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는 살림 10> 위험시대…다. 벗어나려면

경제/트렌드 - 변택주 (작가) | 2017. 제14

 

 

며칠 전 페이스북 벗님 담벼락에 하소연이 떴다. “방학입니다. ㅠ ㅠ 교육부 장관님은 왜 청소년들에게 스마트폰 사용을 허락하셔 가지고 고요한 엄마들 마음에 풍파가 일게 하는지라는 글과 함께 올라온 사진에는 다음과 같은 시가 떠있다. 

 중독 

글 장기화

그림 한창희

              틈만 나면 게임한다고

              중독이라 하지만

 

              난학교 갔다 와서 할 뿐

              난학원 갔다 와서 할 뿐

              난밥 먹고 할 뿐

              난똥 싸고 할 뿐

 

              학교도 안가 학원도 안가 밥도 안 먹어 똥도 안싸

              틈도 없이 하는 게 중독이지

적바림되어 있는 아이 말에는 한 치도 어긋남이 없다. 중독에 빠져있는 것은 아이들이 아니다. ‘더 빨리, 더 크게를 외치며 성장 중독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은 어른들이다. 보편화된 성장 조급증. 문제는 세계 190여 개 나라에서 초등학생 때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줄곧 성장 중독으로 밀어 넣는다는데 있다. 오죽하면 어울리지 않는 두 낱말, 마이너스와 성장을 묶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얘기까지 하고 있을까. 성장 강박증이라는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우리들은 그대로 괴물이다.

 

우리가 '프랑켄슈타인'인 까닭

괴물이라고 하면 중년을 넘긴 사람들 가운데는 프랑켄슈타인을 떠올리는 사람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프랑켄슈타인이 누구인지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흔치 않다. 19세기 영국 여성작가 메리 셸리 소설 <프랑켄슈타인>에 나오는 프랑켄슈타인은 아마도 지구별에서 가장 많은 오해를 받은 사람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인조인간을 만든 과학자인데, 뒷사람들은 이 사람이 만든 괴물을 프랑켄슈타인이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프랑켄슈타인은 사람을 창조해보고 싶은 열망에 사로잡혀 사람 살점을 떼어내 실험을 하다가 본의 아니게 괴물을 만들어낸 의학도다. <프랑켄슈타인>에서 괴물은 어두운 우리 자아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프랑켄슈타인이 만든 괴물은 이름이 없고, 만든 사람인 프랑켄슈타인과 뒤섞인다. 프랑켄슈타인과 괴물 사이는 애증과 갈등으로 얽힌다. 선과 악, 또는 밝음과 어둠이 단순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넘나들며 때로는 갈등하고 때로는 어우러진다.

 

사실 지구별 사람들은 농업혁명에 이어 밀어닥친 산업혁명으로 이뤄가는 근대화가 우리를 살맛나게 만들어줄 것이라고 여겼다. 우리나라 사람들 또한 잘 살아보자를 외치며 굴뚝에서 쏟아지는 연기를 자랑스러워하던 게 엊그제 같다. 문제는 이토록 성장 강박증을 휘몰아치며 이룬 기술 근대화가 세상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는데 있다. ‘후진국 병이라고 하면 흔히 위생관리가 좋은 선진국보다는 후진국에서 발병률이 높은 콜레라나 말라리아 같은 돌림병을 가리킨다. 질병뿐이 아니라 어처구니없이 커다란 참사가 벌어졌을 때도 후진국 병이 도졌다며 비꼬곤 한다. 그런데 뉴스를 주의 깊게 들여다보면 사실 비행기 사고를 비롯한 커다란 참사는 이른바 선진국이라고 부르는 나라에서도 심심치 않게 일어난다.

