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에 갇히다
먹지 못한 컵라면은 가방 속에 갇혔고
나는 사이에 갇혔다
닫힌 스크린도어와 달려오던 열차
문을 열지 못한 팔과
바쁜 끼니를 챙기지 못한 입이
아직도 사이에 끼어 있다
세상이 나를 사이에 가두었다
투명하고 견고한 장벽
열차가 도착하면 문이 열리고
사람들이 나가고 들어오지만
나는 아직도 노란선 안쪽으로
건너가지 못하고 있다
부서진 몸을 일으켜
국화꽃과 포스트잇 사이로
피 묻은 손을 내밀어 보지만
당신은 살기 힘들다는 핑계로
내 몸을 밟고 바삐 지나간다
그러나 당신도 끝내
안전선 안쪽으로 넘어가지 못할 것이다
내가 갇힌 이 사이가
또한 당신의 자리다
* 2016년 5월28일 내선순환 구의역 9-4번 승강장에서 스크린도어를 혼자 수리하던 외주업체 직원 김 아무개(당시 19세)씨가 전동열차에 치어 사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