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망이란 ‘우리’가 서로에게 주는 선물

경제/트렌드 - 변택주 (작가) | 2017. 제17

 

 

천만 평화촛불 힘으로 새 정부가 들어선 지도 어언 여섯 달이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웬만큼 사람을 제대로 아울러 품을 수 있는 나라꼴을 갖춰 자리를 잡으려면 적잖은 시간이 흘러야 할 것이다. 그런데 안팎으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한반도 상황이 우리에게 추스를 겨를을 주지 않는다. 그렇더라도 우리 스스로 추스르지 않으면 누구도 추슬러주지 않는다.

 

누리 결을 어지럽히는 갑질

 

최근 떠오른 이슈가 중소벤처기업부장관 후보 홍종학 파동이다. ‘부 대물림을 비롯해 명문대에 나오지 않으면 소양이 없다던 드잡이며, ‘갑질계약서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부를 대물림하는 것이 시민 정서에 받아들이기 어려울지라도 세법에 따라 제대로 세금을 낸 일을 문제 삼아서는 안 된다. “행복은 성적순이라고 오래 전에 했던 말도 지난 달 말께 책을 펴내고 나서 20여 년 간 시대 변화에 맞게 생각이 바뀌어 기회 균등과 개인 특성이 존중받는 세상이 돼야 한다는 소신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으니 받아들여야 한다고 본다. 간디도 19334나는 일관성 있게 보이는 데에 전혀 관심이 없다. 진실을 좇는 가운데 많은 생각들을 버렸고 많은 새로운 것들을 알게 됐다. …… 따라서 누구라도 내가 쓴 글들에서 똑같지 않다는 것이 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가 아직 제 정신이라고 믿는다면, 같은 주제를 가진 두 글 가운데서 나중 것을 고르는 것이 현명하다.”고 했듯이 사람은 누구나 살아가면서 품은 뜻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하더라도 19대 국회의원 시절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서 세입자를 보듬는 정책활동을 벌인 적이 있는 홍 후보자가 배우자와 딸이 가진 상가 건물에 세 들어 사는 사람들과 맺은 계약서에서 임대료를 2개월 이상 연체하면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다거나 임대료를 밀리면 10% 상당의 연체료를 추가로 내야 한다고 하고 갑이 소송하면 소송비와 집행 경비는 을 부담으로 한다는 갑질 계약서는 아무리 헤아리려고 해도 받아들이기 어렵다. 아울러 홍종학 후보자 부인이 문화체육관광부에 자리 내놓으라고 했다는 말을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했단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심각하다.

 

최근 이와 같은 갑질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공기업인 강원랜드가 2012년과 2013년에 채용된 합격자 95%가 청탁을 받고 채용됐다고 한다. 우리은행 또한 지난해 신입사원 공채에서 국가정보원, 금감원을 비롯한 고위 인사 자녀와 친인척 16명을 특혜 채용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형편이다. 이밖에도 의료계 전공의 폭행 사건을 비롯해, 사회 곳곳에 퍼져 있는 성희롱 사건이며, 가진 이들이 생각 없이 저지르기 쉬운 갑질이 누리 결을 어지럽히고 있다. 내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는 저런 얘기를 들으면서 시민들이 겪는 무력감은 말할 수 없을 만큼 크다.

 

이런 와중에 국민의당 박지원 의원이 지난 3일 페이스북 담벼락에 목욕탕에서 만난 병원 이사장 말이라면서 최저임금 인상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로 병원운영이 어려워져요. 어린이집 원장들도 못한다는 데요라고 적바림했다. 아울러 광주에서도 불안이 꿈틀거립니다. 저녁에 만난 광주 유력인사들도 문재인 정부를 향한 갈등이 시작된다고 밝혔다. 말인 즉은 틀리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이 글을 보며 전공의를 로마시대 노예처럼 다루고 있는 대학병원 의사들 얼굴이 떠올랐다. 경영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낮았던 최저임금이 오르고 비정규직이던 사람을 정규직으로 바꾸려고 하면 어려움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그동안 제대로 주지 못했던 인건비와 처우를 뒤늦게라도 제자리로 돌려놓으면서 겪는 마땅한 진통이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언제까지나 어려운 사람 등골을 뽑아 경영을 이어가겠다는 말인가.

 

내 바람은 내 과거가 아이들 미래가 되지 않아야

 

지난해 124일 경남 진주 촛불집회에서 한 학생은 제가 살아가면서 맞닥뜨리는 문제가 박근혜 대통령 한 사람 책임인가? 최순실 한 사람 잘못인가? 제게 직접 영향을 미친 것은 박근혜, 최순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는 부모님, 반장, 친구들, 선생님, 회사 사장, 그리고 날마다 마주하는 사람들이다. 그이들은 박근혜, 최순실이 시키지도 않았는데, 사람답게 할 수 있었는데도 그러지 않았다. 내 안에 박근혜를 발견하고 내 옆에 최순실에 분노했으면 좋겠다. 사람을 돈이나 소유물로 보지 않고, 사람을 돈과 이익으로 환산하지 않고, 독립된 사람으로 보는 세상이 되면 좋겠다. 어쩔 수 없는 경쟁 속에서 남을 밟고 올라서야만 내가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우리는 함께 살아가야 한다고, 사람답게 살 세상을 함께 만들어 가자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드잡이했다. 촛불 1주년. ‘우리 사회는 저 학생 말처럼 바뀌어가고 있는가?

