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익마케팅스쿨 오승훈 대표 인터뷰
‘불교 기반 창업’이라는 화두(아이디어)를 이 글을 읽는 당신과 한국 불교계에 던집니다.
인터뷰 삼매에 빠져 있다.
스타트업이라는 말에서 여러분은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과거에 없던 새로운 방식으로 큰 돈을 벌고 세상의 흐름을 바꾸려는 사업가들, 세계를 움직이는 구글, 애플, 페이스북도 한때는 스타트업이었다. IT와 IOT(사물인터넷)와 3D프린팅, 게임과 O2O서비스(Online to Offiline),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핀테크(금융기술)와 소셜커머스와 크라우드 펀딩 등 다양한 분야에서 스타트업 컴퍼니들이 생기고 또 사라진다.
스타트업 시장에서 잠시 눈을 돌려 한국 불교를 바라본다. 현란한 도시에서 인적이 드문 산 속으로 들어온 느낌이다. 나는 불교의 인본주의적 통찰과 방편들이 대중에게 더 많이 다가가고 쓰이기를 바란다. 이 시대에 석가모니가 다시 태어난다면, 그는 어떤 직업을 가질까? 나는 그가 영화 감독이나 게임 개발자가 되어 불교적 콘텐츠를 세상에 전할지도 모르겠다 생각한다. 그리고 또 하나, 사람들을 이롭게 하는 스타트업 창업자가 되는 건 어떨까 싶다.
불교 스타트업에 관한 질문들을 가지고 서울역 인근 카페에서 오승훈 공익마케팅스쿨 대표를 만났다. 그는 마케팅의 공익적 활용을 연구하고 창업가들의 마케팅 교육과 컨설팅을 진행하는 마케팅 전문가이며, 서울국제불교박람회를 주관하는 (주)마인드디자인을 사업 초기부터 지금까지 멘토링했던 멘토이기도 하다.
오승훈 공익마케팅스쿨 대표
Q. 스타트업을 어떻게 정의하고 인터뷰를 시작할지?
A) 신생 기업, 이제 막 생겨난 기업이다. 하지만 기간만으로는 정의하기 어렵다. 기업의 성장단계를 오랜 기간 연구해본 결과,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모르는 단계가 제일 처음이고 스타트업이다. 그 다음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알기 시작하는 단계인데, 이때부터 스타트업의 시기는 지나갔다고 봐도 된다.
(Q. 종종 해당 분야에 대한 경력이 꽤 있는 분들이 사업을 시작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러면 이건 스타트업이 아닌가?)
경력이 모든 걸 말해주지 않는다. 신생기업이라고 할 때는 불안정한 상태를 말한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고, 고객 기반이 명확하지 않은 기업이다. 명확한 거점이 잡히면 그때부터 스타트업을 벗어난다. 사업을 하는 것과 하지 않는 것은 돈을 내는 고객이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다. 고객은 돈을 내는 사람이고, 고객이 누구인지 파악한 시점부터는 신생기업이라고 보지 않는다. 아직 고객을 찾아가는 기업이 스타트업이다.
Q) ‘불교 스타트업’이라는 검색어로 네이버 검색을 해보니, 이런 기사가 플래텀(스타트업 전문미디어)에 있다. 최근 창업한 텐시티라는 스타트업인데, 대표가 스스로 불교철학에 관심이 있고 명상을 한다고 말한다. 불교적인 아이템으로 창업을 한 곳은 아니지만, 잠재적인 불교 스타트업 창업자 풀로 눈에 띄는 곳이다. 이런 곳도 넓은 의미에서 불교 스타트업이라고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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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불교를 무엇으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있다. 종교로 볼 거냐, 사상이나 철학으로 볼 거냐, 문화로 볼 거냐. 이렇게 3가지다. 종교로 보면 스타트업이라는 말을 붙이기가 좀 어려울 것 같고, 사상이나 철학, 문화로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굳이 비교를 하자면, 사상이나 철학보다 문화쪽이 더 기업다운 색이 있을 것 같다.
