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 사회와 불교

교단/종교 - 박재현 (협업미래센터 소장, 편집위원) | 2020. 제26

언택트 사회와 불교 

 

1. 언택트 개념과 등장 배경

 

코로나19 이후 사회를 대표하는 단어는 언택트(Untact)라 할 수 있다. 언택트는 타인과의 접촉을 꺼리는 개인화 문화와 5G, 빅데이터, AI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스마트폰의 대중화, 시장의 무인화 바람 등이 맞물리면서 생겨난 트렌드이다. 여기에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그 대응으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실시되면서 그 흐름이 전면화 되었다.

이제 언택트는 개인의 소비와 기업의 마케팅 트렌드를 넘어 뉴노멀 (New Normal)이 되어가고 있고, 사회와 산업 전반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과 디지털 경제(Digital Economy)의 발달을 촉진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언택트가 등장하게 된 배경으로는 3가지를 들 수 있다. 1)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2)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 3)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이다.

 

1) 제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만남과 도움을 대체하고, 이러한 기술이 이뤄내는 연결성은 소비자의 행동을 변화시키고 다시 산업계를 바꾸며 역설적으로 사람 간의 접촉을 끊는 언택트 사회를 촉진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셀프계산대, 키오스크, 자동주문시스템, 셀프체크인 등과 같이 기업의 정보기술을 기반으로 한 언택트 서비스는 소비자가 서비스를 제공받을 때 직원과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 소비자 스스로 서비스에 참여하도록 한다. 공급자는 원가와 인건비를 절약하고 지리적 제약을 극복할 수 있어 비용절감을 할 수 있고, 소비자도 저렴한 가격으로 소비를 할 수 있어 언택트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2) 코로나19의 발생과 확산

코로나 펜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경제 활동을 위축시켰다. 실물경제가 타격을 받았고,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감이 확산되면서 주요국 증시가 급락하는 등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강제하였고, 기업, 공장, 상점 등의 폐쇄, 휴교 등을 불가피하게 하였다. 이로 인해 재택근무, 온라인 학습 및 온라인 여가활동 등이 활발해지고, 생산 및 소비활동의 중심이 온라인 채널로 이동하게 하였다.

종전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부터 2000년대 초 사이 출생하여 2007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사회생활을 시작한 세대)를 중심으로 서서히 확산되던 언택트 문화가 코로나19를 계기로 전 세대에 걸쳐 확대되고, 주요 산업이 온라인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언택트가 새로운 주류 문화로 급부상하는 계기를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

 

3) 라이프 스타일의 변화

최근 국내에서 주목된 트렌드 키워드 변화를 보면, 2017년도는 욜로(YOLO)’, 2018년도는 소확행(小確幸)’, 2019년 이후는 언택트(Untact)’이다. 언택트 트렌드의 확산 배경으로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더불어 혼밥으로 대표되는 개인주의 문화의 영향이 크다.

여기에 초혼 연령이 상승하거나 비혼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인구구조 변화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청년들은 타인과의 직접적인 대면보다는 비대면을 선호하고,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디지털·모바일 기기를 통한 소비가 늘고 있다. 40대에서도 언택트 서비스 수요가 가파르게 증가하는 등 언택트 소비는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비대면 관련 기술이 급속히 발전하고, 유통업계 등 기업들은 언택트 마케팅에 주력하면서 언택트 현상이 점차 트렌드로 굳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 코로나19 이후 흐름과 새로운 일상으로서의 언택트

 

코로나19 이후 사회는 비접촉, 비대면이 관행과 문화로 정착된 언택트 사회로의 이동을 가속화할 것이다. 감염병 예방 차원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과 효율화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사회의 흐름을 살펴보면서 새로운 일상이 된 언택트 사회의 모습을 6가지로 그려본다.

첫째, 마이너스 경제, 성장 정체 시대가 지속된다. 세계 경제는 보호무역주의 강화와 국제 협력 약화로 성장 정체 시대를 지나 마이너스 경제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더 이상 코로나19 확산 이전의 성장경로로 복귀하지는 못할 것이다. 이러한 시대에는 일자리 불안정과 소득 감소로 생계가 어려운 사람이 증가한다. 여기에 잉여가 줄어들어 비용절감과 효율화가 사회 곳곳에서 진행되고, 혁신에 투자할 비용이 부족해져, 혁신과는 거리가 먼 시대가 도래 한다. 이 시대에는 기득권자들이 치는 진입장벽이 갈수록 높아지며, 기회의 불평등과 부의 세습도 용이해진다.

