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래의 오늘의 시] 이 시절에

인문/기행 - 이은래 (신대승네트워크 대표) | 2020. 제24

 

 

이 시절에

코로나19 일기1 

 

오늘도 물끄러미 밖을 보고 있는데

까르르 아이들 웃음소리가 들렸다

 

여전히 출입금지 줄이 쳐진 놀이터엔

미끄럼틀 그네 시소 철봉 모두들

포구에 묶인 빈 배처럼 쓸쓸했다

 

겨울 봄 지나 여름

무용無用의 시간을 삭이느라

저마다 가슴 속엔 시나브로 녹이 슬었겠다

 

소비되지 못하고 녹슬어가는 것도

이 시절에 우리가 소비되는 방식

 

그래도 화단에는 청보라 수국이 무더기로 피었고

나뭇가지 틈새마다 새푸른 하늘이 들어찼으니

 

저 맑은 위로慰勞, 어쩌나

이 시절에 


이은래 (신대승네트워크 대표)
부천에서 야학과 청년단체 활동을 했으며, 부천노동자문학회와 부천시민문학회를 창립하여 함께하고 있다. 2018년 『푸른사상』 신인문학상을 수상했고, 시집 『늦게나마 고마웠습니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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