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 시대, 농촌에 살던 부모세대 대부분은 어린 나이의 자녀들을 도시로 보냈다. 자식에게 고된 농사를 물려주지 않겠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도시가 그들의 자녀에게 편리하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줄 것 같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대도시로 몰려들었고, 공부를 잘해서 대기업에 취업을 했건, 공장에 취업을 했건 간에 그들은 고향으로 돌아가지 않고, 대도시에 정착했다. 그들 가운데 대다수는 낮은 임금구조를 유지해주는 비자발적 산업예비군이 되었다.
이러한 현상은 전 세계에서 일어났고, 많은 인구들이 도시로 몰려들었다. 이 때문에 도시는 지구 지표면 가운데 약 1%를 점하지만 전 세계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다. 도시는 세계 총생산의 80%를 담당하고 전 세계 에너지의 78%를 소비하며,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을 통해서 세계 이산화탄소 총 배출량의 60%를 배출한다.
도시에서의 삶은 이처럼 집중된 자원, 높은 화석연료 에너지 소비,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에 기반해 있다. 엄밀한 의미에서 도시가 풍요로운 삶을 보장해주는가에 대해서 논란이 있겠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도시의 풍요가 위기를 맞게 되었다. 이유는 지구온난화와 도시의 열섬 현상 때문이다. 올해 5월 초, 잡지 Nature Climate Change에는, 1950-2015년 기간, 세계 1,692개 도시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근거로 온난화와 열섬 현상이 도시에 미치는 환경적, 경제적 영향에 대한 연구보고서가 실렸다.
도시와 기후변화의 관계에 관한 기존 연구들은 대부분 해수면 상승, 건강피해, 수자원 부족 문제를 다룬 반면, 열섬 현상을 다루지 않았었다. 이번 연구자들은 지구온난화와 도시의 열섬 현상으로 인해서 인구 최다 도시들 가운데 25%가 섭씨 7도의 기온상승을 경험할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5도 정도의 상승은 지구온난화에 기인하고 나머지 온도 상승의 원인은 열섬 현상에 있다고 밝혔다. 또한 이들 도시 가운데, 수십 여 곳의 기온이 2100 년이 되기도 전에 섭씨 8도 정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구 규모 세계 상위 5%에 속하는 도시들이 8도 이상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연구결과에 따라서, 일반적으로 인구가 많은 대도시는 농촌지역보다 훨씬 빨리 더워짐을 알 수 있다. 도시의 교통, 건물단열, 어두운 콘크리트 건물에 갇힌 열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시에서 온도를 낮춰주는 기능을 하는 숲과 공원, 호수가 사라지는 대신 콘크리트와 아스팔트가 들어서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 연구결과에 의하면 도시는 온난화에 의해 환경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비용을 지불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도시에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다른 지역보다 2배 이상의 경제비용을 지불해야 될 것이라고 말한다.
열섬 효과의 중간지대에 있는 도시들은 2050년 GDP의 약 1.4%~1.7%, 2100년에는 GDP의 2.3%~5.6% 수준의 경제적 피해를 입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리고 가장 최악의 경우에 해당되는 도시들은 2100년 즈음, 냉방유지와 공해를 줄이기 위한 에너지 비용에GDP의 약 10.9%를 사용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도쿄, 뉴욕, 런던, 베이징과 같은 도시들이 이에 해당된다.
4년전 네이처 Nature에 실린 ‘세계 도시의 기후이탈(climate departure, 평균기온이 가장 낮은 해가 1960년~2005년 기간 중 평균기온이 가장 높았던 해보다 더 더워지기 시작하는 시기. 기후변화 영향의 티핑 포인트로 엄청난 변화를 예고하는 시점)’ 예측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의 기후이탈 시기는 2042년(지구의 기후이탈 평균은 2072년)이다. 워싱턴 D.C(2069년), 런던(2052년), 로마(2044년) 보다 기후이탈 시기가 빠르다. 그만큼 서울은 다른 도시보다 기후변화에 취약하다.
그러나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 지역 국가들의 기후이탈 시기보다 느리다. 이 가운데서도 기후이탈 시기가 빠른 곳은 경제적으로 취약한 도시들이다. 아프리카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나이지리아의 라고스 (Lagos, 인구 2,100만)는 2029년, 인도 뭄바이 2034년, 콜롬비아 보고타 2033년에 기후이탈이 전망되고 있다.
산업혁명 이전 대비 현재 지구평균기온은 섭씨 1도 상승했다. 1도 상승만으로도 기후변화가 세계안보, 식량, 식수, 건강, 재난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다. 전문가들은 2-3도 상승할 경우, 많은 생물종이 멸종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고, 인류도 장기화된 가뭄, 폭염, 잦은 태풍 발생으로 생존의 위협을 받을 것이다. 따라서 도시에서 평균기온 8도 상승하게 될 경우, 어떤 일이 벌어질지 가늠조차 하기 힘든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도시에 미치는 온난화와 열섬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나무를 더 많이 심고, 열을 반사하는 보도블럭과 지붕 설치를 권고하였다. 전 세계 지붕과 보도의 20%만 바꿔도 지구 평균기온이 0.8도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한 영국 서섹스 대학 교수의 “지역의 온난화에 대한 도시 단위의 적응 전략이 전 세계 모든 도시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올 것”이라는 주장처럼, 온난화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서는 도시의 기후적응과 탄소저감을 위한 노력이 매우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