불교 스타트업이라고 하면 사상이나 철학의 관점과 문화, 문화로 갈수록 더 기업다운 것이 나오지 않을까. 물론 사상과 문화를 완벽히 구별할 수는 없다. 커피 원액은 에스프레소, 물을 더 섞으면 아메리카노, 우유를 섞으면 라떼인데, 이게 다 커피다. 사상과 문화 중 어느 쪽의 비중이 더 많은가인데, 사상은 생각의 근원이고, 발현된 모습이 문화다. 염주만 놓고 봐도, 스님들이 쓴다면 종교적이고, 염주의 쓰임이나 모양이 변형되면서 염주를 차는 의미가 더 강하면 사상, 느낌이나 색깔이 강해지고 의미가 줄어들면 문화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마인드디자인을 겪으며 알게 된 것은 한국 전통문화의 80%가 불교적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인연’이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는데, 불교적 의미가 있다. 이런 단어들이 무의식중에 쓰이는 것만 봐도, 불교는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다. 대중들에게 보편적으로 퍼져 있는 것 중에서는 언어가 대표적이고, 언어에는 사상을 담겨 있다.
나는 불교 신자가 아니지만 불교를 좋아하는 이유가 불교의 업이라는 개념 때문인데, 나로 인해 시작된 많은 것들을 내가 거두어들이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자기 자신과 주변의 관계가 있을 때, 나의 변화로부터 다른 모든 것이 변화하기를 바라는 것이 불교라고 생각한다. 한국의 뿌리 깊은 사상 중 하나다.
Q) 검색에서 찾은 또다른 기사는 ‘소울링’이라는 심리상담 서비스이고, 서울불교대학원대학교 김명권 교수가 이끄는 ‘마음의 숲’이라는 곳과 공동으로 서비스개발을 했다는 내용이 있다. 심리상담처럼, 불교가 가진 강점을 살릴 수 있는 창업 아이템들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최근 본 불교적 창업아이템으로 불교적인 어린이교구를 만드는 ‘무아’, 연꽃 모양 쿠키를 굽는 ‘오붓’, 불교 문구가 적힌 선물용품을 만드는 ‘착한동자승’ 등이 있었다.)
A) 과학이 발전할수록 인문학이 더 필요해질 거라고 본다. 한마디로 ‘인간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질 것 같다. 사람은 알면 알수록 모르는 것이 생긴다. 과학이 발전하지만 여전히 규명되지 않는 것이 인간이다. 인간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며, 어떤 존재인가? 과학이 조금씩 질문의 답을 밝혀낼수록 인간은 더 많이 궁금할 것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이 문제는 과학이 아니라, 종교나 사상이 풀 것 같다. 불교는 인간을 탐구하는 사상이고, 나중에는 과학보다 더 과학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기업이 존재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사람들의 삶을 더 낫게 하는 것이다. 어느 쪽으로 더 나은가는 다르지만, 어쨌든 삶을 더 개선하는 방향으로 발전해왔다. 리모컨 공장도, 세계적인 명상센터도 기업이다. 출판사도 사상을 상품화하여 책으로 만든다. 이것이 기업이 존재해야할 이유다. 사상적 관점에서 삶의 의미를 제대로 건드리고 더 낫게 한다면 (불교 스타트업은) 사람들에게 매우 의미있는 존재가 되고,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Q) 서울국제불교박람회에서 본 기업들 중에 전망이 괜찮겠다 생각했던 곳이 있었나?
A) 양경수 작가의 팔상성도 같은 작품들을 좋게 보았다. 불교라는 어려운 것을 재치있게 풀어내는 사람도 있어야지 싶다. 다만, 어디까지를 불교로 볼 것인가라는 고민도 든다. 비슷한 예로, 다양한 퓨전 음악들이 나오는데 어디까지를 국악으로 볼 것인가와 같은 문제다. 법정스님과 법륜스님과 석가모니 붓다의 사상은 각각 다를 것이고, 양경수 작가가 해석한 불교도 또한 다를 것이다. 어디까지 달라질 것인가, 붓다가 말한 건 뭘까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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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불교 관련 앱을 만들어서 히트칠 만한 것은 뭔가 없을까? (가령, 비어 있는 사찰의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실시간 공간 정보 공유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어느 청년불자에게 들었던 적이 있다. 누군가 그 정보를 입력해주어야 하는데, 그런 인력이 사찰마다 있기 어려울 거라고 나는 대답했었다)
A) 자기 자신을 셀카방식으로 매일 기록하면 어떨까? 강의를 하면서 사진에 많이 찍히는데, 제가 늘 인상을 쓰고 있더라. 셀카를 찍어도 나는 웃는다고 찍었지만, 인상을 쓰고 있더라. 활짝 웃으니까 그제야 조금 웃는 얼굴이더라. (셀카를 보고)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겠더라. 불교는 자기 자신에 대한 탐구라고 생각한다. 탐구하고 해석하고, 발견해내고 변화시키는 사상인데, 자기 자신이 가장 잘 드러나는 게 얼굴인 것 같다. 매일 앱으로 셀카를 찍었을 때, 당신의 무엇인가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다는 걸 부처님이 얘기해주듯 하면 좋지 않을까.