 

1928년 루마니아에서 태어나, 15살에 유태인 수용소 아우슈비츠Auschwitz에서 참상을 겪고도 마침내 살아남아 인권운동으로 1986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엘리 위젤Elie Wiesel희망은 평화와 같다. 이것은 신에게서 받은 것이 아니다. 이 선물을 오로지 우리가 서로에게만 줄 수 있을 뿐이다.”라고 했다. 우리가 서로에게 희망이라는 선물을 주려면 먼저 무엇을 해야 할까? 먼저 우리를 둘러싼 문제 깊이 들어있는 본질을 꿰뚫어 짚어보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문제 안에 있는 본질을 제대로 꿰뚫어 보고 있는가?

 

상상하기조차 끔찍한 곳에서 살아남은 위젤은 내 평생 바람은 내 과거가 아이들 미래가 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란 말을 남겼다. 우리는 이 말 가운데서 길을 찾아야 한다. 위젤은 나는 수용소에서 보낸 그 첫날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 나는 조용하고 푸른 하늘 저편, 동그란 연기가 되어 사라져간 작은, 아이들 얼굴을 결코 잊을 수 없다. …… 나는 내게서 사는 의지를 영원히 빼앗아 가버린 그 침묵하던 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위젤은 나치가 저지른 잔학함을 잊지 않도록, 다시는 그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려고 모든 것을 바쳤다.

 

잊지 말아야 한다. 수많은 갑질을 깊이 들여다보면 무차별한 소비문화와 도덕을 벗어난 사고에 사로잡혀 저도 모르게 쳐놓은 덫에 걸려 허우적거리고 있는 것이 우리 모습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안에 있는 부터 솎아내지 않고는 안 된다.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을 선물하는데 어찌 진통이 없기를 바라겠는가. 이제부터라도 오래도록 젖어 몸에 찌든 것들을 내려놔야 한다. 대기업이 장삿속으로 10만 시간 쓸 수 있는 전구를 만들 힘을 가지고도 2천 시간밖에 쓰지 못하도록 만들어 내놓은 물건들을 아무생각 없이 사서 쓰거나 기업이 펼쳐놓은 정보나 매체에 넋 놓고 빠져들지 말아야 한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삶을 보다 쓸모 있도록 모두 더불어 살리는 사회를 빚어 가야 한다.

 

우리는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사이

 

여기서 우리나라 사람들이 품고 있는 우리라는 낱말을 짚어보자. 우리나라 사람들은 아내와 남편이 우리 남편 우리 아내라고 부르고 외동이 또한 어머니와 아버지를 가리켜 우리 어머니, 우리 아버지라고 한다. 알만 한 사람들도 이를 잘못된 말버릇이라고 말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러나 외동이가 어머니에게 우리 어머니라 하는 것은 나와 어머니둘이면서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를 이루는 사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아내가 우리 남편이라 하는 것 또한 나와 남편둘이면서 서로 떨어질 수 없이 하나라는 뜻이다. ‘우리 아버지또는 우리 아내라 하면 나와 아버지 또는 나와 아내가 둘이면서 떨어질 수 없이 서로 깊이 사랑하여 하나를 이루어 살아가는 아버지또는 아내가 된다. 그렇지만 내 아버지또는 내 아내라 하면 그것은 곧장 아버지 또는 아내를 내가 마음대로 이랬다저랬다 하며 내 손 안에 쥐고 살아가는 소유물로 만들어 버리고 만다. 우리는 옛날이나 이제나 아버지와 어머니, 아내와 남편을 내게 딸린 소유물로 여기지 않고, ‘나와 떨어질 수 없이 사랑으로 깊이 묶인 두 사람으로 여기며 사는 겨레이다. 이 말을 보다 넓게 펼치면 더불어 살 수 밖에 없는 우리는 서로 쥐락펴락하며 함부로 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우리는 너와 나는 떼려야 뗄 수 없이 깊이 아끼어 서로 살리는 사이라는 말씀이 된다.

 

<한국인만 모르는 다른 대한민국>를 펴낸 경희대 국제대학 임마누엘 페스트라이쉬 교수는 문제 본질을 보지 못하는 한국인들에게 드리는 고언이라는 기고에서 대기업이나 유명 교수, 지식인, 싱크탱크 설명이 세상을 이해하는 유일한 통로는 아니다. 우리는 스스로 세상을 보는 법을 깨우칠 수 있다. 우리 자신에게 먼저 높은 기준을 적용한다면, 정부와 기업도 똑 같이 높은 기준을 적용하며 변화에 참여할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고 말한다.

