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조발표문 _ 2015 인구센서스의 종교인구 변동이 던지는 의미와 과제

불교/종교 개혁 -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 2017. 제8

 

  1. 시작하는 말

 

통계청은 지난해 1219'2015 인구센서스의 종교인구 집계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조사1)1985년 이후 매 10년마다 조사해온 것이다. 종교인구가 발표되자 종교인구의 변동에 대한 논의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아마 종교인구가 가지는 한국사회에서의 사회문화적 의미 때문2)일 것이다. 종교인구는 각 종교의 교세를 나타내는 일차적인 지표이고, 국가의 문화정책의 기초 자료로, 그리고 종교 내부의 종무정책 자료로도 사용된다. 다른 하나는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급격한 탈종교 현상 때문이다. 한국종교는 탈종교 현상으로 인해 위기를 맞고 있으며, 이에 나름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종교계 인식이 깔려 있다. 더욱이 종교 시장이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종교인구에 대한 관심은 점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사회는 19세기 개항기 이후 서구 근대화3)를 지속적으로 추진하여 왔다. 그러나 국가의 패망과 민족분단, 그리고 압축적 성장으로 근대화의 과정은 그리 순탄치가 않았다. 전근대, 근대, 탈근대가 순차적으로 전개된 것이 아니라, 서로 교차되고 혼유(混有)하는 가운데서 혼란스럽게 전개되어 왔다4). 그 결과 현재 한국사회는 한국의 문화전통에 해당하는 전통의 전근대’, 근대화와 산업화로 상정되는 성장의 근대’, 불균등 사회 발전에서 야기된 일부의 근대과잉 혹은 탈근대가 문화영토를 두고 서로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현장이 되었다. 한국의 종교문화도 예외일 수가 없다.

 

한편, 신앙인들은 자기 종교를 통해 자신의 삶에 대한 주변 환경을 이해하고 그런 이해를 바탕으로 자신의 삶을 영위하는 실천체계를 만들어 간다. 그 때문에 사회적 환경 변화와 자신의 종교적 태도는 밀접한 상관성을 가진다. 이들은 사회적 환경변화에 대해 실존적인 대응을 함으로써 자신의 삶의 방향을 결정한다. 이런 삶의 방향 또한 종교인구의 변화에 주요한 변수가 된다. 예컨대, 2005년에는 삶의 질을 고양시키는 웰빙’, 즉 건강과 환경이 삶의 중심모드였다면, 2015년에는 헬조선이라는 생존 위기(경쟁과 불안)가 삶의 중심모드로 크게 바뀌었다. 거기에 조사의 표본추출 대상이 되는 1인 가구의 수가 급속히 증가5)하였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탈근대 사조에 유일무이한 지배이념인 신자유주의가 결합되면서 한국사회는 이전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같은 우리사회의 환경이 크게 달라짐에 따라 신앙대중의 삶의 방향도 달라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0년간 종교인구의 변동은 한국의 급격한 사회변화를 동시에 반영하고 있다고 본다.

 

한편, 종교계는 이번 조사결과를 놓고 당초 예상과는 다르다며 이번 조사결과를 쉽게 수용하지 않고 있는 듯하다. 지난 10년 만에 종교인구가 너무 급감한 것, 종교지형에서의 지각 변동, 종교현장에서 느끼는 것과는 사뭇 다른 결과6), 그리고 기존의 종교인구 조사7)의 결과와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 등 이유를 들고 있다. 또 종교문화라는 것은 이렇게 급격하게 변화하는 문화가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종교는 개인의 세계관과 그 실천체계를 담은 것으로서 개인의 정체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문화다. 하여 짧은 시간에 개인의 정체성을 드러내는 종교인구가 이렇게 급변할 수 있는가라는 상식적인 의문을 제기한다. 그리고 다른 종교조사와 대비해 볼 때 이번 조사결과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매년 종교인구 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조사결과8)나 또 다른 성균관대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를 대비해 볼 때 전체 추세는 유사하나 전통별 각론(各論)에서 그리고 양적(量的)인 면에서 너무 다르다는 지적이다.

