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거티브의 과잉, 포지티브의 과소

미디어/공론장 -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신대승네트워크 회원)) | 2017. 제9

한사람의 생각이 바뀌면 개인의 행동이 달라지고 이것이 누적되면 습관이 바뀌어 결국 삶과 인생이 바뀐다생각은 정보량과 관계가 있다신념이라는 것은 그쪽 방향의 정보가 집중적으로 누적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그런데 이러한 개인의 생각이 집단적으로 이루어지고 이것이 일정한 방향과 목적의식을 갖는다면 사회운동이 된다이렇게 운동이 되려면 자신이 이루고자는 사회에 대한 방향과 새로운 이념(이념성)이 있어야 하고이를 실천하는 집합적 조직과 체계(조직성)이 있어야 하며한 번의 행동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축적되고 지속되어야(계속성한다.

 

솔직히 고백하건데 최근에는 조직화와 관계없이 각성된 개인의 변화된 행동만으로도 이미 의미 깊은 사회적 운동성을 갖는다고 생각하는 편이다연결된 관계망속에 이미 사회적이지 않은 게 없기에 과거에는 비판받던 <산중에서 홀로 깨달은 도인>도 나는 중요한 운동적 의미를 갖는다고 본다그렇다고 <조직적인 사회운동>을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되며여전히 우리 삶에서 중요하고 지속되어져야 한다.

 

네거티브의 과잉포지티브의 과소

사회운동의 궁극의 목표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우리가 박근혜를 탄핵하고 민주적인 대통령을 뽑으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을 만들기 위함이지단지 대통령을 바꾸는 것에 있지 않다다시 말해 우리의 목표가 <무엇을 만드는 것>에 있지, <무엇을 반대하는 것>에 있지 않다는 말씀이다과거 박정희 당시 <반공>이 국시(國是)라고 할 때 많은 지식인들이 조롱한 것 중의 하나가 한 국가의 이념이나 방침인 국시가 <무엇을 반대>한다는 반공(反共)이 될 수 있느냐는 비판이다마찬가지로 명확하게 우리의 사회운동의 지향은 <무엇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지향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이다.

 

나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를 만드는 일나아가 우리가 원하는 불교를 만드는 일을 포지티브(Positive Movement)운동 이라고 표현하고자 한다반면에 그를 위해 저항하고 반대하는 운동을 네거티브(Nagative Movement)운동이라고 명명하겠다저항하고 반대하는 운동이니 NO Movement(이후 No M)라고도 한다면포지티브 운동은 Yes Movement(Yes M)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네거티브운동(No Movement)은 약자들이 더 이상 고통을 받지 않도록문제를 되돌릴 수 없을 지경까지 더 심화되기 전에 올바른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그리고 새로운 희망과 대안을 만들어 가는데 걸림돌이 되는 잘못된 문제와 부정의한 인물들의 의도와 행위를 걷어내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 네거티브운동은 포지티브운동을 전개하는 거대한 목표 아래에 편재되어야 한다무엇을 창조하고 대안을 개척하는 동력(Yes M)을 중심으로 하면서 감시와 저항운동(No M)이 적절하게 편재되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왜냐하면 감시와 저항운동(No M)의 수준과 강도는 우리가 원하는 사회(Yes M)의 목표와 방향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정해진 목표에 따라서 전선이 달라지고 우리 편과 상대편의 구분이 바뀐다저항과 반대를 통해 걷어낼 세력과 그 목표를 이루는데 함께 연대해야 할 사람이 누군지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또한 우리가 이루어야 할 사회에 대한 구상이 분명하지 않으면 저항운동은 방향성을 상실하게 되고 무차별적인 공세만 남게 된다희망과 대안의 방향은 사라지고 증오와 분노만이 남는 지옥이 될 것이다.