둘째, 언택트 사회에서의 새로운 게임 법칙이 등장한다. 혁신이 사라진 시대, 공정한 경쟁질서가 붕괴되고, 진입장벽으로 인해 신규 진입이 갈수록 어려워진다. 여기에 정보 격차와 부의 불평등으로 격차가 이전보다 확대된다. 대표적인 것이 인터넷 기반의 플랫폼 경제로 승자독식의 법칙이 적용된다. 이제 독점화 경향은 필연적이다. 디지털 플랫폼과 소비자 사이의 힘의 불균형이 심화되고 있다. 결국 시장은 자격을 갖춘 거대 기업만 운동장에서 남고 나머지는 관중으로 전락하는 구조로 변화해 갈 것이다.

셋째, 단기근속사회가 강화된다. 한국사회는 단기근속사회이다. 2018년 기준 근속기간 3년 미만의 일자리 총합은 전체의 절반에 육박(48.3%)하는 반면, 10년 이상의 근속자는 전체의 19.2% 정도이다. 단기근속 비중은 개인기업, 규모가 작은 조직, 임금 수준이 낮은 중소기업 등에서 높다.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고 노동의 질이 낮다. 한국 노동시장의 이중화 현상을 잘 보여준다. 언택트 흐름은 디지털 기술에 기반한 비용절감과 효율화, 신규고용 축소 등을 가속화시켜 안정적 일자리를 줄어들게 하고, 단기근속자를 더 많이 양산할 것으로 예측된다.

넷째, 언택트 워크에 따른 고용노동시스템의 변화가 커진다. 재택근무, 언택트 채용, 온라인 교육이 강화되고, 화상회의 등 비대면 업무프로세스가 확대된다. 또 무인자동화, 디지털화, 플랫폼화가 가속화된다. 이로 인해 노동 유연화도 심화된다. 온라인 플랫폼을 중심으로 노동의 외주화가 확대되는 등 취약 노동자가 늘어나고, 디지털 감시로 인한 프라이버시 보호 이슈나 노동 절감 기술로 인한 실업 확대 등 문제가 예상된다.

다섯째, 언택트 소비의 확산과 불평등이 심화된다. 코로나 펜데믹에 따른 감염 공포와 거리두기의 생활화로 새로운 언택트 소비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정보통신기술과 스마트폰 보편화로 발전한 언택트 유통기술이 비대면 문화와 결합하면서 언택트 소비시장을 급성장시키고 있다. 언택트 소비는 또 다른 양극화를 야기할 우려가 높다. 부에 따라 질 높은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달라진다. 이 경우 배제되는 계층은 대부분 가난하고 소외된 계층일 공산이 커 불평등의 심화가 우려된다.

여섯째, 디지털 정보화 수준의 차이가 새로운 사회적 문제로 등장한다. 사회취약계층의 디지털 격차, 디지털 문해력 부족 등 디지털 정보화 수준의 차이로 인해 새로운 불평등 발생이 우려된다. 정보의 부족보다 오히려 편향된 정보의 과잉생산과 즉각적인 유통으로 인식의 격차 확대와 사회적 갈등 증폭이 걱정되며, 데이터에 종속되어 인간소외나 비대면·원격 환경에서의 보안, 개인정보 이슈 등으로 인권 침탈 현상이 가속화될 우려도 높다.

 

3. 언택트 사회의 과제

 

1) 콘택트를 중심으로 언택트를 보완재로

언택트 흐름은 선호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일상으로서의 언택트 문화는 주류를 형성할 것이고 확산될 것이다. 가속화되는 언택트 흐름은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다. 그 대표적인 것이 코로나 블랙이다. 위드 코로나 시대에서는 접촉의 피로감을 줄이는 수단으로, 방역의 일환으로, 온라인을 통한 또 다른 연결을 위해 보완재로서의 가상공간을 이용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일상적인 접촉의 단절은 지양되어야 한다. 마음은 항상 콘택트를 지향해야 하며, 언택트와 콘택트의 조화가 요구된다.