 

구체적으로 불교계는 종교인구가 너무 감소해 개신교에 1위 자리를 내준 충격과 그 여파에 대해 고심하고 있고, 개신교계는 교회 현장에서는 신도가 줄고 있는데도 도리어 종교인구가 증가했다는 발표에 대해 개신교 소위 기독교 이단 종교들이 너무 많이 증가한 탓이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으며, 천주교는 2014년에 교황이 방한해 상당한 선교 효과가 있었음에도 종교인구가 줄었다는 데 대해 냉담자 때문일 것이라며 애써 말을 아끼고 있다. 그리고 학계에서는 종교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이번 조사 결과를 두고 세속화되고 있는 현대사회의 추세라며, 세속화에 따른 탈종교화의 추세를 그냥 당연시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면서도 이번 종교인구의 급격한 변화는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불교의 재가신도’, 개신교의 가나안신도9), 천주교의 냉담자의 동향과도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는 추론을 각기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 글에서는 이런 요인들을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이번 조사의 종교인구 변동은 지난 10년간 한국의 사회적 변동과 깊은 관련이 있음을 지적해 보고자 한다.

 

이번 조사방법10)을 두고 종교계에서 말이 많다, 하지만 통계청은 조사의 효율성을 고려해 이후 조사도 이번과 같은 인터넷조사 방식으로 계속 시행할 것으로 보인다11). 이에 종교계는 이번 조사결과를 종교인구에 대한 새로운 기점으로 잡아 나름의 대책을 세우는 것이 더 시급한 것이 아닌가 한다. 그리고 이번 조사가 이전과 표본추출이나 조사방법이 다르기 때문에 단순 수치를 가지고 비교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그리고 그 변화의 의미를 찾아내기도 어렵다. 하여 여기서는 한국인의 종교 실태와 종교의식, 종교관, 가치관, 종교단체 등에 대해 종합조사를 한 한국갤럽의 종교조사보고서12)를 적극 활용하였다.

 

이 글은 이번 조사 결과를 통해 나타난 한국사회의 탈종교 현상에 대한 사회 거시적인 원인 분석과 그에 대한 종교계의 과제13)들을 종교인구 차원에서만 검토하려 한다. 먼저 통계청의 2005년 종교인구 조사와 2015년 조사를 대비해 지난 10년간의 종교인구 변화와 그 의미를 살펴보고, 한국종교들의 위기라고 하는 종교인구 감소에 대한 원인을 찾아보고, 그런 위기를 맞고 있는 한국종교들의 과제들을 간략하게나마 제시해 보고자 한다. 종교별 대응방안은 다음 발표를 기대해 본다.

 

2. 지난 10년간 종교인구 변동의 양상

 

이번 조사 결과에 의하면, 우리사회에는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교지형이 형성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무종교인은 전체 56.1%로 종교인구보다 13%p나 많고 개신교가 1위의 종교가 되었다. 종교인구는 21554천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이고, 200552.9%에 비해 10년 만에 무려 9%p 300만 명이 감소했다. 그 감소분의 대부분은 불교의 종교인구다.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 인구가 9676천명(19.7%)으로 가장 많고, 10년 전보다 1.5%p125만명이 증가하였다. 불교는 7619천명(15.5%)으로 10년 전보다 7.3%p 2969천명 감소하였고, 천주교는 3891천명(7.9%)으로 10년 전보다 2.9%p 1125천명이 감소하였다. 그리고 개항기와 일제 강점기 지배종교였던 민족종교들은 모두 합쳐 1%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는 전통종교는 불교만 지표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종교유형별 인구(1995, 2005, 2015)

 

                                 

(단위: 천명, %)

구분

인구

구성비

1995

2005

2015

1995

2005

2015

43,834

46,352

49,052

100.0

100.0

100.0

종교있음

22,100

24,526

21,554

50.4

52.9

43.9

불교

10,154

10,588

7,619

23.2

22.8

15.5

기독교(개신교)

8,505

8,446

9,676

19.4

18.2

19.7

기독교(천주교)

