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천주교 신자 수 변동 추이
‘통계청 인구주택총조사(이하 인구총조사)’에서 종교 인구를 처음 조사한 해는 1985년이었다. 그 이후 10년 간격(5자로 끝나는 해)으로 네 차례 종교인구 조사가 실시되었다. 천주교 학자들은 여러 한계에도 불구하고 이 조사가 종교 인구를 파악할 수 있는 비교적 신뢰할 만한 자료라 평가해왔다. 그래서 1차(1985년), 2차(1995년) 조사 때는 결과에 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그러나 3차(2005년) 때는 교적 신자수보다 인구총조사 결과가 훨씬 많이 나와서, 4차(2015년) 때는 2005년에 비해 현저히 적게 나와서, 무엇보다 다들 감소를 예상한 개신교 신자 인구가 많이 나와 의구심을 품었다. 타당한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필자는 2005년 조사 결과를 제외하고는 대체로 인구총조사 결과를 신뢰하는 편이다.1)
〈표 1〉 천주교 교세통계와 ‘인구총조사’ 결과 비교
구분 | 연도 | |||
1985 | 1995 | 2005 | 2015 | |
천주교 교세통계(A) | 1,995,905 | 3,451,266 | 4,667,283 | 5,655,504 |
통계청 인구총조사(B) | 1,865,397 | 2,950,730 | 5,146,147 | 3,890,311 |
오차 인원수(A-B)(C) | 130,508 | 500,536 | -478,864 | 1,775,193 |
오차 비율(C/A) | 6.5% | 14.5% | -10.3% | 31.4% |
〈표 1〉을 살펴보면 ‘인구 총조사’ 결과와 ‘천주교 통계’ 사이에 차이가 나타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알다시피 천주교에서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가 매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천주교 통계’를 낸다. 주교회의가 정한 양식에 따라 각 본당에서 작성한 데이터를 교구에서 1차 종합하고, 다시 이를 주교회의에 보내어 2차 종합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러한 집계 방식은 다음의 두 가지 이유 때문에 정확하지 않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
첫째, 교회가 영세 후 신자들에게 일어나는 일을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미 이탈한 신자(영세를 받았고 교적이 남아 있다는 면에서)는 아무리 교회의 행정력을 동원한다 하더라도 파악이 불가능하다. 이런 이들은 교적엔 올라 있어도 ‘인구총조사’에서는 천주교 신자가 아니라고 답할 가능성이 높다.
둘째, 교회의 사망자 통계를 믿기 어려워서다. 일예로, ‘2016년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통계’(12월 31일 기준)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17,652명(남자 4,137명, 여자 13,425명)이었다. ‘2015년 한국 천주교 통계’에서 ‘100세 이상’ 인구는 12,923명(남자 4,439명, 여자 8,476명)이었다. ‘100세 이상’ 신자인구가 주민등록 통계에 나타난 ‘100세 이상 인구’ 대비 73.6%에 이른다. 게다가 남성신자 숫자는 주민등록 인구통계보다 302명이나 더 많다.2)
이 두 가지 측면을 고려하면 천주교의 교세통계 숫자보다 인구총조사 결과가 적게 나오는 것이 맞다. 인구총조사에서는 자신 스스로 ‘천주교 이탈자’라 생각하는 신자들이 ‘기입(記入)’하지 않을 테니 말이다. 실제로 이러한 신자 이탈자 규모는〈표 1〉에서 볼 수 있듯이 1985년에는 전체 신자의 6.5%, 1995년에는 14.5%나 있었다(10년 사이 223%P 증가). 그런데도 〈표 2〉에서 볼 수 있듯이 천주교 통계에서는 이러한 이탈자들이 사망자의 일부를 제외하고 반영되지 않는다.3)
이 추이를 기준으로 하면 2005년에는 적어도 1995년과 비슷한 수준이거나 그 보다 조금 더 많은 숫자의 신자들이 천주교를 이탈했다고 보는 것이 자연스럽다. 그래야 ‘2015 인구총조사’에서 천주교 이탈자 비율이 31.4%나 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4)
