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대화법 실전연습 _ 나의 금지령은 무엇일까?

생활수행/평화명상 - 공동체대화법모임 | 2020. 제22

에릭 번의 교류분석(TA)에서는 인간행동의 동기를 3가지의 심리적 욕구를 충족시키려는 과정에서 타인들과의 관계 즉, 상호작용의 결과로 자신의 성격을 형성시켜 나간다고 합니다. 3가지 심리적 욕구는 자극의 욕구, 구조의 욕구, 자세의 욕구입니다.

자극의 욕구는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을 받으려는 욕구로서 스트로크(인정자극)을 통해 충족된다고 합니다. 인정자극은 한 개인이 다른 사람에게 주는 신체적 접촉 또는 심리적인 인정을 말합니다. 이러한 접촉과 인정은 자기존중감을 느끼게 하고 자신을 긍정적인 존재로 인식하게 하며 애정과 보살핌에 기초한 인간관계를 맺게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성숙할수록 인정자극은 신체적인 것에서 언어, 표정, 자세, 관심 등 상징적인 것으로 대치되어 갑니다. 사람들은 인정자극을 받기 위해 자신의 생활을 구조화하며 아동기에 기대했던 종류의 인정자극을 생의 후반에도 계속 추구하게 됩니다.

구조(structure)의 욕구는 인간이 인정자극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으면 이 욕구의 충족을 위해 사회적 상황을 만들어 거기서 시간을 구조화합니다. 지난번에 시간의 구조화(폐쇄, 의식, 잡담, 활동, 게임, 친밀)는 살펴보았습니다.

자세(position)의 욕구는 내 인생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살아야겠다는 삶의 자세를 구체적으로 만들어 놓는 욕구인데, 이러한 자세의 욕구는 6세 이전에 부모(의미 있는 주위 사람들도 포함하여)로부터 크게 영향을 받는다고 합니다. 부모는 그들의 자녀에게 어떻게 해야 되고 어떻게 하면 안 되는지, 무엇은 하고 무엇은 하지 말아야 하는지에 대한 가르침인 '금지령(injunction)'이라 불리는 메시지들을 줍니다. 이러한 것들은 '해서는 안 된다'의 형식을 띠고 있으며, 대표적인 금지령은 Goulding의 10가지 금지령입니다. 금지령 중에는 개인이 어린 시절 부모의 말과 행동을 왜곡하여서 생긴 것도 있으며, 자신의 생존을 위해서 혹은 고통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스스로 내린 것도 있습니다. 아마 어린 시절 이러한 금지령이 때에 따라서는 적절할 때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성인이 되고 난 이후에는 부적절한 것입니다. 

 

 

 

사람은 언어 또는 비언어에 의한 부모의 허용과 금지령에 반응하다가 결국 아주 어릴 때 자기 자신이나 타인에 대한 어떤 결정을 내리는데, 이를 초기결정이라고 합니다. 초기결정은 4가지로 나누어질 수 있는 생활자세를 형성하게 된다고 Haris는 설명하고 있습니다.

자기긍정-타인긍정(I'm OK, You're OK)

- 행동성향 : 가장 건강한 생활자세로 이런 자세를 갖는 사람은 스스로 유능하며 인생을 살아갈만한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아울러 타인들도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

특징 : 낙천적이다. 신뢰롭다. 가장 좋은 형태이다.

자기긍정-타인부정(I'm OK, You're not OK)

행동성향 : 과거에 보살펴주던 부모로부터 엄한 처벌을 받고 또 거부당하는 일이 많아지면 스스로 의지할 곳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을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생각을 굳혀 결국은 자기긍정-타인주정의 자세를 형성한다.

특징 : 화를 잘 내는 사람이다. 우월감에 차있다. 경쟁심이 많다. 이 상태가 심하면 반사회적 성격장애가 생긴다.

자기부정-타인긍정(I'm not OK, You're OK)

행동성향 : 초기 어린 시절의 일반적인 자세로 스스로 낮은 자아개념을 갖고 타인에 대해서는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그 무엇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특징 : 무력하다. 자기열등감에 차있다. 우울하다. 이 상태가 심하면 우울증이 된다. 자살한다.

자기부정-타인부정(I'm not OK, You're not OK)

행동성향 : 부모에 의한 애정 어린, 무조건적인 보호가 점차로 줄어드는 생후 1년을 전후에 나타나는 자세로 스스로도 열등하지만 타인들도 부족하고 나쁘게 여기는 태도이다.

특징 : 제일 심각한 상태이다. 목표도 없고 살아가는 의미도 없다. 혼란된 사고를 가지고 있다. 환각과 망상이 있다. 이 상태가 심하면 경계선 성격장애나 정신분열증과 같은 정신병리에 걸린다.

 

Goulding은 초기결정과 관련하여 다음과 같이 10가지 금지령과의 연관성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

① ∼ 해서는 안 된다

부모의 언행 : 위협, 금지하는 부모 / 네가 알긴 뭘 알아

초기결정 : 나는 스스로 할 수 없다. 다른 사람에게 결정을 부탁한다.

② ∼ 없어져라

부모의 언행 : 잔인성과 무관심 / 얘는 필요 없어

초기결정 : 당신이 나를 사랑하도록 만들겠어요.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행동하겠어요. 만약 상태가 너무 나빠진다면 난 죽겠어요.

③ ∼ 가까이 하지 마라, 믿지 말고 사랑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신체적 접촉을 하지 않는 부모, 신뢰감이 없는 부모

초기결정 : 나는 사랑을 믿지 않아요. 가까이 가지 않겠어요.

