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촛불의 의미
촛불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나 지난 9년간 보수정권의 실정에 따른 사건사적 결과가 아니라, 87년 민주화 이후 30년 간 악화된 양극화와 불평등이라는 구조적 문제의 사건사적 분출이라 할 수 있다. 1987년 이후 한국사회는 겉으로는 민주화를 지향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신자유주의의‘자유화’의 길을 걸어, 공존과 나눔의 공동체성이 사라져버린 이중화 사회로 이동하였다.
즉, 촛불은 위의 상황, 곧‘헬조선’의 절벽에 서있는 다수의 국민들이 특권과 반칙으로 부와 권력을 누려온 사회지도층, 총체적인 국가의 부패, 무능, 부재 속에 지대만을 추구하는 통치계급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2. 탄핵 이후 정국
탄핵이 이루어지면, 촛불 광장의 동력은 약화되고, 촛불시민들의 일상으로의 복귀가 가속화되며, 광장의 시민들은 각 대선후보 진영으로 나눠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지금까지 촛불 지도부 역할을 해온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의 향후 조직 전망이 민중진영과 시민사회단체 간의 이견, 민중진영내의 이견 등으로 불투명하기에 향후 대선 국면에서의 촛불 광장의 조직적인 대응이 쉽지 않을 것이다.
반면 자유당을 비롯한 수구세력 등은 박사모 등을 동원하여 탄기국 집회 추동을 통해 보수 결집을 시도할 것이다. 이를 통해 진영간 갈등을 조장하여 사회 안정을 명분으로 사회 대타협을 요구할 것이고, 사회 적폐 해소 흐름을 약화시킬 것이다.
또한 정치권 또한 사회 적폐 해소 보다는 대선으로 급속히 추의 무게를 이동하여 개헌을 매개로 정계 개편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을 지렛대로 한 정계개편 논의는 중도개혁세력간의 갈등을 유발하여 실질적인 권력을 다시 관료와 시장으로 넘어가게 될 우려가 있다. 그렇게되면 결국 개혁은 지난 정권의 일부 인사에 대한 형식적인 사법처리 정도에 그쳐 물 건너가게 된다. 개헌 역시 현재 대한민국의 다양한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고 30년, 50년 미래의 비전을 제시하는 차원이 아니라, 당리당략 차원의 저급한 권력구조 개편 논의를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현 국면은 현상적으로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보이고, 촛불 시위는 주로 도시 화이트칼라 주도로 진행되고 있으나, 실제 한국사회의 심층에는 실업 불안노동청년, 빈사상태의 영세자영업자, 대량 구조조정으로 거리로 나온 중장년 실업자 등의 경제문제가 훨씬 심각하여 폭발 직전에 처해 있다. 이 문제는 정권 교체가 되더라도 해결하기 쉽지 않은 상황으로 한국사회는 심각한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의 트럼프 당선에서 드러났듯이, 생활대중의 경제불안에 대해 답을 주지 못하는 정치권은 곧바로 국민의 비판과 버림을 받을 것이고, 최악의 경우 한국에서 새로운 우익의 등장과 집권이 현실화될 수도 있음을 유의해야 한다.
3. 탄핵 시국 이후 무엇이 필요할까?
지금까지 광장을 잘 이끌어온‘퇴진행동’은 촛불시민들의 의사에 따라 탄핵 이후 정국에 대한 조직적 전망에 대한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해소가 능사가 아니다. 여전히 사회 적폐 해소와 사화 개혁의제의 실현을 위해 촛불시민의 지도부가 필요하다.
대선국면에서 정치권력의 획득보다는 사회개혁을 목표로 삼아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정책 개발과 토론, 소통하면서 이를 시민 참여하에 사회개혁의제로 만들어 사회대개혁의 주체로 세우면서 새로운 시민사회운동의 방향을 정립해야 한다. 시민들이 주체로 서로 연결될 수 있도록 마을, 지역 단위에서 지속적으로 사회개혁의제를 토론하고 논의할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 특히 기성 정당이나 기성 대선 후보를 통해 자신의 요구와 이익을 대변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불안계층을 지역에서, 노조 등 단체나 모임에서, 온라인에서, 일상에서 토론의 공간으로 반드시 이끌어내야 촛불시위는 한 단계 진화할 수 있고, 한국 민주주의는 질적으로 심화될 수 있다.
