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신대승 어울림법석 _ 기본소득, 어떻게 볼까?

생활수행/평화명상 - 박재현 (협업미래센터 소장, 편집위원) | 2020. 제22

7월 신대승 온라인 어울림 법석이 열렸습니다.

주제는 한국사회의 핫이슈이자 2년 남은 대통령선거에서 쟁점이 될 기본소득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는지에 대해 유정길 녹색불교연구소 소장으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유정길소장은 기본소득의 필요성을 첫째, 임금노동은 가사노동과 자원봉사 등 무불노동의 기반 위에 가능하며, 우리사회의 임금노동이 1/10라면 그림자노동으로 표현되는 무불노동은 9/10을 차지하며 우리사회를 유지하는 역할을 해왔고, 둘째, 국가의 발전과 유지에 기여하였기에 모두 마땅히 인간답게 살기 위해 국민 개개인에게 기본 배당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기본소득은 신자유주의 양극화를 극복하는 방법이라고도 합니다.

기본소득에 대해 대표적인 두 가지 문제제기가 있습니다. 한 가지는 기본소득을 받으면 노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 또 다른 한 가지는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와 같이 노동은 신성한 것으로 노동하지 않은 자에게 소득을 제공하는 것은 노동윤리에 반하는 것이란 지적입니다.

전자에 대해서는 핀란드의 기본소득 실험에서 보듯이 기본소득은 고용을 증가시키지도 줄이지도 않는다는 실험 결과가 나왔습니다. 현재는 정부의 국책기관 등에서 나오는 연구보고서에서도 기본소득이 일자리 증감과는 그리 큰 관계가 없지만 삶의 질은 높여준다는데 대체적으로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후자의 문제제기를 극복하는 것은 그리 쉽지가 않습니다. 그래서 노동윤리는 정당한가에 대해 질문으로부터 출발해야 합니다. 노동윤리는 전통적으로 지배계급이 설파하고, 산업화 시대에 이르러서야 노동자들에게 받아들여졌습니다. 고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선생님은 여가는 지배계급이나 귀족들의 특권으로서 피지배계급의 노동으로 유지하게끔 해 왔고, 이를 은폐하고자 노동의 신성 내지 존엄을 퍼트렸고, 이것이 오늘날의 노동윤리의 기초가 되었다고 합니다. , 노동윤리는 강요된 궁핍과 고된 노동에 대해 문제제기하지 말라고 제시된 것일 뿐 노예나 머슴의 논리에 다름 아니라고 합니다. 한때 노동윤리는 역설적으로 노동자의 투쟁무기로도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일하지 않는 자여 먹지도 마라. 자본가여 먹지도 마라라고 주장하여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주장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과정이 노동윤리를 개인의 의식과 사회제도에 깊이 뿌리내리게 하였습니다. 그 결과 육체적으로 가능한 사람이 노동하지 않거나, 일하지 않고 복지를 요구하는 사람은 자연스럽게 비정상으로, 사회적 잉여로, 기생충으로 취급받게 되었습니다. 노동윤리가 성장시대 사회복지제도의 재원을 충당해 오는 등, 복지국가를 떠받드는 역할도 수행해 왔지만, 현재와 같이 성장이 정체된 경제상황에서는 그것이 존재하는 기반이 무너졌는데도 노동윤리만 남아 있습니다. 결국 노동윤리는 노동을 매개로 유리의 삶을 통제하고 지배한 도구가 되었기에, 노동윤리는 이제 거부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의미 있는 모든 일을 사회가 보장해야 합니다. 직업에 절대적인 가치를 부여하는 현실에서 을 취업노동에 한정하고 있습니다. 불필요하거나 하지 말아야 할 일, 사라져야 할 일들도 이에 포함되어 있는 반면, 가사노동이나 돌봄노동, 자원봉사활동과 같이 공동체 유지에 필요한 무불노동은 이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그러기에 취업노동만 로 여기고 거기에만 소득의 정당한 자격을 부여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습니다.

