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수익사업과 사찰 운영의 중도(中道)

경제/트렌드 - 강민지 (편집위원) | 2016. 제2
 - 가치혼합경영연구소 김재춘 소장 인터뷰


 이번 인터뷰기사의 목표는 불교 관련 조직의 공익적 성장 방법을 모색하고, ‘불교 기반 사업’에 관한 논의를 대중과 함께 나누는 데 있습니다.


종교법인은 비영리단체(공익활동 조직)의 범위에 속한다. 그렇다면 성공적인 비영리조직은 어떤 모습인지 살펴보는 것으로 종교, 그 중에서도 불교 단체들의 성장 비법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만나러 간 사람은 광고 분야에서 일을 시작해 아름다운가게 정책실장, 서울특별시장 대외협력보좌관을 거쳐 지금은 가치혼합경영연구소의 대표로 있는 김재춘 소장이다. 불교를 만나고 인생이 바뀌었다는 그는 월간 해인에 ‘새로운 불교’라는 글을 연재하고 있기도 하다. 나의 답답한 물음들을 풀어준, 그의 명쾌한 답들을 이곳에 옮겨본다.


△  김재춘 가친혼합경영연구소장

[Part 1] 기복 vs 발원, 남의 아이를 위한 입시기도

Q) 불교 관련 강연을 종종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내용인가?
A) 어느 신도회 대상 강연에서 기복신앙을 벗어나자는 이야기를 했더니, ‘너무 이상적인 이야기다, 당장 사찰의 운영이 안 되는데 어쩌겠는가’라는 반응이 왔다. 부처님 당시, 공양이 잘 이루어지지 않을 때 비구 중 한 명이 부처님께 요즘 공양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서 굶주리고 있다고 말하는 장면이 경전에 있다. 부처님이 말씀하신 이유는 2가지다. 첫째, 우리에게 보시할 대중들이 역시 굶고 있어서 그렇다. 둘째, 우리가 수행을 잘 못해서 존경을 못 받는 것이다. 첫째라면 같이 굶어야 하고, 두 번째라면 수행을 잘 해야 한다. 우리는 왜 굶을 각오를 하지 않고, 불법(佛法)이 아닌 일을 하려고 하는가? 

대표적인 기복신앙인 입시기도를 보자. 틀리면 안 해버리는 것이 좋다. 그러나 종교의 본질은 대중들의 아픔을 감싸 안아주는 데도 있지 않은가. 불법으로 따지면 비법이고 사법이지만, 엄마가 자녀가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것도 종교의 본질이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답은 아니고, 사찰의 운영을 위해서 유지하는 것도 답이 아닌 것 같다. 나는 실용적인 사람이다. 그래서 연구소 이름도 가치혼합연구소다. 마음은 받아주면서도 불교적인 내용으로 기도할 수 있는지 찾아봐야한다. 대충 중간에 서는 게 중도는 아니지 않겠는가.

그래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3개의 발원문이다. 첫 번째 발원문은 내 아이에 대한 것, 두 번째는 내 아이와 같은 날 시험을 보는 고등학교의 모든 아이들, 세 번째는 검정고시를 보는 아이들을 위한 기도다. 내 아이만 잘 되게 해주십시오가 아니라, 모든 아이들이 두려움 없이 자기 실력을 다 발휘하게 해달라고 기도하는 것이다. 그러면 누가 기도를 하겠느냐 말할 수도 있지만, 우리가 깨달은 사람들이 아니니까 아무리 모든 아이들을 위해 기도해도 결국 가까운 가족들에게 기도의 힘이 더 갈 거다.(웃음) 그렇게 기도비를 받아서 70은 사찰에서 쓰고, 30는 힘들게 공부하는 이웃 청소년들에게 쓰자.

