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계 매체 통제는 미디어 조작의혹 받는 일
최근 일부 불교계 인터넷 매체에 대한 종회 차원의 통제와 그에 대한 각계 각층의 강한 반발들이 이어지면서, 통제 대상 매체는 물론 통제 대상에서 제외된 매체가 전달하는 정보에 대한 불신도 극심해지고 있다. 게다가 현실적으로 불교계 수용자에게는 믿을만한 대안의 정보원이나 제 3의 정보원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만약 이러한 사태가 장기화 된다면, 그 결과는 자명하다.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에 대한 수용자들의 의혹이 심화되는 것은 두말할 것도 없고, 불교계의 커뮤니케이션 전체가 불신의 늪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불교커뮤니케이션의 불신 축적은 도반이나 법우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끝내는 하나의 사회 혹은 집단으로서 불교사회의 해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할 가능성도 내포한다.
이렇게 볼 때, 최근 불교계의 언론 사태(혹은 그 전개)는 매우 심각한 사회적 문제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 즉 최근 불교 언론 사태와 그 전개를 끊는 방법은 무엇인가? 물론 이에 대한 해답은 사람 수만큼 많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까지도 이와 연관된 다양한 의견이 개진되었고, 이번 특집의 또 다른 지면에서도 나름대로의 해법을 제시 혹은 암시할 것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필자는 이번 사태의 원인에서 해결책으로 어이지는 이른바 '붉은 실(red thread)'이 바로 매스 미디어 조작에 대한 의혹이라고 생각한다.
이 글의 전제는 이번 사태의 배후에 매스 미디어의 조작 혹은 조작 의혹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매스 미디어 조작 혹은 조작의혹은, 미디어 자신의 권력이든 외부의 정치권력이나 경제 권력이든, 권력과 불가분의 관계를 갖는다. 따라서 여기에서는 우선 일반 이론적 차원에서 매스 미디어 조작 문제와 권력의 관계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논의해 보지 않을 수 없다. 그리고 이 글의 ‘붉은 실’과 관련하여 경험적 차원에서 불교계 미디어의 실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마지막으로는 이런 사전 논의에 기초하여 최근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 조작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하나의 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미디어 조작과 권력
오늘날 대부분의 사람들은 TV에서 본 것이나 신문에서 읽은 것이 100% 정확하다고 믿고 있지는 않는다. 그렇다면 그 불신의 근거는 무엇인가?
불신의 원인은 다양하겠지만, 이 글의 ‘붉은 실’과 관련해서는 크게 두 가지 권력, 즉 매스 미디어 외부의 권력과 매스 미디어 자신의 권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첫째는, 정치인은 각종 매스 미디어의 정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치권력을 통하여 그리고 자본가들은 매스 미디어의 실질적인 물적 토대인 광고비의 지불 능력이라는 경제력을 통하여, 매스미디어를 조작한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실제로 정치인들은 매스 미디어에 등장하는 자신의 이미지를 조작함으로써 선거와 같은 정치적 과정에서 유리한 위치를 점하는 시도를 서슴치 않으며, 자본가들은 광고비의 지불 댓가로 얻은 광고를 통해 소비자로 하여금 시장에서 자사의 제품을 선택하도록 강요하고 있다. 둘째는, 오늘날 제 3 의 권력으로 등극한 매스 미디어가 자신의 상징권력을 활용하여 정보를 조작하기도 한다는 점을 지적할 수 있다. 게다가 오늘날 지배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스 미디어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이나 경제적 권력을 직접 활용하여 수용자에게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를 믿을 것을 사실상 강제하고 있는 반면에 별 다른 선택지를 가질 수 없는 수용자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그것을 수용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요컨대, 이상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은 정도는 다르겠지만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 다소 조작의 의심과 불만을 갖고 있다는 것이 사실이다.
취약한 불교 미디어의 현실
그렇다면 오늘날 한국 불교의 매스 미디어의 경우는 어떠한가? 무엇보다도 먼저 지적할 것은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의 경우, 자신이 가진 정치적 권력이 매우 약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경제적 권력도 매우 열악하기 때문에, 정보를 조작하거나 강요할 역능을 거의 발휘하지 못한다. 불교계 매스미디어는, 조작의 역능은 커녕 언론의 가장 원초적인 기능, 즉 사회에서 발생하는 각종 정보를 정확하게 수집·작성(기사화)·편집하여 신속하게 수용자에게 전달하는 정보전달기능조차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예컨대, 정보(information)란 발표되는 순간 곧바로 비정보(non-information)로 전환된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그리고 인터넷과 같은 뉴 미디어 시대에 모든 정보들이 언제 어디서나 실시간으로 생산되고 유통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의 현 단계를 동시에 고려할 때, 주간지로 발행되는 불교계의 신문은 사실상 비정보를 전달하는 기능만을 수행하고 있는 셈인지도 모른다. ‘불교언론의 위기’, ‘불교언론의 암담한 현실’, ‘오늘의 참담한 언론상황’ 등과 같은 표현이 암시하듯이, 불교계에 회자되는 각종 불교 언론 위기담론은 이러한 현실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된다.
