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부터, 명상 교육 자격증을 하나 따야지 생각을 했다. 명상을 배우려는 상대방에게는 나의 명상 교육 자격증이 신뢰의 증거가 되고, 나에게는 나의 실력을 검증하고 명상 지도법의 체계를 이루는 계기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음에 쏙 드는 자격 교육과정을 찾지 못하고 몇 년을 망설이던 중이었다. 그러던 중 올해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제1기 명상전문지도사 과정(명상아카데미 대 강좌)을 보고 곧장 참가신청을 했다.
한국 불교 명상계에 등장한 드림팀, 한국불교명상지도자협회
2016년 3월에 개강한 명상전문지도사 단체교육과정은 매주 1회 3시간 반씩의 수업으로 5월말 10회차 교육이 끝났다. 명상전문지도사 자격증을 만든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상임이사 인경스님은 대중들의 명상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는 것을 이번 교육을 통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150명 정도가 올 것으로 예상했으나 430명이 신청을 했기 때문이다.
한국명상지도자협회는 2015년 2월에 발족하여 1년간 이번 강좌를 준비했다. 이사장인 혜거스님이 운영하는 금강선원부터 동사업(용타스님), 한국명상심리상담교육원(인경스님), 하트스마일명상연구회(미산스님), 자비선 명상원(지운스님), 행불선원(월호스님), 상담이 있는 명상 가피명상(봉인사)(적경스님), (사)자비명상(마가스님), 참불선원(각산스님), 은유와 마음연구소(명법스님), 통담아카데미아(선업스님), 한마음과학원(김용환), 명상수행학교 행복수업(오원칠), 명상의집 자애(김재성), 성철선사상연구원(박희승), 한국MBSR연구소(안희영), 위빠사나붓다선원(김열권), 보리수선원(붓다락키따스님), 진관사명상센터(혜량스님) 이상 총 19곳이 2016년 8월 현재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회원단체로 등록되어 있다. 이 정도면 정말 각 불교명상 분야의 고수들이 모인 최고의 드림팀이다.
> 한국명상지도자협회 홈페이지 http://www.kamto.net
* 한국불교명상지도자협회 관련 기사(날짜순)
> 연합뉴스, 명상은 지혜로 이끌어주는 한국불교의 전통 수행법(2016.2.16.)
http://www.yonhapnews.co.kr/bulletin/2016/02/16/0200000000AKR20160216159700005.HTML?input=1195m
> 경향신문, 팍팍한 삶, 나를 돌아보며 마음의 평화를(2016.2.18.)
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1602182042385&code=960206
> 법보신문, 초기·대승 아우른 명상수행 ‘전문지도사’ 육성(2016.2.22.)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1234
> 조선일보, 어디로 튈지 모를 心身, 하루 10분씩만 묶어보세요(2016.2.26.)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6/2016022600213.html
명상아카데미 대 강좌 수강 후기, 좋았던 점 vs 아쉬웠던 점
이번 강좌를 들으며 가장 좋았던 점은 모든 강의가 동영상으로 제작되어 홈페이지에 게시되어서, 참여하지 못한 강의를 다시 볼 수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동영상 강의 다시보기 기능과 더불어 강의시간에 사용된 교육자료를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영상 청취 후 과제물을 제출하는 시스템도 갖추어 수강생들의 출결상황을 체크하였다. 그래서 전체 강의를 모두 들은 경우에만 수료증을 발급한다. 그리고 수요일과 토요일의 수업을 교차수강할 수 있도록 수강생들을 배려하였다. 다양한 주제의 강좌를 들어볼 수 있었다는 점은 큰 장점이면서 동시에 각 강좌를 깊이 체득하기 어려운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그러나 강의 중 실습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능한 많이 진행하려는 시도들이 보였다. 마지막 날에는 아예 여러 명의 강연자들이 참여한 질의응답 시간으로 1회의 강의를 진행하기도 하였다. 긴 강의 시간(일일 2회 연속강연, 총 3시간 30분)에 걸맞게 떡과 과일 등 양질의 간식이 제공된 점도 좋았다.
