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중순, OECD는 「한국의 환경성과 평가」보고서를 발간하고 1990년 대비 2013년 현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39% 증가하여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속도가 OECD 회원국 중에서 두 번째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은 2016년 온실가스 배출총량에서도 전 세계 6위, OECD 내에서는 5위를 점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OECD 회원국과 G20 회원국 온실가스 배출량 변화(2000-2014년), 출처: OECD Environment Statistics>
OECD는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빠르게 증가한 요인으로 온실가스 배출의 주범인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는 점을 들었다. 이를 반증하듯 2016년 기준, 한국에서 소비된 1차 에너지원을 보면, 석유 41%, 석탄 31%, 천연가스 14% 등 화석연료가 86%를 차지한다. 재생에너지 비율은 1%가 채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OECD의 35개 회원국 중에서도 꼴찌를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은 2015년 파리기후총회에 참여하면서 2030년 BAU(배출전망치, Business As Usual: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하지 않았을 때 미래에 배출될 것으로 예상되는 온실가스 양) 대비 37% 라는 자발적 감축안을 내놓았었다. 시민사회는 이 감축목표가 BAU기준인데다 이 가운데 해외 감축분 11.3%를 포함하고 있어 실제로 국내 감축분이 많지 않을 것이라며 문제제기를 해온 바 있다. 여하튼 이 목표라도 달성하기 위해서 한국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차지하는 화석연료의 비중을 줄이는 대신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여 나가야 한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석탄화력 발전소의 점진적 폐기는 고사하고, 석탄화력 발전소를 계속해서 증설 중이며 신설 또한 계획하고 있다. 현재 가동되는 석탄화력 발전소는 총 59기이고, 추가로 6기가 건설 중이며, 8기의 신설을 계획하고 있다.
특히 석탄화력 발전소는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 목표의 달성을 위해서 그리고 미세먼지와 대기오염을 발생시키며 시민들의 건강을 위협한다는 점에서도 점진적으로 폐기되어야 한다. 석탄화력 발전소에서 배출된 미세먼지로 인한 대기오염은 호흡기 질환뿐만 아니라 피부를 침투하여 폐암, 뇌졸중, 심혈관 질환의 원인이 되고 있다. 중국에서는 매년 26만 명이 목숨을 잃고 있고, 인도는 8만 명이 조기 사망에 이르고 있다. OECD 보고서는 2060년까지 석탄화력 발전, 자동차배기 가스에 의한 대기오염으로 전 세계 약 9백만 명이 조기 사망할 것으로 내다보았다. 또한 미세먼지양이 2000년 기준 4배 이상 증가하였을 정도로 한국은 미세먼지가 매우 심각하고 위험한 나라 가운데 하나라고 경고했다. 여기에다 중국에서 날아온 미세먼지까지 가세해 한국의 대기오염을 증폭시키고 있다.
OECD는 한국이 기후변화 저감기술에서 가장 혁신적인 두각을 나타내고 있으며, 두 번째로 큰 규모의 탄소배출권거래제를 도입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지금과 같은 ‘탄소집약적 수출 중심’의 경제구조를 개선하지 않고, 현재 상태를 유지한다면 2030년까지 온실가스 37% 감축목표는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였다.
OECD는 한국이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는 한편, 국제사회에 약속한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 다음과 같은 권고안을 내놓았다.
1. 녹색성장에 대한 정치적 책임 강화
2. 기후변화 대응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국가 에너지계획 수정
3. 환경과 건강비용, 발전단가를 반영한 전기요금의 인상과 에너지 제품에 대한 세금인상
4.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
5. 재생에너지를 지원하고 에너지 수요관리를 개선하기 위한 노력 경주
6. 대기오염 대책 강화 : 대기오염원과 이 오염원이 건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지식 증대
OECD의 권고안들을 실행에 옮기려면 무엇보다 산업부분의 협조와 노력이 필요하다. 권고안을 그대로 따를 경우, 산업부분의 심한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기업들은 재생에너지 투자로 선회한 애플, 구글 등 미국 유수의 기업들과 대비된다. 얼마 전 트럼프 대통령이 오바마 대통령 재임시절 추진했던 청정에너지 계획을 무효화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였을 때 이를 번복할 것을 청원한 정유회사 엑손모빌(Exxon Mobil)에도 비교된다. 그 만큼 미국에서는 그동안 청정에너지, 재생에너지로의 전환을 위해서 기업들에 대한 지원이 있었을 뿐만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가 상당히 이뤄져왔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정부의 의지만 있으면 당장 요금제도를 변경할 수 있을 듯한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인상도 기업들의 반발로 쉽지 않을 것이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이 OECD 평균의 40~50%에 미치지 못하고, 환경과 건강비용을 반영하지 않았으며, 기업의 제조단가에서 전기요금이 1.6%밖에 차지하지 않는데도 말이다. 정부가 저탄소 경제로 나아가기 위해 에너지와 기후정책에서 중심을 분명하게 잡고 기업을 설득하는 한편, 재생에너지 전환을 추진하는 기업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일찍이 준비해왔다면 지금 상황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다.
2015년 처음으로 시행된 탄소배출권거래제만 해도, 기업들의 반발 때문에 기업들에게 기존 배출량의 98%~100%까지 배출 가능량을 할당해주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한국정부는 기업 중심의 기후 에너지 정책을 유지, 또는 확대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을 갖게 된다.
한국은 기후변화 취약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의 기후변화 대응을 지원하는 ‘녹색기후기금(Green Climate Fund)'를 인천 송도에 유치, 운영하고 있다. 세계온실가스배출 총량 면에서도 10위 내에 들 정도로 온난화에 원인을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한국은 어느 나라보다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서 모범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한국의 에너지 기본계획은 전체 에너지 소비에서 화석연료의 높은 비중을 유지하는 것 이상으로 확대하고 있다.
OECD의 권고가 아니더라도 2030년까지 한국이 달성해야 할 온실가스감축 목표 37%를 충분히 고려해 에너지 기본계획의 근본적인 수정, 재생에너지 지원정책이 추진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업부분을 설득하고 지원하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