〈표 2〉천주교 교세 현황 및 추이(2000-2015 : 한국천주교통계 기준)
연도 | 남한 인구수 | 신자총수 | 신자 비율 (%) | 신자 증가율 (%) | 신영세자수 | 실질 증가수 |
2000 | 46,125,376 | 4,071,560 | 8.8 | 3.2 | 172,425 | 124,716 |
2001 | 48,021,543 | 4,228,488 | 8.8 | 3.9 | 159,417 | 156,928 |
2002 | 48,517,871 | 4,347,605 | 9.0 | 2.8 | 137,603 | 119,117 |
2003 | 48,823,837 | 4,430,791 | 9.1 | 1.9 | 135,379 | 83,186 |
2004 | 49,052,988 | 4,537,844 | 9.3 | 2.4 | 138,715 | 107,053 |
2005 | 49,267,751 | 4,667,283 | 9.5 | 2.9 | 148,175 | 129,439 |
2006 | 49,624,269 | 4,768,242 | 9.6 | 2.2 | 147,747, | 100,764 |
2007 | 50,034,357 | 4,873,447 | 9.7 | 2.2 | 149,358 | 105,204 |
2008 | 50,394,374 | 5,004,115 | 9.9 | 2.7 | 141,484 | 130,668 |
2009 | 50,643,781 | 5,120,092 | 10.1 | 2.3 | 156,947 | 115,977 |
2010 | 51,434,583 | 5,205,589 | 10.1 | 1.7 | 140,644 | 85,497 |
2011 | 51,716,745 | 5,309,964 | 10.3 | 2.0 | 134,562 | 78,025 |
2012 | 51,881,255 | 5,361.369 | 10.3 | 0.97 | 132,076 | 84,959 |
2013 | 52,127,386 | 5,442,996 | 10.4 | 1.52 | 118,130 | 81,627 |
2014 | 52,419,447 | 5,560,971 | 10.6 | 2.17 | 124,748 | 73,139 |
2015 | 52,672,425 | 5,655,504 | 10.7 | 1.69 | 116,143 | 94,533 |
평균 | 14.2% (인구증가율2015/2000) | 38.9% (신자증가율2015/2000) | 9.76 | 2.28% | 140,847 | 104,427 |
〈자료 출처〉 각 년도 한국천주교회 통계(2000~2015)
2. 천주교 신자 이탈자 규모
천주교에서 정확한 이탈자 규모를 알아 낼 방법이 현재로서는 없다. 간접 추정만 가능하다. 제일 좋은 방법은 주교회의에서 전국 본당의 협조를 얻어 일시에 전수조사를 하는 것인데, 봉사자 찾기가 쉽지 않을테니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보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통계에서는 새 영세자수, 견진성사자수, 혼배 성사자수 등과 같이 교회에 근거 서류를 남겨 놓아야 하는 정보들만 신뢰할 수 있다.
인구총조사 결과를 어느 정도 신뢰할 수 있다는 전제 아래 천주교 신자의 이탈자 규모를 추정해 보려한다. 인구총조사와 비슷한 시기에 한국갤럽에서 『한국인의 종교 5차 조사(2014)』를 실시한 바 있어 이 결과를 토대로 간접 추정을 해보겠다.5)
이 조사에서 비 종교인들 가운데 약 35%가 ‘과거 종교인’이었던 것으로 나타난다.6) 이 조사에서 ‘천주교인의 종교인구 내 비율’은 14%였다(비종교 인구비율 50%)7). 그러면 비종교 인구 2,500만 가운데 35%가 875만이고, 천주교 신자 비율이 14%이니 122만 5천명이다. 이 숫자는 2015년 천주교 교세통계에 집계된 신자 수의 21.6%다. 일단 이 비율이 천주교에 있다 이탈하여 비 종교인이 된 것이다.
또한 이 조사에서 현재 종교인 가운데 개종을 경험한 비율이 10%였다.8) 이 숫자는 종교인구의 10%로 약 250만에 해당한다. 이 가운데 천주교 출신이 10%였다.9) 이 숫자가 25만이고, 이 숫자는 2015년 천주교 교세의 4.4%에 해당한다.
앞의 21.6%와 이 4.4%를 합하면 교세통계에 나타난 신자수의 26.0%가 천주교를 떠난 셈이다. 그리고 사망하였는데 교회에서 파악하지 못한 일정 비율의 신자들이 여기에 추가되어야 한다. 이렇게 억지로라도 추정해보면 인구총조사 결과와 비슷하게 나온다. 내 생각에는 이 숫자를 제외하고도 이탈자가 더 있을 것 같다. 이렇게 보면 교세통계에서 집계하는 신자 수 가운데 최소 40%에서 최대 50%까지가 이탈자 규모로 추정된다.
