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동양사회사상적 사회변동이론 試論 - 인간적·사회적 마음 구성체의 변동을 중심으로 -

시민보살육성 -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 2021. 제30

4. 마음 구성체 내부의 기()의 흐름: ‘K-방역의 사례



인간적·사회적 마음 구성체가 변동을 한다는 것은 제2<그림 1>의 마음 구성체가 시공간적 좌표축 위에서 역동적으로 움직임을 의미한다. 아래 <그림 2>는 이를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그림 . 마음 구성체의 역동성

 

<그림 2>의 변동 모형에 입각하여 내 마음으로서 의지의 변화를 설명해 보자. 의지는 개인의 욕망과 활동기관, 그리고 사회적 기능체계와 사회의 구동기관 등의 다중적 관계로부터 변화의 압력을 받는 것으로 해석된다. 마찬가지로 우리 마음으로서 여론의 변화도 사회적 기능체계와 사회의 구동기관, 그리고 그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들의 욕망과 그들의 활동기관들 사이의 복잡한 사회적 관계들의 작동으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개인의 삶의 변화이든 사회적 현상의 변화이든 그러한 변화들은 개인의 욕망과 그 매개기관인 활동기관들의 관계, 사회의 구성 요소들과 그 매개기관인 구동기관들 사이의 관계, 그리고 내 마음의 활동기관과 우리 마음의 구동기관 사이의 다중의 관계 등 수없이 복잡한 관계들의 역동성에 의해 결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 중에서도 특히 우리가 채택한 연기법적 관점(조건적 발생론의 관점)에서 볼 때, 궁극적 원인들에서 파생된 관계성을 매개하거나 조율하는 다양한 매개기관들 사이, 즉 인간의 활동기관과 사회의 구동기관 사이에서 작동하는 다양한 역동적인 관계들이야말로 사회변동에 결정적인 의미를 갖는다.

이를 구체적으로 입증하기 위해 COVID-19로 인해 한국사회에서 작동하기 시작한 이른바 ‘K-방역을 한국사회의 사회적 에너지()의 흐름, 즉 마음 구성체를 구성하는 사회적 관계들의 작동들로 설명해 보자. ‘K-방역은 팬데믹으로 불리는 지구적 차원의 재난인 COVID-19의 확산을 저지하는데 놀라운 효과를 드러냄으로써 한류만큼이나 전지구촌에 회자되고 있다. 그러나 한류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학문적 논의가 아직도 부재한 것과 마찬가지로, 아직까지도 ‘K-방역을 특징짓는 구성요소는 무엇이고, 그것들이 어떻게 COVID-19의 전염을 억제하는 작용을 하였는지에 대한 설득력 있는 해석이 부재하다. 이에 우리는 <그림 2>에서 제시한 인간적·사회적 마음 구성체 모형으로 ‘K-방역을 특징짓는 구성 요소와 그러한 구성 요소들이 어떻게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는데 작용하였는지를 밝혀 봄으로써 우리의 이론모형이 특정한 사회의 사회적 관계의 흐름을 밝혀 줄 수 있는 경험연구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드러내 보고자 한다.

