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조선’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대한민국은 불안, 빈곤, 불평등, 팍팍하고 지속가능하지 않은 삶으로 뒤덮여 있다. 44.7%에 육박하는 노인빈곤율(2015년 기준), 24.1%에 달하는 체감청년실업률(2017년 2월 기준)이 대한민국의 현실이다. 사실 연령대에 관계없이 모든 사람들의 삶은 팍팍하고 불안한 상황이다.
당장에는 먹고 살 수 있지만, 언제 벼랑 끝으로 몰릴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자유롭지 못한 사람들이 전체 인구의 90%는 될 것이다. 그런데 정부의 정책은 그 90%의 사람들끼리 경쟁하고 다투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90%의 연대가 절실하게 필요한 시점이다. 그리고 90%의 연대는 100%의 사람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보편적인 비전을 중심으로 만들어가야 한다. 그 한 가운데에, 보편적 소득보장 정책인 ‘기본소득’이 놓여 있다.
왜 기본소득인가?
기본소득(Basic Income)의 개념은 아주 간단하다. 재산이 많고 적든, 노동을 하든 하지 않든 간에 일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것이다.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인가? 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는 논리가 이 사회에 퍼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일’이 임금노동만을 의미하는 것이라면, 그 사회는 비인간적이기 짝이 없는 사회다.
노인이나 장애인처럼 임금노동을 하기 힘든 사람들도 있다. 임금노동 일자리를 찾고 싶어도 일자리를 찾기 힘든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인간다운 삶을 누릴 권리가 있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존재소득이다. 존재 그 자체의 가치를 인정하자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기본소득의 필요성이 강조되는 것은 기존의 임금노동 일자리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어느 누구의 탓만도 아니다. 기술의 진보, 4차산업혁명 등이 이런 상황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서는 여전히 ‘모두에게 일자리를’이라는 허구적인 얘기만 되풀이되어 왔다. 심지어 청년들에게 ‘중동가서 일자리를 구해라’라는 말이 대통령입에서 나오는 나라였다. 그러나 자동화ㆍ정보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의 산업에서 더 이상 일자리가 창출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생태적 전환의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는 영역들이 존재하지만(예를 들면 재생가능에너지, 유기농업), 이런 영역에서 일자리가 생기기 위해서라도 획기적인 대안이 있어야 한다. 당장 개인들이 지역분산형 소규모 재생가능에너지 사업이나 유기농업을 통해 생활에 필요한 현금수입을 충분히 확보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존 산업의 일자리가 줄어드는 시대적 상황에서는 임금노동 여부에 관계없이 지급되는 소득이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기본소득이다. 기본소득을 지급받게 되면, 줄어드는 일자리를 놓고 다투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삶의 가능성을 찾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기본소득은 시혜가 아니라 권리이다
사실 기본소득이라는 생각의 뿌리는 매우 오래되었다. 최근 들어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기본소득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높아졌지만, 자본주의 초기부터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존재해 왔다.
자본주의가 탄생할 무렵 토지 등 사회의 공유자원에서 나오는 수익을 일부가 독점하는 현상들이 벌어졌는데, 그것을 비판하면서 기본소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당시에 기본소득을 주장한 대표적 인물로, 미국독립 당시의 실천적 지식인이었던 토머스 페인이 있다.
토머스 페인은 1797년 <토지 정의(Agrarian Justice)>라는 책을 통해 ‘모든 사람은 태어날 때부터 자연재산에 대해 동등한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토지, 천연자원과 같은 자연재산은 본래 누구의 것도 아닌 모두의 것이고, 자연재산에 대해서는 누구나 지분이 있다는 것이다. 지분이 있기 때문에, 그 지분에 근거해서 배당을 받을 권리도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생각들이 기본소득의 철학적인 바탕이 되고 있다. 기본소득은 사회공동체 구성원의 권리로서 받는 소득이다. 공짜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은 ‘시민배당’이라고도 부를 수도 있다. 시민 자격으로 받는 배당이라는 것이다.
이런 기본소득의 성격을 잘 보여주는 사례가 미국의 알래스카주의 사례이다. 알래스카주는 땅속의 석유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주민배당금을 1982년부터 지급해 오고 있다. 나이에 관계없이 알래스카주에 사는 전 주민에게 지급하는 배당금이다.