이렇듯 허약한 불교 미디어 권력은 한편으로는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가 자신의 독립성이 거의 확보되어 있지 못함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외부의 다양한 정치권력에 종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음을 의미한다. 몇 해 전 불교언론인 모임인 인사클럽이 자신의 선언문에, “언론의 생명줄이라 할 수 있는 ‘정론(正論)’의 정신이 희미해지고 ‘직필(直筆)’의 기개가 풍전등화에 놓여 있다는 공감이 팽배합니다”라는 자성의 목소리를 담은 것도, 이번 불교 언론 사태와 관련하여 ‘언론 탄압’, ‘언론 자유’와 같은 단어들이 등장한 것도 그 증거로 부족함이 없다.
그렇다면, 이번 불교 언론 사태도 정치권력(총무원 및 종회 권력)이나 경제권력(사주나 사찰 주지)이 매스 미디어에 쉽게 침투하여 자신의 영향력을 강하게 행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가 아닐까?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는 최소한,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은 미스 미디어 자신의 상징권력에 의한 조작보다는 외부의 권력에 의한 조작 의혹에서 유래하는 것이 아닌지 의심해 볼 이유는 충분하다. 그리고 만약 그렇다면, 최근 불교계 언론 사태와 그 전개는 오히려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에 대한 또 한 켠의 불신만을 덧붙이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권력에 의한 조작 이외에도 매스 미디어에 대한 불신이나 불만에는 불가피한 보다 본질적인 이유가 내재되어 있기도 있다.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실재(reality)조차도 2차적으로 가공된 구성물 - 저명한 사회학자 루만(Luhmann)은 이를 '2차 질서 관찰'의 결과라 부른다 -이기 때문이다. 이는 매스 미디어가 구성하는 실재(實在)가 실제(實際)는 아님을 의미한다. 실제로 매스 미디어는 전체 실재 중에서 자신이 관찰한 것을 선택하고 그것을 편집하여 정보로 제공할 뿐이다. 따라서 모든 매스 미디어는 본질적으로 어느 정도는 불신 및 불만의 의혹을 항상 수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상을 살아가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스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를 매개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가? 두말할 나위도 없이 그것은 매스 미디어가, 언론의 생명줄인 자신의 독립성을 확보하고 저널리즘의 순수성을 간직하면서, 자기준거적으로 자기생산 및 재생산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 이를 루만은 Autopoiesis란 부른다 -. 그럴 때 혹은 그렇기 때문에 매스 미디어 체계는 ‘자기준거적’이란 표현이 시사하듯이 자신의 작동을 관찰할 뿐만 아니라, ‘자기 생산 및 재생산’이란 표현이 암시하듯이 자신의 관찰 결과를 기술(記述)한다. 이는 한편으로는 매스 미디어가 성찰적 자기기술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의미하며, 다른 한편으로는 정치권력이나 경제권력이 외적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매스 미디어 내부의 자율적 작동에 개입하지는 못한다는 사회체계의 기본적 속성이 나래를 펴기를 간절히 필요로 함을 암시한다. 그리고 그것이야말로 매스 미디어 조작 의혹을 넘어서는 유일한 길이다.
조작의혹을 넘어 신뢰로
최근 불교계 커뮤니케이션은 정상 궤도를 크게 이탈한 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인공지능 알파고가 웅변하듯이, 현대사회는 이미 정보화시대를 지나 이른바 4 차 산업혁명 시대 즉 융합문명의 시대로 진입한지 오래인데, 불교계의 케뮤니케이션은 지금도 여전히 역주행만 하고 있다. 정치, 법률, 교육, 종교, 경제, 미디어 와 같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기능체계 중에서 경제체계와 미디어 체계가 가장 빠른 발전 속도를 자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만큼 사람들이 실생활에 광범위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사회학자들의 진단을 고려하면, 최근 불교 언론 사태는 불교의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할 것이다.
비록 매체의 소통 기술(技術)이 아무리 발전한다 하더라도 모든 커뮤니케이션의 생명은 사회성이다. 그리고 기술의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사회나 집단 속의 사회성의 발달이야말로 매스 미디어의 발전은 물론 커뮤니케이션의 지속과 속행을 보증한다. 그렇기 때문에 최근 불교 언론 사태는 가능한 한 한시라도 빨리 해결되는 것이 매우 바람직하다.
그렇다면 그 길은 무엇인가? 앞선 논의에 기초할 때,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를 질적으로 발전시켜 불교 매스 미디어의 역량을 키우고 매스 미디어가 가지고 있는 모든 기능들을 제대로 작동시키는 것이 유일한 길이다.
특히 정보 기능을 비약적으로 높이는 일은 가장 시급하고 절실하다. 나아가 불교계의 매스 미디어가 스스로 뉴스 벨류를 정확하게 평가하여 정보를 선택할 뿐만 아니라 그것을 자기성찰의 제도화를 통해 스스로 성찰해 나가는 기능을 수행한다면 그래서 외부의 개입으로부터 독립성을 유지하고 공공성을 회복한다면, 비록 어느 정도의 조작 의혹은 수반된다 하더라도, 수용자들은 불교 매스 미디어에 대한 신뢰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며, 더불어 불교 커뮤니케이션 자체의 혼란도 사라질 것이다. 그것이 하나의 집단 혹은 사회로서 불교의 발전으로 이어짐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