(Q. 그렇겠다. 지난 4월 중국에서는 사람들과 문답을 할 수 있는 로봇 스님이 개발되어, 알파고에 빗댄 알파승이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이 로봇은 젊은 층에게 붓다의 가르침을 보다 친근하게 전파하기 위해 개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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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사업아이템이 있다. 어느 날 내가 칼을 품고 사는 사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쪽 분야에서 저에 대한 호불호가 있는데, 그 사람들이 저를 좋아해주기를 바라는 건 아니지만, 좋은 의도였더라도 나의 말이 누군가에게는 칼이 되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좋게, 부드럽게 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소프트 아이스크림 같은 사람이 될 거라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그리고 핸드폰 바탕화면에 아이스크림 사진을 저장해두었더니, 사진을 볼 때마다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옛 고승들이나 주지스님들이 이렇게 (소프트 아이스크림처럼) 자기 자신을 반성하기 위해 가지고 있던 물건이 있다면, 그 가르침과 함께 기념품으로 나오면 좋겠다. 삼성 이병철 회장의 2가지 유훈 중 하나가 흔들림 없는 마음을 지닌 최고의 싸움닭을 뜻하는 목계(나무로 만든 닭)였다. 그래서 이건희 회장의 집무실에는 나무로 만든 닭이 있다고 한다. 이런 물건이 그리 흔하지는 않겠지만, 스님들에게도 뭔가 있을 것이다. 불가의 가르침을 잊지 않게 해주는 기념품들을 파는 쇼핑몰을 만들고 싶었다. 정말 하려다가 말았는데, 재밌을 것 같다.
Q) (어떤 아이템인가에 따라 매우 달라지겠지만) 불교 스타트업들이 눈여겨 보아야할 타깃층은 어떤 이들일까?
A) 쉬운 시장에 들어갈 거냐, 타깃을 만들어가느냐의 차이가 있다. 대학 신입생들에게 노트북을 팔기는 쉬울 수 있다. 반면, 브래들리는 원래 시각장애인을 위한 시계였지만, 이 시계를 사고 쓰면서 비시각장애인들이 변화한다. 눈여겨 볼 타깃이라기보다 눈여겨봐야할 타깃이 있다. 대략적으로 보면 40~60대 불자들은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다. 그러나 불교의 사상과 문화라는 관점에서 보면, 20~40대를 공략해야 할 것이다. 특히 30대가 중요한 타깃일 것 같다. 쉽게 공략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라, 공략해야할 시장이 있다.
Q) 현재 마인드디자인이 불교 스타트업의 선두주자라고 생각한다. 본인과 마인드디자인의 인연을 간략히 소개한다면?
A) 2013년, 사단법인 씨즈에서 멘토링 때문에 처음 만났다.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했고, 같이 고민해주다가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오랫동안 봐온 마인드디자인의 멤버들과 그중에서도 김민지 대표를 사업가 후배로서 좋아한다. 저랑 사업하는 스타일이 비슷한데, 제가 못 가졌던 것들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간혹 김민지 대표를 보면서 빙의가 된다.(웃음)
[참고] 사단법인 씨즈는 사회적기업 창업을 돕는 비영리단체이고, 이 기사를 쓰고 있는 인터뷰어는 2014년부터 2년간 씨즈에서 일을 했다.
