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성장이란 말은 틀렸다

경제/트렌드 - 변택주 (작가) | 2017. 제16

 

 

 세계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평화로운 촛불시민혁명이 빚은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깃발을 앞세우고 있다. 소득주도성장은 한국경제가 맞닥뜨린 저성장과 양극화를 헤쳐 나갈 전략으로 노동자 임금과 자영업자 소득이 높아져 가정소득이 늘어나면 소비를 부추겨 생산 버팀목이 되어 생산성을 높여 경제성장이 이어진다는 논리다.

 

 지난달 25일 미국 블룸버그통신 OPINION / Asian Economy 코너에 한국 정부 소득주도성장정책을 눈여겨보자는 칼럼이 실렸다. 마이클 슈만(Michael Schuman)한국은 진보주의를 살릴 수 있나?(Can South Korea save liberalism?)’는 제목을 달아 북핵 문제에 가려 눈길을 모으지 못하고 있으나 한국에서는 경제부문에서 뜻깊은 시도가 펼쳐지고 있다면서 주요 선진국들이 맞닥뜨린, 벌어지는 소득격차를 헤쳐 나가려면 문재인 대통령이 펼치는 경제정책을 주의 깊게 살펴볼 만하다고 했다. 간추리면 다음과 같다.

 

 세계 이목이 북한 핵에 쏠려있어 눈길을 크게 모으지 못하지만 한국에서는 세계를 흔들어댈 조짐이 일어나고 있다.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오늘날 세계 여러 나라 정부들이 가장 골머리를 앓는 난제를 푸는 실마리가 될 것이다.

 문 대통령은 사회안전망을 넓히려고 임금을 올리고, 공공주택 건설을 늘리며, 실업보험을 비롯한 여러 혜택의 폭을 넓히는 걸음을 내디뎠다. 교육비 지출도 늘리고, 직업 훈련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지난 7, 내년 최저임금을 2001년 이후 가장 큰 폭인 16%나 올리겠다고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선진국 정치인들은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만들어낼 유일한 방안은 정부가 경제에 되도록 끼어들지 않기, 이를테면 세금 감면과 정부 지출 삭감, 규제 완화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 대목이 문 대통령 실험을 각별히 바라봐야하는 까닭이다.

 한국은 다른 부유한 나라들이 맞닥뜨린 난제와 적잖이 겹친다. 소득격차는 커지고 임금은 찔끔 오르고 생산성은 주춤거린다. 가파른 고령화도 문제다. 재정은 서구 다른 나라들과는 달리 건전하다. 미국 정부 총 부채는 국내총생산(GDP)이 107%에 이른데 견줘 한국은 GDP 39%를 밑돌뿐더러 OECD 나라 가운데 공공 사회지출 최하위권이다. 따라서 사회안전망 강화는 노동자들을 노부모 부양 부담에서 풀려나게 해줄 수 있어 노동력을 확대할 수 있다.

 문 대통령 정부 추가 지출 일부는 보육 지원을 늘려 여성 경제 참여 기회를 늘리고 일자리를 잃은 청년 구직 기회를 늘리는데 내놨다. 모두 인구 고령화에 따른 대책이다. 임금 인상과 정부 지원 확대는 가계 소득을 늘려 소비를 일으킬 수 있다. 더 나은 교육과 직업 훈련은 한국이 혁신 경쟁 우위를 이어가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문 대통령은 나라와 은행권 지원으로, 파산하지 않고 버티는 좀비기업들이 문을 닫도록 하겠다고 다짐하고, 옳지 않은 기업 관행을 바로잡겠다고 밝혔다. 무게중심을 중산층으로 옮기려고 하고 있다. 비관론자들이 또 다시 틀렸음을 한국이 입증해보이기 기대한다.

 

 역시 북핵 문제로 눈길을 모으지 못했지만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지난 94일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의 국회연설이다. 추 대표는 청와대가 내놓은 소득주도성장론이 지닌 한계를 짚으며, ‘지대개혁을 하지 않으면 늘린 소득을 특권층이 지대라는 갈퀴로 가로채 가기 때문에 효과가 낮을 것이라고 꼬집는다. 19503월 펼친 농지개혁으로 농사를 짓는 사람만 농터를 가질 수 있도록 소작제도를 막아 두터워진 자작농으로 농가소득이 늘어나 교육열을 높여 산업화를 이뤘던 보기를 들었다. 사람이 만들 수 없으며 늘릴 수도 없는 땅을 모두가 골고루 누렸기에 이룰 수 있었던 열매라는 말이다.