2,885

5,015

3,890

6.6

10.8

7.9

원불교

86

129

84

0.2

0.3

0.2

유교

210

104

76

0.5

0.2

0.2

천도교

28

45

66

0.1

0.1

0.1

대종교

7

4

3

0.0

0.0

0.0

기타

225

196

139

0.5

0.4

0.3

종교없음

21,735

21,826

27,499

49.6

47.1

56.1

) 특별조사구 제외.  통계청 발표 자료/신대승네트워크 <트렌드&리서치센터>제공

 

 

남녀별로 보면 종교를 가진 여자의 비율이 48.4%, 남자 39.4%보다 9.0%p 높다. 연령별로 보면, 20대는 경쟁사회 진출을 준비하느라 종교에 무관심하고, 우리사회의 중추적 역할을 하는 40대는 생존에 매달려 종교에 신경을 쓸 여유가 없다. ‘종교없음의 인구비율은 20대가 64.9%로 가장 높고, 다음이 10(62.0%) 순이다. 종교가 있는 인구비율은 20대에서 35.1%로 가장 낮고, 이후 연령이 증가하면서 같이 증가해 70대에는 58.2%에 이른다. 2005년과 비교해 종교인구 비율이 가장 크게 감소한 연령은 40대로 13.3%p 감소했고, 다음이 20(12.8%p), 10(12.5%p) 순이다. 지역별로 보면 불교는 동쪽지역(울산 29.8%, 경남 29.4%, 부산 29.5%, 경북 25.3%, 대구 23.8% )에서, 개신교는 서쪽지역(전북 26.9%, 서울 24.2%, 전남 23.2%, 인천 23.1%, 경기 23.0%)에서 종교인구 비율이 높다. 천주교는 서울(10.7%), 인천(9.5%), 경기(9.0%) 순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는 불교의 종교인구 비율에 거의 접근하고 있다.

 

종교단체의 사회활동이 전반적으로 축소(3.1%p)되고 있다. 종교단체는 사회활동 비율이 감소(3.1%p)하고 문화단체는 증가(3.3%p)했다. 사회활동 면에서는 친목단체(17.1%)가 가장 높고, 문화단체(9.2%), 종교단체(7.5%) 순이다. 남자는 친목단체, 문화단체, 종교단체 순이며, 여자는 친목단체, 종교단체, 문화단체 순이다.

이상의 내용을 요약해 보면, 앞서 밝힌 대로, 종교인구의 양적인 차이와 종교별 각론에서 다른 양상들을 보이고는 있지만 전체 흐름은 다른 조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14)

 

첫째, 제도권의 종교인구는 전반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이른바 탈종교의 시대다. 그리고 불교의 종교인구는 감소하고 개신교의 종교인구만은 예외다. 특히, 전체 종교인구의 감소에 전통종교인 불교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매년 종교조사를 하고 있는 한국갤럽의 조사에서도 2013년 이후 최근 3년 동안 불교의 종교인구가 2%정도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둘째, 연령별로는 젊은층들이 종교에서 이탈하고, 기존의 신도들은 고령화되어 가고 있는 점도 그렇다. 향후 우리사회에서 제도종교의 종교인구 감소시대를 전망해 볼 수 있다. 특히, 고 연령층이 많은 불교의 미래 확장성은 아주 불투명하다.

셋째, 지역별로는 동쪽은 불교가 강하고, 서쪽은 개신교가 강하다. 특히, 수도권에서 개신교와 천주교가 강세를 보여, 이 지역에서 불교가 매우 취약한 것으로 나타난다. 이번 조사에서도 천주교와 차이가 1%p도 나지 않는다. 이대로 가면 앞으로 불교가 천주교의 추격을 받아 2위 수성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넷째, 종교단체의 사회적 활동이 점점 감소(3%p)하고 있다는 점이다. 종교단체의 사회적 비중이 줄어가고 자기 이익만을 지키는 이익집단으로 가고 있는 양상을 보인다.

 

3. 급격한 변동의 원인은?

