붓다의 상담사례 2 - 점을 보는 견해

시민보살육성 - 불교상담 - 붓다의 상담법 모임 | 2020. 제24

#2. 점을 보는 견해

 

 

 

바라문: 제 제자가 천문과 족성(族姓 _ 신분)을 알고 대중을 위해 길흉을 점치는데, 있다고 말하면 반드시 있고, 없다고 하면 반드시 없으며, 이루어진다고 하면 반드시 이루어지고, 무너진다고 하면 반드시 무너집니다. 이에 대해 세존의 뜻은 어떠하신지요?

붓   : 너의 제자가 천문과 족성을 안다는 것은 그만두고, 나는 이제 네게 물으리니, 네 생각대로 대답하라. 너의 뜻에는 어떠하냐? 물질은 본래 종자가 없는가?

바라문: 그러하나이다.

붓   : 느낌생각지어감의식은 본래 종자가 없는가?

바라문: 그러하나이다.

   : 혹 물질로서 백 년 동안 항상 머무르는 게 있는가? 혹은 다르게 났다가 다르게 멸하는가?

바라문: 다르게 났다가 다르게 멸하나이다.

   : 너의 제자가 천문과 족성을 알아 이루어진 것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하지만 그 알고 본 것은 다르지 않는가?

바라문: 그러하나이다. 바르게 알겠나이다. 진리를 나타내심이 어둠 속 등불과 같아서 마음을 활짝 열어 주시나이다.

[잡아함경 제254. 세간경(世間經)] 


상담방법

전의법(轉意法): 내담자의 질문을 일단 제쳐두고 다른 대화로 전환함으로써 문제를 새로운 견해로 바라보게 함.

개방질문: “나는 이제 네게 물으리니 생각대로 대답하라.”, “네 뜻에는 어떠하냐?”는 열린 질문으로 포괄적인 답을 이끌어 냄.

인지 재구성: 점을 대하는 인지 과정의 모순을 지적하여 합리적으로 인지하도록 재구성 함.

 

과정 분석

바라문은 자신의 제자가 점을 치는 것을 보고 의문이 생겼다. 신통하게 맞추는 것을 보고 그대로 믿어도 될지 궁금했다. 그래서 붓다에게 질문을 던졌다. 만약 부처님이 어떤 견해를 바로 말했다면 이 바라문은 또 의문을 품고 고민을 계속했을지 모른다.

그런데 붓다는 바라문이 생각하는 방식을 일단 제쳐 두고 타당하고 보편적인 진리를 먼저 일깨운다. 눈을 가리고 코끼리를 만지면, 만져지는 부분에 빠져 그것을 코끼리로 생각하듯이, 코끼리를 제대로 인식하기 위해서는 눈을 가린 안대를 풀어서 직접 보게 해주어야 한다. 붓다께서는 바라문이 그 사안에 묶여 견해에 빠지지 않고 전체를 바라볼 수 있도록 이끄신다. 또 일방적인 설명으로가 아니라 바라문이 스스로 생각해낼 수 있게끔 열린 질문을 던져서 무아와 무상을 자각하게 이끈다

이어서 자각한 무아와 무상을 바탕으로 바라문이 원래 풀고자 했던 의문점을 다시 대비시켜 스스로 판단하게 한다. 이에 바라문은 의문이 풀리고 스스로 답을 찾아내는 기쁨을 맛본다.

 

적용

관점을 전화시켜 통찰하게 하라. 내담자가 궁금해서 질문을 하면 상담자는 곧이곧대로 다 대답해야 할까? 자칫하면 내담자는 묻고 상담자는 대답하는 형태가 되풀이되면서 추리게임이나 퀴즈풀이처럼 상담이 흘러갈 가능성도 있다. 배가 산으로 가는 모양새다. 내담자의 질문에 상담자가 그대로 다 답을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내담자가 가진 의문 자체보다 그 의문을 가지게 되는 이유나 맥락을 살필 줄 알아야 한다. 이 상담에서도 바라문은 점을 그대로 믿어도 좋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냥 믿어버리기에는 내키지 않는 마음이 있고, 무시하자니 점이 맞는 부분이 있어서 쉽게 단정할 수도 없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뾰족한 답이 없는 문제였다. 그래서 질문을 한 것이다.

붓다는 바라문이 사고하는 방식으로는 견해에 빠져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없음을 분명히 아셨다. 그래서 관점을 완전히 다르게 해서(관점의 전환을 통해) 새롭게 문제를 바라볼 수 있게끔 이끄신다. 부분만 보아서는 알 수 없었는데, 전체 맥락을 이해하고 보면 아주 쉽게 파악되는 경우가 있다. 사고방식이나 보는 입장을 조금만 달리 해도 아주 쉽게 해답을 얻을 수 있다는 말이다.

상담자는 열려 있어야 한다. 부분과 전체를 아울러 볼 수 있는 유연한 시각을 가지고 있어야 내담자가 미처 보지 못한 부분들을 스스로 발견할 수 있게끔 이끌 수 있다. 숲을 보지 못하고 나무만 보는 경우에는 숲을 보도록 하고, 숲만 보고 나무를 보지 않을 때에는 나무에 주의를 기울이도록 하는 식이다.

자신이 어떤 시각과 입장을 가지고 있는지 스스로 알아차릴 수 있으면 다른 입장이나 시각에 당황하거나 갈등하거나 다투는 일을 예방할 수 있다. 자신의 생각을 알아차리는 것이 깨어있는 열린 마음이다. 이해가 안 되거나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을 억지로 참고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해를 넓혀서 더 크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고집을 부리지 않으면 마음을 키울 수 있다.

 

※ 공부 속 공부  _ 붓다는 신통력을 어떻게 보았을까?

신통력 사용에 관한 이야기가 초기 불교 문헌에 많이 나타나고 있고대승불교 문헌에서도 신통력은 보살이 갖추고 있는 능력으로 묘사되고 있다. 이러한 신통은 불교에서는 수행을 통해 얻어지는 무애자재한 6가지 능력으로 보며, 천안통천이통타심통숙명통신족통누진통을 육신통(六神通)이라 한다. [아비달마구사론]에서 언급되고 있다. 앞의 5가지 신통은 외도들도 수행과정에서 얻을 수 있지만 번뇌를 모두 소멸해 고통에서 완전하게 벗어나는 누진통은 오직 불교의 수행을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

선가에서는 육신통은 수행하면서 육식(六識)이 맑아지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기능적 능력으로 이해하기도 하지만, 참선 수행자는 육신통의 노예가 되지 않도록 유념해야 할 것으로 본다.

그러면 붓다께서는 신통력을 어떻게 대하셨을까? 붓다께서는 신통력을 부정하지 않았지만, 이를 함부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출가 수행자에게 경고하셨다. 출가 수행자들이 재가자에게 신통력을 보여주는 것은 천박한 짓으로 규정하며, 출가자의 신통력 사용을 엄금하였다대표적인 이야기가 부질없는 신통력을 사용한 빈두로 존자에 대해 붓다께서 질책하신 빈두로 존자와 바리때 이야기이다.  그것은 신통력을 악용하여 세상을 속이고 사람을 해롭게 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신통력에 현혹되어 바른 수행의 길이 아닌 외도의 길로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즉, 불교는 진리를 인격화, 신격화하지 않고, 오직 스스로 수행을 통해 존재의 실상을 바로보아 진리에 부합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가 하는 종교이기 때문이다. 

불교상담 - 붓다의 상담법 모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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