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전투적 불교 5화 – 태국 3편> 군인승려, 군인사원 : 키띠우도의 환생과 태국 남부의 전투적 불교 2)

국제연대 - 이유경 (프리랜서 국제분쟁탐사전문기자) | 2017. 제8

 

 - ‘불교도만의 민병대의 조직

 - 민병대에 불교도들이 참여하는 경우

 - 불교사원의 군캠프화와 승려군인들

 

 

 우선, 불교도 민병대를 보자. 불교도 민병대 조직에 이니셔티브를 보인 건 당연하게도 태국남부 불교도 무장론을 가장 먼저 설파한 시리킷 왕비다. 그렇게 시작된 단체가 오 로 보’ (Or Ror Bor, Village Protective Volunteers) 즉 마을보호발런티어 부대다. 오로보는 20049월 출범했다. 당시 시리킷 왕비는 남부 나랏티왓 탁신 라차니웨 궁전에 두달(9-10) 머물고 있었다. 11월 왕비가 빌리지 스카웃 대원들 앞에서 불교도 무장론설파한 건 불교 민족주의를 고취시키면서 이미 조직되고 있는 불교도 민병대를 합리화하는 효과까지 낸 것이었다.

 

 오로보는 초기 1,000명을 훈련시키면서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7일간 훈련을 받았고 1년에 두번 5일간의 보충훈련을 받는다는 것. 훈련을 담당한 건 전 2군 사령부를 책임지던 퇴역장성 나폰 분탑(Naphol Boontap)이었다. 다른 민병대들이 내무부나 제4군 사령부 (4th Army Division, 남부 관할)의 휘하에 있는 것과 달리 오로보는 국방부 산하 왕실보좌부대 (Royal Aide de Camp Department) 휘하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왕실보좌부대는 왕실가 보호를 책임진다. 나폰 분탑은 이 부대의 부대장을 맡고 있었다. 그는 왕비의 충신으로 알려져 있는데 2011년 방콕 슬럼가와 인근한 구역이자 전년도 레드셔츠 시위와 진압이 극렬했던 본까이 커뮤니티에 대한 왕비의 기부금 계획을 발표한 것도 나폰 분탑이었다.

 

 오로보는 각자의 무기를 쉽게 소지할 수 있다. 2000년대 후반 이 지역 현장조사를 집중했던 <비폭력 인터내셔널>에 따르면 오로보 대원들은 숏건을 60% 할인받아 살 수 있었다고 한다. <비폭력 인터내서널>2009년 보고서에서 나라띠왓 지방 부지사를 인용하여 오로보 대원은 월 4,500 바트(150달러)를 받는다고 전했다. 물론, 오로보를 훈련시켰던 나폰 분탑 중장 측은 이를 부인해왔다. 이들은 또 각 소대당 매월 30만 바트 (980만원) 예산을 지원받는다. 돈은 국방예산에서 나온다.

 여러 보고서들이 이 조직이 가장 트러블 메이커로 지목하고 있다. 위키리크스 2010211일자 미 대사관 케이블도 오로보를 문제아”(Problem child)로 묘사한다.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마을 수호 발런티어 (VPV)는 문제적 민병대 (problematic militia)”라고 적고 있다. 케이블 내용은 남부에서 태국정부가 무장 시키는 다양한 민병대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

 

 오로보가 트러블 메이커이거나 문제아로 인식되는 데는 이들이 남부 분쟁을 점령과 복속과 차별 등에서 비롯된 갈등이 아니라 종교 갈등에 지나친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200968일 나라띠왓 지방 초 아이롱 지구에 위치한 알 푸르콘 모스크에서 총격이 발생하여 11명의 무슬림들이 기도 중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폭력 사태는 바로 오로보의 소행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남부 마을 주민들 사이에서는 오로보의 존재를 나폰 중장 뿐 아니라 왕비와 연계해서 보기 때문에 이 지역에서 왕비에 대한 인식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는 한 언론인의 지적도 미 대사관 케이블은 담고 있다. 오로보는 성공하지 못한 듯하다. 태국 남부 출신으로 이지역 분쟁에 정통한 기자 D의 말이다.

 

오로보 구성원들이 엄청 기세등등했다. 오히려 군인들더러 충분히 애국적이지 않다며 비판을 해대니까 군으로선 오로보가 머리가 너무 커져 독자적으로 가는 걸 원치 않았다

 

 D는 오로보가 거의 실패했다고 봤다. 왕실도 불교도 민병대의 존재가 반군 작전에 그다지 효과적이지 않다는 점을 인지하고 거의 포기했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불교도 민병대의 군 비판 : “충분히 애국적이지 않다

 

 오로보가 불교도들만으로 구성된 민병대라면 남부의 다른 민병대들은 구성원 다수가 지역 인구의 다수인 무슬림들이다. 그리고 물론 불교도들도 가담하고 있다. 그런 조직 중에 초로보(Cho Ror Bor, Village Defense Volunteer)라는 조직이 있다. 오로보 보다는 좀 더 격식 갖춘 조직으로 남부 3개주 총 1,580 개의 마을에 30개 소대로 나뉘어있다. 2004년 초 결성 당시 24,300명에서 5년만에 약 47,400명으로 증가했을 만큼 숫적으로 빠른 확산을 보여왔다. 이들은 내무부 산하에 있는 조직인 동시에 국내치안작전명령부(ISOC)의 명령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월급은 없으며 소대별로 월 2만바트 (65만원)의 예산이 책정돼 있는데 이는 오로보 보다 훨씬 적은 예산으로 운용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주로 저녁 8시 이후 자정까지로 순찰을 도는 게 이들의 주업무다.