한편 언택트는 디지털 경제, 디지털 전환을 촉진한다. 디지털 기술이 이윤의 성장 도구로 이용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야 한다. 디지털 기술이 지역과 결합하여 지역과 일상에서 개인을 보호하고, 개인과 조직을 잇고, 공동체가 효과적으로 작동할 수 있는 핵심 수단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2) 산업성장사회에서 생명순환사회로의 전환

대량생산 대량소비를 상징하는 산업성장사회는 지구 자원을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했고, 이제는 인간을 수탈한다. 인간이 자연의 수탈을 넘어 인간을 수탈하면서 불평등은 더욱 심화된다. 이제는 인간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산업성장사회를 벗어나 생명순환사회로 전환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인식을 바꿔야 한다. 성장 중심에서 생명 중심으로의 세계관 변화에 힘써야 하는데, 자본주의를 지탱하는 분리적, 기계적 세계관과 인간중심적 사고를 극복해야 한다. 관계론적 세계관을 확산하고, 생명 중심적, 생태주의적 사고로의 전환을 추구하는 인식전환활동이 전개되어야 한다.

우선 경제 성장의 상징이요, 국부를 상징하는 기준인 GDP를 국민총행복과 같이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돌봄과 나눔, 봉사 등의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새롭게 재구성한다. 또 산업성장사회의 상징이자 중심인 도시의 기능과 패러다임을 바꿔 경제 중심의 획일성에서 공동체성과 사회구조적 건강성이 중심이 되도록 생태계 서비스를 강화하고, 연결을 중심으로 사회자본을 확장시켜야 한다.

 

3) 어플루엔자(Affluenza) 백신 _ 탈소비로의 전환

자본주의 사회는 소비를 통해 욕망을 제도화한다. 우리의 의식은 소비중독 바이러스인 어플루엔자(Affluenza)에 감염되어 소비를 통해 사회적 신분이나 우월적 지위를 유지하려고 끊임없이 구별 짓기를 시도한다. 결국 소비주의는 성장에 중독된 경제시스템에 의해 조작되며, 생산하기 위해서 계속 지구를 착취한다.

이제는 어플루엔자 백신이 필요하다. 우리에게는 소비 방식, 나아가 우리 삶 전체에 대한 통찰이 요구된다. 우리가 사는 환경은 미래세대가 살아가야 할 공간을 살리기 위해 과시적이고 중독적인 소비에서 벗어나 소비를 줄이고, 지속가능하고 깨어 있는 소비로 한걸음 더 나아가도록 해야 한다. 생태발자국, 식량발자국을 줄여야 한다.

공동체와 미래 세대를 살리기 위해 자연과 조화로운, 전혀 새로운 생태적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교환경제에서 선물경제로, 순환경제로의 전환을 추구해야 한다. 또한 소비주의는 우리의 마음을 흐리게 하는 최고의 해로운 중독성 물질이다. 이러한 소비주의적인 무지를 제도화하는 것이 기업화된 미디어이다. 소비주의라는 집단체면에 우리의 신경계가 중독되지 않도록 미디어와 온라인상의 정보, 광고에 우리의 관심을 빼앗기지 않도록 해야 한다.

 

4) 사회적 안전망의 재구축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사회의 사회적 안전망이 허술하다는 것이 드러났다. 감염병 대응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사회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같은 사회안전망은 이번 코로나 사태 때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번 위기를 겪으면서 심각성이 확연히 드러난 사회안전망을 재구축하여 보다 안전한 사회, 삶의 질이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되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대안으로 기본소득제도와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도입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빈곤과 소득불평등 완화 수단이자, 사회적 생태적 전환의 기초가 된다. 전국민 고용보험제도 또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는 특수고용 노동자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 등으로 전체 취업자의 고용안전망 구축을 위한 시금석이 된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공적 집단 돌봄 시스템의 구축과 더불어 위드 코로나 시대, 보건안보의 핵심인 공공의료체계의 강화도 핵심 과제이다. 특히 코로나 바이러스의 백신과 치료제를 공유자원으로서의 공공적 접근이 이루어지도록 해야 한다.

 

5) 한국판 (그린)뉴딜의 원칙과 비전 재설정

그린뉴딜은 코로나19 이후 더욱 크게 다가올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국지적, 기술적 대책이 아닌 사회, 경제, 정치의 영역을 포함하는 포괄적 패러다임을 재구축하고,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전환을 함께 추진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한국판 뉴딜을 보완해야 한다.

