 있는 장애인 편의시설이 있는 호송 차량으로 연행한 것이 아니라 위험한 비장애인용 호송버스에 경사로를 덧대서 호송하였다. 위험한 연행과정이다. 호송 자체도 장애인에 대한 모욕적 처우이자 인권침해였다.
우리 인권시민사회단체는 요구한다. 멈춰야 할 것은 장애인의 이동권 등 장애인권리 보장을 위한 직접행동이 아니라 장애인 차별적인 제도와 관행, 그리고 전장연에 대한 혐오다. 국가는 활동가가 아니라 장애인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체포하라!
우리 시민사회는 비장애인들만의 교통 소통의 원활을 위해 장애인 이동권을 포함한 장애인의 권리를 유보 시키는 것을 원치 않는다. 우리는 동시대를 살아가는 동료 시민으로서 한국 사회의 장애인 차별적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것을 원한다. 그것이 장애인만이 아니라 모든 사회 구성원의 존엄을 지키는 일이다.
다시 한 번 경찰과 오세훈 서울시장에 경고한다. 장애인 권리를 위해 싸운 박경적 전장연 공동대표를 석방하고 전장연에 대한 공격을 멈춰라! 장애인의 외침을 가로 막는 행위를 완전히 중단하라!
2023. 7.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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