3. 이탈 원인
이탈자는 교회를 완전히 떠난 사람이다. 천주교에서 냉담자는 이탈자와 소속을 포기하지 않고 복귀를 희망하는 신자들까지 포함한다. 따라서 두 집단 간에는 포괄하는 범위에서 차이가 난다. 그동안 이탈자 조사는 교회 안에서 전혀 실시한 적이 없고, 냉담자 조사만 일부 교구와 본당 차원에서 실시하였을 뿐이다. 전국 단위 조사는 ‘가톨릭신문사 창간 80주년 기념 신자의식조사’(2007년, 이하 ‘80주년 조사’)가 유일하다. 창간 90주년 조사 결과가 곧 나올 예정이고, 조사 항목수도 늘었으니 최근 변화된 상황을 좀 더 자세히 확인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탈 직전 단계가 냉담이니 이탈자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냉담자를 반드시 거쳐야 한다. 현실적으로 교회 안에서 구할 수 있는 것이 냉담자 연구결과 밖에 없으니 이 연구결과들을 토대로 원인을 간접 추정해보겠다.
먼저, ‘80주년 보고서’에서 ‘냉담 원인’에 대해 응답자들이 답한 결과를 살펴본다. 이 조사에서는 ‘냉담 원인 1순위’에 ‘생계나 학업’이 42.4%로 가장 많이 나왔다. 이어 ‘신앙에 대한 회의’ 12.1%, ‘기타’ 8.9%, ‘고해성사의 부담’ 7.4%, ‘가정 내 종교 갈등’ 5.8%, ‘성직자 또는 수도자에 대한 실망과 취미생활’ 각각 4.7%, ‘자녀양육 혹은 자녀문제’ 4.3%, ‘부부간 갈등과 본당 교우와의 갈등’ 각각 3.5%, ‘경제적 부담’ 2.7%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10)
그런데 이 조사에 응한 냉담신자들 가운데 상당 숫자는 신앙생활을 재개할 의사가 있다고 생각하였다. 결과를 옮겨본다. “향후 신앙생활 재개의사에 대하여는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가 55.7%로 가장 많았다. 이어 ‘곧 재개할 것이다’ 30.3%, ‘혼자서 신앙생활 하겠다’와 ‘모든 종교를 포기할 것이다’가 각각 5.2%, ‘기타’ 2.6%, ‘개종할 것이다’ 1.1% 순으로 나타났다.
‘모든 종교를 포기할 것이다’와 ‘개종할 것이다’를 합한 비율 6.3%는 가톨릭 신앙을 포기할 의사를 확고하게,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와 ‘혼자서 신앙생활 하겠다’를 합한 60.9%는 유보적으로 밝힌 것이다. […] 유보의사 안에도 생각의 스펙트럼이 다양할 것이므로 ‘포기에 가까운 유보의사’를 표현할 확률을 최대 삼분의 일 정도로 보면 현재 ‘소극적 냉담자’(유보의사 회두의사) 가운데 적어도 네 명 중 세 명 이상은 신앙생활 재개 의사를 갖는 것이라 추정할 수 있다.”11)
이 조사 결과는 인구총조사에서도 자신이 신자임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 신자집단으로 추정되기 때문에 신앙생활 재개의사가 높게 나타난 것 같다. 그런데 만일 자신이 신자임을 밝힐 가능성이 낮은 집단을 대상으로 같은 질문을 던졌다면 훨씬 더 깊은 원인들이 드러났을 것이다. 그동안 내가 개인적으로 실시한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사실은 냉담이나 이탈 원인이 그리 단순하지 않았다. 대체로 복합적이고 중층적이었다. 그렇게 보면 냉담 원인은 앞의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이고 중층적으로 비교적 상당 기간 영향을 주었기 때문일 터이다.
둘째로, ‘신자들의 입교 동기’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추정해보려 한다. 이 질문은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설문조사에서 빠트리지 않는 변수(variable)이다. 가장 최근인 2013년에 비교적 큰 규모(교구민의 1/3 표본조사, 14,593 사례)로 실시한 ‘천주교 의정부교구 설립 10주년 기념 설문조사’ 결과를 인용해본다.