 

한 걸음 더 들어가 보자. 기술이 더 발달한다면 후진국 병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사회학자 울리히 벡은 바로 이 문제, 과학기술과 산업 발달이 일상에 끼치는 위험을 짚고 나선다. 울리히 벡은 <위험사회>에서 우리가 흔히 산업화라고 헤아리고 있는 근대화1차 근대와 2차 근대로 가른다. 먼저 울리히 벡은 농업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는 때를 1차 근대라고 한다. 이때 자연과학 연구 성과에 바탕을 둔 기술 진보가 이뤄지며 신기한 물건들을 마구 쏟아낸다. 이어서 오는 2차 근대는 성숙해가는 산업사회를 가리킨다. 1차 근대에서 우리가 자랑스럽게 여기던 물건을 알고 보니 우리를 위험하게 빠뜨리는 것임을 깨닫는다. 한때 건축 자재로 많이 쓰이던 석면은 애물단지가 됐다. 신통한 소재로 여겼던 슬레이트가 1급 발암 물질로 판명되어 석면이라는 낱말만 들어도 불안에 떠는 사회가 2차 근대다. 2차 근대는 후진국 병이 아니라 선진국 병이 일어나는 단계인 셈이다.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당연한 시대

울리히 벡은 2차 근대 성격을 더 뚜렷하게 하려고 위험을 두 가지로 가른다. 하나는 재난으로서 위험, danger이고 다른 하나는 인식된 위험, risk이다. 재난은 사람 한계를 넘어서는 위험상황이다. 지진이나 쓰나미 같은 것이 바로 재난이다. 반면 risk는 인식된 위험, 그래서 사람이 애를 쓰면 벗어날 수도 있는 위험이다. 이를테면 지진은 분명 재난이다. 그렇지만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형임을 분석해 알고 있으면서도 그 곳에 신도시를 개발했다, 그런데 그곳에 지진이 일어났다면? 사람이 지진을 막을 수 없다. 그렇지만 지진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곳에 신도시를 짓는 위험은 사람이 선택한 것이다.

 

울리히 벡은 우리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당연한 시대에 살고 있다. 세계보건기구가 홍역 완전박멸을 선언하는 그 순간 광우병, 조류 독감과 같은 신종 질병이 나타나고, 우리의 갈증을 없애줄 맑은 물 한 바가지조차 찾아보기 어렵다. 전기 문명에 도취되고 화려한 소비문화에 빠져드는 순간, 자칫 인류를 멸종으로 몰아갈 수도 있는 핵발전소들이 곳곳에 건설된다. <위험사회>는 이러한 현대 사회를 분석하고 평가하려는 노력이다. 이 위험천만한 풍요로운 시대를 안전과 평화로운 시대로 돌려놔야 한다는 절박함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드잡이한다.

 

미국 캘리포니아대·조지아대 공동 연구팀 조사에 따르면 편리하다면서 65년 동안 끊임없이 만들어 쓰고 있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83억 톤, 코끼리 약 11억 마리 무게란다. 이 가운데 절반이 지난 13년 동안 생산됐다니 점점 가속화된다는 얘기다. 이미 아르헨티나를 다 덮고도 남을 만한 폐플라스틱이 매립됐다고 한다. 이처럼 현대가 맞닥뜨린 위험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에서 볼 수 있듯이 드러나는 순간, 그대로 파멸이다. 이 마른하늘에 날벼락이 어느 날 갑자기 어디서 급습한 것이 아니라 우리가 낳은 괴물, 프랑켄슈타인이기에 더 심각하다.

 

다가올 4차 산업혁명은 어떨까? 4차 산업혁명 대표주자 인공지능(AI)을 비롯한 IT 기술들이 인류에게 어떤 덕을 가져다줄지 어떤 재앙으로 몰아넣을지는 아직 알 길이 없다. 그러나 이미 페이스북이 개발하고 있는 AI 기반 챗봇(채팅 로봇)’이 사람에게 배운 적이 없는 말로 얘기를 나눠 실험을 그만뒀다는 얘기가 나왔다. 아울러 지난해 3월 마이크로소프트는 챗봇 테이를 선보였다가 AI가 욕설을 배우고 인종차별성 발언을 해 하루 만에 서비스를 접어버린 적도 있다. AI 때문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을 것이란 얘기로 뒤숭숭한 요즘 우리는 경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해야 살아갈 수 있을까? 부유함과 편리함을 내려놓을지라도 위험을 미리 철저히 막는 것만이 우리들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선택지다.