 

△ 김재춘 소장이 ‘새로운 불교’ 시리즈를 기고하고 있는 월간 해인

[Part 2] 불교에서 수익 사업은 하지 말자, 이것만 빼고

Q) 불교단체가 사업적으로 성장하고자 할 때, 수익 모델은 어떻게 형성될 수 있을까?
A) 사찰은 수익사업을 안 해야 된다고 본다. 다만, 법답지 않은 것은 하지 말자는 뜻이고, 법다운 내용이라면 할 수 있다. 돈이 목적이 아니라 결과일 때는 가능할 수 있다고 본다. 돈을 버는 것 외에는 이유가 없는 사업은 법답지 않은 사업이고, 불교의 원래 목적과 의미를 실현하는 방편으로서의 사업이라면 필요하다. 후자의 예로는 호스피스병원이나 불교상담센터 같은 곳이 있겠다. 결국 불교는 마음과 관련된, 지혜와 관련된 것이지 않나.

일본에 가면 스님들을 스님으로 안 본다. 사찰 관리 경영자이자 사찰 문화 계승자로만 본다. 불교의 법적인 내용이 있고, 문화가 있다. 가령, 사찰 음식이라는 것은 한국적인 불교 문화에 가깝다. 원래는 밥을 구걸하여 먹었는데, 사찰 음식이라는 것이 따로 있었겠나. 이렇게 문화에 관련된 사업이 있고, 법을 전파하기 위한 사업이 있다. 불교TV나 신문은 법을 전파하는 수단이 현대적으로 바뀐 것이다. 그리고 돈이 사업의 목적은 아니지만, 운영을 잘 해서 돈이 따라오게 만든다면 비법적 내용은 아니라고 본다.

아름다운 가게도 돈을 남기는 것이 핵심이 아니다. 기증 받아서 기부의식을 높이고, 이 물건을 구입하면 친환경적이고, 수익으로 어려운 이웃을 돕는다. 모든 프로세스가 아름다운 가게의 목적과 일치한다. 부처님이 복지 사업을 안 했던 이유는 더 중요하고 큰 일이 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한다. 사회의 이론적 기반을 만들고, 사람들이 복지 활동을 하게 만드는 것이 승가의 본래 의미다. 만약 꼭 사업을 하겠다면 마음과 관련된 내용에 집중하자. 세속의 기준과 종교의 기준은 다르다. 출가는 세속적으로는 불효지만, 불교적 기준으로는 그렇지 않다. 세상 사람들이 다 좋다고 해도, 직접 해야 할 일과 아닌 일이 있다.

Q) 불교 관련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떤 것이 좋을까?
A) 동사섭, 정토회 깨달음의 장 등이 잘 만들어진 예다. 그리고 법륜스님의 즉문즉설과 영상법회는 유투브와 SNS 등 다양한 매체를 잘 활용하고 있다. 강연을 하다가 가끔 듣는 질문이 ‘전달하고 싶은 내용을 사람들이 어려워하고 피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가?’인데, 즉문즉설을 보면 불교 용어를 거의 안 쓰면서 불교 이야기를 한다. 어렵게 말하는 것과 어려운 내용을 아예 빼고 말하는 양 극단이 아니라, 콘텐츠는 속에 숨기고 모양만 바꾸는 제3의 길이 중도의 자세이지 않겠는가.

 


△ 불교와 사회를 잇는 주제의 강연들을 종종 해왔다.

Q) 사찰이 가진 공간 자원들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까?(예를 들면, 명상 카페를 만든다든지, 워크숍 장소로 대관을 한다든지)
A) 더 잘 쓸 수 있는 곳이 있다면 대중적으로 오픈하자. (불교적 차원에서 보면) 어차피 우리 소유도 아니다.

Q) 불교 사업의 서원(미션)은 어떻게 세워야 할까? 대개의 경우 너무 추상적이고 큰 서원인데, 더 구체적으로 만들 수는 없을까?
A) 질문에 오류가 있다. 구체적인 서원을 ‘세우는’ 일은 마치 인문학을 ‘공부’하려는 일과 같다. 인문학은 나의 괴로움에서 출발해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고민의 끝에서 ‘만나는’ 것이다. 서원도 ‘내가 세워야지’해서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내가 요즘 뭐가 제일 괴로운가’를 찾아서 해결하겠다고 마음을 내면 그것이 서원이지 않을까. 물론 불교도로서의 가장 큰 서원은 깨달음을 이 생에 이루겠다는 것 이상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근기가 낮은 나 같은 사람은 막막한 것도 사실이다. 우선 내 앞의 일을 해결하겠다는, 그래서 배우고 익히겠다는 원이 더 중요할 듯하다.