우선 ‘K-방역의 구성 요소를 <그림 2>에 따라 서술해 보자. 체제 차원에서 볼 때, ‘K-방역은 이른바 한국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채택함으로써 중국이나 북한 등의 사례에서 드러난 사회주의 체제의 재난지역 봉쇄형과는 다른 방역체계를 가동시켰다. 오히려 정치경제학적 차원에서 볼 때는 미국 등의 서구형 방역체계와 유사한 자유방임형 방역체계를 가동시켰지만, 생활세계의 차원에서는 대단히 권위주의적인 하향식 통제방식을 채택함으로써 서구형과도 다르게 작동했다20). 이는 한국형 사회적 거리두기를 채택한 ‘K-방역이 인구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전염병 확산을 저지할 수 있는 방역체계임을 입증한 것으로서 체제 차원에서의 한국사회적 조건, 즉 한국사회에 작동하는 사회체제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결정적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이 한국형 사회적 거리두기가 정치 및 경제 차원에서 인구의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하면서도 전염병 확산을 저지하는 효과를 지속하는 일종의 사회적 면역체계로서 정착했다는 사실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이를 가능하게 한 조건, 즉 한국 고유의 마음 문화21)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엇보다도 문재인 정부는 정책적 차원에서 사회적 거리두기의 실천전략을 잘 갖추어 시행하였고, 매스미디어는 각종 인포데믹을 통제하고 오직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 효과에 집중하도록 소통 체제를 가동시켰으며, 방역당국에 종사하는 의료 전문가와 감염 및 전염병 전문 민간 의료인들의 연구 활동 및 주장, 즉 비말전파 주장 등이 적절하게 개입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는 국민들의 행동, 소통, 사고 등으로 효과적으로 전달되었다. 실제로 한국인들 개개인은 정부의 정책 등 각종 사회적 매체로부터 전달되는 정보를 믿고 신뢰하여 대부분 각종 활동을 자제하고 마스크를 잘 착용하였다.

물론 ‘K-방역의 경우에도 수많은 개인들이 본능적인 욕망에 패배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지 않았을 수도 있고, 일부는 집단감염의 매개가 된 몇몇 교회처럼 자신의 이해관계를 고집하여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사회적 면역체계를 교란시키기도 하였다. 실제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다소 느슨해진 2020815일 광화문 집회를 계기로 COVID-19가 재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기도 하였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개인의 욕망이나 개체의 이해관계가 ‘K-방역체제의 통제 범위 속에서 작동하였다는 것이 ‘K-방역에 대한 대체적인 평가이다. 다만 ‘K-방역COVID-19 확진자 발생이 계속됨에 따라 지속적으로 억압되어 온 개인의 욕망의 문제를 어떻게 해소하고, 나아가 개체의 이해관계를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과제를 안고 있다. 또한 ‘K-방역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확진자, 자가격리자, 사망자와 그 가족 등의 정신적 트라우마나 불안 같은 정신적 후유증에 대한 적극적인 대책은 전개하지 못하고 있다는 근본적인 한계를 내포하고 있다

 

5. 마음 구성체의 거대한 전환과 실천의 확장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분명히 밝혀졌듯이 마음 구성체는 인간은 물론 사회의 영역까지를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마음 구성체를 이렇게 사고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라 최소한 근대 이전까지 한국사회의 통상적인 사고 관행이었다. 예컨대 근대 이전까지 한국사회에서는 성학(性學)으로서 심학(心學)을 추구하였고, 구체적인 실천학으로서 예학(禮學)이 매우 발달하였다.22)

실제로 한국 유학계에서는 인간의 몸과 행위를 조절하는 예학을 통해 심학의 가르침을 체득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최고의 목적이었다. 예학 연구자로 알려진 유권종은 퇴계의 심법(혹은 심학)과 예의 관계를 논의하면서 혈기의 다스림과 기력의 강화가 예에 의해 이루어진다는 것은 문화가 몸을 규제함으로써 마음의 작용에 일정한 방향과 지속성을 갖도록 해주는 역할을 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것이 문화로서의 예가 심법에 관여하는 하나의 방식임에 틀림없다.”(유권종, 2009: 68)결론짓는다. 이는 근대 이전까지 한국사회에서 작동한 마음 구성체가 인간, 대상, 그 매개로서 몸, 그리고 그 총체적 결과이자 주재자로서 마음 등으로 구성되어 작동하고 있었음을 의미한다. 그렇기 때문에 근대 이전까지 한국사회의 마음 구성체에서 사회의 작동과 사회의 각종 매개기관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낮을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마음 구성체는 근대 서구 문명의 영향이 한국사회 속에서 전일화되어 감에 따라 크게 변화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대상으로서 사회가 분화를 거치면서 매우 복잡하고 비대해지기 시작하였고, 더불어 그러한 사회 영역의 작동을 개인의 삶에 전달하는 매개기관도 매우 고도로 발달하기 시작하였다. 이제 마음 구성체의 변화는 사회의 변화에서 시작하는 것이 당연한 것처럼 보인다. 이 때 가장 설득력 있는 사회변동 모형이 바로 실천을 강조하는 맑시즘이다. 만약 맑스의 사회과학방법론에 내재한 추상과 구체의 불일치와 그에 수반되는 실천론의 관점에서 맑스의 사회변동이론을 관찰한다면, 맑스의 사회변동론은 닫힌 이론이 아니라 열린 가능성으로 다가온다. 예컨대 [경제학철학 수고]에 나타난 인간노동, 의식, 그리고 사회성의 관계에 대한 맑스의 논의를 보자.