④ ∼ 중요하게 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무시하는 부모

초기결정 : 나는 내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내가 중요하다고 느끼더라도 나는 그것을 누구에게도 알릴 수 없을 거예요.

⑤ ∼ 어린애처럼 행동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어른스러움을 강요, 남자애가 울면 안돼.

초기결정 : 나는 항상 점잖게 행동한다. 어린아이 같은 짓은 하지 않겠다. 나는 다른 사람을 돌보겠어요. 결코 내 자신을 위해 어떤 것을 해달라고 하지 않겠어요.

⑥ ∼ 성장하지 마라, 자라서 내 곁을 떠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어리광의 암시적 요구 / 넌 아직 어린애야.

초기결정 : 나는 언제나 어린아이로 남아 있을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나의 부모로부터 좋은 선물을 받을 수 없으니까요.

⑦ ∼ 성공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항상 비난한다.

초기결정 : 나는 결코 성공할 수 없어. 나는 죽더라도 그것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줄 거예요.

⑧ ∼ 자신이 되지 마라, 지금 네가 아니면 더 좋을 건데

부모의 언행 : 네가 남자가면 사랑했을 텐데

초기결정 : 나는 당신이 원하는 바대로 되겠어요. 나는 아무리 하려고 해도 결코 당신을 기쁘게 해 줄 수 없어요.

⑨ ∼ 건전하거나 건강하게 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잘못되거나 잘못된 행동을 했을 때 애정을 준다.

초기결정 : 나는 아플 거예요. 나는 잘못될 거예요.

⑩ ∼ 소속되지 마라

부모의 언행 : 다른 사람의 접근이나 친구를 사귀지 못하도록 하는 부모

초기결정 : 나는 어디에서든지 편안함을 느낄 수 없어요. 

 

 

 

10가지 금지령 중 '해서는 안 된다'라는 메시지는 겁먹은 부모에게서 배운 형태입니다. 매사 소극적이고 스스로 무언가를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없어져라'는 가장 나쁜 형태의 치명적인 금지령입니다. 나는 없어져야 하는 존재로 인식하게 합니다. 부모가 직접적으로 없어져라 라고 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이는 비언어적으로 전달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어린애처럼 행동하지 마라'는 흔히 첫째 아이에게 주어지는 메시지로서, 남에게 인정받으려고 그러면서도 정작 자아는 갖추지 못하면서 수단방법을 가리지 않고 필사적으로 노력하게 만드는 금지령입니다.

반대로 대항 금지령이란 것도 있습니다. 드라이브라고도 하는데 부모의 기대를 표현한 것으로 해야 한다하라의 형태를 띱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①  완전하게 하라(Be perfect) 

② 내가 네게 기대하는 것을 하라(Do what I expect of you)

③ 서두르라(Hurry up)

④ 열심히 하라(Try hard)

⑤ 강하여라(Be strong)

⑥ 조심하라(Be careful)

⑦ 공손하라(Be polite)

⑧ 타인을 기쁘게 하라(please others)

대항 금지령의 문제점은 바로 자녀들이 이러한 대항 금지령 하나하나에 맞춰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런 대항 금지령을 하나가 아닌 둘 이상 중첩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무리 열심 노력하여도 이루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의 자녀에게 이러한 금지령과 대항 금지령을 사용하고 있지 않는지 성찰해 보고, 변화해야 합니다. 또한 우리 스스로 과거 아동기에 부모로부터 받았던 금지령대항 금지령을 깨닫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서 자신들이 얼마나 부모로부터 아무런 의심 없이 비합리적 메시지들을 수용하였는가를 자각하는 것입니다. 이러한 자각을 바탕으로 부모가 나에게 심어준 초기결정을 버리고 스스로 자기 인생을 결정해야 합니다. 사람은 오래된 행동양식을 '통찰'한다고 해서 단순히 변하는 것이 아니라, 이들 양식을 변화시킬 것을 결단하고, 변화를 성취할 수 있는 행동을 취함으로써 변화를 성취할 수 있습니다. 만약 유아기의 어떤 초기결정이 어른이 되어서 그의 삶에 편치 않은 결과를 초래한다면, 그는 그 시대에 뒤떨어진 결정을 추적하여 그것들을 새롭고 더 적절한 것으로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집안이나 직장, 또는 친구들과의 대화를 할 때 나의 금지령이 작동하고 있습니다. 물론 상대방의 금지령도 작동하고 있습니다. 금지령은 진짜 자기의 욕구를 억누르고 가리고 있습니다. 금지령을 자각하기 위해서는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과 접촉하여야 합니다. 이 접촉을 통해 금지령을 알게 되면, 나의 미해결과제를 이해해가게 되고, 결국 문제를 해결하게 됩니다. 이 과정에서 상대방을 고쳐서 바꾸려고 하기 보다는 상대방이 잘 갈 수 있는, 잘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함께 길을 만들어 가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지적이나 비판보다는 물어야 합니다. 대화를 할 때 아래 직원이 자주 내 말에 문제제기를 하면, 대부분은 내 말에 대해 왜 항상 반대만 하니?’라고 표현을 합니다. 이는 아래 직원이 말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책임을 전가하는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언어적 폭력입니다. 이럴 때는 물어야 합니다. ‘내 생각과 다른 거야?’ 라고 하며 상대방의 의중을 계속 확인해 가면서 거리를 좁혀야 합니다.

말은 마음의 알맹이입니다. 내 말의 메커니즘을 알아야 하며, 대화의 형식보다는 마음을 바꾸는 것이 진정한 대화법이 아닐까요? 

매주 수요일 저녁 7시, SK허브 101동 622호 

누구나 오셔서 나누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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