 

집집마다 나아가서는 마을마다 여리고 서툰 사람들을 품을 공동체를 어떻게 꾸려갈 것인지 얘기바람 일으키고 얘기꽃 피워가면서 우리 스스로 세상을 보는 법을 깨우쳐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우리 스스로가 우리가 바라는 누리 결을 빚어나가야 한다.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있어서는 안 될 것이 무엇인지 살피고 또 살피면서 묻고 또 물어야 한다. 좋고 나쁨을 가릴 줄 알아야 한다. 좋은 것은 무엇이고 나쁜 것은 무엇일까?

 

 

할 짓을 하고, 못 할 짓을 해선 안 돼!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으면 좋은 것이고,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이 있으면 나쁜 것이다. 있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먼저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먹을 것이다. 그리고 비를 막아주고 더위와 추위를 막아줄 보금자리와 옷가지가 있어야 한다. 이런 것이 넉넉해 시민들이 마음 놓고 다리 뻗고 살 수 있으면 좋은 세상이고, 이런 것이 모자라거나 없어 하루하루 살아가기 버거워 하면 나쁜 세상이다. 그런데 대다수 시민, 더구나 젊은이들은 제 앞가림은커녕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형편이다.

 

살아가려고 농사짓거나 집을 짓거나 옷을 짓는데 없어서는 안 될 연장은 좋은 것이고, 농사를 망가뜨리고 집을 부수는 무기와 같은 연장은 나쁜 것이다. 그밖에 있어야할 것에는 기쁨, 마음 놓음, 정겨움, 사랑, 평화 같은 것들이고, 없어야 할 것은 아픔, 괴로움, 싸늘함, 갈등, 미움, 전쟁 같은 것들이다. 이처럼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으면 좋은 세상이고, 있어야 할 것이 없고, 없어야 할 것이 있으면 나쁜 세상이다. 희망을 주는 세상이란 있어야 할 것이 있고, 없어야 할 것이 없는 세상을 가리킨다.

 

좋은 세상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세상에는 해도 되는 일이 있고, 해도 안 되는 일이 있다. 할 짓을 해야 하고, 못 할 짓을 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할 짓만 알아서 하고 못 할 짓을 하지 않은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힘겹더라도 꼭 해야 할 일은 하고, 힘이 덜 들더라도 해선 안 될 짓은 하지 않아야 한다. 그렇지만 할 일을 하더라도 어떤 때는 뜻대로 되기도 하고, 어떤 때는 애써보지만 안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해도 되더라도 못 할 짓이나 안 할 짓은 하지 말아야 하고, 안 되더라도 할 짓은 그만두지 말아야 한다. 왜 할 일을 하는가? 그래야 좋기 때문이다. 왜 못된 짓을 하지 않아야 하는가? 나쁜 짓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나쁜 짓인가? 그런 짓을 견뎌야 하는 쪽을 못살게 굴기 때문이다.

 

내 안에 을 몰아내 우리를 살려야

 

우리가 논에 들어 벼를 살리고 산에 들어 나무를 살리는 물처럼, 서로 살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가정을 이루는 식구들끼리 풀지 않으면 안 되는 중요한 세상 문제에 머리를 맞대고 얘기바람을 일으키며 현상을 있는 그대로 제대로 읽어내는 힘을 길러야 한다. 나아가 마을 사람들과 머리 맞대고 한 집안 사람들이 바라고 이웃이 바라는 것을 나눠야 한다. 집안일이며 일터에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문제를 털어놓고 머리를 맞대고 뜻을 나누기를 익혀야 한다. 아울러 우리를 이룬 나와 이웃은 서로 살려야 할 사이라는 것을 헤아리는 바탕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힘을 길러야 한다. 힘이 달려 문제를 풀지 못하더라도 서로 토닥토닥 등을 두드리며 살아갈 힘을 불어넣어줘야 한다.

 

이와 함께 이웃이 가진 힘을 알아야 한다. 누구는 청소년을 아우르는 힘이 있고, 누구는 텃밭이라고 보기에는 넓은 밭을 수백 평으로 가꾸고, 누구는 책상과 탁자를 잘 짜고, 누구는 모임을 잘 아우르고, 누구는 아이를 돌보는데 뛰어나며, 누구는 셈을 하고 정리하기를 잘 하며, 누구는 시골에서 농사짓는 아우가 있다면 품앗이해서 되도록 마을 일은 마을 안에서 풀어나가는 얼개를 세워야 한다. 또한 사서 쓰기보다는 만들어 쓰고, 만들어 나누고, 음식을 사먹기보다는 만들어 먹는 맛에 빠져든다면 집집마다 정이 소복이 쌓일 것이다.

 

하루빨리 우리를 되새기는 이 바탕에서 살림살이를 다시 세워야 한다. 내 안에 너와 나 편 가르는 을 몰아내 우리를 살려낼 때 비로소 내 과거가 아이들 미래가 되지 않을수 있다. 2030, 우리 아이가 어떤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가?

변택주 (작가)
작가. 경영코치로서 살림에 맞선 말은 ‘죽임’으로 ‘가정경영, 기업경영, 나라경영’ 모두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바탕에서 피어오른다고 생각한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여는 사람들’과 ‘으라차차 영세중립코리아’ 바라지를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 스님 숨결>, <법정, 나를 물들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부처님 말씀 108가지> 등이 있다.
편집진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