이 설문에서 응답자들은 ‘천주교에 입교하는 동기’로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25.8%)를 첫째 이유로 들었고, 이어 ‘가족 친지의 권유로’ 21.1%, ‘유아 영세’ 17.1%, ‘신자와 결혼하기 위해’ 6.1%, ‘신자의 권유로’ 6.0%, ‘가톨릭 신자의 모범적 생활에 감명을 받아서’ 5.8%, ‘가톨릭의 전례가 좋아서’ 4.8%, ‘구원을 얻기 위해’ 4.6%, ‘기타’ 3.4%, ‘천주교회의 사회활동을 보고’ 2.6%, ‘가톨릭 교리를 알기 위해’ 2.0%, ‘사회생활에 도움이 되어서’ 0.6% 순으로 이유를 들었다.12)
냉담과 이탈은 일차적으로 이러한 동기들이 약화되는 데서 시작된다. 동기 가운데 하나인 ‘마음의 평화를 얻기 위해서’를 예로 들어 본다. 만일 이 이유가 1차 동기였는데 신앙생활을 하다 ‘마음의 평화’를 다소 얻기는 하였으되 그리 충분치 않거나 아예 마음의 평화가 깨지는 경험을 자주 하게 된다면 오래지 않아 동기가 약해질 것이다.
마음의 평화를 깨는 원인은 좁게는 자신, 동료 신자, 사제, 수도자에서부터, 넓게는 교회의 전체적인 이미지가 악화되거나 교회의 특정 실천들이 반복됨으로써 신자와 비신자에게 형성되는 부정적인(또는 자신의 생각과 충돌하는) 영향을 들 수 있다. 만일 이런 생각과 경험을 하더라도 교회 내부에 이 신자를 지지하는 집단이 강력하면 이탈이 억제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탈하게 된다. 그런데 천주교는 입교 과정은 길고 어려운데 정작 입교 후엔 관리가 안 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입교과정이 짧지만 입교 후 관리를 잘하는 개신교와 대비되는 모습이다. 신자들의 다수가 이러한 평가에 동의하고 있는 실정이니 원인을 교리에서만 찾을 수 없을 것 같다. 신자관리체계에서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백년 이상 걸려 형성된 교회 문화도 새 신자들이 바꾸기엔 한계가 뚜렷하다. 이외에도 새 신자들이 적응할 수 없는 장벽들이 교회 안에 적지 않다. 그런데도 새 신자들이 이를 견뎌내면 남겠으나 그렇지 않으면 떠날 것이다.
또한 ‘마음의 평화’를 가능하게 하는 측면들은 신앙생활 전체와 연결돼 있다. 특정한 한두 가지 사건들이나 계기 때문에 냉담과 이탈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는 말이다. 원인은 개인차가 있지만 대부분 여러 원인들에 직간접적으로 반복 노출될 때 냉담과 이탈이 일어난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다음의 원인들이 상호 중층·복합적으로 연결돼 냉담과 이탈에 영향을 준다고 할 수 있다. ‘신앙이 무의미하게 느껴져서’, ‘생계(직장)나 학업을 위해’, ‘본당 교우와의 갈등 때문에’, ‘건강이 안 좋아서’, ‘금전적 부담(예, 각종 봉헌금) 때문에’, ‘그냥 귀찮아서’, ‘결혼 관련 일(혼인, 이혼, 재혼) 때문에’, ‘교회의 생명윤리에 어긋나는 일을 해서’, ‘사회적인 죄를 지어 평판이 두려워서’, ‘교회의 본질과 거리가 멀게 사는 것 같아서’, ‘고해성사에 대한 부담감 때문에’, ‘내가 원해서 입교한 것이 아니어서’, ‘교회의 사회참여활동이 못마땅해서(혹은 반대의 경우인 ‘사회참여를 안 해서’)’, ‘교회의 모습이 기대했던 것과 달라서’, ‘지킬 규율이 많고 가르침대로 살기 어려워서’, ‘교리나 가르침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해서’, ‘가톨릭은 특별할 줄 알았는데 다른 종교와 차이를 못 느껴서’, ‘성직자·수도자에게 실망해서’, ‘시대 적응력이 떨어져서’, ‘공고한 성직주의와 권위주의에 실망해서’ 등이다.13)