1년에 배당되는 금액은 평균 1인당 1,500달러 남짓이다. 4인가족이면 1년에 6,000달러 남짓 받는 것이다. 액수가 아주 크지는 않지만, 매년 꼬박꼬박 받는다는 것이 중요하다. 1982년부터 2010년까지 받은 배당금을 합치면, 1인당 43,590달러가 된다. 우리 돈으로 5,000만원 이상이 아무런 조건없이 정부로부터 받은 것이다.
알래스카주는 이런 시도를 통해 미국에서 불평등이 가장 심한 편이었던 주에서, 2번째로 평등한 주로 변신했다. 그리고 알래스카주의 사례는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다.
우리는 석유가 없지 않느냐? 고 생각할 필요는 없다. 어떤 사회든간에, 토지라는 공유재가 있고, 물, 바람, 공기, 자연과 같은 천연자원, 그리고 사회공동체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다양한 공유재들이 있다. 이런 공유재를 일부가 사유화하여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수단으로만 이용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 그래서 공유재로부터 나오는 수익을 환수하여, 그 재원으로 기본소득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
석유가 전혀 없는 미국 버몬트주에서 개리 플로멘호프트(Gary Flomenhoft)라는 학자가 계산을 해 본 결과, 버몬트주에 있는 공유재로 1년에 작게는 1,972달러, 많게는 10,348달러를 지급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왔다
뿐만 아니라 기업이나 개인이 버는 소득에도 사회공동체의 몫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허버트 사이먼(Herbert Simon)이라는 경제학자는 개인이 버는 소득의 90%는 그 사회공동체가 가진 ‘공통의 자산’ 덕분이라고 했다. 따라서 개인의 소득도 세금의 형태로 일정 몫을 걷어들여 사회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배분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는 것이다.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은 낯선 얘기가 아니다
최근 한국에서도 기본소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우선 만65세 이상 노인들 70%가까이에게 기초연금이 지급되고 있다. 액수는 1인당 최대 월 20만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지만, 이렇게나마 노인들에게 현금이 지급되기 시작한 것은 중요한 변화이다. 물론 유럽의 네덜란드같은 국가가 만65세 이상 전체 노인들에게 월 130만원 이상의 기초연금을 지급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아직은 매우 미흡한 수준이다.
그리고 2016년부터 경기도 성남시가 청년배당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성남시가 지급하고 있는 청년배당은 분기별 12만 5천원이라는 소액이지만, 청년들에게 지급하는 기본소득의 성격을 갖고 있다. 특별한 조건없이 지급되는 돈이기 때문이다. 성남시는 이 청년배당을 지역상품권 형태로 지급해서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효과도 거두려고 하고 있다.
성남시가 지급하는 청년배당은 세금을 더 징수해서 마련한 돈도 아니고, 기존의 예산을 절감해서 마련한 돈이다. 그런 점에서 성남시의 청년배당 정책은 시사하는 것이 많다. 전국에 만연되어 있는 예산낭비만 줄여도, 부분적인 기본소득 정책 정도는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을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성남시 외의 지역으로도 청년배당 정책은 확산될 조짐이 있다. 여러 지역의 시민사회에서 청년배당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본소득을 추진하는 외국의 소식들도 새로운 자극이 되고 있다. 유럽에서는 핀란드의 집권당이 기본소득을 추진하고 있고, 2017년부터 25-58세의 실업자 2,000명에게 조건없이 월 560유로(약70만원)을 지급하는 실험을 시작하고 있다. 스위스에서는 2016년에 기본소득 도입여부를 국민투표에 붙여 부결됐지만, 기본소득 논의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생태위기와 기본소득
기본소득은 기후변화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대안이기도 하다. 탄소세(또는 탄소부담금)을 걷어 일종의 기본소득인 탄소배당을 지급함으로써, 온실가스배출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400ppm을 넘어선 지구의 이산화탄소 농도를 450ppm에서 억제하는 것은 인류 모두의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에 사용했던 방법으로는 온실가스를 획기적으로 감축하기 어렵다는 것이 고민거리이다.
