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법석에서 우리 신대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답변으로 신대승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 실천규범인 6바라밀에 대해서 간단히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1. 대승불교

‘新대승’이라 할 때 ‘新’은 새롭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신이 수식하는 말이 ‘대승’이므로 ‘신대승’은 대승을 새롭게 한다, 대승불교를 혁신한다는 뜻입니다. 그러므로 ‘신대승’에 대해 말하려고 하면 먼저 ‘대승불교’에 대해 말하지 않을 수 없겠지요?

대승불교가 어떻게 발생했는가? 부처님 입멸 후 시간이 지나면서 불교는 대중의 생활과는 멀리 떨어진 채 학문연구와 논쟁에 몰두했습니다. 수행이나 자비의 실천에 소홀했던 이 시기의 불교를 부파불교라고 합니다. 이에 재가자를 중심으로 이런 모습을 비판하면서 이건 불교의 바른 모습이 아니다, ‘외치면서새로운불교운동을추진했는데이를대승불교라고합니다.

그런데 대승불교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도 있습니다. 반야경,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 같이 우리가 중요하게 여기는 대승 경전들이 사실은 부처님 말씀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불교사상에 힌두이즘과 페르시아 등 다른 종교나 사상들도 일부 받아들여 후대에 만들어진 것이라는 주장입니다. 소위 ‘대승비불설’ 즉, 대승경전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연구를 통해 이런 주장은 사실이라고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대승불교는 당시 대중들의 요구, 즉 ‘대중을 위한 신앙’이 필요하다는 것과 개인적 깨달음만이 아니라 ‘사회적 실천’이 필요하다는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기존 부파불교에 대한 비판과 혁신운동을 통해 이루어진 새로운 불교로, 불교적 발전이라고 보아야 합니다.

2. 신대승의 배경

그러면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오늘날 한국불교가 어떠하기에 새롭게 해야 한다, 혁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게 되었을까요? 현재 한국불교의 문제를 3무로 말씀드리겠습니다.

첫째로, 사회성과 지도력을 잃고 쇠퇴하는 무기력입니다.

한국불교는 각자도생, 즉 살아남기 급급한 분위기 속에서 사회성과 지도력을 잃고 쇠퇴하고 있습니다.

출가자와 신도 모두 숫적으로 감소하고 있으며, 신도의 연령대가 노령화되고 있고 신행방식이 구태의연하여 역동성과 활동력을 상실한 채 많은 부분이 기복불교에 머물러 있습니다.

거기에 일부 출가수행자들의 범계와 재물과 권력에 대한 탐욕은 그 도를 넘어서고 있고, 불교 내부의 불평등(출가-재가간, 비구-비구니간, 권승-비권승간)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둘째, 시대의 흐름과 과학기술의 발달을 담아내지 못하는 무지입니다.

오늘날 과학은 종교의 위력을 무너뜨리고, 사회적 권위의 자리에 올랐으며, 세계와 인간을 설명하는 근본 범주를 만들어 내고 있습니다. 인류는 과학의 힘을 통해 종교가 기존에 관념적으로만 설명했던 ‘生老病死’의 문제에 도전하여 조금씩 해결책을 찾아내고 있습니다. 과학이 종교의 영역과 입지를 축소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불교는 종래의 관념적이고 비과학적인 가르침으로 이런 상황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요? 물론 불교에는 무아, 연기, 공사상 등 현대과학을 포용할 수 있는 사상이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상을 시대의 흐름과 과학기술의 발달에 맞게 새롭게 풀고 실천으로 연결하지 못하면 결국 비과학적 미신으로 격하되고 말 것입니다.

끝으로, 자본주의와 신자유주의가 초래한 사회적 고통에 무관심입니다.

현 시대는 자본이 전지구적 규모로 점령지역을 확대하고 있으며, 이 새로운 세계의 법칙은‘상품화’입니다. 인간과 생명까지도 시장에서 거래되는 상품이 된 것입니다. 상품이 된 인간과 생명과 자연은 소중한 본래가치를 상실하고 단지 자본이 이윤을 만들어 내기위한 재료로만 취급되고 있습니다.

