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적인 폭염, 온난화에 따른 ‘열돔’이 원인

생명/생태/기후 - 민정희 (INEB 이사) | 2017. 제14

 

 

폭염이 기승을 부리던 지난 주, 집에서 며칠 동안 자의반 타의반 에어컨을 켜지 않은 채 지냈다. 에어컨이 고장 난 줄 알고, 이 참에 전기 소비를 줄여야겠다는 야심찬 생각으로 에어컨 수리기사를 부르지 않았다. 그런데 낮은 그렇다 치고 새벽3-4시가 되어도 기온이 좀체 내려가지 않고, 후덥지근한 날씨 때문에 이른 새벽 시간까지 좀체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결국, 에어컨을 다른 전원에 꽂는 것으로 나의 야심찬 그린(Green)행동은 단 며칠 만에 막을 내렸다. 참 바보 같은 행동을 통해서 깨달은 것은 30도를 웃도는 폭염이 며칠 이상 계속되는 상황에서는 에어컨을 일정시간 켜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제 선풍기 하나로는 점점 더워지고, 높은 습기를 포함하는 폭염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다. 의료 전문가들도 이구동성으로 에어컨의 필요성에 대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폭염에 대한 정의는 국가마다 다르다. 네덜란드의 경우, 섭씨 25도 이상의 기온이 5일 이상 지속될 때를 말하고, 그 이웃나라 덴마크에서는 28도 이상의 기온이 3일 이상 지속될 경우 폭염이라 부른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들 기준보다 더 높은데, 기상청은 최고기온이 35도 이상으로, 2일 이상 지속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

 

2년 전부터 한반도의 폭염이 열돔(Heat Dome)' 현상에서 기인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기 시작하였다. 열돔은 지구가 더워지고 여기에 기압과 대류 조건이 결합할 때 생긴다. 한마디로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 현상 가운데 하나다. 열돔은 지상에서 5-7킬로미터 위치에서 형성된 고기압이 정체하면서 내려앉은 공기가 지표면 가까이에 열을 가둬놓는 현상이다. 열에 의한 일사병뿐만 아니라, 오염이 대기 중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지표면 가까이에 머무르면서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열돔을 형성하는 고기압은 어디에서 온 것인가. 그것은 몽골에서 여름철 상승한 기온 때문에 열기를 품고 형성된 고기압이다. 이 고기압은 중국을 거쳐 한반도로 이동해왔고, 마침 북태평양에서 만들어져 한반도로 이동한 거대한 고기압 장벽에 눌려 열돔 현상을 만든다. 몽골에서 사막화방지 사업을 하고 있는 푸른아시아의 오기출 사무총장에 따르면, 몇 년 전 까지 섭씨 10도 언저리를 유지해왔던 몽골의 5월 평균기온이 온난화로 인해서 36도까지 상승했고, 여름철 기온은 66도까지 올라갔다. 이처럼 몽골에서 열기를 품고 이동해온 고기압을 열적 고기압이라 한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유럽에서 발생하고 있는 폭염도 이 열돔 현상과 깊은 연관이 있을 것으로 본다. 유럽 폭염의 경우, 아프리카에서 형성된 열적 고기압에 의한 영향으로, 전문가들은 이 폭염 때문에 올해 여름 유럽에서 약 1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2003년 이미 유럽 전역에서 발생한 폭염 때문에 약 35천 여 명이 사망한 것에 비해서 그 규모는 낮지만 폭염이 사람들의 건강과 생존에 미치는 영향은 가히 치명적이다.

 

최근 건강과 의료 분야 국제학술지 랜싯(Lancet)'1981~2010년 유럽에서 발생한 기후재난 사례를 비교분석하여, 폭염으로 인해 2071~2100년 유럽에서 매년 15만 여명이 사망할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그 피해지역은 스페인, 그리스, 이탈리아 등 유럽남부를 비롯하여 노르웨이, 핀란드,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도 해당된다.

폭염이 치명적인 이유는 높은 온도도 문제지만, 높은 습도 때문이다. 사람은 땀과 호흡을 통해서 높은 열을 제어한다. 흘린 땀이 마르면서 몸의 높은 체온이 내려가는 원리다. 그러나 높은 온도에다 습도까지 높아질 경우, 사람들이 땀을 흘리더라도 땀이 마르지 않기 때문에 체온이 내려가지 않는다. 그래서 온도와 습도가 모두 높을 경우, 문제가 된다.