이 외에도 종교사회학자 최현종은 『한국 종교인구변동에 관한 연구』에서 천주교에서 이탈하는 이유를 간접적으로 추정할 수 있는 내용들을 다음과 같이 열거한 바 있다. ‘미적지근해 보이는 신앙생활’, ‘적극적 교인 관리와 질적 함양노력 부족’, ‘주일학교, 청소년, 특히 청년 활동에 대한 낮은 관심’, ‘신자들 간의 교제 미흡’, ‘형식적인 전례’, ‘천주교내의 보수적 성향에 대한 우려와 그 반대인 지나친 정치 참여’, ‘사제의 권위적 태도’, ‘평신도가 자율성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 ‘지루한 강론’, ‘고해성사의 경직성’, ‘지나친 술, 담배 문화’ 등이다.14)
그리고 천주교를 선택한 이유인 ‘종교적 성스러움’, ‘신뢰성 및 청렴성’, ‘타종교에 열린 태도’, ‘제사 및 주초문제’ 등에서 애초의 기대와 다른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이다.15) 모든 종교에 보편적으로 요구되는 ‘성직자의 신뢰/청렴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종교간 화합’, ‘종교 본연에 충실함’ 등도 역시 천주교 안에서 신자들이 기대와 다른 모습을 경험하였다면 이탈 원인으로 작용하였을 가능성이 높다.16)
사실 이탈 원인은 사람마다 다르고, 그 가짓수도 한두 가지가 아니다. 처음 하는 표현은 하나 또는 둘이지만 누구든 한 시간 정도 인터뷰를 진행하면 훨씬 많은 원인들이 영향을 주었다고 말하는 걸 들을 수 있다. 그러면 이 문제들은 과거엔 없었는데 최근에 생겨 이탈자가 느는 원인이 되었다는 것인가?
아니다. 과거에도 이 문제들은 있었다. 가톨릭교회사 안에서 이 문제들이 나타나지 않았던 시대는 없었다. 그런데도 어떤 시기에는 신자들이 확고하게 소속감을 유지하고 심지어 적극적으로 신앙 활동에 참여하였다. 반면 어떤 시기에는 이런 요인들의 영향력이 크지 않았음에도 신자들이 쉽게 소속을 포기하거나 신앙 활동에 소극적이 되었다. 그렇다면 왜 최근에 이런 흐름이 강해졌는지 추가로 분석해보는 게 필요하다.
4. 거시 분석
앞의 관점의 연장에서 지난 삼십년 동안 한국 천주교회에 일어난 변화에 주목하게 된다. 한 가지 예로, 1980년대 중반에는 이탈자 비율이 교적 신자수의 5%로 적었다. 그러다 최근으로 올수록 이탈자 비율이 급속히 증가하였다. 특히 중산층화 담론에서 비판하는 교회의 모습들이 뚜렷해지는 1990년대 말을 경과하면서 이탈 비율이 급증하였다.
이는 급속한 신자인구 증가, 이로 인한 교회의 대형화, 신자 계층구조의 변화(중산층화), 그로 인한 구교우 문화의 쇠퇴와 중산층 중심의 교회문화 형성, 교회 내부의 권력관계 변화, 신자 증가에 반비례한 교회의 사회적 역할 등이 지난 기간 나타난 이탈자 증가에 영향을 준 것 같다. 이러한 내부 원인 외에 한국사회에서 급격하게 진행된 변화에 대한 대응 실패, 세계화된 한국과 이미 범세계적이나 세계화와는 거리가 먼 교회운영 간의 충돌도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종교학적 맥락에서도 천주교 이탈자들을 분석해 볼 수 있다. ‘2014 한국인의 종교’ 결과에 비춰보면 천주교 신자는 “신앙 의식이나 종교적 참여 면에서 열성적인 개신교인과 비종교인에 가까운 불교인 중간 지점에 위치한다.”17) 게다가 지난 이십년간 신자들의 다원주의적 종교의식이 커진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개인화·사사화(privatization) 경향 확대로 제도에 매이지 않으려는 태도도 강해졌고. 특히 연령으로는 20~30대, 학력에서는 고학력 신자 층에서 이런 경향이 두드러졌다.