Q) 마인드디자인의 성장에서 생각해볼 수 있는 불교 스타트업의 사업적 환경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A) 마인드디자인이 불교 기업이냐 아니냐를 먼저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 지금의 모습을 보면 불교문화 스타트업이라기보다 전통문화 스타트업이다. 물론 한국 전통문화에서 불교를 뗄 수는 없다. 이런 와중에 어려운 점은, 불교 스타트업이라고 보는 시선이 전통문화를 다루고 싶은 기업 정체성에 방해가 된다. 반대로 불교에서는 불교 기업이라고 생각했는데 전통문화로 가냐고 말할 수도 있다. 불교라는 종교에 관심과 호감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불교문화 기업의 상품에 선입견을 가질 수도 있는 점이 사업상 어려운 점이다. 20-30대가 이런 심리적 장벽을 가지고 있으면 고객이 되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불교 스타트업의 장점은 불교의 사상적 배경이 삶에서 누구나 공감할 만한 내용이라는 점이다. 이런 면에서 굉장히 유리한 출발점에 있다. 불교 스타트업의 역할은 (전부 일반화시킬 수는 없으나) 통역자인 것 같다. 불교의 언어와 대중의 언어가 있고, 같은 것을 다르게 쓴다. 깊고 어려운 사상이 있는데, 이것을 모두 흡수할 수 없으니까 대중은 일부만 흡수한다. 전체에서 어떤 부분을 대중이 흡수하게 할 것인가에 따라서 어떤 부분을 통역할 것인가를 정해야 한다.
(Q. 지금 주변 사람들과 함께 기획하며 만들고 있는 ‘붓다클래스’라는 사이트가 있다. 불교와 세상을 잇는 기업이라는 사명을 가지고, 청년들이 불교를 더 쉽게 접할 수 있도록 젊은 불교 콘텐츠를 만들고, 좋은 스승님들과 청년들을 연결하고 싶다. 이런 서비스는 어떨 것 같은가?)
저라면 붓다가 아니라 붓다의 여러 가르침 중 하나를 클래스명으로 잡을 것 같다. 여러 키워드 중 하나를 고른다면, 탐욕클래스 혹은 무소유클래스. 이게 제가 말한 통역이다.
Q) 마인드디자인은 사회적기업 창업에서 시작된 곳인데,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 창업에 대한 지원에는 많은 공통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회적기업과 스타트업의 관계를 어떻게 보는가?
A) 둘의 경계가 없어지고 기준이 무너지는 중이다. 사회적기업의 창업은 스타트업에 ‘사회적’이라는 기준이 첨가된 것이다. 그런데 그 기준이 무너지면 그냥 스타트업이 된다. 장애인 고용이 잘 되지 않는 것을 사회문제로 보고, 장애인 100명을 고용하는 기업이 있다면 대단하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한 단계 더 뛰어넘은 사회적기업은 우리가 장애인 100명을 고용했는데 어려운 점은 있었으나 좋은 제품을 만들었다는 사실로 다른 고용주의 인식을 바꾸는 곳이다.
사회도 해결하지 못하니까 사회문제라고 부르는데, 이렇게 근원적인 시스템을 바꾸면 사회문제는 해결된다. 같이 합시다, 대중을 설득하는 것이 사회적기업의 역할이다. 장애인 100명을 고용하는 단계에만 머무르면 좋은 기업은 될 수 있으나, 사회적기업은 되지 못할 것이다. 다만 이것은 모두 저의 기준에서 하는 말이다. 이렇게 ‘사회적’이 되기가 너무 어려워서 사회적기업이 별로 없다. 그러면 범위가 더 넓어야 하지 않을까하고 100명이 아니라 50명, 30명도 인정해주자로 기준이 완화되면서 사회적 스타트업과 일반 스타트업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Q) 스타트업의 창업과 성장을 위한 한국의 사업 환경은 어떤가?
A) 매우 좋다. 제가 1997년부터 사업을 시작했는데, 이렇게 좋은 창업환경이었으면 삼성이 되었을 것이다.(웃음) 돈도 주고 코칭도 해주는데, 창업의 성공률은 낮고 실패하는 사람은 많다. 실패했을 때 그것을 경험으로 인정해주고, 다시 도전할 수 있게 해주는 시스템과 사회전반적 인식이 없다. 이게 좀 생겨나야한다.
