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년 만에 열린 노동당대회, 이것이 궁금하다 - 4

사회정의평화활동 - 이창희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연구교수) | 2016. 제3
 - 남북관계, 변화의 틈은 있는가?

 사드 즉,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erminal High Altitude Area Defense; THAAD)’ 배치로 인해서 국익에 대한 논쟁이 뜨겁게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국가의 이익이란 국가의 존립, 경제적 번영, 자국에 유리한 국제질서의 조성, 국위선양 등을 의미한다. 중국은 주권수호, 안보유지, 경제발전 등을 자국의 국익으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의 국익이란 과연 무엇일까? 일제강점기, 한국전쟁과 분단, 극심한 가난을 겪은 남한의 국익으로 주권수호, 체제유지, 민족통일, 경제번영 등이 꼽힐 수 있다.
 

 7차 노동당대회에서 나타난 북한의 국익 추구
 국익의 관점에서 남북관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 남북관계는 분단으로 형성된 특수한 민족적 관계이지만, 현재 UN에 각자 가입된 국가적 관계이기도 하다. 따라서 남북관계는 미래의 민족통일을 다루는 중요한 사안이기도 하지만, 현실에서 남과 북의 이익을 둘러싼 문제이므로, 먼저 남한의 국익을 점검하고 북한의 국익을 파악해야 한다.
 

 상이한 체제 건설을 제외하면 비교적 유사한 역사적 배경을 지닌 북한에서도 남한과 마찬가지로 주권수호, 체제유지, 민족통일, 경제번영 등이 국익으로 간주될 수 있다. 이 속에서 남한과 다르게 1990년대 대내외적으로 사회주의권의 몰락과 경제적 고난을 극심하게 겪은 북한은 국가의 존립 차원에서 체제 유지를 매우 중요한 국익으로 고려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체제를 수호하기 위해서 자국에 대한 적대적 정책을 해소하고자 비핵화 협상도 하고, 자위적 차원에서 핵무기 개발에도 나섰던 것이다. 이러한 입장은 이번 7차 노동당대회 ‘당중앙위원회 사업총화보고’에서도 고스란히 표명되고 있다.
 

“나라의 통일을 이룩하는 데는 평화적 방법과 비평화적 방법이 있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경우에도 다 준비되어있지만 조국강토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조선민족이 또다시 전쟁의 참화를 당하는 것을 바라지 않기 때문에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하여왔습니다. 우리가 련방제 통일을 주장하는 리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북과 남은 력사적인 6. 15공동선언에서 우리의 낮은 단계의 련방제안과 남측의 련합 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그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해나가기로 합의하였습니다.
 하지만 남조선당국은 겨레 앞에 다진 공약과 우리의 성의있는 노력에 등을 돌려대고 언제 가도 실현될수 없는 허황한 《제도통일》에 집요하게 매달리고 있습니다. 상대방의 사상과 제도를 부정하고 일방의 사상과 제도에 의한 통일을 추구하는 것은 결국 통일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며 전쟁을 하자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중략)… 남조선당국이 천만부당한 《제도통일》을 고집하면서 끝끝내 전쟁의 길을 택한다면 우리는 정의의 통일대전으로 반통일세력을 무자비하게 쓸어버릴 것이며 겨레의 숙원인 조국통일의 력사적 위업을 성취할 것입니다.”
 

 국익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남북관계
 2016년 7차 당대회의 관점은 이전 당대회의 관점과는 매우 다른 것이다. 1961년 4차 당대회까지 북한이 남북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은 혁명적 민주기지노선이었다. 사회주의 건설을 통해 강화된 북한의 역량으로 자본주의 남한을 해방시키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1970년 5차 당대회에 통일정부로 향하는 ‘과도적 단계로서의 연방제’가 논의되고, 1980년 6차 당대회에서 통일의 완성된 형태로 ‘서로 다른 체제를 인정하는 연방제’를 주장하면서 북한은 비교적 평화적인 남북관계를 꾀하였다. 그러나 현재 북한은 남한의 체제를 인정하는 연방제를 주장하면서도, 남한이 북한 체제의 붕괴를 꾀한다면,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위험한 정책결정을 하고 있는 것이다.
   
