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한 중동 여성 인권 보고서

세계/아시아 - 주현준 (자유기고가) | 2021. 제30

1. 서론

 

사우디아라비아는 2018년 기준 인구수 약 34백만 명이고 전체 아랍권 국가들 중에서 알제리에 이어 두 번째로 넓은 면적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다(Worldometers, 2018). 전체 인구 중 약 30%는 이민자들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비아랍권 국가 출신이기도 하다. 카타르만큼은 아니더라도 외국인들이 꽤 많이 거주하고 있으며, 걸프국을 포함한 산유국들 중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양의 오일머니를 보유하고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이러한 경제적 이점을 가지고 있는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국가 내에서도 보수적인 이슬람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여성 인권 신장에 기여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국제 여성의 날에도 거리를 거닐고 있는 사우디 여성들의 의상은 검은색 아바야로 일관될 정도로 여성들에게 보수적인 의무사항들이 강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 World Economic Forum)에서 조사한 글로벌 성평등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는 144개국을 대상으로 진행된 보고서에서 141등을 기록했다(WEF, 2016).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최대 산유국으로서 누리는 경제적인 이득과 국가의 위상과 비교해볼 때 문제가 될 만한 수치임이 분명하다. 다시 말해, 소위 선진국 또는 강대국이라고 불리는 국가들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매우 큰 폭으로 치우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지난 2016년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인 무함마드 빈 살만의 이념 아래 활기찬 사회’, ‘번영하는 경제’, ‘진취적인 국가를 추구하는 사우디 비전 2030’가 선포됨에 따라 석유를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를 개혁하겠다는 이른바 탈석유화 바람이 불게 되었다. 전국가적 차원의 개혁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는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서고자 지대한 노력을 기울였음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의 건국 이념인 와하비즘에 발목을 잡혀 여성의 인권이 이에 상응하지 못해 아직까지 이렇다할 성장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와하비즘이라는 개념은 무엇인가? 우리는 본론에서 이 개념에 대해 먼저 짚고 넘어갈 예정이다. 그 이후에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권리에 직접적인 변화를 가져다 준 영화 <와즈다>의 의의에 대해서도 살펴볼 것이다. 마지막으로는 영화 와즈다 이외에 여권 변화의 요인이 된 비전 2030에 대해 설명하면서 이 글을 마칠 것이다.

  

2. 중동 여권 변화를 위한 이해 : 와하비즘

 

와하비즘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아라비아 반도 내 근대 이슬람 부흥운동의 효시로 1932년 사우디아라비아가 건국되는 데 기여한 기초적인 이념이다. 와하비즘은 이슬람 수니파의 주요한 근본주의적 분파로 1745년 이슬람 학자인 무함마드 빈 압둘 와하브에 의해 정립되었다. 이슬람 원리주의인 살라피야 사상을 이어받은 이슬람의 보수주의 운동을 지칭하며 이슬람의 근본 교리로 회귀하는 것을 주장하는 이념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슬람 근본 교리로의 회귀를 강조하는 와하비즘 이념을 수립한 와하브는 이슬람 신학 4대 학파의 하나인 한발리 학파의 추종자로 18세기의 아라비아 사회를 이슬람 부흥 이전인 7세기 이전 시대처럼 부패하고 타락한 사회로 인식해 유일신론인 타우히드에서 중시하는 엄격한 교리를 실천하고 설교했다. 또한 와하브는 당시의 이슬람 사회가 낙후된 것은 무슬림들이 이슬람의 올바른 길에서 벗어났기 때문이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서는 이슬람의 경전인 쿠란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인식으로 인해 와하비즘은 코란에서 언급한 구절과 내용을 해석하는 것을 바탕으로 한 이념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림코란-4장 1(번역본) 

 

코란의 일부 구절을 참고해보면 알 수 있듯이, 여성들의 활동에 제한을 두는 내용 이외에도 평등을 강조하는 내용의 구절도 분명히 존재한다

는 점을 알 수 있다. 와하비즘은 예언자인 사도 무함마드와 그의 동료들이 살았던 7세기 당시의 이슬람 교리만을 순수하고 온전한 이슬람으로 간주했으며, 그 이후의 관행에 대해서는 정통이 아닌 이단으로 여겨 배척했다. 와하비즘에 따르면, 여성의 권리는 서구적인 개념에 불과한 것이었기 때문에 코란의 내용을 재해석하고 와하비즘에 유리한 구절만을 적용한 결과 지금의 중동 여성관이 보이게 된 것이다.