 

“(1) 인간은 자신의 생명활동 자체를 자신의 의지와 의식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는 의식적인 생명활동을 가진다. ... 인간이 의식적인 존재, 다시 말해 그의 삶이 자신에게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가 유적 존재(a species-being)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인간의 활동은 자유로운 활동이다. ... 그러므로 인간은 대상적 세계에서의 자기노동을 통해 자신이 유적 존재임을 증명한다. 이 생산은 인간의 능동적인 유적 삶이다. 이 생산을 통해 자연은 인간에게 자신의 작품으로서, 자신의 실현성으로 다가온다. ... (2) 소외된 노동은 이 관계를 전도시킨다. ... 자기 생산의 대상물을 인간에게서 떼어 버림으로써 소외된 노동은 인간으로 하여금 그의 유적 삶, 유적 존재로서 그의 진정한 대상성을 박탈하고, 그의 비유기적인 신체인 자연을 자신에게서 떨어져 나가게 함으로써 동물보다 우원한 존재가 동물보다 못한 존재로 바뀌어 버린다. 또한 소외된 노동은 자발적이고 자유로운 활동을 수단으로 전락시킴으로써 인간의 유적 삶을 자기 몸뚱어리의 보존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시킨다. ... 소외된 노동은 ... 인간의 유적 존재를 자신에게 낯선 존재로, 자신의 개인적 생존 수단으로 바꿔 버린다. ... 인간이 자신의 노동생산물, 삶의 활동, 유적 존재로부터 소외되어 있다는 사실의 직접적인 결과로 빚어지는 것이 인간에 의한 인간의 소외다.(Tucker, 1978: 74-77)

 

위의 인용문에서 (1)은 맑스가 추상 수준에서 인간의 유적 본성을 전제한 것이고, (2)는 구체 수준에서 소외된 노동이 강제하는 인간소외의 네 가지 실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는 내용이다. 결국 (1)(2)의 내용을 종합해 보면, 추상 수준의 이상(理想)과 구체 수준의 실상(實相)의 불일치를 드러내고 있는데,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관계에서 파생된 것이다. 따라서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임노동을 강제하는 생산양식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지극히 자명해진다. 결국,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 대한 비판은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밖에 없다. 이러한 노동소외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생산 관계와 생산력 등 물질적 조건의 변화가 요구되고, 맑스는 그 실천을 프롤레타리아의 역사적 임무로 제시하고 있다.23)

이렇듯 인간의 실천으로 연결되는 맑스의 사회변동이론은 생산양식이라는 원인(), 노동이라는 조건(), 그리고 인간의 실천이라는 결과()로 드러나며, 이는 <그림 2>에서 볼 수 있듯이 마음 구성체의 일부를 잘 드러내 주고 있다. 맑스의 사회변동이론은 비록 <그림 1>의 총체성에 비춰 볼 때 매우 단순한 인과관계로 구성되어 있다는 한계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사회변동을 인간의 의식 및 심리적 요소와 사회의 정치경제적 요소, 그리고 그것을 매개하는 노동이라는 활동기관을 요소로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 구성체의 구성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특성을 포착해 아이의 인지발달에 적용한 것이 비고츠키이다. 비고츠키는 발달심리학의 창시자이자 맑스주의 심리학자로 알려져 있는데, 그는 개인과 사회는 분리할 수 없는 하나의 단위이며, 인간 행동은 사회적 맥락을 벗어나서 이해할 수 없고, 아이의 인지발달은 문화적 맥락 속에서 축적되는 역사적 과정이라고 주장한다(김태련 외, 2004: 157-161). 이처럼 개인의 인지발달을 사회문화적 맥락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비고츠키의 사회구성주의적 접근은 맑스주의적 사회변동이론을 교육학이나 심리학적 차원으로 확장하는 것에 성공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러나 비고츠키의 논의는 마음 바탕을 변화시킬 정도로 강력한 변동의 내용을 갖고 있지 못하며, 사회구성체의 규정력으로부터도 자유롭지 않다.24)