 

 산업은 발전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가난할까?

 추 대표는 생산력이 아무리 높아져도 지대가 함께 높아진다면 임금과 이자는 오르는 결과를 가져올 수 없다.”19세기 헨리 조지 말을 꺼내들면서 소작료보다 더 무서운 임대료 때문에 나라 사람들 삶은 아무리 발버둥 쳐도 나아지지 않는다, 정부가 내년도 최저임금 인상분 일부를 부담한다 해도 영세자영업자 임대료 부담은 결코 가벼워지지 않을 것이라고 드잡이했다.

 

 헨리 조지는 과학기술과 산업은 나날이 발전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은 어째서 여전히 가난할까?” 골머리를 앓다가 발전하는 세상에서 사람들이 빈곤한 까닭을 노동 착취가 아니라 땅에서 찾았다. 땅을 빌려주고 받는 지대가 사람들이 누려야 할 부를 빼앗아가고 있다고 생각한 헨리 조지는 땅값은 추위에 떠는 사람에게서 온기를, 배고픈 사람에게서 음식을, 병자에게서 약품을, 불안한 사람에게서 평온을 빼앗는다.”면서 땅 주인들이 받는 지대는 자본가와 노동자가 받아야 할 몫을 가로채는 도둑질이라고 했다.

 

 지난달에 이 꼭지에서 우리 소득이 2만 달러를 넘어 50년 전에 견줘 200배나 잘 살게 됐다고 하지만 속내를 들춰보면 모든 물가도 2 00배가 넘도록 올라 실속이 없다는 말씀을 드렸다. 그런데 지난 6월 한국은행과 통계청이 내놓은 ‘2016년 국민대차대조표에 따르면 땅값은 196419300억 원에서 20166981조원으로 3617배나 치솟았으니 도루묵은커녕 시민들은 더욱 가난해지고 말았다는 얘기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부는 모두 13078조 원인데 토지자산을 비롯한 부동산 자산은 11310조 원으로 86%가 넘는다. 경실련에 따르면 지난 50년간 일어난 불로소득만 6700조원에 이르며, 그 가운데 상위 1%2500조 원을 움켜쥐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땅이 없는 자영업자를 비롯한 시민 가정은 등골 빠지게 일을 해도 높은 전월세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허덕이고 있다. 이처럼 땅을 가졌기에 얻는 소득 지대가 오늘날에는 여러 특권에서 나오는 이익을 두루 일컫는 말이 됐다.

 

 기득권을 쥐고 있는 이들이 누리는 특권을 고루 나눌 때 비로소 평화로워진다. ‘평화고를 평벼 화입 구가 모인 어울릴 화가 만나 이룬 낱말이다. 이에 따르면 평화는 밥이라는 말로 고루 나누지 않으면 평화로울 수 없다는 말이다. 이렇게 봤을 때 문재인 정부가 내놓은 소득주도성장이란 말씀은 틀렸다. 누리 결이 돌이킬 수 없을 만큼 망가진 것은 모두 성장지향주의 탓이니 굳이 이름을 달려면 소득순환경제라고 해야 맞다. 문 정부가 꺼내드는 것이 고른 분배이다. 그런데 도시에서 고루 분배할 것이 뭐가 있을까? 돈밖에 없다. 깊이 생각해보면 고루 나눠 먹을 수 있는 건 자연이 우리에게 나눠주는 것뿐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자연에서 생산해내지 않으면 먹고 살길이 열리지 않는다. 도시에서 사는 사람, 힘도 있고 돈도 있는 이들이 그 힘을 나눠주고 돈을 나눠주는 것만으론 문제가 풀리지 않는다는 얘기다. 자연이 생산케 하려면 농사를 짓지 않으면 안 된다. 쌀농사보리농사밀농사를 지어야 하고 나물농사도 지어야 밥상에 올릴 수 있다. 문제는 도시 사람들에게는 그럴 수 있는 힘이 없다는데 있다. 밥을 고루 나눠 먹는 것이 평화라면 밥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물꼬를 터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주곡 자급률이 25% 남짓이다. 그 가운데 잡곡 자급률은 5% 웃돈다고 한다. 밀가루 자급률은 0.2%란다. 10년이 지나도 썩지 않는 미국 유전자 조작 밀가루를 비롯한 콩이나 옥수수 사료를 들여오지 않고는 살길이 막막하다. 식량주권을 잃은 나라가 자주국방, 자주독립국을 이어갈 수 있을까? 식량주권이란 저 먹을 것을 스스로 길러내도록 해서 제 앞가림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생긴다.