 저명한 현실주의 국제정치학자 한스 모겐소는 국가의 존립을 위해서 국가는 이중도덕을 취할 수 있다고 주장하였다. 즉, 냉혹한 국제관계에서 ‘선’이라는 국익의 관철을 위해서 불가피하게 ‘악’의 전쟁을 선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상적인 국제정치체제는 윤리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것을 부정하지 않았다. 따라서 체제유지라는 국익을 관철하고자 하는 북한의 태도는 매우 위험하지만, 지극히 현실주의에 입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냉정한 현실주의의 관점에서도 패권을 지향할 만큼의 강한 군사력 등을 갖추지 못한 약소국이 전쟁을 선택하는 태도를 취할 때는 모험주의로 해석된다. 국제질서를 무정부상태로 간주하는 현실주의적 국제정치에서 약소국은 강대국에 편승하는 외교정책을 취해야 합리적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는 남한의 국익과 북한의 국익의 접전을 살펴보면서 남한의 국익을 보장하는 민족통일의 방안을 지혜롭게 모색해야 한다. 이것이 남북관계 조망의 관건이다. 과거에는 국가 간 국익이 충돌할 때 국익의 확보를 위해서 군사력 확보가 절대적 요소였다. 하지만 현재 국제 교역이 활성화되고 국가 간 상호의존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군사력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충돌을 피하면서 타국의 정상적 이익을 보장하는 협상력 또한 국가 지도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다. 따라서 우리는 국익을 위해 과거처럼 전쟁을 불사할 것이 아니라면, 현재 남한의 안보를 가장 위협하는 요소로 간주되는 북한 핵무기의 소멸을 얻고자 할 때, 동시에 북한의 국익을 고려하여 무엇을 양보해야 할까를 고민해야 하는 것이다.
 

 북한 붕괴론의 재부상과 모호해지는 남한의 국익
 최근 8월 22일 대통령이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북한 정권이 심각한 균열 조짐을 보이면서 체제동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북한 붕괴론을 재부상 시키고 있는 정부의 대응은 북한의 모험주의에 대한 강경한 조치로 해석된다. 이처럼 남북관계는 개선의 여지없이 날로 악화되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핵실험 등으로 조성된 안보적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제재와 협상을 병행하지 않고, 오직 제재와 군사력 증강만으로 국익을 보장하려는 대북강경책에 문제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7차 당대회에서 비평화적인 방법의 통일을 거론하였지만, 평화적 방법의 통일도 이야기했음을 기억해야 한다. 북한은 당대회에서 남북군사회담을 제안하였다. 7차 당대회 사업총화보고에서 “북남관계의 현 파국상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하여 얼마든지 극복해 나갈 수 있다”며, “북과 남은 여러 분야에서 각이한 급의 대화와 협상을 적극 발전시켜 서로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고 조국통일과 민족공동의 번영을 위한 출로를 함께 열어나가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는 북한의 어려운 형편에서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할지라도 전쟁을 통한 체제유지보다는, 대화를 통한 체제유지가 근본적으로 타당하기 때문이다.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의 고조와 충돌이 존재하더라도, 결국 평화체제 모색 등 대화를 통해서 당사자인 남한을 비롯한 주변국들과 해법을 모색해야 한다. 따라서 북한은 미국과의 협상이 결렬된 상황에서 남한 정부나 남한 시민사회와의 대화를 통해 협상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정부는 북한의 대화 제의를 거부하였고, 대통령은 8.15 광복절 경축사에서 “시대착오적인 통일전선 차원의 시도”라고 경고하였다.  
 

 물론 강경책은 특정한 시점에 한시적으로 국익을 위해서 사용할 때는 효과적 방법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어떠한 상황에서도 문을 닫지 않겠다고 합의했던 개성공단에 대한 폐쇄 조치 등 북한 붕괴를 유도하는 듯한 지나친 강경책은 남북 관계의 불신과 더불어, 경제번영이라는 또 다른 국익을 억제하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 개성공단의 발전 등 남북관계 개선을 통한 동북아 경제권의 형성으로 미래의 성장 동력을 마련하자는 포석은 상실되고 있다. 우리는 안보라는 중요한 국익과 더불어 경제 등의 다른 국익도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상황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남한의 안보라는 국익에서 비핵화가 정말 중요하다면 북한이 7차 당대회에서 제안한 남북 군사회담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비핵화를 회담의 의제로 포함시켜 대화를 역제안하는 유연성을 가져야 했다. 핵 보유를 영구화하려는 듯한 북한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7월 6일 ‘공화국 정부 대변인 성명’을 발표하면서 "안전담보가 실지로 이루어진다면 우리 역시 그에 부합되는 조치들을 취하게 될 것이며 조선반도 비핵화 실현에서 획기적인 돌파구가 열리게 될 것“라고 하였다.
 

