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미국 기업들은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반대하나

생명/생태/기후 - 민정희 (INEB 이사) | 2017. 제13

 

 

 기후변화 관련 일을 하다 보니, 지인들로부터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대한 질문을 자주 받게 된다. 기후변화 회의론자인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대선 캠페인 시기부터 파리기후협약 탈퇴 공약을 내세워왔기 때문에 트럼프의 탈퇴선언은 그다지 새로운 뉴스거리는 아니다. 다만, 파리기후협약이 미국과 중국의 주도하에 성사되었던 것인 만큼, 그리고 중국 다음으로 미국이 가장 많은 이산화탄소를 배출하기 때문에 (미국의 배출량은 전 세계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미국이 빠진 상태에서 파리기후협약의 실효성이 있겠는가에 대해서 많은 이들이 우려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런 우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선언은 세계 지도자들, 기업, 환경단체와 종교기관으로부터 비난을 촉발시켰다. 66일까지, 1,200개 기업, 대학과 기타 이해관계자들이 “We Are Still In(우리는 여전히 파리기후협약 참여한다)"라는 성명서를 발표하고, 유엔에 제출하였다. 이 성명에는 전 뉴욕시장이자 경제지 블룸버그의 설립자 마이클 블룸버그도 참여했는데, 그는 미국이 파리협약 탈퇴로 향후 4년간 녹색기후기금지원 약속을 저버린 것을 대신 보상하기 위해 유엔 기후변화 사무국에 1,500만 달러를 기부하기로 약속하였다.

 

 그런데 예상보다 더 강하게 트럼프의 이번 조치를 반대하고 나선 미국 내 집단이 있었는데,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주요 기업들이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반대하고 나선 것이다. 미국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초국적 기업으로 널리 알려진, 어도비, 페이스북, 구글, 휴렛 팩커드, 인텔, 레비 스트라우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25개 대기업들은 신문에 전면광고 게재를 통해서 파리협약은 혁신적인 청정기술을 위한 시장을 확대함으로써 고용을 창출하고, 경제성장 효과를 가져 올 것이다. 미국 기업들은 이러한 시장을 이끌어갈 준비가 잘 되어 있다. 파리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우리의 이러한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고 보복조치를 당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의 탈퇴선언 이전부터 미국의 주요기업들은 백악관에 파리기후협약에 잔류해줄 것을 요청해왔다. 스타벅스부터 미국의 대표적인 농화학기업 다우 케미컬, 몬산토에 이르기까지, 미국 기업들은 트럼프에 영향력을 미치기 위해서 파리기후협약을 지지한다는 뜻을 담은 서한을 트럼프에 보낸 바 있다. 이 기업들은 서한에 파리기후협약은 기후변화를 막을 역사적인 기회라며 저탄소 경제 구축에 실패하면 미국의 번영은 위기에 처할 것임을 강조하였다.

 

 트럼프의 경제자문위원회에 참여했던,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디즈니사의 로버트 아이거 등 주요 기업의 CEO들은 자문위원직 사임을 통해서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반대 의사를 표명하였다. 엘론 머스크는 대통령자문위원회를 떠날 것이다. 기후변화는 현실이다. 파리기후협약을 탈퇴하는 것은 미국이나 세계에 좋지 않다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디즈니의 최고경영자 로버트 아이거(Robert Iger)도 그가 위원직을 사퇴하는 것은 원칙의 문제로서 파리기후협약 때문에 나는 대통령자문위원을 사임하였다 라고 말했다.

 

 

 한편,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찬성표를 던질 것 같았던 기업들, 예를 들어 엑손 모빌(Exxon Mobil)이나 피바디 에너지(Peabody Energy) 같은 석유, 석탄 회사들도 탈퇴를 반대하고 나섰다는 사실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그렇다면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정부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에 반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의 존재 이유, 즉 목적은 이윤 추구에 있다. 기업들, 특히 초국적 기업들은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는 것이, 그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전망한다. 이렇게 전망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기업들의 신문광고에 나타난 주장처럼 파리기후협약은 고용창출과 경제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점이다. 올해 1월 미국 에너지부의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미국 내 태양광 발전이 석탄보다 2배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했다.(태양광 374,000석탄 160,000)

 둘째, 미국 기업들이 저탄소 청정기술과 감축기술에 기반한 시장으로 나아갈 준비, , 청정에너지에 이미 상당한 투자를 해놓았다는 점이다. 따라서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서 탈퇴할 경우, 투자비용을 회수하는데 어려움을 갖게 된다. 엑손 모빌의 경우, 저탄소 에너지 제품과 공정으로 전환하기 위한 배출감축 기술과 연구에 이미 80억불을 투자한 바 있다. 엑손 모빌 외에도 구글, 애플, GE 등 초국적 기업들이 청정에너지 시장에 투자를 확대해왔다.