 

 현존하는 민병대 중 가장 오래된 오 소(Or So, Volunteer Defense Corps) 역시 남부에도 기반이 있다. 이들은 불교민족주의 이념으로 충만하고 70년대 활약이 큰 빌리지 스카웃의 남부 버전으로 이해하면 된다. 남부에서 약 2만명 추산되며 80%가 무슬림이고 나머지는 모두 불교도들이다. 오 소 85%는 전 군인 출신이며 대졸자도 상당히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 소 대원이 되기 위해서는 다시 45일간의 훈련을 받고 일년에 두 차례 체력테스트를 한다. 남부에 배치된 오 소의 월급은 약 4000-4500바트로 다른 지역보다 좀 더 많다.

 

 비공식적 불교도 민병대 루암 타이(“단결된 태국인이라는 뜻)라는 것도 있다. 2005년 후반 얄라 지방에서 피탁 이얏코(Phitak Iadkaew)라는 전 국경순찰대 (Border Patrol Police)소령이 만든 비밀 민병대로 23개 소대로 존재한다.

 “태국인으로서 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모인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고 절대 다수는 불교도로 알려져 있다. 2007년 하반기 그의 경찰 동료들은 6천명의 민간인을 모집하여 훈련시켰다고 전해진다. 이중 200명의 무슬림으로 알려졌다.

 제도 밖에 구성된 민병대라 무기는 스스로 충당한다. 2007314일 송클라 지방 야하 지구에 있는 모스크와 찻집 공격으로 두명이 사망하고 21명이 부상을 입었던 사고는 루암 타이의 소행으로 알려져 있다.

 

                                                               <사진 1 _ 사진 : 이유경> 

 

 불교도 독점 민병대와 불교도들이 참여하는 민병대 등 우후죽순 넘쳐나는 남부의 민병대는 암울한 결과를 예고하고 있다. 지역사회 전체가 무장의 길로 향하며 민병대화되는 신호가 곳곳에서 감지돼기 때문이다. 일례로, 20073 초로보 출신 한 대원이 송클라 지방(3개주 바로 위 지방으로 분쟁의 부분 영향지대) 종파 폭력 위험지대인 사바 요이(Saba Yoi) 타운에 불교도 수비 그룹을 자체 결성한 사례가 있다. <국제위기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그는 20여명 가량의 마을 불교도들을 모았고 소총과 라디오를 장만하고 총기류 라이선스는 구청 공무원으로부터 어렵지 않게 얻었다. 그리고는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초로보 대원으로부터 군사 훈련을 받았다는 것. 초로보는 불교도가 독점한 민병대는 아니지만 그 조직을 거쳐간 인물이 다시 불교도 민병대를 만들어낸 새로운 유형을 창출했다.

 

 비폭력 인터내셔널(Non-Violence International)에 따르면 민병대가 난립하는 태국 남부 지역은 한 마을당 50명의 빌리지 스카웃 + 5명의 내무부 소속 민병대원(오소) + 30명의 초로보 대원 + 20명의 오로보 대원이 있다. 한 마을만 해도 반군에 대비한 무장진영이 엄청난 수로 짜여져 있으니 폭력의 발발 가능성은 곳곳에 상존해 있는 셈이다. 저강도 분쟁지역인 남부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연일 폭탄과 오토바이 총격전, 참수 등 공격과 폭력 소식이 끊이지 않는 건 무기가 넘치고 무장한 사람이 넘치는 남부 그 자체를 반영한 것이다. 위키리크스 2010211일자 케이블을 보면 남부에는 정규군이 2, 경찰은 15천명 레인저 (민병대의 일종) 9-11,000 그리고 오로보를 포함하여 마을 수비를 단 조직들이 4만에서 6만에 이른다.