‘2015 인구총조사’에서도 40대 이하의 종교인구 감소폭이 전체 연령대 평균을 상회했는데 천주교도 이 흐름에서 예외이지 않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 천주교회 통계를 분석해보면 ‘입교자’ 기준이긴 하지만 50대 이상이 거의 해마다 50%P이상 증가한데 반해, 40대 이하는 정체내지 감소하였다. 입교 상황도 이러한데 이탈자들 가운데 이 연령대들이 다수를 차지하는 일이 특별한 현상은 아니리라.
그러면 이들은 왜 떠났을까? 여기에는 윤승용의 분석이 적절할 것 같다. “1990년대 종교인구 감소는 종교의 사회적 역할 축소에서 비롯된 종교 외적 문제였다.”18) 이 말이 너무 단순해보일 것 같아 부연해본다. 이 말은 이렇게 해석할 수 있을 것 같다.
1987년 이후 남한에서는 시민사회가 급속히 성장하였고, 정부 부문도 부의 증가와 함께 외연을 크게 확대하였다. 이로 인해 종교의 사회적 역할, 이를 테면 1970~80년대 중반까지의 민주화 운동 참여와 같은 기능이 크게 축소되었다. 종교의 자선 활동은 국가복지체계 안으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이와 같이 과거 그리스도교 아니면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역할들이 축소되면서 이 역할에 참여하려고 또는 이 역할에 호의를 가지고 입교했던 이들이 새로운 현장을 찾아 떠났을 수 있다. 그래서 종교 내부 문제가 아니라 종교 외부 환경변화에 영향을 받아 떠났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1990년대부터의 “민주화 시대 신앙대중은 종교 외적 요인에 의해 자신의 종교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의 방식과 신앙 취향’에 따라 종교를 선택한다. 여기에 대응해 종교는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의 종교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할 수밖에 없다.”19) 이 말에서 두 가지 원인을 추론할 수 있다.
하나는 ‘삶의 방식과 신앙 취향’에 따라 종교를 선택한다는 주장이다. 과거와 달리 개종자들이 종교를 선택할 때의 진지함과 절박함은 줄고 대신 언제든 옮겨 다닐 수 있는 가능성은 커졌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이러한 흐름에 종교가 특히 천주교가 ‘자기 정체성을 강화하고 내부의 종교적 합리성과 효율성을 제고’ 하였느냐는 것이다. 이 질문에는 쉽게 답할 수 있다. ‘그렇지 못했다.’ 이렇게 본다면 이들의 이탈은 당연하고, 앞으로도 이 추이는 약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5. 짧은 생각 하나 더
나는 이번 인구총조사에서 개신교만 증가하고 다른 종단은 모두 감소한 점이 아직도 제도 종교의 역할 여하에 따라 종교 인구는 증가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과 생각을 달리한다.
나는 종교인구가 급격히 감소한 원인을 그동안 연구자들이 계속 분석해왔듯이 ‘세속화’와 ‘영성의 시대’로 대변되는 ‘탈 제도적 종교성’의 확대로 본다. 경제난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도 있다. 젊은 연령대에서만 신자 비율이 줄었다면 앞의 세속화, 탈 제도적 종교성이 영향을 주었다고 보았을 텐데 고령층에서도 감소하였으니 말이다. 이 외에도 기성 종교들이 감당하거나 부응할 수 없는 사회적 요청들이 많아진 측면도 영향을 주었을 터이다. 이 가운데 어느 원인이 더 클 것이라 특정할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 하나는 기성(제도) 종교들이 이 탈제도적 종교성의 흐름을 거스르지 못하리라는 점이다.
천주교는 앞에서 2005년 인구총조사의 결과를 추정한 세 가지 방식을 다 동원해도 교세의 정점을 지났거나 지나고 있다는 사실을 부정하기 어렵다. 따라서 천주교 통계에 계속 누적되는 신자 수를 더 이상 믿어선 안 된다. 이번 결과를 다 믿긴 어려워도 신자 수가 교세보다 적게 나온 사실은 믿어야 한다. 본래 적게 나오는 것이 맞다.
이 때문에 현재 교적신자수의 1/3은 떠났고, 남은 2/3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실상 냉담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교세가 정점을 지나 하락국면에 접어들었고,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폭이 더 커질 것이 예상되기에 하루라도 먼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하겠다.