대선 후보자들의 공약에 촛불개혁과제를 채택하고, 실행로드맵을 제시할 수 있도록 강제해야 하며, 탄핵 이후의 정국에서 대선 후보들은 급조된 공약 대신에 촛불개혁과제를 중심으로 일관된 사회경제 개혁 모델을 제시토록 하고, 시민들이 발언할 공간을 제시할 수 있도록 대선 후보를 압박해야 한다.
연정의 필요성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단순한 정권교체가 아니기에, 차기 정부는 승자의 정부가 아니라 국민이 만들어 준 촛불정부라는 사실을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이명박, 박근혜정권의 부역자를 제외하고, 더 넓은 외연을 갖고 연정 구성에 합의해야 한다. 대선보다 대선 이후가 더 중요한 정치적 상황으로, 누가 대통령이 되던 권력을 공유함으로써 국가적 비상상황을 함께 타개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를 통한 3각(여, 야, 시민사회) 구도 형성이 필요한가? 또는 제3세력화의 추진에 대해서도 고민해 보자. 스페인의 포데모스, 센더스 열풍, 아이슬랜드 해적당, 청년당 창당 추진 등의 예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 상황은 3,40대 청년이 주도하는 새로운 정치세력화가 되어야 한국사회의 변화 전망을 찾을 수 있다. 기존의 보수- 자유 독점 정치구도에서 실질적인 변화가 일어나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비례대표 의석이 매우 낮은 현재 시점에서 제3당의 출현도 쉽지 않은 과제이기에 정당명부식 비례대표제 도입과 비례대표 의석 확대는 한국 정치권의 판도를 변화시킬 수 있다.
4. 불교는 무엇을 할 것인가?
탄핵 이후 정권교체 여부에 따라 사회적 분위기 크게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정권 교체시에는 사회 적폐 해소 분위기 확산되어, 종교(불교)계의 내부 적폐 해소에 대한 다양한 입장이 분출될 가능성도 높다. 특히 10월 총무원장선거가 있는 조계종단에도 이러한 영향으로 변화를 요구하는 움직임이 크게 형성될 것이다.
탄핵 이후 불교계는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이는 범불교시국회의에서 4차례의 토론을 거쳐 제안하거나 논의되고 있는 사안을 중심으로 하여 정리하고자 한다.
먼저 불교가 탄핵 시국 관련하여서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탄핵 인용 및 사회 적폐 해소를 위해 시민사회와 연대하여 전력을 다하여야 한다. 특히 대선 국면에서는 새로운 사회를 위한 적폐 해소와 인적 청산 등에 대한 논의 및 집중력이 급속도로 약화될 우려가 있어 대선 후보자에게 퇴진행동에서 요구하는 사회적 적폐 해소 내용을 공약에 반영토록 공동 대응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퇴진행동’에 적극 참여하고, ‘퇴진행동’에서 추진하고 있는 ‘100대 촛불개혁과제’ 선정에 불교계에서도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의견을 제시하여야 한다.
정권 교체가 이루어지면 사회 안정을 위한 대타협 등의 명분으로 사회 적폐 해소 등에 미온적으로 대처할 수 있다. 따라서 집권 초기에 사회 적폐 해소와 인적 청산에 대한 시민사회의 강력한 요구 및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며, 만일 정권 교체에 실패할 경우 닥쳐 올 사회적 후폭풍 및 정국 혼란 예상하고 이에 대한 시민사회와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
둘째, 불교의 사회적 참여에 대한 부정적 시각을 교정하는 것이다. 출세간과 세간의 영역, 개인과 사회의 관계를 왜곡시켜 분리하는 이원론적 사고와 삶의 양식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불교적 관점에서 인간과 사회의 관계를 조명하고, 현대의 문화적 사회적 문제들을 해석해 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공식적인 사회교리가 있는 천주교나 개신교 등 이웃종교와는 달리 현재 불교는 일상생활에서 부딪히는 사회적 제 문제에 대한 이해와 해석, 그리고 실천방안 등이 십인십색이고 종단 차원의 공인된 교리나 지침이 부재한 상황이다.