한편, 마음 구성체의 근대적 전환은 인간적 실천과 관련해서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무엇보다도 마음 구성체의 근대적 전환은 마음 구성체의 물화를 의미하는 동시에 마음의 축소를 의미한다. 문제는 이러한 마음 구성체의 전환으로 말미암아 마침내 인간은 몸과 동일시되기 시작했고, 갈 곳을 잃은 마음은 인간 혹은 몸 안에 감추어진 그 무엇으로 취급되었다. 심지어 최근 심리상담 열풍이 시사하듯이 마음은 인간의 행복과 몸의 이완을 위한 통제의 대상으로 전락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은 한국의 전통적 마음 구성체에 비춰 볼 때, 전도몽상과 다를 바 없다. 이는 근대적 마음 구성체의 이상이 한국사회의 마음 문화의 실제 작동 현실과 괴리를 가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는 이러한 괴리를 해소하기 위한 개인적 차원의 마음 수행 실천이 보강될 수밖에 없다. 최근 명상 열풍은 그 조짐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근대적 마음 구성체의 전환이 가져온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간화선 수행법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선불교는 맑스가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거나 다소 경시한 인간의 마음 혹은 마음가짐의 작동(기의 흐름)을 근원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실천을 매우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논의해 보자. 선불교는 인간의 본래 마음자리인 불성을 깨닫는 것, 즉 견성을 향하여 오매불망 정진하는 실천으로 일관해야만 하는 실천의 불교다. 특히 인간의 자연스러운 생물학적 욕망이 솟아나서 실천을 방해할 때마다 그것의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오로지 화두에만 집중해야 하는 실참을 끈질기게 지속해야 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추상 수준에서 이상적인 인간의 본성인 불성이 모든 인간에게 존재한다는 전제와 현실이 불일치함을 읽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법과 의존적 발생 사이의 긴장을 읽을 수 있다. 선불교의 경우 이 불일치를 해소할 수 있는 실천적 장치로 팔정도를 요구한다. 다시 말해서 선불교의 수행이란 팔정도를 실천함으로써 이른바 세속과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활동기관, 언어기관, 사유기관을 바르게(중도적으로) 조절하는 실천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를 철두철미하게 실천해 나갈 때 자연스럽게 온갖 세속적인 모든 경계 긋기를 초탈할 수 있게 되고, 그때 비로소 서서히 찾아오는 무념(마음의 안정상태)을 경험하게 된다. 이때의 상태를 견성의 마음가짐이라 할 수 있으며 인간의 마음 구조와 그 씀씀이가 완전히 달라졌음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러한 마음의 변화에 기초할 때 그의 사회관계는 선한 것으로 실천될 수 있다는 것이 선불교에 내포된 사회성이다.

이러한 선불교는 인간 마음을 본성적으로 선한 것 혹은 불성이 내재한 것으로 전제하고, 그러한 선한 마음에 영향을 미치는 관문을 잘 통제함으로써 원래의 마음을 더럽히는 각종 해악()을 제거하여 내 마음의 평화 및 행복을 추구한다. 또한,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선한 사회관계를 형성할 것을 윤리적으로 강제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사회의 작동과 그로 인한 사회적 영향력을 설명할 수 없는 결정적 한계를 갖고 있다.