첫째, 민간 참여하에 '정의로운 그린뉴딜에 기반한 한국판 뉴딜의 원칙과 비전을 다시 설정해야 한다. 뉴딜은 사회적 협약(social acord)이다. 한국 뉴딜 또한 우리 사회가 직면한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자본과 노동간, 부자와 빈자간, 정규직 노동자와 비정규직 노동자간, 사적 영역과 공적 영역간의 사회적 협약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도약을 이룰 수 있게 해야 한다.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탄소배출 제로 달성과 더욱 심화되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 해소란 목표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도록 한다.

둘째, 공공성을 강화하고 불평등을 시정하며,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 확충에 나서야 한다. 우선 한국판 뉴딜이 사회개혁으로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궁극적으로는 자본의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는 공동체의 수요를 발굴하고 이를 사업으로 구체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업장 안전점검 시스템, 지역사회 보건, 커뮤니티 케어, 온라인 공공교육 등 디지털 사회 혁신의 영역을 중심으로 인간다운 노동과 공공성의 가치를 디지털 기술과 결합시키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6) 새로운 시민상 형성과 교육체계의 개편

자신의 행복을 공공선을 위한 헌신에서 찾는 깨어 있는 시민을 육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가 사는 삶터에서 시민들의 자율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인정하는 작은 민주주의들을 일상화해야 한다. , 무한경쟁의 일터문화를 자율성을 높이고 영향력을 모두에게 주는 방향으로 개선하고, 가족, 모임 안에서 작은 민주주의를 구현한다. 또한 각자도생의 삶으로 내몰린 개개인들이 공존을 위한 연대를 실현하며, 이를 위해 다양한 연대적 공존활동과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공동체 활동에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깨어 있는 시민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입시 교육을 탈피하고, 열린 교육으로의 교육체계 개편을 시도해야 한다. 정형화된 주입식 학습에서 토론과 문제해결 역량 강화에 초점을 맞춰 잠재력을 끌어내는 학습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학교에선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학생 주도성 교육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디지털 시대에 맞는 디지털 문해력과 데이터 활용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학습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가짜 뉴스를 구별하는 안목과 시민의식 향상, 사회 참여를 위한 디지털 리터러시 교육을 강화해야 하며, 디지털 격차 완화를 위한 디지털 활용 역량 강화와 접근성을 용이하게 할 필요가 있다.

 

4. 언택트 사회와 불교

 

현상 1 _ 탈종교화

코로나19는 개인적 탐치가 만들어낸 고가 아닌 제도화된 탐치에 의해 발생한 사회적 고이다. 인간의 탐욕을 끝없이 부추기는 소비주의, 지구자원을 약탈하고 불평등과 기후위기를 불러온 산업성장주의, 연결성을 부정하고 자연과 생명을 분리하는 인간중심주의가 불러온 결과물이다. 언택트 현상 또한 그 결과물이다. 지구적 위기와 고통은 개인 수행 차원의 해결을 넘어섰다. 문제는 제도종단이 이러한 사회적 고를 대하는 태도이다. 여전히 개인적 고에 치중하고, 사회적 고는 회피한다. 특히 코로나19 상황에서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야기됐는데, 새로운 갈등과 사회복지의 사각지대에 있는 이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는 것이다. 종교의 역할은 보이지 않았고, 자기 이해에 치중하는 행태로 인해 시민들은 종교의 존재 이유에 대한 의구심을 키웠다. 결국 탈종교화 현상의 심화를 불러온다.

 

현상 2 _ 불교 내부의 불평등 확대

제도종단은 급격히 변화하는 언택트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우왕좌왕하며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여력이 있는 사찰을 중심으로 유튜브, 줌 등의 화상회의 솔루션 등을 이용해 온라인상의 기능적 측면을 강화하고 있으나 대부분의 사찰은 기존의 방식을 고수하며 대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언택트 흐름은 대면을 통한 종교 활동을 급속히 위축시키고 있고, 이는 재정상황의 악화를 불러온다. 출가자와 신도의 고령화와 급감현상으로 가뜩이나 힘겨운 사찰의 활동력을 더욱 약화시킬 것이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 위치한 사찰들은 저출생, 고령화와 거주 도시의 인구 감소 등의 영향도 있어 그 타격이 더욱 크다. 현재 지방 소도시를 중심으로 주지가 부재하거나 폐찰이 늘어가고 있는 것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결국 사찰간의 불평등 심화 및 격차는 확대되어 질 것이며, 새로운 환경에 대처할 수 있는 자본과 기술을 갖춘 사찰만 생존할 가능성이 존재한다.