 

문제제기의 관점에서 해결의 관점으로

꼼짝할 수 없는 암울한 질곡의 상황에 증오와 적개심은 처절한 저항과 비타협적 행동으로 일점을 돌파하는 큰 동력이 된다고통 받고 있는 수많은 민중들의 아픔과 가난한 이들의 고통을 깊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다그러나 승화되지 않은 분노와 증오의 습관은 이후 새로운 사회를 만들고 창조하는데 걸림돌이 되거나 장애가 될 수 있다이 동력은 오래 유지될 수 없으며 후과가 따르기 때문이다폭력적 방식으로 비폭력사회를 만들 수 없다는 말처럼목표를 이루는데 있어서 그 수단과 방법은 지향하는 목표와 부합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반대로 그 사람이 사용하는 언어와 운동방식을 통해 그 사람이 이루고자 하는 미래의 사회모습을 예측할 수 있다.

 

따라서 분노와 증오적개심은 부정의한 사회를 붕괴시키는 데는 적절할 수 있지만그 동력만으로는 새로운 대안사회의 창조와 희망을 만들 수 없다는 점은 분명하다보통 <어둠을 탓하기보다 작은 희망의 촛불을 들자>는 말은 사회운동이 대안과 희망을 중심으로 조직화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말일 것이다다시 말하지만 비판과 저항이 필요 없다는 것이 아니라 대안적 운동(Yes M)을 중심으로 하면서 저항과 감시운동(No M)을 편재해야 한다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다.

 

수처작주 입처개진’(隨處作主 立處皆眞), 임제선사의 말씀이다. ‘가는 자리에서 항상 주인이 되고 서있는 곳마다 진실되게 하라는 뜻이다항상 문제제기나 비판만 하면 그 사람은 주인보다는 손님일 가능성이 높다언젠가 지쳐서 곧 떠나갈 가능성이 많은 사람이라는 것이다그러나 항상 미안해하고 사과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은 주인일 가능성이 높다사과하는 사람은 자신이 잘못해서가 아니라 그래야 관계를 통합하거나 일을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직원은 퇴근시간에 맞춰 퇴근하지만 주인은 물건이 팔릴 때까지 있다내가 일에 주인이고 주체라고 생각하면 모두가 나의 일을 해주는 고마운 사람이 된다환경문제통일문제인권과 민주주의여성문제 모두 마땅히 내가 해야 할 일이다그런데 마침 다른 사람이 해주니 나의 일을 해주는 참으로 고마운 사람이 되는 이치이다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면 문제를 제기만 하지 않고항상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고민하게 된다그리고 아무리 나와 성격이 맞지 않을 지라도 고맙고 소중한 존재로 여기게 된다.

 

짧게 하려면 분노하고오래하려면 감사하라

분노와 증오는 술만 먹게 만들고일을 책임지고 해결하기 보다는 그저 외곽에서 툴툴거리는 냉소주의자를 양산한다왜냐하면 네거티브에너지 때문이다오래 일하는 동력은 <감사와 고마움>이다그리고 오래하려면 이 일을 하면서 <행복>해야 한다행복하지 않고 참고 인내하면서 일하면 오래 할 수 없다누군가를 증오하고 분노하면 상대도 구원하지 못하지만 제일 먼저 자신이 먼저 피폐해지게 된다미워하면 닮아간다는 말처럼미워하는 상대에게 포섭되는 것이다우리는 증오의 대상과 평면에서 쟁투를 다투는 것이 아니라 한 차원 높은 차원에서 반대하는 상대마저도 살리는 활동이 되어야 한다.

 

과거에는 고뇌에 찬 지사가 중요했던 시기가 있었다그러나 지사는 존경할 수는 있어도 지금은 그렇게 살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그렇게 살기를 희망하는 사람이 드문 세상이다내가 행복해야 남도 나를 따라서 일을 하게 된다의미 있는 운동의 장기적인 동력은 그 일에서 <행복>한 것이다운동은 행복경쟁이다돈 벌지 않고도가난한데도 행복해 보여야 모두 부처님처럼 살고 싶어 하게 되니까내가 행복해야 불교운동도 오래한다

유정길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신대승네트워크 회원))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 정토회 에코붓다 이사 | 전국귀농운동본부 이사, 귀농정책연구소 소장 | 한살림 연수위원, 모심과 살림연구소 감사 | 환경운동연합 정책위원 | 국민농업포럼 이사 | 지역아동센터 서울지원단 운영위원 | 녹색교육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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