불자들이 일상생활과정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천주교의 사회교리와 같이 교단 차원에서 불교계의 집단 지성에 의해서 사회적 제 문제에 대한 판단기준과 행동지침인 社會律(사회교리 및 생활실천지침)을 만들어야 한다.
셋째, 불교계의 시민사회운동의 구심점 형성 즉, 불교시민사회단체의 활성화가 필요하다. 잘못된 사회제도와 구조를 바꾸는 것도 사람이다. 사회 현장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붓다의 가르침을 실천하는 보살사상에 투철한 불교활동가를 조직적으로 길러야 한다. 그러나 1994년 종단개혁이후 건강한 출재가자들이 제도내로 인입되어지고, 불교활동가 양성에 실패하면서 제3섹터로서의 불교시민사회의 영향력과 권위는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이는 불교의 사회적 신뢰 상실과 내부 적폐 심화의 주된 원인 중의 하나라 할 수 있다.
시민사회운동이 ‘시민없는 시민운동’이라는 비판적인 말에서 보듯이 불교시민사회단체 또한 불자들의 참여 없는 전문가 중심의 대변자적 역할, 비판 위주의 활동이라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다.
현재, 불교시민사회단체는 대안 중심의 활동 강화와 갈등의 합리적 조정 능력을 요구받고 있고, 공동체, 생태, 생협 등 불자들의 가치지향적인 운동으로의 영역 확장과 시민사회와의 연대를 필요로 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불교시민단체는 열악한 재정과 불교활동가 부족 등으로 힘들어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 참여 확대와 나아가 불교 혁신을 위해서도 불교시민사회를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올 해에 불교시민사회단체를 강화하기 위해 함께 추진해 가야 할 사안들을 몇 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 불교활동가의 자연스러운 세대교체 준비를 위한 활동가 양성 필요 : 불교활동가의 양성을 위한 공동의 교육커리큘럼 구성 및 양성교육 공동 진행
• 불교활동가 역량 강화 및 정보 공유를 위한 공동의 강좌 또는 공부방 등 개설
• 불교시민사회단체의 합의에 의해 불교시민사회 또는 불교시민사회단체가 지향하는 가치와 목표, 조직 운영 및 활동 원칙 등을 담은 ‘불교시민사회단체 행동규범’ 제정
• 불교시민사회단체간에 존재하고 있는 갈등 해소 및 소통 강화를 위한 불교활동가 대화마당 내지 불교 활동가 컨퍼런스(결집)를 상반기 내에 추진
•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불교활동가들의 안정적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재원 및 공익사업을 통한 불교시민사회 활성화를 위해 불교활동가 지원기금 조성 내지 불교활동가공제회 설립을 추진
넷째, 불자들이 사회 참여를 이끌고 이웃종교와의 연대의 틀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승가단체가 필수적이다. 이번 탄핵 시국과정에서 이웃종교의 성직자에 비해 승가의 참여는 현저히 떨어지고, 탄핵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힌 승가단체도 실천승가회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현실이다. 불교의 보수화는 가속화되고 있고, 한국 사회에서의 정치적, 사회적 영향력은 급속히 감소하고 있다. 탄핵 시국을 통해 사회 참여에 적극적인 승려를 발굴하고, 이들의 모임을 조직화할 필요가 있다. 또한 승가내부의 개혁적 변화를 추동하기 위한 노력이 요구되며, 이를 추진할 주체 형성 및 구체적 계획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다섯째, 불교 내부 적폐 해소 및 개혁의제 도출이 필요하다. 발제자가 인용했듯이, 정원스님은 중생을 위한 ‘참불교’를 지향하면서, 수행자가 돈을 만지는 구조와 승려의 경제적 양극화 극복, 참여 실천 불교를 지향토록 신도 교육, 승려교육의 개선(과학적 접목, 토론문화)을 제시하였다.
불교가 사회참여를 통해 세상의 목탁이 되려면 먼저 승가가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야 한다. 이를 위해선 이미 불교 안에 깊이 침투해 들어와 있는 물신주의, 개인주의, 소비주의 등 왜곡된 자본주의 요소를 깨끗하게 청소할 수 있어야 한다. 승가내부에서부터 정치, 경제적 불평등이 없어야 하며, 평등해지고자 하는 자발적인 노력들이 일어나야 한다. 교단이 승가공동체를 회복할 때, 사회적 신뢰 또한 자연스럽게 생길 것이다.