Q) 불교적인 수익사업이 불자들만을 대상으로 한다면 시장 규모가 너무 작다는 느낌이다. 대응책이 있을까?
A) 불자인가 아닌가의 문제가 아니다. 같은 중생이고, 같이 깨달음의 길을 가야할 사람들이다. 그들 역시 같은 고민과 어려움을 가진 이들이고, 같은 해결책과 가치를 필요로 한다. (* 필자 주: 우문현답이네요.)

Q) 어떻게 대중들이 불교적인 사업에 뛰어들게 만들까?
A) 많이 뛰어들 필요는 없다. 그냥 뛰어드는 게 아니라, 불교의 맛을 제대로 본 사람들, 지켜가려는 사람들이 그것을 오롯이 지켜내려고 하면서 사업을 하면 좋겠다. 그리고 새로운 회사를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존의 회사가 부처님 법답게 운영되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바른 사업의 길(정명: 正命) 매뉴얼이 만들어지고 확산되고 불자 기업들이 잘 운영된다면 최고의 포교가 될 것이다. 부처님이 경영을 하면 어떻게 했을까? 부처님의 제자가 기업을 운영하면 무엇이 다른가. 사회적기업도 어찌보면 비슷한 개념이다. 이와 관련하여 유마경의 내용을 정리해서 글을 써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 보물창고 같은 노트북에 불교 관련 자료들이 꽤 많이 쌓여 있다.

[Part 3] 사찰의 성장 전략, 종교의 본질 찾기와 제대로 잘 하기

Q) 사찰과 포교당의 성장에 필요한 기본 전략은 어떤 것일까?
A) 사찰 운영의 핵심은 2가지다. 첫째는 종교의 본질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부처님 당시에 제사를 지내거나 천당에 가도록 축원을 하거나 사주를 보지 말라고 했는데, 우리의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핑계를 안 붙여야한다. 금연도 그렇다. 정말 큰 사찰이든 작은 사찰이든 가난해지려고 작정을 해보라. 규모는 커지면 커지는 것이고 작으면 작은 것이다. 부처님의 본질로 돌아가서 크든 작든 거리낌 없이 사는 것이 맞다. 종교라는 단어[religion]의 뜻도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둘째로, 능력이 있어야 한다. 사찰 경영과 소유와 운영은 분리되어야 한다. 남방불교가 그렇다. 주지는 경영 책임자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 때문에 돈의 분리가 쉽지는 않을 것이다. 스님은 수행의 전문가이지 경영의 전문가가 아니다. 대를 이어 사찰을 경영하는 것은 재벌 2세가 재벌가의 자녀라서 기업을 운영하는 것과 같다. 물론 스님이 경영에 탁월하면 경영을 할 수도 있다. 경영은 최대한 능력 위주로, 운영은 법문, 교육, 율장으로 승가 운영에 관련된 내용이므로 스님들의 몫이 되어야 한다.
지금 구상 중인 일은 앞서 말한 바에 공감하는 분들과 손잡고, 실제로 그렇게 운영되는 절을 돕는 것이다. 나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서 비판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불가능할 줄 알았는데 되는구나’라는 실험을 해보고 싶고, 이로써 누군가에게는 영감을 줄 수 있기를 바란다. 부처님의 법을 따르면서, 대중과 화합하고, 재정적으로 (넉넉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함이 없고, 대중에게 박수 받을 수 있는 사찰 운영이 가능하지 않을까.

 

△ 사찰 운영 능력이 뛰어난 분들 중 한 명으로 봉은사 전 주지 진화 스님을 꼽았다.

[Part 4] 나머지 이야기. 새로움보다, 지금 있는 것부터 제대로.