둘째, ‘40대 이하’의 모든 연령대에서 무종교인 증가 비율이 높았던 사실이다. 이점은 종교인구 감소의 선행지표라는 맥락에서 해석해보았는데 가장 타당한 분석이라 생각한다. 젊은층의 종교이탈 비율이 다른 연령대보다 높은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다만 왜 지난 시기에 다른 연령대보다 급격하게 하락했는가에 대하여는 아직 설명이 충분치 않다. 지난 기간 진행된 금융위기, 장기 불황이 영향을 주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마지막으로, 다른 종단들도 비슷할 가능성이 높은데 현재와 같이 패러다임 자체가 변동할 때는 방향을 찾기 어렵다. 이것이 비단 종교 안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고, 변화의 폭이 넓고 그 깊이도 상당해 전체 윤곽, 방향을 파악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더욱 안타까운 일은 이를 어찌 짐작하더라도 해결책을 찾기 어려우리라는 점이다. 그나마 열심히 공부하고 찾는 사람들이 이 정도인데 나머지 그렇지 않은 이들이 다수를 이루는 종교들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이 점에서 솔직히 난 기존 종단들에 기대가 크지 않다. 이 도도한 흐름을 거스를 수 없으리라는 말이다.
아마도 대부분의 종단들이 ‘종교 본연’을 강조하며 내부 문제에 치중할 것 같은데, 이는 여러 방향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나는 오히려 여러 방향을 다 선택하는 게 방향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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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이러한 원인 가운데 하나를 ‘2005년 총조사’ 때부터 바뀐 ‘종교 표기법’으로 본다. 그때부터 이전 조사지에서 표기하던 ‘기독교’, ‘천주교’ 방식이 ‘기독교(개신교)’, ‘기독교(천주교)’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개신교 신자들이 ‘기독교(천주교)’에 100만 명 이상 ‘오기’(誤記)하지 않았을까 추정한다. 그렇게 가정하면 개신교 인구는 2005년에 950만 명대가 되고, 지난 10년 사이 근소한 성장 내지 정체를 경험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동시에 천주교 신자 수가 교적 신자숫자보다 많았던 문제도 설명할 수 있다.
2) 주민등록 인구통계에서 사망자 숫자는 강제 신고사항이라 거의 정확하다. 그러나 천주교 통계는 ‘나 홀로’ 신자가 냉담하다 사망하였을 경우, 그리고 이 신자가 주소불명일 경우 이 신자의 사망여부를 확인할 방법이 없다. 게다가 이들이 정확한 통계를 내달라고 본당에 신고할 리 만무하다.
3) 성당에 알리고 상장례를 진행하는 경우, 신자들이 간접적으로 확인해서 알려주는 경우만 확실하게 사망자 통계에 올라간다.
4) 나는 2005년 조사 결과에 대하여 다음의 세 가지 추정을 해보고 있다.
첫째,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천주교 신자 수가 맞는다고 가정해보는 경우이다. 그러면 천주교 교적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자인해야 하는 문제가 생긴다. 행정담당직원들이 지난 기간 직무유기를 한 셈이니 말이다. 그리고 1995년 교세통계에서 교회를 떠난 것으로 표시된 500,536명까지 다 돌아왔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그렇다면 10년 전에 다들 기분 좋게 추정하였듯이 많은 분들(향후 천주교에 입교할 생각이 있는 잠재적 신자들)이 심정적인 신자라 답했으리라 믿어주는 것이다.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래도 이를 기정사실이라 가정해본다. 그러면 교세가 10년 사이 왜 31.4%(1,775,193명)나 빠졌을까? 교회 안에 무슨 큰 일이 일어났는가? 이 정도면 악재들이 많았다는 이야기인데, 알다시피 천주교는 지난 10년 사이 김수환 추기경 서거, 프란치스코 교황 사목 방문 등과 같은 호재들이 있었다.
둘째, 1985년부터 2015년까지 천주교 신자 가운데 이탈자들이 꾸준히 늘었다고 가정해보는 것이다. 그래서 1995년에서 2015년 사이의 증가율(16.9%)을 10년 단위로 나눠 낸 평균 8.45%를 2005년 결과에 적용해볼 수 있다. 그러면 1995년의 이탈자 규모 14.5%에 이 8.5%를 더한 23.0%가 이탈자 규모가 된다. 이 수치를 반영하면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천주교 신자 숫자가 3,593,808명이 되어야한다. 대략 360만 명이 되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 시간(2005~2015년 사이) 천주교는 오히려 296,503명(8.3%P)이 늘어난 셈이다. 이 가정을 수용하면 천주교는 아직 성장 중에 있다. 아직 교세가 정점에 이르지 않았다는 말이다.