이번 대선 이후 정권 교체시 사회적 적폐 해소 요구 흐름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되며, 종교계의 적폐 해소 문제도 제기될 것이다. 불교계에서도 종권의 사사화, 삼권분립의 약화, 재정의 사유화, 각자 도생으로 표현되는 승가공동체 해체 가속, 범계 행위 확산 및 처벌 약화, 공적 위임 권력의 사사화, 해종언론 지정 등 내부 적폐 해소에 대한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직선제와 같이 종도 참여에 의한 종단 운영과 승가공동체 회복을 위한 다양한 요구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불교계의 적폐 내용과 해소방안에 대한 불교시민사회를 포함하여 불교계 내부의 합의 도출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불교시민사회단체 중심으로 불교계 적폐 해소를 위한 대화 마당을 열어야 할 것이다.
또한 제도안과 밖에서의 개혁의제를 찾고, 상호 협력지점이 있는지, 있다면 공동의 과제가 무엇인지를 찾아야 한다. 개혁과제는 1994년 종단체제에 대한 점검과 분석으로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 현 종단체제는 1994년 종단개혁에 의해 형성된 체제로서 당시에는 개혁내용과 방향이 혁신적이고 필요하였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여러 가지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어 이에 대한 분석과 점검을 통해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흐름에 조응할 수 있는 종도 참여 중심의 종단체제가 될 수 있도록 개혁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 불자들의 지역 사회에의 참여를 일상화하여야 한다. 1987년 이후 시민사회운동이 활성화되고, 1990년 이후 주민자치를 통해 지역에서의 활동이 매우 중요하게 되었다. 불자들이 생활공간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에 대한 길을 찾아 지역사회내의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러하기 위해서는 지역(마을)단위의 소공동체 활동에 대해 고민하고, 지역에서 불자커뮤니티 공간을 확보하여 정기적 모임(지역법회)을 통해 생활수행을 전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야 한다.
일곱째, 종단이나 교구는 사회적 현안 등 한국사회의 당면한 과제에 대한 공식적 입장을 성명서나 법문 등을 통해 표현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 한다. 정치적 힘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붓다의 가르침에 반하는 부정의하고 불평등한 사안이나 현안에 대해 입장을 밝혀 불자들이 일상생활에서의 실천기준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 또한 그러한 입장 표명을 통해 한국사회 내지 지역 사회에서 종교적 권위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탄핵 시국에서 총무원을 제외하고는 어느 교구에서도 이에 대한 법문이나 성명서 등 입장을 낸 곳이 없다. 그나마 교구본사주지의 임의 모임인 교구본사주지협의회에서 시국 성명을 발표하고자 하였으나, 결국 종단의 입장을 고려하여 발표하지 못하였다.
반면 이웃종교를 보면, 천주교의 경우 교구별로 강론이나 미사를 통해, 또는 담화문이나 성명서 등을 통해 시국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고, 개신교 또한 단체별, 교회별로 시국에 대해 대응하고 있다.
가장 최근의 대표적인 예를 들어 보면, 지난 3월 1일 천주교 대전교구장이자, 천주교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장 유홍식 주교가 “헌법재판소의 평결 선고를 기다리며‘라는 제하의 2017년 사순시기 담화문을 발표한 것이다. 이 담화문은 사회교리에 입각하여 교회의 입장을 밝히고, 그리스도인들이 탄핵 시국에서 해야 할 행동 지표를 제시하였다.
여덟째, 우리 시대에 맞는 불교운동론의 재정립이 필요하다. 우리가 추구하는 정토사회를 ‘모든 생명과 미래 세대가 더불어 행복과 평화를 이룰 수 있는 생태적으로 지속가능한 순환사회’로 정의한다면, 이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사회 패러다임의 중심 이동’이 필요하다. 또 이를 실천해야 할 역할과 방법론 등도 이전과 같은 이분법적인 운동론을 벗어나 우리 시대에 맞게 새로운 불교운동론 정립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