Q) 미래채널 MyF 라는 유튜브 채널이 있는데, 3D프린팅 레스토랑이 곧 서울에 오픈할 거라는 등 최신의 기술을 반영한 소식들을 전한다. 불교는 이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을까? 혹은 어떤 준비를 하고 대책을 세워야할까?
A) 굳이 앞서가려고 하지 말자. 너무 빨리 가는 것들은 또 빨리 사라질 것이다. 도구일 뿐이다. 시대에 맞는 도구를 적절히 이용하면 될 것이다. 이익을 위해서 움직이는 사람들은 늘 빠르다. 그들이 먼저 간 검증된 길을 보고 괜찮겠다 싶을 때 가져다 쓰면 된다. 너무 뒤처지지만 말고, 아이디어를 놓치지 말자.
예를 들면, 미디어에서 카드뉴스라는 형식이 나왔다고 해서 우리도 따라하는 게 중요하지 않다. 왜 카드뉴스가 나왔는가? 대중들의 커뮤니케이션 소비 패턴이 바뀐 것이다. 대중이 긴 글을 안 읽고, 텍스트로만 된 콘텐츠를 읽기 힘들어하고, 스토리성이 강한 것을 좋아하고, 글과 그림이 복합된 것을 좋아하게 되었다. 이것을 알고 어떻게 대응할까를 고민하는 것이다. 만들어진 길을 잘 써먹으면서 그 흐름의 본질을 타고 가야한다. 기술만 타고 가면 계속 뒤처진다.

Q) 앞의 질문과 비슷한 데, 요즘 대부분의 사업들이 규모화 되고 스타트업이 성공해도 후발주자로 뛰어든 대기업에 밀려나는 현상도 있다. 명상 관련 산업도 이렇게 될까봐 걱정이다. 실제로 몇몇 명상 관련 단체들은 많은 수의 센터들을 서울 시내에 만들었다. 그에 비해 불교계는 느리게 성장하는 느낌이 든다. 왜 그럴까?
A) 그런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 ‘우리가 차지해야할 시장인데’라는 욕심 때문이다. 그렇게 규모가 커진 곳들은 시스템이 정말 탄탄하고, 가르침도 얕지 않다. 불교가 느린 이유를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전법 활동의 기본은 나만큼 행복해지게 하는 것인데, 불교의 진짜 단맛을 맛본 사람이 아직 충분히 많지 않기 때문이다. 불교의 단맛을 깊게 맛볼 수 있게 하는 것이 불교 사업의 전략이 되어야 할 것이다.

Q)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불교 문화와 불교의 본질과 불교의 현실이 각각 다르다. 불자들이 만나서 불교의 현실 이야기를 80%, 문화 이야기를 15%, 불교 이야기를 5% 정도 한다고 생각하는데, 불교가 잘 되려면 불교 이야기를 80% 하면 된다. 결국 그 힘이 현실을 뚫고 나갈 것이다.


△ 부처님은 어떻게 조직을 운영했는지 궁금해서 읽기 시작했다는 율장

[마무리글]
인터뷰는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손뼉을 딱 치며, 이 소리는 어디서 왔는가, 이것이 있으므로 저것이 있다는 연기(緣起)적 가르침이 너무 멋있다고 말하는 김 소장의 밝은 웃음은 불교의 단맛을 본 사람의 표정이다. 사찰 운영에 대해 알고 싶어 율장을 읽고, 이용자중심 사찰경영을 위한 연구자료를 만들고 있는 그의 시간은 어떤 인(因)이 되어 어떤 연(緣)을 만나 과(果)를 이루게 될지 궁금하다. 
이번 인터뷰는 나에게도 전법 활동의 본질을 되돌아보게 하는 기회였다. 그가 대화 중에 이런 말을 했다. ‘물건이 좋으면 팔린다. 이거 내가 진짜 원하던 건데, 개발한 사람을 만나서 상이라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면 물건은 저절로 팔린다.’ 조급하거나 욕심부리지 않고, 오직 불교의 본질에 집중해야겠다는 이 느낌을 잃지 말아야지 생각하며, 불교 스타트업 인터뷰 시리즈 제2편을 마친다. <3편에 계속>

강민지 (편집위원)
나와 세상이 행복하고, 지혜롭고, 자비롭기를 매일 기도합니다.
불교와 명상이 우리 사회의 더 많이 필요해지리라 믿고, 미래를 준비하며 청년 불교 플랫폼을 운영합니다.
현직 : <붓다클래스> 공동대표, <절오빠절언니> 운영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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