셋째, 200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가 앞에서 보았듯이 믿기 어려운 면이 있기는 하나, 그 당시 천주교 인기가 그리 나쁘지 않아 이탈자가 10년 사이(1995~2005) 5%P 밖에 증가하지 않았다고 가정해보는 경우이다.
이 비율을 적용하면 이탈자 비율은 1995년의 14.5%에 이 비율(5%)을 더한 19.5% 정도로 추정할 수 있다. 이 비율을 당시 천주교 교세통계에 적용하면 2005년 당시 신자 수 4,667,283명의 80.5%인 3,967,190명, 즉 대략 397만 명 정도가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신자수로 나왔어야 믿을 만했다.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나타난 신자인구 3,890,311명에서 이 2005년 추정치 3,967,190명을 빼면 신자 인구는 지난 10년 간 76,879명 줄어든 셈이 된다. 이를 반영하면 천주교 신자인구는 10년 전인 2005년에 비해 0.16%P 감소한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하면 2005년에서 2015년 어간에 천주교 교세가 정점에 이르렀다고 추정할 수 있다.
이 세 가지 가정에서 두 번째 가정을 따르면 천주교는 지속적인 이탈자 증가에도 불구하고 성장을 멈추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첫째, 셋째 가정을 따르면 이미 정점을 지났다고 보아야 한다. 교회 안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여러 지표들과 내가 하고 있는 냉담신자 인터뷰를 기준으로 할 때 천주교도 ‘제도 종교의 쇠퇴’라는 굴레를 벗어나진 못할 것 같다.
5) 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 1984-2014 : 제5차 비교조사』, 한국갤럽, 2015 참조. 이 조사는 2014년 4월 17일에서 5월 2일까지 대략 2주일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만 19세 이상 남녀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되었다. 표본오차는 ±2.5%(95% 신뢰수준)였고, 표본추출방법으로는 ‘2단 층화 집락 추출법’을, 자료수집법은 ‘전문조사원 개별 인터뷰’ 방식을 선택하였다.
6) 같은 책, 19쪽.
7) 인구의 절반을 기준으로 할 때는 전체를 대상으로 할 때의 두 배를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천주교 인구가 7%라는 것은 전체 인구에서 천주교 신자의 비율이 7%라는 뜻이다. 그런데 절반이 종교인이라 하면 종교인 안에서 천주교인의 비율은 14%가 된다. 비 종교인구안에서 천주교 출신자 비율도 마찬가지다.
8) 앞의 책, 24쪽.
9) 같은 책, 25쪽.
10) 통합사목연구소, 『가톨릭 신자의 종교의식과 신앙생활』, 가톨릭신문사, 2007., 205쪽 참조.
11) 같은 책, 210~211쪽 참조.
12)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2013 천주교 의정부교구 신자들의 신앙의식과 신앙생활』, 천주교 의정부교구 사목연구소, 2013., 37쪽.
13) 이 원인들은 필자가 그동안 교회 안에서 각종 조사를 통해 파악한 것이다.
14) 최현종, 『한국 종교인구 변동에 관한 연구』, 서울신학대학교 출판부, 2011., 63~65쪽 참조.
15) 같은 책, 67쪽.
16) 같은 책, 68쪽.
17) 한국갤럽, 같은 책, 135쪽.
18) 같은 책, 136쪽.
19) 같은 책, 136쪽.
* 신대승네트워크(수석대표 : 이영철)에서는 1월 25일 W스테이지 안국에서 “‘한국의 종교, 탈종교화에 대응할 수 있나?’ - 2015 인구센서스의 종교인구 변동이 던지는 의미와 과제”라는 제하로 3대 종교(개신교, 불교, 천주교)의 대표적 연구기관이 함께하는 특별 토론회를 열었습니다. 이 자리에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종교인구 감소에 대해 3대 종교별로 자신의 종교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종교별 상호간 견해를 심층적으로 나누었으며, 이 글은 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