또한 신자유주의의 무한경쟁으로 인한 피로사회의 정착, 빈부격차의 빠른 확대와 최소한의 안전망 부족, 사회적 관계망의 훼손에 따른 사회정의에 대한 무관심과 구조적인 차별의 심화 등 고통스러운 삶의 현장이 전개되고 있습니다.

신대승불교는 이러한 한국 대승불교의 무기력, 무지, 무관심에 대해 비판하면서 출발한 ‘대안불교운동’입니다. 앞에서 ‘신대승’은 ‘대승불교’를 혁신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사회의 변화를 주체적으로 수용하지 못하고 퇴행한 대승 정신과 부처님의 가르침을 현대사회의 시대정신에 맞게 되살리자는 것이 혁신입니다.

이에 현시점에서 한국불교의 혁신을 통한 새출발이 간절히 요구되는 것입니다.

3. 네트워크

우리 이름이‘신대승네트워크’인데, ‘네트워크’가 무슨 의미인지 살펴보겠습니다.

‘네트워크’란 ‘망’, ‘연결망’으로 해석되는데, A와 B를 연결해 놓은 체계, 어떤 일을 수행하는데 조직적이고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연결한 체계를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우리 이름에 ‘네트워크’를 넣은 것은 우리 혼자서만 새로운 길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 불교와 사회를 연결하고, 우리와 다른 불교 단체들을 연결하고, 우리 세대와 다음 세대를 연결함으로써 다함께 신대승의 가치를 구현하겠다고 하는 것입니다. 네트워크’는 현대사회에서 무아, 연기, 공의 사상을 올바로 적용하여 시대가 요구하는 불교를 추구하기 위한 방법적 패러다임입니다.

이상에서 말씀드린 것을 바탕으로 ‘신대승네트워크’가 어떤 단체인가를 간단히 말씀드리면, 붓다의 근본정신을 현대사회에 맞게 되살리자는 ‘대안불교운동 공동체’이며, 또한 개인의 깨달음과 사회적 실천을 하나로 통합해서 수행하는 ‘생활수행 공동체’라고 하겠습니다.

4. 신대승보살

대승에서 이상적 인간상이 보살이라면, 신대승의 이상적 인간상은 ‘신대승보살’입니다.

신대승보살은 현대사회의 고통에 대해 불교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고민하고 실천해 나가는 대안불교의 실천자입니다.

신대승보살은 자본이 만든 소비중독사회에 반대하여 청정한 사회를 이루기 위한 대안적 삶을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또, 신대승보살은 개인의 수행이 사회적 실천을 통해 완성된다고 생각하는 생활수행자입니다.

5. 신대승 6바라밀

그러면 ‘신대승보살’은 어떤 실천규범에 따라 살아야 할까요?

불교의 핵심인 연기와 무아, 공에 대한 개인적이고 관념적인 이해를 깨달음이라고 하는데, 이것은 완전한 깨달음이 아닙니다. 개인적 깨달음에 머무르지 않고 현실 사회 속에서 모든 사람과 생명이 고통로부터 벗어나도록 하기 위한 실천 속에서 비로소 깨달음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대승보살에게 ‘6바라밀’이 깨달음의 완성, 수행의 완성을 위한 실천규범이라면 신대승보살에게는 ‘신대승 6바라밀’이 실천규범이 됩니다.

불교의 8정도가 4성제에서 나왔듯, 신대승 6바라밀도 4성제 방법론에 의해 제정되었습니다. 4성제란 고-집-멸-도의 4가지 과정을 통해 고통을 극복하고 열반에 이르는 불교의 방법론입니다.

