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촌에서 거주하는 로힝자 무슬림
1978년 미얀마 군대는 'Dragon King' 작전이라고 불리는 살인적인 인종청소를 자행해, 20 여만 명의 로힝자가 방글라데시로 망명했다. 그러나 방글라데시 정부가 식량지원을 하지 않아 1만 여명의 로힝자가 굶어 죽었고, 생존자의 대다수는 미얀마로 되돌아왔다.
1983년 사회주의 정권은 인구조사를 마쳤는데, 로힝자를 인구에 포함시키지 않아 그들을 무국적자로 만들었다. 1982년에 제정된 민법은 로힝자를 시민의 범주에서 제외하는 것을 정당화했다. 1948년 이전에 그들의 선조가 미얀마에 거주했음을 증명해야 하는데, 이것을 증명하기 쉽지 않은 로힝자 무슬림 대다수는 시민권을 갖지 못했다.
무국적이라는 이유로 로힝자 무슬림은 미얀마 서부지역에서 보안경찰에 의해 일상적인 탄압을 당해야 했다. 1991년 미얀마 군대는 또 다시 로힝자 25만 여명을 라카인에서 추방해 방글라데시로 내몰았다. 이 과정에서 수백 명의 로힝자가 목숨을 잃었다. 로힝자 난민들은 이전과 마찬가지로 방글라데시에서 환영받지 못한 채 난민촌으로 내몰렸다. 몇 년 후 이들 대부분은 UN이 지원한 송환절차를 거쳐 국경지역으로 돌아왔다.
미얀마 군대의 폭력은 로힝자 무슬림의 만성적인 빈곤을 악화시켰다. 로힝자는 마을간 이동도 거부되어 고용기회, 교육과 상업의 기회도 박탈당했다. 제한된 여행허가는 지방의 군대로부터 받아야 했으나 이마저도 대개 거부되었다. 강제노동과 재산의 수탈 그리고 모스크의 파괴를 비롯한 종교적인 탄압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미얀마의 어느 누구도 로힝자의 편에 서지 않았다. 태국 등 이웃나라로 망명했던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세력도 로힝자 문제에 침묵했고, 많은 운동가들이 로힝자 문제를 일축하며, 소수민족 범주에서 로힝자를 배제했다. 한국을 방문한 미얀마의 민주화운동가들, 또 미얀마에서 만난 시민사회 활동가들에게 로힝자 무슬림에 대해서 물어보면 그들은 한결같이 “로힝자는 소수민족이 아니라 이주민이다. 로힝자라 불러서는 안된다. 벵갈인이라 불러야 한다”고 말한다.
한편, 미얀마 내에서는 무슬림과 연계된 테러가 한 번도 없었다. 그럼에도 1990년대 초반이후, 서부 지역에서 미얀마군대의 확대는 급격하게 증가해 3개 대대가 43개 대대로 늘어나 미얀마에서 가장 큰 증가율을 보였다.
로힝자 탄압, 아시아 전체의 평화와 안전 위협
로힝자 무슬림에 대한 인권탄압과 차별은 미얀마의 정치개혁과 민주화 뿐만 아니라 아시아의 평화와 안보유지에 큰 걸림돌이 될 가능성이 높다. 말레이시아의 시민단체 저스트(Just)의 대표 찬드라 무자파(Chandra Muzafa)박사는 2013년 10월 말레이시아에서 열림 INEB회의에서 아시아에서 불교:무슬림의 인구비율이 42%로 같다는 점을 들어 로힝자무슬림에 대한 탄압이 미얀마를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불교-무슬림간의 폭력사태로 비화될 것이며, 이로 인해 아시아가 공멸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무슬림의 미얀마 불교도 규탄집회. “우리는 미얀마 불교인들을 죽이고 싶다”는 현수막 내용. (출처: 로이터 통신)
이미 2013년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서 무슬림에 의해 발생한 일련의 테러사건은 무자파 박사의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 2013년 3월, 인도네시아 난민센터에서 8명의 미얀마 불교도가 무슬림으로부터 폭행을 당해 목숨을 잃었다. 5월 말레이시아 주재 미얀마대사관을 공격하려고 계획한 2명의 무슬림이 체포되었으며 그해 6월 쿠알라룸푸르에서는 미얀마 출신의 불교도 4명이 폭도에 의해서 목숨을 잃었다. 말레이시아 경찰은 갈등을 통제하기 위해서 미얀마 이주민 60 여명을 체포하였다. 7월 인도 보드가야 마하보디 사원에서 발생한 폭탄테러 혐의로 무슬림이 체포되었다. 또한 8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서부지역에서 300여명의 불자들이 법회에 참석한 불교사원에서 2개의 폭발물이 터져 3명이 부상을 입었는데 현장에서 용의자들이 쓴 것으로 보이는 “로힝자의 절규에 대한 우리의 응답”이라고 적힌 메모가 발견되었다.
