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종언론’에 대한 법원 판결 이후 필요한 것

불교/종교 개혁 - 박재현 (협업미래센터 소장, 편집위원) | 2021. 제28

지난 115일 법원은 불교닷컴과 불교포커스를 해종언론이라고 지정한 조계종단의 근거를 배척하였다. 조계종단이 주장한 근거는 두 언론이 국가정보원과 결탁하였다거나 국정원 프락치라거나, 국정원 직원과 정보를 거래하였다는 것이다.

조계종단은 법원에서 자신의 주장을 증명하지 못했고, 오히려 법원은 조계종단이 해종언론이라고 제기한 근거가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인 근거가 없으며, 현저히 합리성을 결여한 비판이며, 기자들의 명예 내지 인격권을 침해한 것이라고 지적하였다. 또한 출입, 취재, 광고, 접속, 접촉을 금지한 이른바 소위 5조치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취재활동을 방해하여 헌법상의 기본권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이를 근거로 조계종단이 양 언론사에 각각 3000만원의 손해배상을 할 것을 결정했다.



201511월 4일 중앙종회의 결정을 근거로 총무원이 홈페이지에 두 언론을 해종 매체로 공지한 이래 1900여일이 지나고 있다. 이 기간 동안 두 언론사는 해종언론이라는 낙인으로 조계종단 내에서 본연의 취재활동을 일체 금지 당하였고, 광고금지 등으로 존립기반이 흔들릴 정도로 경영상에 심각한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번 판결을 통해 확인할 수 있듯이, 지난 6년 여간 조계종단은 근거 없는 사유로 양 언론사와 소속 기자들에 대한 헌법상 기본권을 침해하였음이 증명되었다. 해종언론 지정 당시부터 종단 안팎의 시민사회, 언론계 등에서 지속적으로 해종언론 지정 철회를 요구하였다. 종단이 이러한 요구를 일찍이 수용하여 해종언론 지정 조치를 바로 잡았더라면, 법원의 판결이라는 외부적 결정에 의해 종단의 종무행위가 바로잡히는 우는 피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법원의 판결을 존중하여 해종언론이라는 낙인을 거둬들이고 그간의 오판과 잘못을 바로잡는 조치들을 시행해야 한다. 특히 언론의 자유는 헌법상 기본권으로 국가와 사회를 조화롭게 살아가게 하는 사회적 핵심 가치이다. 이를 존중하고 지켜나가는 것이 사회 속에 불교가 공존하는 모습이며, 한국불교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다. 

 

조계종 총무원은 중앙종회의 결정에 기대어 책임을 회피하거나 시간을 끌려 해서는 안 된다. 2015년 당시 중앙종회의 해종언론 결정은 양 언론사의 종단 비판 기사에 불편함을 노출한 것이고, 이에 대한 가장 극단적 조치를 종단에 촉구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과 촉구는 선언적 내지 정치적 결정이지 총무원을 구속하는 법적 결정이 아니다. 따라서 총무원은 이러한 중앙종회의 요구나 결정을 굳이 사회적 물의를 빚으면서 따를 필요는 없었다. 특히 해종언론 지정과 같이 헌법상 기본권을 제약할 정도의 중요한 사안이라면, 그 사실적 근거를 명백히 확인하고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것이다. 또한 그 결정의 근거가 잘못되었거나, 허위로 밝혀졌다면 더더욱 그러한 결정을 단호히 배격하고 잘못된 결정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는 각종 종무행위들을 바로잡는 것이 책임 종무행정이다. 1994년 종단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 삼권분립을 강화한 이유가 이렇듯 각 종무기관들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종단이 책임 종무행정을 여법하게 수행하도록 함이다. 지금이 삼권분립에 의한 책임 종무행정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 

 

또한 언론은 진실보도라는 정론직필의 역할이 있다. 이를 통해 조계종단을 건강히 하고, 한국불교를 넓히는데 기여하는 것이다. 진실보도의 과정에서 당연히 비판의 칼날이 작동한다. 불편할지라도 이를 존중하고 수용하는 자세로 전환할 때 역동적인 균형과 조화로운 종단이 유지될 수 있다. 물론 보도과정에서 생산되는 오보 등에 대해서는 해종언론 등의 정치적 낙인이 아닌 언론중재위원회 등과 같은 합법적 절차를 이용하여 대응하고, 언론사들도 스스로 불교언론 윤리강령 등을 제정하여 스스로를 성찰하는 기준을 만들 필요도 있다. 

 

한편, 한국불교의 공론의 장을 복원하는 것도 중요하다. 한국불교의 최근 10여년은 공론장이 무너져가는 시간이었다. 그러다보니 공론장에서 토의되고 논쟁되어야 할 공공의 쟁점들에 대해 자신의 주장만 옮음을 세력으로, 힘으로 입증하려고 한다. 정치적 잣대로 판단하여 힘의 논리로 이루어지는 행위와 그 결과는 결국 한국불교에 대한 불신 증대와 사회적 영향력의 약화로 귀결되고 있다. 공론장을 형성해야 하는 역할을 도모해야 할 언론도 그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 언론도 신뢰를 회복해야 한다. 그래서 한국불교의 다양한 사안과 정책에 대한 공적 논쟁과 토의의 장으로서 공론장이 필요한 것이다. 공식화된 혹은 대규모의 공론장이 아니더라도, 불자로서 스스로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 상시적이고 일상적인 공론장이 다양하게 온오프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어져야 한다. 이는 한국불교에 대한 신뢰 회복과 건강성을 만들어 가는 필수적 요소이다각자가 처한 자리와 공간에서 시작하되, 불교시민사회가 먼저 공론장 형성에 한걸음 나설 때이다

박재현 (협업미래센터 소장, 편집위원)
1994년 종단개혁에 참여, 개혁회의 기획조정실 기획위원으로 종단의 종헌․종법 입안 활동. 그 후 총무원에서 10여 년간 종무원으로 생활하다가, 현장에 대한 갈증으로 월정사(교구본사)로 장을 옮겨 10여년간 사찰과 지역의 불교현실체험. 20여 년간의 종단생활을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한국불교의 길을 찾고 있다.
현재 :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사) 함께하는 경청 기획운영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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