신대승보살의 실천규범을 만들기 위해 4성제 방법론에 따라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고) 현실의 다양한 고통의 양상을 모아 생활/사회/생태/종교 등 4가지 영역으로 분류

(집) 영역별로 고통의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원인을 도출

(멸) 고통의 문제가 해결된 개인과 사회의 모습

(도) 이런 이상적인 모습을 실현하기 위한 실천 방향성

이 과정을 요약한 것이 다음 표입니다.

표에 나타나 있듯이 현대사회의 다양한 고를 생활영역, 사회영역, 생태영역, 종교영역으로 구분하고, 각 영역별로 근본원인을 찾았습니다.

이어, 그 근본원인을 제거하여 고를 해소한 이상적 상태나 지향점을 정리한 후, 이러한 이상적 상태를 실현하기 위한 실천 방향성을 도출했습니다.

(표1) 4성제 방법론에 따라 현실적 고로부터 집-멸-도 정리 과정 요약

고집멸도의 과정을 통해 道에서 6가지 실천방향성이 도출되었습니다. 이 6가지 실천방향에 따라 항목별로 우리가 실천할 수행덕목을 정하고, 각 덕목에 대한 해설문을 작성했습니다.

전체 수행덕목의 명칭을 ‘신대승 6바라밀’로 붙인 것은 항목의 개수가 6개이기도 했지만, 바라밀(Paramita)이 수행을 통한 완성을 의미하므로 일상 속에서 지속적인 수행을 통해 각 실천수행 덕목을 완성해 간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늘 깨어 있겠습니다’ 덕목은 몇 번의 명상 실천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깨어 있기 위한 일상적 노력을 계속할 때 바라밀, 즉 수행을 통한 완성에 가까워지는 것입니다. 다른 덕목도 마찬가지입니다. 

(표2) 실천규범(신대승 6바라밀) 제정

6. 신대승 6바라밀 덕목간의 관계

여기서 신대승 6바라밀 수행덕목의 성격과 각 덕목간의 관계에 대해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표3) 신대승 6바라밀 덕목간의 관계

신대승 6바라밀의 덕목은 개인각성 수행덕목으로부터 대인관계, 직장생활, 경제생활, 공동체생활, 환경생태 수행덕목까지 포괄하고 있습니다.

처음의 ‘늘 깨어 있겠습니다’ 덕목은 개인적 내면적 수행덕목이고, 나머지 5개 덕목은 외부와 관계된 덕목으로 내 가까운 주위로부터 점차 범위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개인적 각성에서 시작하여 사회적 실천으로 나아가는 것입니다.

이처럼 개인적 ‘깨어있음(깨달음)’이 나머지 덕목을 실천하는 출발이자 바탕이 되지만, 동시에 사회적 실천을 통해 개인적 ‘깨어있음(깨달음)’이 강화, 완성되어 가는 순환적 수행과정을 나타내고 있는 것입니다.

7. 생활수행 10대 약속

신대승 6바라밀을 제정한 이후 토론을 통해 각 수행덕목별로 우리가 함께 지킬 실천과제를 만들었습니다.

실천과제란 우리가 평소 생활 속에서 잘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얼마나 잘 지켰는지 법석에서 평가 반성해 보겠다는 의도에서 만든 것으로 불교 공동체, 즉 상가의 특징인 자자, 포살과 통한다고 하겠습니다.

현재 실천과제는 10개가 정해져서 이를 ‘생활수행 10대과제’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신대승 6바라밀과 그 해설문, 실천과제를 각 수행덕목별로 간단히 보겠습니다.

첫번째 개인 내면 수행덕목인 늘 깨어 있겠습니다 

두번째 대인관계 수행덕목인 참되게 말하고 귀담아 듣겠습니다

세번째 직장생활 수행덕목인 올바른 일터를 꾸리겠습니다 

네번째 경제생활 수행덕목인 참답게 벌고 쓰겠습니다 

다섯번째 공동체생활 수행덕목인 참다운 공동체를 이루겠습니다 

마지막 여섯번째 생태환경 수행덕목, 또는 생명사랑 수행덕목인 온생명을 아끼고 사랑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