 

그런데다 사람이 장기간 고온에 노출되었을 경우에는, 제일 먼저 땀 흘리는 것을 멈추게 된다. 땀을 흘리지 않게 되면, 아주 짧은 시간에 일사병에 걸리게 되고 몸이 뜨거워진다. 이는 또한 뇌에 영향을 미쳐 의식을 잃게 만든다. 또한 높은 기온은 신경계통과 순환기계통의 질병을 낳는다. 전문가들은 습구온도(온도계의 수은주에 젖은 헝겊을 두르고 재는 온도. 보통 습구 온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건구온도보다 낮다.)35도 이상의 기온에서 오래 있을 경우, 6시간 이내 사망에 이를 수 있다고 경고한다.

 

1995년 여름 미국 시카고에서는 692명이 폭염 때문에 사망했고, 3,300 여명이 응급실로 실려갔다. 응급실에 실려간 환자들을 연구한 한 보고서는 당시 심한 열사병 진단을 받았던 이들 가운데 28%1년 이내 사망했다고 보고했다. 당시 이들 환자의 경우, 열과 관련된 질병이 아니라 신장 문제로 병원을 찾았다고 한다. 고열 관련 질병에 대한 연구는 많지 않지만, 이러한 사례를 통해서 폭염에 의한 일사병 보다는 폭염에 의한 순환기계통 관련 질병이 사망의 주요 원인임을 짐작할 수 있다.

이밖에도 폭염은 건강뿐만 아니라 농업과 교통 등 여러 분야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지구온난화로 인한 폭염은 건강, 농업, 교통 등 여러 분야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폭염으로 비행기 엔진이 고장 나거나 공항의 활주로, 아스팔트가 녹아내려 교통을 마비시킨다. 올해 미국과 캐나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지에서 장기간 계속된 폭염으로 대형 산불이 발생하기도 했다.

 

한편, 폭염이 1964-2007년 사이에 국제 곡물 생산량의 20% 감소시켰다. 그러나 작물이 더위를 이긴다 해도, 앞으로 사람들이 작물을 경작하기 점점 더 힘들어질 것이다. 얼마 전, 외신에 의하면 인도에서 폭염 때문에 작물의 생산량이 낮아지자 매년 약 6만 여명이 목숨을 끊는다고 한다. 기온 상승 때문에 식량위기와 함께, 기후취약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계가 위협당하고 있는 사례에 해당된다.

 

의료 전문가들은 한 결 같이 선풍기는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대류를 이용하는 컨벡션 오븐처럼 뜨거운 공기를 사람에게 전달해 오히려 체온을 높이게 하므로 폭염 시에는 오히려 선풍기가 위험하다며 폭염으로 인한 사망률을 낮추는 것은 에어컨 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수십 년 전, 아니 4-5년 전에도 분명 심하게 더운 여름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더위의 경우, 온도 차이가 크지 않을지라도, 분명 체감온도는 훨씬 높게 느껴진다는 사실이다. 몇 년 전에도 섭씨 34, 35도를 오르내린 적 있었지만, 지금과 같이 끈적끈적한 무더위는 아니었다고 기억된다. 올해 더위는 내년에 또 새로이 그 기록을 갱신할 것이다. 온실가스 배출로 지구가 점점 더 더워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 인구의 30%가 연간 20일 이상 치명적인 폭염에 노출되어 있다. 그러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게을리할 경우, 이 수치는 21세기 이내 약 7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당장 온실가스배출을 아무리 많이 줄인다 해도, 도시의 폭염은 계속될 것이다. 지금까지 배출되어 대기 중에 잔존해 있는 온실가스의 수명이 짧게는 12년에서 길게는 3,200년이 넘기 때문이다.

 

매번 기후변화 관련 글을 작성할 때마다 강조해왔지만 선진국에서 배출한 온실가스 때문에 취약한 나라의 가난한 주민들이 생존을 위협다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후변화 피해를 입는 이들은 가난한 이들이다. 쪽방촌 사람들, 저소득층, 독거노인 등 에너지 빈곤층은 선풍기 하나로 이 살인적인 무더위를 견뎌내고 있다. 그들이 국가적인 차원에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관심을 기울이는 일 외에도,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 하나하나에 스며든 기후변화의 원인도 함께 성찰해보고 작지만 변화를 위한 행동을 시작하는 여름이 되었으면 한다.  

민정희 (INEB 이사)
대불련 지도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노동위 간사, 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협력국장,로터스월드 사무국장,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정책홍보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기후생태(ICE)네트워크> 사무국장, INEB 이사, 아시아불교씽크탱크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2012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대화’ 참석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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