20세기 초 와하비즘은 사우드 가문이 아라비아 반도 내에서 하심가와 라시드가와 같은 막대한 영향력을 끼쳤던 경쟁가문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도록 한 이념적 기반을 제공했을 뿐만 아니라 지하드라는 이름 아래 사우드가의 아라비아 반도에 대한 정복사업에 정당성을 부여하기도 했다. 이러한 배경에 비추어볼 때, 사우디아라비아의 사우드 가문은 건국 이후 자신들이 아라비아 반도를 통치하는 데 있어 정치적 정당성을 획득하고 유지하기 위해서 이슬람을 보수적으로 해석한 와하비즘만이 순수하고 이슬람을 가장 올바르게 해석한 것임을 강조했으며, 이를 국민들에게까지 주입해 왔다. 그 결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이루어지는 교육들은 와하비즘에 기반한 이슬람 교육이 강조되어 왔으며 사우디아라비아 사회는 여성들의 운전이 금지되는 것을 비롯해 기본적인 사회참여가 제한되는 등 전 세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모습을 띄게 되었다. 이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는 자신들의 종교적 믿음을 강화하고 전 세계에 전파하기 위해 다양한 모금활동을 통해 수니 이슬람 극단주의 단체들에 대해 다양한 경로를 통하여 재정적 지원을 꾸준히 해오는 모습을 보이기까지 했다. 이점을 들어 현대사회의 일부 관계자들은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IS, 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 테러리스트 양성에 와하비즘이 적지 않은 기여를 하고 있다는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3. 중동 여권 변화 계기 : 와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여성 권리 변화에 시발점 역할을 한 것으로는 영화 와즈다를 꼽을 수 있다. 지난 2012년 제작된 이 영화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모든 장면이 촬영된 최초의 영화인 동시에 여성 감독인 하이파 알만수르에 의해 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와즈다가 개봉되기 이전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는 여성들이 자전거를 타는 행위도 금기시된 것 중 하나였는데, 상영되고 1년이 지나고 나서 여성들의 자전거 타기가 공식적으로 허용되었다. 와즈다는 5년이라는 긴 시간에 걸쳐 제작된 영화로 남녀가 한 장소에 같이 있는 것조차 금기시되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여곡절 끝에 제작된 영화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이 억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슬람 율법으로 인해 촬영에 수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즈다는 개봉 이후 중동 내에서 가장 보수적인 나라로 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여성들의 지위와 관련해 변화를 불러일으켰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다.

 

4. 중동 여권 변화 요인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권리가 변할 수 있도록 초석을 제공한 데에는 전 국왕인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의 노력이 컸다. 압둘라 전 국왕은 점진적인 개혁주의자로도 알려져 있는데, 그는 석유에 크게 의존하는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서는 여성 인력의 활용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으며, 나아가 사우디아라비아가 G20에 걸맞는 국제적 위상을 갖추기 위해서도 여성들의 인권 향상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판단했다. 압둘라 국왕은 지난 2005년부터 10년 동안 집권해 있으면서 여성 인권과 관련해 수개의 개혁 조치를 취했는데 크게 사우디아라비아 내 최초로 남녀공학 대학교 설립, 여성들의 독자적인 신분증 발급, 올림픽 등 국제대회 내 여성의 스포츠 활동 허가, 여성들의 정치 참여 허용을 나열해 볼 수 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보수적인 건국 이념인 와하비즘의 방향성과는 다르게 점진적인 성향의 압둘라 국왕 이후 왕위 계승이 확정된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는 자신의 정치적 권력 승계에 정당성을 부여받고자 전국가적 차원의 사우디 비전2030’을 추진했다. 이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의지하던 석유기반 경제구조를 개혁함으로써 경제다변화를 추진하기 위한 목적의 경제프로젝트이다. 한편, 사우디아라비아는 석유자원이 고갈될 것에 대한 우려로 수십 년 전부터 이같은 종류의 경제다변화 정책을 단행해왔기 때문에 무함마드 왕세자의 비전2030은 새로울 것이 없다는 식의 긍정적이지 못한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무함마드 왕세자가 최근 보여준 진보적인 행보는 기존 사우디아라비아 사회의 전통과 관습에 반하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이전에 찾아볼 수 없는 조치들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도 하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한 해당 프로젝트에는 여성들의 권리를 개혁하기 위한 내용도 명시되어 있다는 것이 와하비즘에 의해 건국된 사우디아라비아의 기존 모습과는 다른 부분이라고 할 수 있다.