온실가스를 덜 배출하는 방법들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하지만, 여전히 화석연료를 사용해서 생산하는 물건들이 더 싸다는 논리가 지배하고 있다. 예를 들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 충분히 가능해진 세상이지만, 석탄화력발전·원전을 줄이고 재생가능에너지를 늘리자고 하면 ‘재생가능에너지는 비싸다’는 반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물론 당장 눈에 보이지 않는 사회적·환경적 비용까지 감안한다면, 이미 재생가능에너지가 더 경제적이라는 반론도 가능하다. 실제로 독일같은 국가들의 사례를 보면, 재생가능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이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 독일은 37만개 이상의 일자리를 재생가능에너지를 통해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반적으로 보면 전환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래서는 기후변화가 초래할 식량위기, 물위기, 생태재앙을 막을 수 없기 때문에 획기적인 방법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온 아이디어가 탄소세를 걷어 탄소배당을 지급하자는 아이디어이다.
탄소세를 강력하게 과세하게 되면 온실가스를 대량배출하는 행위를 통해 생산되는 물건들은 자연스럽게 경쟁력을 상실하게 된다.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그러면 친환경적 방식으로 생산되는 물건들이 상대적으로 가격이 싸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소비 및 생산이 친환경적인 방향으로 전환하게 된다. 그러나 이 방법의 문제는 물가가 오른다는 것이다. 탄소세는 간접세 형태로 물건값에 붙게 마련인데, 탄소세를 강력하게 걷으면 물가가 올라서 서민들에게 피해가 올 수 있다.
그래서 탄소세로 걷은 돈을 시민들에게 조건없이 배당금으로 지급하자는 아이디어가 나온 것이다. 탄소배당을 지급하게 되면, 중ㆍ하위 소득계층은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보다 배당금으로 지급받는 돈이 더 많게 된다. 미국에서 시뮬레이션을 해 본 결과 3분의2 정도의 가구는 받는 돈이 물가상승으로 인한 부담보다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그래서 이런 정책은 불평등을 완화하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기후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런 아이디어를 법률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미국에서도 이런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되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과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기후변화 시민로비단(Citizen's Climate Lobby)같은 단체는 이 법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한 시민운동을 하고 있다.
재원확보는 충분히 가능하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면서도 재원조달이 과연 가능한지에 대해 의문을 가지는 분들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경우 기본소득의 재원마련은 충분히 가능하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렇다. 현재 OECD국가 평균 34.4%인 국민부담률(조세 사회보장기여금이 국내총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에 비해 대한민국의 국민부담률은 24.6%로 매우 낮은 편이다(2015년 기준). 멕시코, 칠레를 제외하고는 가장 낮은 수준이다.
만약 대한민국이 OECD 평균 국민부담률 수준인 34.4%수준까지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린다면, 전 국민에게 1인당 30만원을 지급할 수 있는 재원이 마련된다. 증세분 152조여원(2015년 국내총생산 1,558조원 기준)에 예산낭비 절감분까지 합치면 가능한 일이다.
세계행복도 1위 국가인 덴마크는 국민부담률이 50.9%에 달한다. 만약 대한민국이 덴마크 수준으로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린다면 1인당 매월 60만원씩을 지급하고도 돈이 남는다.
물론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리는 데에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단계적으로 접근하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덴마크 같은 국가도 처음부터 국민부담률이 높았던 것은 아니다. 1965년에 덴마크의 국민부담률은 29.1%에 불과했다. 지금 대한민국과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덴마크는 1970년 37.3%, 1974년 40.7%. 1985년 46.5%로 국민부담률을 끌어올렸다. 그 대신에 부패가 없는 투명한 정부를 만들었고, 걷은 세금은 시민들의 안정적인 생활을 보장하는데 쓰였다. 그 결과 덴마크는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국가가 된 것이다. 실제로 덴마크는 높은 세금부담에도 불구하고, 조세저항감이 높지 않은 국가이다.
덴마크의 사례를 보더라도 국민부담률을 올리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그리고 지금 ‘헬조선’으로 불리는 대한민국의 상황을 보면, 국민부담률을 올려서라도 사람들에게 ‘비빌 언덕’을 마련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지금 한쪽에서는 부동산임대소득, 금융소득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생기는 사람들이 있고, 다른 한쪽에서는 일을 해도 먹고살기 힘든 사람들, 일자리를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대한민국은 더더욱 공동체성이 파괴된 사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돈이 필요한 사람에게 돈이 돌아가지 않는 것은 서민들이 체감하는 경제를 더 나쁘게 만들 수밖에 없다. 풀뿌리 경제,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이 필요하다.