이번 강좌에 대한 아쉬움은 강연 자체에 대한 것이라기보다 추가되기를 희망하는 요구사항에 가깝다. 강의를 들으며 종종 주변을 둘러보았는데, 20대로 보이는 참가자들은 거의 0명에 가까웠고, 30대로 보이는 참가자들도 열손가락 안에 들만큼 드물게 보였다는 점이다. 명상을 지도할 수 있는 청년그룹을 키우는 일은 반드시 필요하며, 이들의 참여율을 높일 수 있는 해결책에는 해당 타깃층에 유효한 홍보의 강화나 청년 대상의 수강료 할인 정책 등이 있을 것이다. 이에 관해서는 더 구체적인 현황 분석과 장기적인 전략 수립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한다.
그리고 수강생들의 소규모 조별 모임이나 스터디가 진행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전체 수강생을 위한 네이버밴드가 있었으나, 수강생 간의 대화나 토론이 가능한 구조는 아니었다. 강의에서 배운 것을 서로 토론하고 실습해보며 명상을 지도까지 시연해볼 수 있는 체계적인 조별 학습모임이 진행되면 좋겠고, 정보 교류와 관계망의 형성 과정이 전체 교육과정 참여의 지속성과 흥미도를 높이는 요소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점점 더 뜨거워지는 명상의 열기
나의 주변을 둘러보아도, 명상에 관심이 있는 지인들이 금방 눈에 띈다. 페이스북에서 이들에게, 어떤 이유로 명상을 배우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똑똑해지고 싶어서,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서, 산란한 마음을 가라앉히고 통찰력을 얻고 싶어서, 화를 다스릴 수 있을 것 같아서, 진정한 나를 찾고 싶어서와 같은 답들을 들었다. 명상에 관한 콘텐츠를 허프포스트(구 허핑턴포스트)의 페이스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고, 그에 대한 대중의 반응도 뜨겁다.
* 참고영상
> 허프포스트, 간단한 명상 트레이닝 by 밍규르 린포체
그리고 명상 ‘산업’이라는 말이 결코 낯설지 않을 만큼, 전세계적으로 명상의 수요와 공급은 증가하고 있다. 포춘지는 2015년 한 해 명상과 마음챙김 관련 산업 규모를 10억 달러(한화 약 1조 1천억원)로 보도했다. 단, 이 조사에서 1,000개에 달하는 마음챙김 앱(App)들의 수익은 빠져있다. 이 기사에 나오는 헤드스페이스(Headspace)라는 앱은 사용자가 매일 명상을 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안내를 한다. 이 앱을 만든 회사의 공동대표는 헤드스페이스를 이용하여 ‘수퍼맨이 공중전화 부스에 들어가 변신을 하고 나오듯, 사람들이 맑고 고요한 모습으로 나타날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앱은 6백만 명이 다운로드 받고 3,000만 달러(한화 약 33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 헤드스페이스(Headspace) 홈페이지 https://www.headspace.com
* 참고기사
> Time, How Meditation Went Mainstream(2016.3.9.)
http://time.com/4246928/meditation-history-buddhism/?iid=sr-link3
> Fortune, Meditation Has Become A Billion-Dollar Business(2016.3.12.)
http://fortune.com/2016/03/12/meditation-mindfulness-apps
국내에서는 기업형 명상의 확산도 눈에 띈다. 최근 현대불교에 소개된 기사에 따르면, 삼성전자가 2017년 개원할 동화그룹의 동화컬처빌리지 등 여러 곳에서 명상교육에 관심을 보인다. 새로운 기술의 발달로 속속 등장하고 있는 웨어링 디바이스(몸에 착용하는 스마트 기기)들을 보면, 우리의 명상 상태를 측정하고 알려주는 사물인터넷 기기가 개발될 날도 멀지 않은 듯하다.