 또한 더 커다란 현실적 문제는 대북강경책의 일환인 남한 지역의 사드배치는 중국이 반대하는 것으로,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중국의 대북제재라는 대북강경책을 오히려 약화시킨다는 점이다. 그리고 미국의 미사일방어시스템 전문가이자 메사추세츠공대 명예교수인 시어도어 포스톨은 “중국군이 성주에 배치된 사드 레이더에 대한 공격계획을 짤 것은 거의 확실하다”라는 주장을 하였다.(관련기사, 한겨레)
 
 사드의 남한 배치는 미국과 중국의 군사적 갈등 상황이 도래할 경우 중국으로부터의 대한민국에 대한 새로운 안보 위협을 발생시키는 것이다. 나아가 중국은 사드 배치 때문에 남한에 대한 경제재제에 착수하였다. 중국 상용복수비자 발급이 중단되었고, 중국 관광객의 한국 예약률이 감소하고 있다. <환구시보> 사설(번역 보기)에 실린 중국의 논리에 따르면 한중관계가 크게 훼손되지 않겠지만, 자신들의 국익을 저해하는 남한의 사드 배치에 대해서 반드시 불이익을 줘야 하며, 이를 통해 향후 남한이 실제 겪었던 어려움을 미국에 호소하면서 지나친 편승외교를 자제해야 한다는 것이다.
 

 남한의 국가적 위상과 올바른 국익 추구
 결국 근거리 낮은 고도에서 충분히 남한을 타격할 수 있는 북한에 대해서 높은 고도에서 미사일을 요격하는 사드의 유용성 문제는 사드의 실전 명중률 검증문제와 높은 비용 분담문제 등과 함께 진정 대한민국의 안보에 사드가 실제로 필요한 것인가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우리는 냉철하게 국익을 추구함에 있어서 남한의 국가적 위상을 확인해야 한다. 우리는 약소국도 아니지만, 결코 강력한 영향력을 주변국가에 행사할 수 있는 패권국가가 아니다.
 


<사진출처 : tistory.com에서>

즉, 우리의 영향력으로 북한을 붕괴시킬 수 있는 강대국이 아니다. 물론 강대국인 미국에 편승하여 그들과 함께 북한의 붕괴를 꾀할 수 있다. 그러나 지난 3월 UN 안보리에서 통과되어, 미국의 유엔대사 사만다 파워가 “지난 20년 이래 가장 강력한 제재안”이라는 ‘대북제재결의안 2270호’의 49조와 50조를 보면 국제 사회조차 북한의 붕괴를 추구하지 않는다. 
 

“49.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와 안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강조하며, 이 상황을 평화적, 외교적, 정치적으로 해결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을 표명하고, 이사회 회원국과 기타 국가들이 대화를 통해 평화적이고 포괄적인 해결을 촉진하고자 노력하는 것을 장려하고 아울러 긴장을 가중시킬 만한 행동을 자제하는 것을 장려한다.
 50. 6자 회담이 재개되도록 지원할 것을 재확인하며, 2005년 9월 19일 중국, 북한, 일본, 한국, 러시아, 미국이 체결한 공동성명이 이행되도록 지원할 것을 다시 강조하고, 6자 회담의 목적은 한반도의 검증 가능한 비핵화를 평화적인 방법으로 달성하는 것이라는 점을 재확인하며, 미국과 북코리아는 상대국의 자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6자는 경제 협력을 증진할 것과 기타 모든 적절한 노력을 수행할 것을 재확인한다.” (관련기사,  인천IN)

 최근 강화되는 한미군사훈련의 진행과 북한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SLBM) 발사 등은 모두 UN 안보리 결의안을 위반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이는 한반도 군사력 증강의 딜레마를 낳고 있다. 북한의 탄도 미사일 개발도 자원 낭비이지만, 현재 600~700여기로 간주되는 북한의 탄도 미사일을 막고자 48기의 미사일과 대형레이더로 구성된 사드 1개 포대를 1~2조원을 들여서 배치하는 것도 자원의 낭비이다. 엄청난 비용을 쏟아 부어도 안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따라서 현대의 국가들은 국방력 강화도 모색하지만, 협상력 증진에도 신경을 쓰는 것이다.
 

 결국, 개성공단 폐쇄, 사드의 남한 배치 등에 나타난 우리의 국익 추구를 살펴보면 안보를 위한 한미동맹의 강화로 해석될 수 있다. 이른바 미국을 떠나서 대한민국은 존립할 수 없다는 사고에 기초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중국이 미국과 동등하지 않지만, 유의미한 강대국으로 부상하였고, 중국과의 교역량이 미국과 일본의 교역량 합계를 능가하는 상황에서 국가의 존립을 미국에만 기대는 것은 현실적인 유효성을 지니기 어렵다.
 

 따라서 우리는 국익과 현실에 기초하여 정부가 오로지 대결의 그릇된 방식을 취한다면, 민간이 나서서 남과 북의 당국자들에게 평화를 위한 협상에 나서도록 호소해야 한다. 그것이 경색된 남북관계에 변화의 틈을 만들어가는 힘이다. 이러한 남북관계 개선의 노력을 통해 강대국 사이에서 완충적 균형자 역할을 하면서 국익을 보장받는 힘과 지혜를 남과 북이 지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이를 지속시키기 위한 동북아 평화체제가 형성되도록 주변국들에게 촉구해야 한다. (마지막 회로 이어집니다) 

이창희 (동국대학교 북한학과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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