경제를 살리자는 것이지 ‘경제성장’을 하자는 것은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의 증가로 표현되는 ‘경제성장’이 된들 불평등은 심해져 왔고, 사람들의 삶은 점점 더 팍팍해졌다. 대한민국의 1인당 국민소득이 2만 7천달러가 넘었다고 하는데, 다수 사람들의 삶은 더 힘들어졌다.
그래서 이제는 발상을 바꿔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수치로 표시되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사람들에게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는 소득을 보장하는 방식의 ‘경제 활성화’이다. 기본소득이 지급되면 소득의 부족으로 고통을 겪던 사람들에게 숨통을 터 줄 수 있을 것이고, 그 사람들이 돈을 쓰는 것은 풀뿌리경제, 서민경제를 활성화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로드맵을 만들고 추진하면 된다
물론 기본소득이라는 아이디어를 한꺼번에 전국민에게 현실화시키기는 어렵다. 그래서 단계적인 도입을 위한 로드맵이 필요하다. 크게 보면, 2단계 정도로 나눠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 볼 수 있다. .
1단계에서는 중산ㆍ서민층의 직접적인 세부담을 증가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 왜곡된 조세제도를 정상화하고 불로소득과 탈세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는 한편, 예산낭비를 줄여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
1단계 재원마련방안에 대해 좀더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토지보유세 강화, 불로소득(부동산 임대소득, 이자ㆍ배당소득, 주식ㆍ파생상품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강화, 상속ㆍ증여세 강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 법인세 강화, 탈세 방지, 특혜성 비과세ㆍ감면 축소를 하면 된다. 이것은 대한민국의 왜곡된 조세제도를 정상화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예산낭비 절감분과 노인 기초연금 예산을 통합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100조원 이상의 재원이 마련될 수 있다. 참고로 1단계 증세를 하더라도 대한민국의 국민부담률은 OECD국가 평균에 비해 한참 낮은 수준이다.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만15세-만29세의 청소년ㆍ청년, 만65세 이상 노인, 장애인, 농ㆍ어민에게 월 40만원의 기본소득을 우선 지급할 수 있다. 만15세부터 지급하는 방안을 제안하는 것은 그 시점이 의무교육이 종료되는 시점이고, 알바노동 등 저임금ㆍ불안정노동이 시작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농민들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는 이유는 농산물시장개방으로 인해 농가소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기본소득같은 정책없이는 농업 자체가 유지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1단계에서 탄소세를 시범적으로 도입하여 부분적으로 탄소배당을 실시한다. 1년에 10-20만원이라도 탄소배당을 실시하면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시민교육의 효과도 있을 것이다.
2단계에서는 1단계에서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좀더 보편적인 증세와 생태세의 전면도입을 통하여 추가재원을 마련해 나가면 된다.
물론 기본소득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기본소득 도입과 함께 최저임금 시급 1만원, 임금격차 축소, 노동시간 단축, 주거기본권 보장, 상가임차권 보장을 동시에 추진하여 인간다운 삶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특히 최저임금 현실화는 매우 중요하다. 임금노동을 하는 사람은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임금노동을 하지 않더라도 최소한의 삶은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바람직한 사회의 모습이다.
기본소득이 도입되면 기존의 복지제도와 상충되지 않겠느냐는 우려를 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저부담-저복지 국가이다. 한마디로 말해서 상충될 만큼 복지제도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이다. 그래서 기본소득을 도입하는 초창기에 기존의 복지제도는 원칙적으로 유지하면 된다. 노인 기초연금처럼 현금으로 지급되는 일부 급여만 통합하면 된다.
기본소득은 꿈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기본소득은 ‘꿈’같은 얘기로 취급받았다. 그러나 이제 기본소득은 지식인이나 사회운동가 뿐만 아니라, 인터넷기업가, 인공지능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이 지지하는 대안이 되고 있다. 그리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인류가 부딪히고 있는 생태적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도 기본소득 같은 대안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에 동의한다면 행동이 필요하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본소득을 알리고, 자기 지역에서부터 청년배당 같은 정책을 확산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그런 노력이 있을 때, 기본소득은 더 빨리 현실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