창업은 창‘업’이다. 직장과 직‘업’은 각각 명사와 동사다. 의사에게 병원이라는 직장은 명사, 병을 고치는 일은 동사다. 창업은 동사다. 회사에서 무엇인가를 이루어가고 활동하는 것이 창업이다. 반면에 회사는 명사다. 창업이라는 동사에 중점을 둬야하는데, 성공한 기업이라는 명사에 중점을 두는 것 같다. 성공한 기업이 많아지는 것보다 창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도전하는 정신이다. 도전은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인데, 도전에서 성공만 좋게 보고 나머지 실패의 부분은 잘 보지 않는 것 같다. 이걸로 사업해봐야 안 될 것 같은데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다.
Q) 만약 불교계에 스타트업 지원 정책이 생긴다면, 무엇이 중요할까?
A) (첫째) 실패에 대해서 격려하고 응원하고 인정해주면 좋겠다. 붓다의 가르침은 잘못한 사람이 왔을 때 골방에서 조용히 살라고 하지 않는다. 이제부터 열심히 살라고 한다. 이것과 똑같은 거라고 생각한다. 실패를 인정하고 다시 시작하도록 지원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길을 가다가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다. 동생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는데, 형이 옆에서 “넘어져도 괜찮아, 한 발 한 발 디뎌.”라고 말하더라. 이런 사회적 형이 필요하겠다.
(둘째) 붓다의 가르침에 대해서 이해도가 얕은 불교 스타트업이 있다면 불교의 사상적 배경을 알려주면 좋겠다. 그래서 이들이 불교의 사상적 기반을 통역하기 쉽게 도와주면 좋겠다. 그리고 사실 기업을 하다보면 사상적 배경을 배제할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생기는데, 이런 부분을 지원체계에서 해결해준다면, 기업이 사상적 배경을 지키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셋째) 의류디자인 분야를 보면 패턴 디자인이 있다. 이 패턴으로 패션 디자이너가 옷을 만드는데, 불교의 스타트업 지원정책은 패턴 디자인을 많이 제공해주어서, 기업은 그것을 기반으로 좀 더 쉽게 불교의 사상과 문화를 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해주면 좋겠다. 창업가들에게 ‘이런 (불교적) 콘텐츠도 있는데 써볼래?’라고 하는 것이다. 다양한 원단을 만들어내면, 의류디자인을 하는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옷을 만든다. 디자이너들이 원단을 보지 못하면 아이디어에 제한이 생길 것이다. 다양한 패턴 원단을 만드는 쪽이 지원정책, 옷을 만드는 쪽은 기업가들이 된다.
Q) 불교를 하나의 상품으로 본다면, 어떤 강점/약점/기회/위협요소(SWOT)가 있을까?
A) 강점은 철학적 배경이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 충분히 다가갈 수 있는 이야기들이라는 점이다. 강점의 종류들 중에 이슈리더십이라는 것이 있는데, 불교는 깊은 철학적 배경으로 이슈리더십을 갖추고 있다.
약점은 (강점과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은데) 너무 깊고 어렵다는 점이다. 그리고 노화되었다는 선입견이 있을 수 있다.
기회요소의 관점에서 보면 요즘 우리가 인터넷을 통해서 연결되는데, 그 연결이 계속 더 강화되면 ‘진짜 연결’이라는 것을 찾게 될 것 같다. 헬스클럽 같은 곳에 가보면 의외로 날씬한 사람이 더 많다. 날씬한 사람이 날씬함을 지키려고 운동을 더 하는 것이다. 행동적 관점에서 보면 행동변화 후 유지 강화라는 단계가 있다. 사람이 연결되면 연결에 대한 욕구가 더 생길 것이다. 그리고 깊은 욕구는 인터넷으로 해결되지 않을 것이다. 이때 종교와 같은 철학적 배경이 진짜 연결을 해주지 않을까? 혹은 연결되고자 하는 마음을 혼자 있을 수 있게 해주는 쪽으로 이끌어주지 않을까? 사람들이 더 많이 연결되려고 하는 것이 불교의 기회요소다.
위험요소는 유사 사상이 너무 많다는 것이다. 이게 불교의 사상인지, 그냥 좋은 사상인지 구분이 모호할 때가 있다. 조심스러운 이야기지만, 사상이 난립하는 시대가 된 것 같다.