* 참고기사
- 현대불교, 기업명상 확산, 불교발전‘디딤돌’될까(2016.7.29.)
http://www.hyunbu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288164
명상 관련 민간자격증, 총 81개 등록
민간자격정보서비스(www.pqi.or.kr)에서 민간자격증으로 등록된 명상 관련 자격증들을 조사해보았다. ‘명상’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자격증이 67개(작명상담 등 타분야 6개 제외), ‘마음’은 7개(명상과 마음이 동시에 기재된 자격증 3개 미포함), ‘불교’가 4개, ‘마인드’가 3개로 총 81개였다. 눈에 띄는 자격증들은 가장 발빠르게 2010년에 등록된 요가명상지도사(발급처: 원광디지털대학교)와 활발히 운영되고 있는 마음지도사(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ttp://www.mind.ac.kr), 그리고 미래 수요를 예측하고 만든 것으로 보이는 실버명상지도사/태교명상지도사/키즈명상지도사(한국심신의학협회) 등이다. 불교를 자격 명칭에 사용한 자격증으로는 불교상담심리사(대한불교조계종포교원), 불교심리상담사(불교상담아카데미), 불교상담사(한국불교상담학회), 불교심리상담사(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가 있으며, 아직 국가 공인된 명상 관련 자격증은 없다.
기간별로 보면, 2010년 1개, 2011년 2개, 2012년 3개, 2013년 10개, 2014년 20개, 2015년 30개, 2016년 15개(2016년 8월 6일 현재 기준)로 매년 등록 숫자가 증가해온 것을 알 수 있다. 늘어나는 관심과 참여는 긍정적이지만, 양적 확대가 꼭 좋은 일만은 아니다. 특히, 경제적 이익만을 추구하는 도구로 명상이 활용되면, 명상에 관한 사회적 인식이 변질되거나 퇴보할 수 있다. 명상에 관한 바른 가르침이 확산되기 위해서는 한국 불교가 해야 할 일이 많다.
쉘 위 명상, 같이 명상 배우실래요?
주변의 법우들이나 명상에 관심을 보이는 지인들에게 명상을 배워보지 않겠나 물어본다. 명상은 앞으로 점점 핫(Hot)해질 분야라는 설명도 빠뜨리지 않는다. 법화경에 나오는 삼계화택의 비유(불타는 집 안에 있는 아이가 밖으로 나오도록, 보배로 만든 수레로 유인하는 이야기)처럼, 치열한 경쟁 사회에 살고 있는 청년들에게 명상을 해보기를 권하고,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에게 명상을 전할 수 있는 교육과 공유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져야 한다. 이런 필요성 속에서 한국명상지도자협회와 같은 규모 있는 단체의 창립과 활동은 반가운 일이다.
최근 본 법보신문의 기사에서, 불교인재원(이사장 엄상호)은 30세 이하 수강생에게 생활참선 입문과정을 무료로 여는 등, 청소년과 청년 불자 육성에 힘쓰고 있고, 이 과정을 수료한 후 1년 6개월의 심화과정을 이수하면 한국명상지도자협회의 명상지도사 2급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교육 과정이 연계되어 있다. 마치 대학의 교환학생 시스템처럼, 명상 단체간의 인정과 협업이 이루어지는 상황이 새롭고 긍정적인 변화의 방향으로 보인다.
* 참고기사
- 법보신문, 쉬운 불교 ․ 생활참선 무료로 배우세요(2016.7.26.)
http://www.beopbo.com/news/articleView.html?idxno=93573
이 글을 쓰기 전에, 이 글을 누가 읽으면 좋을까 생각해보았다. 불교나 명상에 관심이 있는 20-30대 청년들이 이 글을 보고 불교와 명상을 배우고 싶은 마음이 조금이라도 더 들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다. 어렵고 멀게 느껴지는 불교 공부와 수행을 청년 불자, 그리고 일반 대중들이 조금 더 쉽고 재미있게 시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주제에 이어질 이야기는 신대승 e-매거진 다음 호의 [3] 무한 상상, 100명의 청년 명상지도자를 만드는 방법 편에서 계속해보려고 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