 

현상 3 _ 다불교 심화와 생존 전략으로서 돌봄 나눔

제도종교의 틀을 벗어나 다양한 시도들이 늘어나면서 다불교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이미 한국사회는 다양한 불교가 들어와 활동하고 있지만, 언택트 흐름은 온라인 영역으로까지 확장된 다양한 불교의 흐름을 더욱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접촉하지 않더라도 디지털 공간에서 다양한 불교 정보가 넘쳐나고, 필요한 정보 등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만든다. 또한 코로나19의 영향과 개인주의 문화 확산으로 대규모의 법회나 의례 등 사찰 중심의 신행활동을 선호하기 보다는 개인적인 신행과 수행활동이 강화될 것이다. 대표적으로 명상은 영상 등 온라인 매체를 통해 접근이 용이하고, 상업화되고 있는 등 개인적 신행 흐름을 부추기고 있다.

결국 사찰은 생존을 위해서라도 활동을 기존의 방식을 탈피하는 방향으로 흐를 것이다. 불평등이 심화되고, 사회복지의 사각지대로 인해 취약계층이 늘어나는 등 나눔과 돌봄의 지역적 요구가 증가한다. 여기에 코로나 블랙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의 해결도 요구받고 있다. 정부나 시장, 시민사회가 해야 할 영역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종교가 사회에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앞서 얘기했지만, 언택트 사회가 요구하는 역할은 선택사항이 아닌, 생존을 위한 필수사항이다. 이제 사찰은 공간들과 자원들을 지역의 돌봄과 나눔 등을 위해 공유해야 하고, 지역을 찾아가는 쌍방향 전법이 필요하다.

 

언택트 사회의 불교의 방향 1 _ 개인적 에서 사회적 제도적 로 초점 이동

불교는 에 초점을 맞춰온 종교이다. 지금은 개인적 고에서 사회적, 제도적 고로 초점을 이동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생태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는 불교가 전통적으로 관심을 기울여온 개인의 고통을 훨씬 넘어섰기 때문이다.

생노병사를 비롯한 개인이 느끼는 고통 또한 이제 개인 차원에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벌써 끝났다. 가난의 고통, 기후위기로 인한 대멸종에 대한 우려, 단절과 고립의 불안, 일자리 상실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진입 장벽의 절망, 뒤처짐에 대한 두려움, 통제에 대한 두려움, 내 정보가 유출될까 오는 걱정, 바이러스 감염의 두려움, 취업의 고통, 입시 고통, 결혼 내지 출산의 두려움 등등 이런 고가 개인의 문제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제도적, 사회적 문제에 기인한다. 코로나19 이후 20대 여성의 자살률 증가 원인이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듯, 비정규직 노동자인 김용균의 삶을 가져가버린 컨베이어밸트 사고가, 19살 김 군의 삶을 삼켜버린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가 개인의 부주의가 아니듯 말이다.

이는 불교에게도 거대한 도전이다. 은둔적이고 개인적인 불교 수행으로는, 축원과 기도, 제례로는 현재의 고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현재 위기에 대처하려면 우리가 관계 맺는 방식을 재구성해야 한다. 이것은 사회적 고통에 집단적으로 참여하는 것을 의미하며, 환경위기와 사회정의 문제들에 연결된 정치, 경제적 구조에 함께 도전하는 것이다. 세상에 적극 참여하는 것이 초연결사회에서 불교적 깨달음을 구현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언택트 사회의 불교의 방향 2 _ 생태주의, 생명불교로 전환

인간은 욕구 충족을 위해 자연을 도구로 전락시켜 왔다. 또 기계론적 세계관에 따라 수단과 목적을 혼동한 채 거리낌 없이 자연을 착취해 왔다. 우리의 생태적 문제의 중심에 있는 도구주의적 자연관과 기계론적 세계관은 지금의 생태위기와 6차 대멸종을 불러왔다. 지금 필요한 것은 지구와 지구 생태계를 이루는 거대한 그물이 단지 인간의 이익을 위한 자원 이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하는 데 있다. 자연계에 모든 종이 평등하고, 우리 인간이 바로 자연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이제 인간 중심의 세계관, 이분법적 세계관, 도구주의적 자연관을 해체하고, 세계가 모두 연결되어 있고, 인간이 자연의 일부요, 그 자체라는 생태주의, 생명불교로 전환해야 한다. 그래야 깨달음과 일치하는 방식의 삶을 시작할 수 있다.