Q) 불교와 스타트업은 잘 어울릴까? 그리고 끝으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A) 불교 문화는 매우 잘 어울릴 것이고, 불교 사상이나 철학은 얼핏 잘 안 어울리지만 개인적으로는 해보고 싶다. (앞서 말한) 목계 같은 물건을 파는 쇼핑몰을 불교적 사상과 철학으로 해보고 싶다. 하지만 그 전에 불교를 공부하러 가야하나 싶기도 하다(웃음). 패턴 원단(불교적 창업콘텐츠)이 더 많이 깔려 있다면, 불교 스타트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에는 3가지 종류의 일이 있다. 하고 싶은 일, 잘하는 일, 필요한 일(=해야할 일)이다. 대학생이나 청년들이 이런 질문을 한다. 하고 싶은 일과 잘하는 일 중에 뭘 해야 돼요? 총 3명으로 이루어진 사회가 있다고 상상해보자. 모두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변기 청소는 누가 할 거냐. 누군가는 결국 해야 한다. 여기서부터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가 나온다. 하고 싶은 일보다는 잘하는 일을 하도록 구성된 사회가 좋을 것 같다.
잘하는 일이기도 하고, 필요한 일을 하면 좋고, 하고 싶은 일인데 필요한 일이면 해도 된다. 필요한 일은 필수 조건이다. 기업들이 해야 할 일(팔정도로 치면, 정명)을 하면 좋겠다. 저는 마케팅이라는 도구가 강력하다고 믿고 있는데, 사람들이 정말 필요하지 않은 것도 많이 만들어냈다. 비누 하나만 있어도 될 텐데 클렌징이 생기고, 눈에 바르는 크림과 발에 바르는 크림이 각각 생긴다, 이것들이 정말 다 필요했을까?
반대로, 정말 (물건이나 서비스가) 필요한 곳들에는 공급이 부족하다. 스타트업이 세상에 꼭 필요한 일들을 하면 좋겠다. 불교라는 사상은 정말 필요한 일들에 집중하는 것이다. 무소유를 말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리는 것이 필수다.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버려야 필요한 것이 남는다. 불교는 이와 일맥상통한다. 정말 필요한 것들을 위한 불교 스타트업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이렇게 인터뷰를 마쳤다. 오승훈 대표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현재 국내의 분위기는 정부의 창조경제혁신센터나 강남의 구글캠퍼스서울, 판교의 스타트업캠퍼스 등 대규모로 스타트업들의 창업과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그리고 어느 창업 지원 프로그램에서는 기독교인 1명이 반드시 창업팀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조건이 붙은 것을 보았다. 사전 조사를 하면서 동국대학교의 창업지원단이나 불교사회적기업지원센터 같은 곳이 눈에 띄었지만, 불교 스타트업 창업을 전문적으로 지원하는 곳으로 보기는 어려웠다.
불교가 우리 삶을 더 행복하게 만들 사업아이템을 찾아본다면 무궁무진하지 않을까? 사업의 방식으로 불교를 전파하는 일은 통역이라고 했다. 그리고 사업이기에 지속성과 확장성을 가지고 사회에 더 많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비누나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바꾸는 발명들이 있다. 불교는 이미 2,500년 전, 그 독창적인 사상으로 세상을 바꾸었던 발명(혹은 진리의 발견)이다. 붓다가 이 시대에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을 할까? 불교 스타트업 창업에 혹시 관심이 있지 않은지 물어보고 싶다. <끝>
P.S. 오승훈 대표가 생각하는 공익, 그리고 마케팅
마케팅의 공익적 활용은 더 많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 마케팅의 성공은 그 이익이 소수에게 간다. 마케팅이라는 도구를 써서 더 많은 사람에게 이익이 돌아가면 좋겠다. 커피를 마케팅해서 사게 한다는 것은 사람에게 행동의 변화를 일으키는 일이다. 한 번 살 것을 두 번 사게 만들고, 다른 커피를 사먹던 사람이 내가 만든 커피를 사먹게 하는 것이다. 동일한 행동 변화의 원리로 쓰레기를 길거리에 버리던 사람이 쓰레기통에 버리게 한다면 공익적 마케팅이 될 것이다. 공공의 이익을 정의하는 나의 기준은 100명보다 101명에게 이익이 돌아가면 그것이 공익이다. 더 많은 사람을 위해 마케팅이 쓰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마케팅 강의를 하고 컨설팅을 하고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