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과 변화

편집진 편지 - 류지호 (신대승 e-매거진 대표) | 2016. 제3
 - 부드러운 변화를 꿈꾸며

 변화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개인도 조직도 따라가기엔 벅차다. 얼마나 좇아가고 얼마나 포기해야 할까?

 

 나는 삐삐를 가져 본 적이 없다. 내 기억으로 삐삐는 핸드폰이 일반화되기 직전 2, 3년 여 동안 크게 유행했었다. 그리고 011, 018, 019 PCS 폰이 나오자 삐삐는 급속히 사라져 갔다. 나의 경우 삐삐는 사용하지 않고 바로 핸드폰을 구입했었다. 불과 20여 년 전의 일이다.

한 때 교통비를 벌기위해 매월 정기적으로 글을 썼었다. 200자 원고지에 악필을 휘날리다 어쩔 수 없이 독수리 타법으로 컴퓨터 자판을 두들겼던 기억이 새롭다. 이때도 타자기 사용은 건너뛰었다. 이 일도 불과 20년 전으로 비슷한 시기다.

 

 내가 핸드폰에서 문자를 사용하기 시작한 것은 스마트폰이 나오고서 부터다. 핸드폰에 한글 자판이 보여 지고서야 문자의 편리함을 알았다. 낡은 수첩을 버리고 딸아이에게 전화번호 입력을 부탁해 저장 사용한 것도 10년이 안됐다. 하루에 1, 2시간 종이신문을 보며 20여년을 살았다. 인터넷 포털사이트에서 신문을 본 적은 거의 없었다. 그러나 올 해 들어 SNS에서 여러 사람이 올려주는 뉴스를 보며 종이신문과 함께하는 시간은 현저히 줄었다. 지금은 핸드폰으로 이메일도 체크하고 SNS 활동도 일상적이다. 사진 찍기는 물론 검색도 폰뱅킹도 핸드폰으로 한다. 일상의 생활 패턴이 바뀌어 버린 것이다.

 

 이 변화는 내가 원해서 된 것도 있고, 어쩔 수 없이 그런 것도 있다. 핸드폰은 주체적으로 빠르게 구입한 편이다. 핸드폰은 전화 걸고 받는 것이 너무 편리했기 때문이다. 컴퓨터 자판은 어쩔 수 없이 배웠다. 더 이상 오퍼레이트(타자) 기능을 위한 직원을 두는 회사는 없었기 때문이다. 빠르게 적응한 것도 있겠지만 대체로 늦게서야 합류한 것이 많다. 기계 다루는 것이 늘 서툴고 복잡한 기능을 익히는 것에 관심도 재능도 없기 때문일 것이다.

 

 올 해 들어 내 일상생활이 많이 바뀌고 있는 것을 느낀다. 더 이상 환경의 변화를 수동적으로 대처해서는 회사운영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조그마한 출판잡지사를 책임지고 있는 현재 나의 입장에서는 변화해야만 하는 위기상황까지 몰린 것이다. 현대의 모든 분야가 IT 업종과 연결 안 된 것이 없지만, 특히 출판잡지와의 연관성은 매우 크다. 미디어 환경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고, 본격적인 디지털 콘텐츠 시대로 접어들었다. 일을 하다보면 과거의 관행과 익숙함이 오히려 장애로 작용할 때가 많다. 불교의 근본사상과 출판잡지의 근본정신은 잊지 않되, 콘텐츠 생산 유통 판매 방식은 시대의 흐름을 읽고 변화 발전해야만 한다. 내가 변해야 조직도 변한다.

 

 다시 개인의 측면에서 볼 때, 어디까지 변하고 어떤 것을 지킬 것인가? 그나마 개인이 선택할 권한이 있기는 한 것인지 의문이지만 말이다. 그래도 종이신문을 읽는 것은 개인의 선택이듯이 틈은 있을 것이다. 삐삐와 타자기를 건너 뛴 나의 경험으로 미루어 보면 너무 숨 가쁘게 좆아만 갈 필요는 없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연로한 어르신이나 무디어진 신체 등의 원인으로 인해 현재의 변화를 좇아가기를 포기한 사람도 많다. 첨단과학시대에 원시고대생활을 영위하는 종족이 함께 공존하고 있는 곳이 현재의 지구다.

 

 현대인의 병이 영양 과잉 공급에서 오는 것이 많다는데 지구 한편에서는 굶어 죽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새롭게 발명되고 진화하는 기술은 인간의 삶의 질을 높이는 측면도 있지만 돈벌이 수단으로 개발한 것도 적지 않다. 자연과 인류가 함께 공존 공생할 수 있고, 다 같은 인간이 좀 더 평등하게 함께 살 수 있는 방안을 찾고 만드는데 힘이 더 모아졌으면 좋겠다. 내가 아는 불교적 가치와 삶은 그런 것이다.

 

 시대와 변화에 민감하고 잘 대응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새로운 기술과 기계를 잘 다루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렇지 못한 사람도 있다. 개인적 취향과는 상관없이 변화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대처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그럴 필요가 적은 사람도 있다. 우리는 이런 사람 저런 사람이 함께 살고 있다. 대전환 급변의 시기에 우리 모두를 인정하고 함께 잘 살 수 있는 부드러운 변화기를 그려본다.

 

 오늘도 무한경쟁의 산업환경 속에서 불교적 가치를 구현하고 아름다운 조직과 개인의 삶을 꿈꾸며......

 


류지호 (신대승 e-매거진 대표)
1994년 종단개혁을 계기로 대한불교조계종 개혁회의 총무원 포교원 조계사 불교문화사업단 등에서 2005년 까지 일했다. 불광출판사에서 출판 잡지 일에 전념하다 2015년 서의현 재심파동을 계기로 20년이 지나 다시 불교단체에 참여하게 됐다.
현직 : (주)불광미디어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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