바로 이 지점에 이르면 맑스의 실천지향적 사회변동이론과 선불교의 실천지향적 인간변동이론을 종합할 수 있는 새로운 사회변동이론의 모형을 요청할 수밖에 없다. <그림 2>의 마음 구성체의 변동을 통한 사회변동이론 모형은 이러한 요구에 부합된다. 나아가 이 사회변동이론 모형은 조건()의 조절 및 매개의 역학을 매우 강조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것에 의해 실제로 사회의 커다란 변동이 발생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데, 이를 연기법에 기초한 사회변동이론(혹은 동양사상적 사회변동이론)이라고 결론짓고자 한다.

 

6. 결론

 

며칠 전 한평생 간화선 수행에만 매진한 대선사와 밤이 이윽토록 선문답 아닌 선문답을 하였다. 문답 중에 대선사는 마치 나의 대답을 이미 예견하고 있는 듯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뜸 다음과 같이 물었다. “한평생 무엇을 하며 살았소?” 교수인지 알면서도 굳이 이러한 질문을 던지는 까닭에 착안하여 솔직한 마음으로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평생 남의 돈만 세면서 지금까지 살았습니다.” 그러자 선사는 또 대답을 정해둔 것처럼 그러면 이제부터 자신의 보물을 찾아야지. 간화선을 실참하면 마음의 변화를 당장 체득할 수 있어.”

그렇다. 맑스처럼 계급적 실천을 통해서도 마음 구성체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간화선을 통해서도 마음 구성체를 바꿀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전통사회의 경우 한국의 수많은 간화선 수행자는 물론 퇴계를 비롯한 수많은 예학자들이 몸과 행동과 생각을 바르게 하는 것만으로도 사회의 변화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경우에는 그것 이외에도 루카치, 그람시, 알뛰세르 등 맑스의 후계자들이 관심을 기울인 사회의 각종 매개기관을 여하히 조절하느냐의 문제도 매우 중요한 사회적 실천의 과제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루만의 사회변동이론이 잘 보여주고 있듯이 사회의 변화는 소통 수단의 변화에 의해서도 일어난다. 또한 현대사회의 경우 각종 매개체의 작동, 즉 변동의 원인을 조절하고 매개하는 조건()과 연관된 실천적 과제들도 제기된다.

문제는 마음 구성체와 마음 구성체의 변동 모형에서 암시된 실천들을 어떻게 모두 실천할 것인가이다. 일견 불가능한 듯하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과 사회적 작동의 조건인 한, 우리는 그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을 수 없다. 베버의 말로 마무리한다. 불가능에 도전하지 않으면 가능한 것마저도 성취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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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독일 베를린이나 이탈리아 로마의 시위 소식에서 알 수 있듯이 최근 유럽에서는 정부가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한 것을 두고 개인의 자유를 침해한 독재라고 비판하는 항의 시위가 한창이다. 반면에 한국인들은 마스크 착용을 자발적으로 잘 준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문재인 정부의 이른바 ‘K-방역에 대한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 쿠키뉴스가 데이터리서치에 의뢰하여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정부의 코로나 19 대응의 신뢰도를 물은 결과, 응답자의 67.7%(조금 신뢰한다 22.6%+매우 신뢰한다 45.1%)가 신뢰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쿠키뉴스 여론조사, 2020.08.26.). 이는 한국인의 생활세계에 작동하는 권위주의 문화가 아직도 유효하게 작동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증거로 보인다.

21) <그림 2>에서는 내 마음우리 마음의 교집합 영역에 존재하는 매개 요인들과 그 요인들의 역동(작동)에 해당한다.

22) 이에 대한 자세한 논의는 유권종(2009)을 참고하기 바란다.

23) 실제로 맑스는 모든 자기 활동을 완전히 박탈당한 오늘날의 프롤레타리아들은 완전하고도 더 이상 구속받지 않는 자기 활동, 즉 노동을 실현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Tucker, 1978: 200).

24) 이에 관한 자세한 논의는 칼 래트너· 다니엘레 누네스 엔히크 실바 외(2020)를 참고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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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신대승네트워크 <트렌드&리서치센터> 대표
편집진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