 

 불교도 무장 현상은 남부 주민들의 시각엔 중앙 정부가 불교도 자경단 그룹을 전략적으로 지지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다따라서 남부 분쟁의 커뮤널 갈등 즉 불교도 vs. 무슬림 갈등라인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더욱 심각한 문제는 불교도 민간인들 무장으로 그치지 않는다는 것불교 승려들도 일부 총을 차고 직간접적으로 분쟁에 연루되고 있어 불교 전체가 전투화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불교 민족주의전도사가 되어 남부로 파송가는 승려들  

 

2004년 이래 2세대 분리주의 반군들은 단 한번도 자신의 소행을 밝힌 적이 없다. 거의 매일 유령의반군들을 공격하고 공격받는 이곳은 태국의 징병제를 통해 모집된 군인들이 배치되기를 가장 꺼리는 지역이다. 사병들은 구조적 모순으로 징병제에 가담할 수밖에 없는 동북부 (통칭 이산이라고도 한다) 지방 빈곤계층 출신 청년들일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런데 동북부 지방에서 최남단으로 향하는 그룹에는 비단 사병만 있는 아니. 2009 7 3일자 < 네이션> 보도 따르면 148명의 승려들 태국 공군기를 타고 최남단 나라티왓 지방으로 날아간 일이 있었다. 보도에 따르면 승려들은 얄라, 파타니, 나라티왓 지방 100 사원에서 머무를 예정이라고 했다. 지역 사원에 승려가 다는 게 이유. 그리고 201285<더 네이션>보도 역시 그해 727일 또 다른 60명의 승려들이 북부와 북동부에서 남부로 보내졌다는 소식을 전하고 있다. 동북부의 승려들은 왜 남부로 파송되는 걸까. 이 또한 시리킷 왕비의 발런티어 승려 프로그램 (VMP) 일환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 불교도의 분노 (Buddhist Fury)’ (2011) 저자 마이클 제리슨은 이렇게 설명했다.                  

 

 “어떤 경우에 있어서 승려들이 문자 그대로 정부대사가 되어 시리킷 왕비의 발런티어 승려 프로그램(VMP)에 따라 남부로 파견된다. 그들은 남부에서 국가지배체제(State)와 승가사회(Sangha)를 수호하고 대표하는 존재로 자리하는 것이다.”

 

<사진 2 _ 사진 : 이유경> 

 

 마이클 제리슨은 저서에서 이 승려 파송 프로그램을 통해 국가가 불교를 홍보하는 건 다른 종교에 대한 불관용의 씨를 뿌릴 뿐이라고 지적한다. “국가와 불교를 밀접하게 연계시키는 건 이 지역에서 군사주의를 증가시키고 분쟁을 악화시킬 뿐이라는 게다. 이미 남부는 국가와 불교가 한통에서 뒤얽힌 게 현실이고 이는 남부 불교사원들 다수가 군부대 기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잘 드러나는 바다.

 

 

 승려파송과 군인승려’ 혹은 승려군인‘(프라 타한)이 직접 연계성을 갖는지는 아직 밝혀진 바는 없다다만 남부의 무장승려’ 문제가 꾸준히 지적돼온 바인데 동북부로부터의 승려 파송이 남부의 군인승려’ 머릿수 늘리기와 무관하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태국남부에서 승려들은 무장한 채 분쟁에 참여하는 그룹이라는 게 태국의 전투적 불교를 연구한 이들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승려 군인들이 소총과 심지어 M-16으로 무장하고 군인 월급까지 받으며 승려와 군인 사이를 편의에 따라 오가는 한 이 주장이 사라질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관련 연구자들은 이 현상이 대략 2002년부터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군인들이 휴가기간 승려 서품을 받아 불교사원의 승려 머릿수를 채우는가 하면 승려서품을 받은 이들이 무기를 들고 사원을 지키는 일이 그리 드물지 않게 벌어진다는 것이다붓다 이싸라 승려가 승려에서 거리의 투사에서 다시 승려로승려에서 다시 거리의 투사로 두 세계를 자유롭게 오고가고 있듯이 말이다.

                                                        <사진 3 _ 사진 : 이유경>

 

 

<아시아의 전투적 불교 시리즈 6에서는 라오스의 전투적 불교 공산반군과 손을 잡다편이 이어집니다.

 

**태국 남부의 민병대 전반에 대해서는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보고서 <Southern Thailand : The Problem with paramilitaries>(2007)가 잘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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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설명> 

 

1) 태국 남부 얄라 지방에서 민병대원들이 보초를 서고 있으나 매우 지루한 모습이다. 남부에는 불교 민병대를 포함 4-6만 가량의 민병대원들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 태국 남부 얄라 지방에서 보초를 서고 있는 민병대원. 태국 남부에는 불교도 민병대는 물론 여러 민병대에 불교도가 다수 참여하고 있다.

3) 태국남부 한 군캠프로 전용된 불교사원에 놓인 M16

이유경 (프리랜서 국제분쟁탐사전문기자)
이유경 기자는 태국 방콕에 베이스를 두고 아시아의 분쟁과 인권문제를 집중 취재하여 글과 사진으로 기록하는 프리랜서 국제분쟁탐사전문기자이다. 한국에서는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활동한 바 있으며, 2004년 이래 아프칸, 버마, 인도, 라오스, 태국 등 아시아 분쟁지역에서 집중탐사취재를 했다. 그동안 <한겨레21>, 독일 등에 기사를 게재하였다. 2014년부터 KBS 라디오 방콕 통신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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