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칼
맨손으로 잡풀을 뽑아 올리는데
날 선 저항이 살을 파고든다
어떤 시인은
'풀잎'하고 부르면
우리 입속에서 푸른 휘파람 소리가 난다고 했지만
어떤 풀잎은
우리 손에 푸른 칼자국을 내기도 한다
하찮은 잡풀 한 포기도
뿌리를 지키기 위해 날을 세운다
날을 세우는 것은
나를 세우는 것
나는 언제
죽이려고 달려드는 것에 맞서
죽어라고 날을 세워 보았는가
손에 길게 맺힌 피를 보고서야
풀이 칼과 같은 종족임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