 셋째, 파리기후협약은 기후변화 영향에 따른 비즈니스 리스크를 감소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전 지구적 기후행동을 강화함으로써, 향후 기업의 시설과 운영 손실, 농업생산성과 물 공급 감소, 국제 공급체인의 파괴를 비롯한 미래 기후변화의 영향을 감소시킨다(기후변화로 인한 피해 비용은 70~140조 달러로 매우 막대한 손실이 전망되고 있다).

 

 게다가 다른 기업보다 미국의 초국적 기업들은 유럽연합 또는 다른 국가와의 무역 경쟁에서 더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 보복조치를 당할 가능성을 염려하는 것이다. 사소하지만, 기업들이 파리기후협약을 지지하는 또 다른 이유로, 파리기후협약의 법적 구속력이 크지 않다는 점이다. 다시 말하면,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약속을 이행하지 못하더라도 파리기후협약은 이에 대해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는 느슨한 국제조약이라는 뜻이다.

 

 피바디 에너지, 클라우드 피크 에너지 등 두 석탄 기업들의 이유는 조금 색다르다. 이들 기업은 미국이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하면, 파리기후협약을 지지하는 석탄기업의 이미지를 이용함으로써, 파리기후협약의 이행에 따라 석탄사용이 줄어드는 상황 속에서도 여전히 석탄을 필요로 하는 개도국 시장에서 미국 석탄을 판매하는데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래서 파리기후협약을 반대해온 미국 석탄협회의 입장과 달리, 두 기업은 백악관에 파리기후협약에 참여할 것을 요청해왔다.

 

 한편, 엑손 모빌과 같은 석유회사가 파리기후협약을 지지하는 이유는 파리기후협약이 가스 생산자에 유리하지만, 석탄 생산자에는 불리하다는 사실이다. 엑손 모빌은 미국에서 가장 큰 천연가스 생산업체이다. 현재 가스는 전 세계적으로 전력을 생산하는 연료로 각광받으면서 빠르게 석탄을 대체하고 있다. 가스는 석탄에 비해서 생산비가 저렴하고 청정하다. 그래서 가스는 재생에너지 경제로 가는 중간단계에서 가장 많이 선택받는 에너지이기도 하다. 미국에는 값싼 천연가스가 많기 때문에, 게다가 상당량의 천연가스는 엑슨 모빌에서 생산되므로 파리기후협약이 이행될 경우, 엑손 모빌은 경쟁 우위에 있게 될 것이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로 인한 가장 큰 변화는 개도국의 기후변화를 지원하는 부분에서 일어날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미국은 녹색기후기금에 30억 달러를 내놓기로 약속했고, 현재까지 10억 달러가 지원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파리기후협약 탈퇴 선언으로, 나머지 20억 달러의 지원은 어렵게 되었다.

 

 전 세계적인 반향, 우려에도 녹색기후기금 말고는 당장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선언이 가져올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파리기후협약 탈퇴를 반대하는 미국의 주(), 특히 인구밀도가 높은 뉴욕, 캘리포니아, 매서추세츠 주를 비롯한 23개 주가 미국 기후연대(US Climate Alliance)를 출범시켰고, 오바마 행정부가 유엔기후변화당사국총회에 약속한 탄소감축을 자체적으로 실행하기로 하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파리기후협약의 규정에 따라 실제로 미국이 완전히 탈퇴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약 4년이 소요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4년 뒤면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만료되는 시기와 겹치고, 재임되지 못할 경우, 탈퇴는 원점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많다. 이를 두고,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의 전 사무총장 크리스티나 피게레스(Christina Figueres)멍청한 정치적 멜로드라마다. 사실상, 파리기후협약 규정에 따르면 빨라야, 202011월이나 되어야 가능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따라서 파리협약의 이러한 안전장치 덕분에 적어도 4년간은, 미국의 파리협약 탈퇴선언이 가져올 변화에 대해 낙관해도 될 것으로 보인다.


민정희 (INEB 이사)
대불련 지도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노동위 간사, 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협력국장,로터스월드 사무국장,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정책홍보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기후생태(ICE)네트워크> 사무국장, INEB 이사, 아시아불교씽크탱크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2012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대화’ 참석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편집진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