이러한 생태주의, 생명불교는 연결성에 초점을 놓고 사고하며, 종교 활동을 제의 내지 축원 중심에서 (생명) 돌봄과 나눔 중심의 보살행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있다. 상상력도 필요하다. 기존의 물적 기반에 의존하는 사찰이 아닌 무빙 템플 등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사찰이 등장하고, 출가자 중심을 벗어난 새로운 불교활동 등 다양한 시도를 통해 쌍방향 불교활동 내지 생활수행모델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언택트 사회의 불교의 방향 3 _ 사회 참여와 이타행 불교로 전환

인류의 가장 큰 도전은 불교의 가장 큰 도전을 의미한다. 응전을 위해서는 먼저 전근대적인 형태의 불교 가르침과 수행방식, 특히 개인적 해탈과 복락을 추구하는 수행방식을 넘어서야 한다. 제도적 고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 사회 참여와 이타행이 요구된다. 소비주의를 억제하고, 공동체적 활동을 강화하며, 지금의 정치, 사회, 경제시스템에 대해 지속가능한 대안들을 모색하는 행동에 나서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소외계층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돌봄과 나눔, 그리고 사회안전망 구축 활동, 코로나 블랙 등에 대한 심리 방역, 사회적 혐오와 갈등 중재 및 조정활동, 기후위기와 불평등 해소를 위한 가치관 전환과 대안활동 등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불교 가르침 중에서 사회적, 생태적 활동에 참여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구체화된 지침을 마련하고, 이를 개인의 수행을 넘어 집단적 수행과 사회적 변화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예를 들면, 데이비드 로이는 오계를 현재의 환경에 맞게 새롭게 해석하여 사회적 계율로 제시하였다. 불살생계는 대멸종의 시대에 다른 생명에 해를 끼치는 행위를 줄이는 것으로, 더 간단하고 직접적인 대응은 동물제품의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풀어낸다. 불투도계는 지구 전체를 상품화하고 생명체들을 인간의 이익을 위한 자원으로 전환시켜 착취하는 소유의식을 거부하고 지구가 우리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구에 속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것으로 풀어낸다. 불사음계는 다른 이들에게 고통이나 해가 되는 성행위를 피하는 것에서 나아가 모든 형태의 성차별, 특히 가부장적인 사회구조에 반대하는 것으로 풀어낸다. 불망어계는 거친 말과 험담을 삼가는 것은 물론 가짜뉴스 형태의 거짓말, 기업들의 광고나 정치 마케팅 같은 제도화된 기만행위에 속지 않는다는 것으로 풀어낸다. 불음주계는 술 같은 중독성 물질을 삼가는 것에서 나아가 성장(주의)에 중독된 경제시스템에 의해 조작된 소비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으로 풀어내고 있다.

 

언택트 사회의 불교의 역할 4 _ 생활수행, 새로운 보살의 길 제시

결국 현존의 위기를 해결하려면 개인의 변화와 사회의 변화를 통합하는 새로운 보살의 길이 요구된다. 우리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각자도생의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집단적, 제도적 고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보살의 모습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하다. 깨어 있는 불자로서의 보살은 세상의 문제에 참여하는 이타행이 개인의 영적 수행의 핵심이 된다. 내적 명상을 통해서는 자아의식을 해체하여 재구성하, 이타행을 통해 사회적 실천을 강화한다. 또한 결과에 집착하지 않고 최선을 다한다. 결국 일상의 삶속에서 내적 명상과 이타행의 생활 수행을 통해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것이 보살의 삶이다. 보살 각자가 피어낸 불교들이 서로 연결되어 꽃피우는 화엄세계를 이룰 때이다.


박재현 (협업미래센터 소장, 편집위원)
1994년 종단개혁에 참여, 개혁회의 기획조정실 기획위원으로 종단의 종헌․종법 입안 활동. 그 후 총무원에서 10여 년간 종무원으로 생활하다가, 현장에 대한 갈증으로 월정사(교구본사)로 장을 옮겨 10여년간 사찰과 지역의 불교현실체험. 20여 년간의 종단생활을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한국불교의 길을 찾고 있다.
현재 :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사) 함께하는 경청 기획운영위원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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