불교사원을 대상으로 테러가 일어난 인도네시아에는 이슬람 테러리즘의 역사가 있다. 10년 전 알카에다와 연계된 극단주의자에 의한 폭탄테러가 있었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시아 등 무슬림이 다수를 점하는 국가는 종교간 갈등에 의한 분쟁이 아시아 전역으로 확산되기 전에 미얀마 정부가 손을 써주기를 희망하고 있다. 더군다나 최근 프랑스, 벨기에 등 유럽에서 IS추종자들에 의해 발생한 테러와 더불어 올해 6월 방글라데시에서 종교소수자와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생한 자생적 테러는 이제 유럽은 물론 아시아까지 테러로부터 안전한 곳이 없게 되었다. 따라서 전 세계에서 테러위협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로힝자 무슬림 문제는 무슬림 극단주의 세력을 자극할 것은 물을 보듯 뻔하며 불에다 기름을 붙는 격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이제 로힝자 무슬림 문제 해결의 공은 올해 3월 아웅산 수치 여사에 의해 대통령으로 선임된 띤 쪼(Htin Kyaw) 정부와 아웅산 수치 여사에게로 넘어갔다. 그러나 아웅산 수치 여사는 로힝자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수치 여사는 노벨평화상 수상자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로힝자의 인권을 옹호할 책임이 있음에도 선뜻 그러한 의지를 나타내지 않고 있다. 달라이 라마 존자와 남아공의 데스몬드 투투 주교마저 아웅산 수치 여사를 향해서 로힝자의 인권을 개선해줄 것을 촉구했으나 수치여사는 묵묵부답이다. 오히려 수치 여사는 종종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를 주장해왔다. 그녀의 정당 NLD는 마바따 승려들을 두려워해서인지, NLD가 무슬림을 지지하는 정당이라는 주장을 일축하는데 필요한 모든 일을 해왔다. 이런 점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NLD는 작년 총선에서 무슬림 후보를 1명도 지명하지 않아서 빈축을 샀다.
게다가 수치여사는 “라카인에 사는 무슬림을 로힝자라고 부르는 것은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해 국제인권단체로부터 비난을 샀다. 수치여사의 이러한 발언은 올해 6월 UN인권이사회기 “로힝자가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받는 민족”이라는 요지의 보고서를 발표한 직후 나왔다. 로힝자 문제에 침묵해온 아웅산 수치 여사의 노벨평화상 수상을 철회해야 한다는 서명운동이 시작되기도 했다.
방콕주재 미얀마대사관 앞에서 아웅산 수치 여사와 아웅산 장군의 사진을 태우며 로힝자무슬림에 대한 학살을 규탄하는 로힝자 시위대(출처: D Chit Thu/facebook)
그래도 다행인 점은 2013년 이후 국제참여불교네트워크(INEB), Just와 같은 국제적인 불교, 무슬림 단체들이 연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단체들은 로힝자 문제가 아시아 전역의 불교-무슬림 갈등으로 확산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불교-무슬림 대화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BBS와 같은 극단적 불교민족주의자 그룹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접촉해왔다.
2012년 양곤 쉐다곤 파고다에 열린, 폭동 중단을 촉구하는 기도회(출처: Irrawaddy)
한편 미얀마의 불교교단이 마바따와의 관련설을 공식적으로 부정하기 시작했다. 올해 7월 12일 교단의 국가최고승려 조직이 불교민족주의 단체 Ma Ba Tha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성명은 “마바따가 승가의 기본적인 규칙, 절차, 지시에 의해 설립된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들어 마바따와의 선을 그었다. 2015년 NLD가 총선에서 승리한 이후 정치적 환경의 변화가 성명의 배경이 되었을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교단의 성명은 불교도들의 무슬림에 대한 반감과 불안을 조금이나 줄이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불교도에 의한 로힝자 탄압, 무슬림 혐오가 미얀마의 근현대사에서 권력에 의해 정치적으로 이용되었든, 아니면 미얀마의 식민지 유산에 의한 것이든, 또 아니면 개방이후 정치, 경제적인 맥락에 의한 것이든 간에 불교도인 버마족, 즉 불교민족주의 세력이 그러한 탄압의 중심에 서 있는 것으로 전 세계에 비춰지고 있음은 분명하다. 더군다나 불교민족주의 세력이 미얀마는 물론, 스리랑카, 태국에 존재하는 불교세력과의 협력을 통해서 불교국가 내에서 반무슬림 감정을 확대시키려고 하고 있기 때문에 불교는 더 이상 관용과 평화의 종교라 불릴 수 없게 되었다. 그럼에도 단지 ‘평화의 종교’라는 타이틀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아시아를 분쟁과 테러 없는, 진정한 평화와 행복이 자리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 아시아의 다른 불교교단과 함께 로힝자 무슬림 문제를 비롯하여 불교민족주의 문제를 공유하고 경계해야 한다.
우리가 시리아 내전 이후 유럽과 중동 곳곳에서 발생한 IS의 테러를 통해서 보아왔듯이 테러는 인간을 가장 비인간적이고 잔혹한 상황에 내몰기 때문이며 테러로 인해 고조될 아시아의 불안은 한반도의 우리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