 

 

[표] ‘사우디 비전2030’에 명시된 여성 권리 개혁 조치 내용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한 사우디 비전2030의 일환으로 지금까지 공표된 프로젝트로는 리야드 남부 알-끼디야 지역 내 엔터테인먼트 시티 개발계획, 홍해리조트 건설 프로젝트, 미래신도시 네옴(NEOM)’ 건설 프로젝트 등이 있다. 이와 같은 하드파워 구축정책 외에도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는 일반 시민들을 체포할 수 있는 종교경찰의 권한 축소, 콘서트 및 영화관람 금지 해제 등이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은 무함마드 왕세자가 왕의 칙령으로 여성운전 허용을 발표했다는 점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에게 운전을 허용함으로써 이들의 노동시장 진출이 활발해지고 이로 인한 경제력 또한 형성돼 향후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결정권은 점차 강화될 것이다. 이러한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운전허용 정책은 경제적 차원의 혜택뿐만 아니라 사회적 차원의 효용성 증대로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는 사우디 비전2030은 긍정적인 면만을 담고 있지는 않다. 일각에서는 무함마드 왕세자의 프로젝트를 두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없는 과장된 메가 프로젝트’, ‘국제사회에 보여주기식 정책’, ‘정치개혁은 부재한 비균형적인 프로젝트등의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했을 때,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장기 경제프로젝트의 성공여부가 그의 확실한 왕권승계를 결정짓기 때문에 그의 판단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5. 결론

 

걸프국을 비롯해 중동국가 중에서 최대 산유국으로 손꼽혀 잠재적인 경제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국가임에도 불구하고 사우디아라비아는 건국이념인 와하비즘을 기반으로 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현대사회에까지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점진적인 개혁 성향을 가지고 있는 압둘라 전 국왕과 왕위 계승이 거의 확실시된 무함마드 왕세자의 장기프로젝트인 사우디 비전2030 추진을 통해 온건 이슬람으로 회귀하고자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아직까지도 미흡한 부분이 많은 게 현실이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불고 있는 여성 인권 개혁 운동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만의 유일하고 독자적인 운동이라고 볼 수 없다. 중동 전역에서 불고 있는 민주화 운동과 더불어 여성들의 권리를 신장하기 위한 요구는 전 세계적인 이슈인데, 사회 곳곳에서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이나 위드유 운동이 대표적인 예이다. 오늘날 여성들의 권리는 민감하면서도 매우 중요한 관심사로 대두되고 있다. 다른 문화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중동 국가, 그 중에서도 가장 보수적인 국가로 손꼽히는 사우디아라비아도 예외가 될 수는 없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석유가 고갈되더라도 경제 대국으로 성장하는 것을 넘어서 강대국의 대열에 들어서기 위해서는 여성의 인권, 즉 여권을 절대로 간과해서는 안 된다.

현재까지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무리 없이 진행되고는 있지만 앞으로 더욱 실질적인 개혁 조치가 추가적으로 발표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에 이와 관련해 지속적인 관심을 보일 필요가 있다. 따라서 우리는 중동, 특히 사우디아라비아 여성들의 인권이 신장됨에 따라 사우디아라비아의 경제를 비롯한 전반적인 성장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는지에 대해서 꾸준히 주목해봐야 할 것이다.

 

<참고자료>

 

연합뉴스, 세계 여성의 날 여권 후진국사우디·이란 상반된 풍경(종합), 연합뉴스, 2018

홍영복, 기적을 선물한 사우디 최초 영화 와즈다’, “왜 여자는 안 되죠?”, 여성신문, 2014

김정명, “영화 와즈다로 본 사우디 여성의 미래”, GCC 국가연구소, 2014

엄익란, “사우디비전 2030에 따른 사우디 사회변화”, GCC 국가연구소, 2017

송상현, “사우디아라비아 온건 이슬람으로의 회귀”, GCC 국가연구소, 2018

엄익란, “2018624, 사우디아라비아 여성운전과 이크틸라트(남녀공존)’ 시대 도래”, GCC 국가연구소, 2018

손성현, “‘사우디 비전 2030’의 주요 내용과 시사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2016

"Saudi Arabia Population", Worldometers, 2018

"Global Gender Gap Report 2016", World Economic Forum, 2016

"Saudi Vision2030", vision2030.gov.sa/en, 2016

주현준 (자유기고가)
중동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해
대학에서 아랍어를 전공하고, 아랍어어학병및정부초청 장학생의 기회를 얻어 쿠웨이트를 다녀온 바 있습니다.
아직은 배울게 많지만 관심분야에 대한 짧은 내용을 나누고 지혜를 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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