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제작소의 창립 10주년 기념 기획연구
‘시대정신을 묻는다’인터뷰 분석 결과
❑ 희망제작소는 창립 10주년 기념으로 허핑턴포스트코리아와 공동으로 ‘시대정신을 묻는다’라는 주제로 경제‧사회‧복지‧정치‧과학‧환경‧통일‧외교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11명의 전문가들을 선정하여 세 가지 공통 질문을 던져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그 내용 전체를 분석해서 ‘2016년 한국의 시대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키워드를 추출하였다.
이 시대에 한국불교가 나가야 할 방향과 역할을 정립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어 이를 소개하고자 한다. 본 자료는 희망제작소의 「‘시대정신을 묻는다’ 11번의 만남, 11개의 시선」의 내용을 요약 정리한 것이다.
공통의 세 가지 질문
1. 한국 사회에 대한 진단(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2. 이대로 갈 경우 5~10년 후 한국 사회는?
3. 더 나은 사회를 위해 지금부터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희망제작소 홈페이지 캡쳐>
❙ ‘시대정신을 묻는다’결과 요약
희망제작소는 수많은 갈등과 불안, 위험요소를 갖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국가주도 성장지상주의’(박정희 모델), ‘시장 주도 성장지상주의’(IMF 모델)라는 두 개의 과거가 겹쳐진 결과로 보았다. 박정희모델은 경제성장을 지고지선의 가치로 삼았던 국가동원형 성장지상주의 사회, 가부장적 획일주의를, IMF 모델은 과거는 사회구성원 간 격차가 커지면서 더 나은 보상을 획득하기 위해 더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그 경쟁이 사회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는 사회적 가치를 내포하고 있다고 하였다.
현재의 실패를 극복하기 위해서 제시하고 있는 새로운 모델은 안전한 ‘놀이터’라는 제도적 환경 하에서 개인들이 생존의 위협 없이 창조적인 시도를 하며, 대화와 협력을 통해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공동체주도 지속가능발전 모델’이다.
그래서‘2016년 한국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 키워드’로서, 우리사회가 지향해야 할 미래가치로 <안전한 ‘놀이터’와 지속가능한 삶>을 제시하였다.
그리고 우리사회의 가장 시급한 것으로서 기득권을 뚫고 제도 변화를 이끌어낼 민주적 정치 리더십,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한 구조적 틀을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시민들의 자발적인 결사체, 사회 곳곳에서 ‘둘러앉아 이야기하는’ 단위들이 나타나야 한다고 주장한다.
특히, 정치를 가장 현실적인 실천영역으로 보아, 20대 국회가 합의 정치 실현을 통해 새로운 패러다임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무엇보다도 2017년 대통령선거, 2018년 전국동시 지방선거에서 유권자들이 사회적 타협의 틀을 짤 수 있는 리더를 선출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시대정신을 묻는다’ 결과분석 간담회 바로가기
❙전문가 인터뷰 내용 요약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1. 사회 양극화(Social Divide), 세습‧봉건사회로의 회귀 경향, 기득권의 지대추구 현상 심화가 한국 사회의 가장 큰 문제다.
2. 세습‧봉건사회로 회귀해서 진입장벽이 쳐지고, 성장동력이 발견되지 않으며, 특히 노동환경이 극도로 불안한 사회가 될 수 있다.
3. 정부는 헌법정신과 사회 요구에 맞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고, 젊은이들이 와글와글 일할 수 있는 시장, 놀이터가 조성되도록 해야 한다.
❙장덕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장
1. 저출산 고령화, 이중화(dualization), 민주주의 훼손의 세 가지 문제가 서로의 발목을 잡아 끌며 심화시키고 있다.
2. 7~8년 후쯤 부양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시작하면 사회가 패닉에 빠질 수 있고, 그때부터는 어떤 정책수단도 소용없다.
3. 합의제 민주주의 강화로 사회적 합의, 사회적 대타협이 가능한 틀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정치부터 달라져야 한다.
❙장하성 고려대 경영대학 교수
1. 분배의 실패로 인한 불평등, 재벌 총수 일가로의 기형적인 경제 집중이 문제다.
2. ‘88만원 세대’, ‘포기세대’를 넘어서 다음 세대는‘유령인간’이 된다. 사회적 갈등을 지나 사회적 혼란이 극심해진다.
3. 진보‧보수 막론한 ‘기득권’의 카르텔을 깨야 하고, 분배가 더 이뤄지도록 정부가 개입해야 한다. 재벌기업 내부유보 과세, 비정규직 요건 ‘직무 기준’개편, 젊은이들의 사회참여, 정치참여가 더 필요하다.
❙오건호 내가만드는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
1. 노후가 위태롭고 자식세대 앞날도 깜깜하리라는 중간계층의 불안이 한국사회를 사로잡고 있다. 사회안전망을 만들어 오지 못했기 때문이고, 그 근간인 복지 시스템의 문제다.
2. 2010~2014년 잠깐 경험한 복지국가의 비전은 한여름밤의 꿈이 될 것이다.