 

나무를 살리는 건 실뿌리와 이파리

지난 727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물 폭탄에 버금가는 비 피해를 입은 충북과 인천 재난 복구 회의에 과일 화채가 올라왔다. 증평과 음성에서 사들인 비바람에 떨어진 복숭아와 물에 잠긴 수박으로 만든 화채다. 이보다 일주일 전 수해지역을 찾아 피해 복구 작업을 도왔던 김정숙 여사는 피해 복구를 비롯해 피해를 입은 농민들을 도울 길은 없을까 고민하다가 낙과 화채를 떠올렸단다. 이렇게 상에 오른 낙과화채는 피해 농민들을 토닥이며 나라사람 가슴을 다사롭게 했다. 2015년 서리풀 원두막이라는 이름으로 한 여름 건널목에 세워진 그늘막은 서울 서초구청에서 시작해 서울시 건널목 곳곳에 세워져 여름에 찌든 사람들 가슴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우리는 흔히 아름드리나무를 살리는 것이 굵디굵은 나무줄기로 여긴다. 그러나 찬찬히 살펴보면 나무를 살리는 참 일꾼은 여리고 서툴기 그지없는 실뿌리와 작은 이파리들이다. 마찬가지로 경제를 살리는 것은 때로는 우리를 유혹하고 때로는 겁박하는 인공지능이나 자율주행차를 앞세워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대기업들이 아니다. 우리가 자동차를 몰고 몇 십 킬로미터를 달려가서 바리바리 사가지고 올 수 있도록 싼값을 휘두르며 정겹던 우리 동네 가게 주인들을 마트 계산원이나 짐꾼으로 내몬 대형마트가 아니다. 여리기 그지없지만 우리 가까이에서 몇 마지기 되지 않은 땅에 농사를 짓는 농사꾼이고, 솜씨 좋은 동네 반찬 가게 주인이나 고장 난 수도를 고쳐주고 전구를 갈아주는 투박한 동네 철물점 주인이라는 걸 놓쳐선 안 된다. 제 아무리 기술이 발달하더라도 우리가 살아가는데 없어서는 안 될 것들은 짝짓기를 비롯해 농사짓기, 집짓기, 옷짓기, 밥짓기처럼 단순하다. 태초에 시장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태초에 마을이 있었을 뿐이다. 우리는 가까운 사람끼리 서로 비빌 언덕이 되고 서로 그늘이 되어주며 걸터앉을 수 있는 걸상이 되며 서로서로 떠받치면서 어울려 살아가야 한다. 우리를 살맛나게 하는 것은 AI처럼 커다란 그 무엇이 아니라 아무렇지도 않은 소소하고 소박한 정이다.

 

사람들은 요즘, 인류가 여러 가지에서 전환점에 서있다고 한다. 전환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어떻게 먹고 살 수 있을까? 하는 얘기를 앞으로 몇 차례 나눠보려고 한다.


변택주 (작가)
작가. 경영코치로서 살림에 맞선 말은 ‘죽임’으로 ‘가정경영, 기업경영, 나라경영’ 모두 너를 살려야 내가 살 수 있다는 바탕에서 피어오른다고 생각한다. ‘꼬마평화도서관을 여는 사람들’과 ‘으라차차 영세중립코리아’ 바라지를 하고 있다.
펴낸 책으로는 <법정 스님 숨결>, <법정, 나를 물들이다>, <죽기 전에 꼭 읽어야 할 부처님 말씀 108가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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