 

 교육은 인류생존지대계 _ "촌년", "촌놈" 만들어야

 부처님은 육화경, 어울려 사는데 놓쳐서는 안 될 여섯 가지 새김에서 시주받은 것은 무엇이든지 똑같이 나누라.”고 말씀했다. 우리는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에서 난 것을 먹고 입을 것과 잠자리를 만든다. 그런데 자연이 주는 시주물을 받으려면 우리 아이들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돌려줘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제대로 자연이 주는 시주물을 가꾸어낼 수 있는 힘을 갖출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추미애 대표가 꺼내든 지대개혁만으로는 모자란다. 성큼 한걸음 더 들어가 조봉암 선생이 1950년에 펼쳤던 농지개혁을 이뤄내지 않으면 안 된다. 도시 불로소득을 올리는 기득권들이 쥐고 있는 자연 시주물 가운데 하나인 농토를 나라가 공시지가에 사들여 농사를 지으러 농촌으로 돌아가는 젊은이들에게 나눠줘야 한다. 그래서 소출 가운데 10%를 세금으로 거둬가야 한다. 절집 또한 놀리고 있는 논과 밭을 농사를 짓겠다고 나서는 젊은이들에게 내놓고 소출 가운데 10%쯤만 거둬가도록 해야 한다.

 

 

 

 마을이 곧 삶터이고 배움터라고 외치면서 일찍이 변산공동체학교를 만들어 20여 년을 일궈온 농부철학자 윤구병 선생은 우리 속담에 사흘 굶어 남의 집 담 넘지 않는 사람 없다는 말이 있다. ‘식량무기는 어떤 첨단무기보다 무서운 무기라고 드잡이한다. 그러나 우리에겐 아이들과 젊은이들을 농촌으로 돌려줄 생각이 눈곱만큼도 없다. 손발 놀리고 몸 놀려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교육조차 시키지 않고 그저 머리 굴려서 먹고 살라고 몰아세운다. 사람이 아닌 다른 목숨붙이들은 배우고 가르치지 않아도 제 스스로 살아남을 길을 찾는다. 안타깝게도 사람은 먹을 것, 입을 것, 잠자리 어느 것 하나라도 배우고 가르치지 않으면 해낼 수 없다.

 

 윤구병 선생은 교육이 백년지대계라고 하는 말은 말짱 거짓말이라고 말씀한다. 또한 사람들이 지구에 나타난 뒤부터 이제까지 사람은 배우고 가르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은 인류생존지대계라고 해야 한다. 우리는 살려고 배우고 살리려고 가르친다.”고 드잡이한다. 아울러 살려고 배우고 살리려고 가르치는데 우선 살려면 손발 놀리고 몸 놀려서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하고 여럿이 함께 서로 도우면서 살 수 있는 힘을 길러줘야 한다. 이것을 할 수 있는 배움터는 자연밖에, 농촌밖에 없다.”고 덧붙인다. 윤구병 선생에게 들을 수 있는 으뜸가는 찬사는 촌년”, “촌놈이다. 더 늦기 전에 젊은이들에게 농토를 나눠주어 촌년, 촌놈을 만들 길을 열어야 한다

변택주 (작가)
작가. 경영코치로서 살림에 맞선 말은 ‘죽임’으로 ‘가정경영, 기업경영, 나라경영’ 모두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바탕에서 피어오른다고 생각한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여는 사람들’과 ‘으라차차 영세중립코리아’ 바라지를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 스님 숨결>, <법정, 나를 물들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부처님 말씀 108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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