3. 복지를 통해 사회안전망 만들어야, 연대와 협동의 가치 확산을 통해 복지세력 형성하고, 이를 통해 복지를 요구하고 그에 필요한 증세도 합의해 내야 한다.
❙박상훈 후마니타스 대표
1. 4반세기 넘도록 민주주의를 해왔는데도 삶이 별로 좋아지지 않았다는 깊은 회의가 사회를 덮고 있다. 시민들의 다양한 요구가 좋은 대표를 통해서 공공정책에 반영되는 ‘민주주의의 두 번째 단계’에 이르지 못했기 때문이다.
2. 불평등, 빈곤, 사회적 해체 징후들이 지속되다 더 걷잡을 수 없이 나빠져서 동유럽과 남미 나라들처럼 불법과 폭력이 난무하는 사회, 남부 유럽처럼 경제 체제가 무너지는 사회가 될 수 있다.
3. 정치를 시민의 것으로 가져와야 한다. 정당은 정체성을 명확하게 드러내서 경합하고, ‘책임성의 고리’ 찾아내 대표의 질을 높여야 한다.
❙조한혜정 연세대 명예교수
1. 세상이 더 이상 좋아지지 않을 것을 분명히 알아차린 사람들이 패닉에 빠져 있다. ‘구성원들이 의논하면서 사회가 나아갈 방향을 정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체제’가 부재한 채로 지금까지 이어진 탓이 크다.
2. 이대로면 좋아질 게 없고 나빠지기만 할 것이다. ‘위험사회’로 더 깊숙이 빠지게 된다.
3. 이제라도 둘러앉아 의논을 시작해야 한다. 국가와 시장 단위가 아니라 지역과 마을 단위로 생각하고 일하기 시작해야 한다. 마을에서 적은 돈으로도 오순도순 잘 살아보는 경험을 해야 사회를 바꿔 나갈 수 있다.
❙이정동 서울대 공과대학 교수
1. 2000년대 이후로 한국에 신산업이 없다. 새로운 시장을 창출할 기획자, 아키텍트(architect‧설계자)가 없다.
2. 이대로면 한국은 모든 산업에서 경쟁력을 잃게 될 것이다. 5년 후쯤 되면 산업이 쇠락하는 것이 보이고, 중산층이 무너지기 시작할 것이다.
3. 실패와 시행착오를 용인하고, 나아가 실패는 ‘공공재’라는 인식 하에 국가와 기업이 책임지고 장려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정재승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1. 한국 사회에 다양성의 부족이 심각하다. 생각이 다른 사람에게 집단적 폭력을 가하는 수준이다.
2. 사회가 건강할 수 없고 변화에 대응할 능력을 갖출 수도 없다. 글로벌 경쟁에서 도태될 것이고 심각하게 불행한 사회가 될지 모른다.
3. 개인을 억누르지 말고 행복해지도록,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도록 해서 창의적 결과물이 나올 수 있게 해야 한다. 다양성을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라도 차별금지법은 시급히 도입돼야 한다.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1. 경제‧사회‧산업‧공동체 등 여러 측면이 위기에 처해 있다. 전 세계가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기후변화와 에너지 문제에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데 그 근본 원인이 있다.
2. 더 미룰 수 없는 시점까지 변화를 유예했다가는 폭력적 형태의 변화를 맞게 되고, 특히 사회적 약자들은 감내하기 어려운 충격을 받을 수 있다.
3. 시민이 변해야 한다. 그래야 기업과 정부에 압력을 주고,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환경 에너지 문제가 투표와 소비의 기준이 되는 사회로 가야 한다.
❙주성하 동아일보 기자
1. 강고한 기득권이 통로마다 꽉 막고 있는 사회, 즉 세습사회다.
2. 기득권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부정적인 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다. 후진국이 치고 올라와 추월하는 사이 뒤쳐지는 나라가 될 수 있다.
3. 무엇보다 교육과 정치 시스템을 시급히 고쳐야 한다. 개인 능력 충분히 발현되도록 키워주는 공교육 시스템이 회복돼야 한다. 개인적 이해관계 따라 대표자 되려는 정치인을 용인하지 말아야 한다. ‘창조적 파괴’를 이끌 지도자가 나타날 정치풍토를 만들어야 한다.
❙윤영관 전 외교통상부 장관
1. 한국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는 공동체의식 실종과 미래에 대한 준비 부족이다. 특히 북한 문제, 통일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2. 이대로면 한국은 서서히 기울어져 내려가다가 쇠퇴하는 사회가 될 것이다. 노령화, 교육 문제 등을 뻔히 보면서 방치할 수밖에 없는 무기력한 사회가 될 것이다. 당장 2018년 봄으로 예측되는, 북한체제 변화의 기점에서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3. 기득권을 떨쳐내고 미래지향적 결단을 할 정치적 리더십, 소통하는 민주적 리더십이 필요하다. 국가는 안전하고 자유로운 ‘운동장’을 만들어 주는 환경 제공자, 심판 역할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