기본소득은 사람들이 하고 있는 모든 의미 있는 일을 존중하고 무보수 노동의 가치를 사회적으로 인정해주는 의미가 있습니다. 기본소득은 공동체에 필요한 일을 자유롭게 수행하거나 사회적으로 필요한 노동으로 옮겨올 수 있는 기반이 됩니다. 기본소득은 획일적이지 않게 그 사회의 제도와 문화 따라 정해져야 하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일을 선택해서 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장해 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기본소득은 갑자기 제안된 것이 아닌, 꽤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서구에서는 신자유주의체제 이전에 다양한 제안과 시도가 있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에서 주목을 받게 된 것은 지난 19대 대통령보궐선거에서 이재명 성남시장이 주창한 청년배당이 계기가 되었습니다. 성남시에 3년 이상 거주한 만 19-24세 청년들에게 연간 100만원을 분기별로 나눠 지역화폐인 성남사랑상품권으로 지급하는 것입니다. 선거 당시 정의당 또한 기본소득을 기치로 내걸 정도로 우리 정치권에서도 급격히 관심이 모아졌습니다. 현재는 코로나19 이후 재난지원금 등의 지급으로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사가 더 커졌고, 여야, 진보 보수를 막론하고 기본소득 도입을 화두로 꺼내들고 경쟁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핀란드, 스위스,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스페인, 케냐, 스코틀랜드, 나미비아, 브라질 등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의 불평등과 양극화, 삶의 질 저하에 대한 대안으로서 기본소득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기본소득은 재산이나 소득의 많고 적음, 노동을 하고 있거나 노동하지 않거나 관계없이 개별적으로 모든 사회구성원에서 똑같이 보편적(Universal), 무조건적(Unconditional), 정기적(Periodic), 현금(Cash Payment)으로 지급되는 특성을 지닙니다.

유정길소장은 기본소득 도입의 장점을 5가지로 요약하여 제시하고 있습니다. 첫째, 모든 이에게 무조건 지급<무조건성>하기 때문에 부자와 가난한 사람을 가리는데 들어가는 행정력이 대폭 줄어드는 장점이 있습니다. 둘째, 개별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부모 등의 경제적 의존성이 약화되고, 개별 주체성이 높아집니다. 셋째, 정기적으로 지급되기 때문에 예측가능한 미래설계가 가능하여 미래불안요소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넷째, 자신의 경제활동뿐 아니라 문화와 취미 등 창조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습니다. 다섯째,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위화감이 줄어들어 공동체성도 높아지고 노후의 불안요소도 줄어들어 안전한 사회에 대한 기대를 높이게 됩다는 것입니다.

우리나라는 현재 월 30만원 정도의 기본소득 지급을 전제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30만원이면 연 180조원의 추가비용이 필요합니다. 이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늘어나고 있는 복지 재정의 포함하여 기존의 사회복지제도의 전면적 재조정이 필요하고, 증세를 포함한 조세제도의 전면적 개편이 요구된다고 합니다. 또 월 30만원은 현재 정부가 지급하는 생계급여비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그래서 실재 소요되는 재정액수를 파악하기 위해 적정한 기본소득 금액 산정이 필요합니다.

이런 과제가 있기에 유정길소장은 예산 조달과 시행의 착오를 줄이기 위해 전국민에게 한꺼번에 지급하기 전에 청년, 장애자, 노인(노인들은 이미 지급하고 있다)과 함께 농민들에게 먼저 기본소득을 지급하길 제안하고 있습니다. 다른 산업과 달리 농업은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고 국가의 식량주권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농민부터 기본소득이 시행되면, 귀농인구를 늘여 지역균형을 이루는데도 도움이 되고, 도시 또한 인구 감소로 인해 토대로 새롭게 도시재생을 구상할 수도 있다고 주장합니다. 이에 농촌에서 기업농 중심의 보조금 지급이나, 융자제도 등을 개선하면, 재정적으로 농민기본소득의 우선 시행이 가능하다는 의견도 제시되었습니다. 여기에 농민기본소득의 우선 시행이 기본소득의 특성인 전국민 누구에나 동시에 개별적으로 지급해야 한다는 원칙이나, 농임 우선 시행에 따른 다른 부문, 계층과의 갈등 우려, 우선 시행에 따른 행정비용 소요 등에 대해 충분한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 시행되어야 한다는 보완의견도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기본소득이 정쟁의 대상이 되어서도, 이념의 도구가 되어서도 안 될 것입니다. 갈수록 어려워지고 사회적 흐름에서 공공성의 강화와 사회안전망의 확충을 바탕으로 안전한 사회,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를 위한 방편으로 검토되어야 하며,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되길 바랍니다.

다음 법석은 81() 오전 1030, 이윤정 살림지이 자택

이번 법석은 내 인생의 음악을 서로 듣고 나누면서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마음을 치유하는 자리입니다. 8월 법석에서 즐거운 마음으로 뵙겠습니다.

 

박재현 (협업미래센터 소장, 편집위원)
1994년 종단개혁에 참여, 개혁회의 기획조정실 기획위원으로 종단의 종헌․종법 입안 활동. 그 후 총무원에서 10여 년간 종무원으로 생활하다가, 현장에 대한 갈증으로 월정사(교구본사)로 장을 옮겨 10여년간 사찰과 지역의 불교현실체험. 20여 년간의 종단생활을 벗어나, 삶의 현장에서 새로운 한국불교의 길을 찾고 있다.
현재 : 신대승네트워크 협업미래센터 소장, (사) 함께하는 경청 기획운영위원 등
편집진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