 

그러면 세속이 중심이 되어 버린 현대사회에서 종교의 흐름은 어떤가? 대체로 4가지 방향으로 요약할 수 있다. 무종교의 확산과 대중문화와의 닮음, 그리고 근본주의와 영성종교의 흐름이다. 첫째 무종교의 확산과 둘째 세속적 대중문화와 닮음은 현대 세속화의 사회 흐름에 종교가 적응하는 방식이라면, 셋째 비합리적인 근본주의와 넷째는 탈근대의 영성종교는 현대 세속화의 사회흐름에 종교가 저항하는 대응 방식이다. 신앙현장에서는 이들 4가지 방향은 서로 결합되기도 하고 서로 배타적인 관계를 가진다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는 과학이 지배하는 세속의 질주로 인하여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무신론의 확산을 들 수 있다. 이런 경향은 서구적인 세속화 흐름에 맞물려 더욱 확산되고 있다. 최근 무종교에 대한 관심도 급증하고 있다.15)

둘째는 종교문화가 세속적 대중문화와 닮아가고 있다.16) 종교의 성향을 표층종교와 심층종교로 구분한다면 현대 종교는 대중문화적인 표층종교가 지배적이다. 그리고 종교가 대중문화같이 자본주의에 포섭되어 점차 상품화되고 있다. 생존의 문제가 해결된 현대사회에서 종교들은 인간의 근원적인 문제를 놓고 실존적인 고민을 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그야말로 세속적인 삶에 편익을 제공하고 세속사회에서 개인의 경쟁력을 높이는 대중문화로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종교경영에서도 대형교회와 같이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고 독점적인 재벌 경영방식과 유사한 모습을 띠고 있다. 특히, 대중문화가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교도 자신에게 이득이 돼야 믿고, 믿음을 가지더라도 당장 얻는 것 외엔 별로 관심이 없다.

셋째, 비합리적인 근본주의의 확산이다. 근본주의는 근대적 산물로서 신앙전통만을 강조한다. 종교 교리에 집착하고 종교성만 강화하여 외부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고 외부 타자를 배제하는 논리를 가지고 있다. 또한 합리적 근대성에 저항하는 비합리적 근대성을 드러낸다. 이런 근본주의는 신앙의 입장에서 근대의 과잉이라고 생각되는 세속사회에 저항하거나 세속사회에서 자기의 주변성을 벗어나기 위해 정치적 보수 세력17)과 결탁하는 경우가 많다. 하여 자신의 위기에 대한 저항 수단으로 종종 활용된다. 어떻든 근본주의도 합리적 근대에 저항한다는 측면에서는 탈근대적 성향을 일부 띠고 있다.

넷째, 탈근대 영성종교의 유행이다.18) 이들은 수련과 명상을 통하여 자신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의 잠재력을 극대화시키고자 한다. 이들은 기존 사회적 가치나 규범에 대해 무감각하고 지극히 개인주의적이다. 그런데 이들 탈근대 종교들은 근대성의 과잉을 해소하기 위한 종교들이지 근대성 자체를 완전히 부정하는 종교가 아니다.

 

한편, 최근 종교관련 조사에 의하면, 이미 우리사회 탈종교 현상들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을 만큼 여러 징후들이 있었다. 종교의 전통적인 역할19)에 대해서는 무관심하고, 보다 세속적인 가치(돈과 건강, 그리고 가족)에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다.20) 종교의 사회활동에 대한 기대 수준이 점차 낮아지고, 종교가 살아가는 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증가하였다. 또 개인주의적 성향의 증가로 종교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분명해 지고 있다.21) 이 모두가 종교 단체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더 나아가 탈종교 현상을 추동하는 요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종교인구의 급격한 변동도 학계에서는 대체로 위와 같은 세속화 과정에서 나타나는 탈종교 현상22)으로 진단되고 있는 듯하다. 물론 그런 진단이 잘못된 것은 아니지만 이번 조사결과에서 그것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특이점들이 보인다.

 

첫째, 10년이란 짧은 기간에 종교 인구가 9%p나 격감했다는 것과 탈근대 문화 사조 속에서 근대성에 기반을 둔 개신교의 종교인구가 증가했다는 사실이다. 세속화로 인한 탈종교 현상은 장기간에 걸쳐 진행되는 종교문화의 흐름의 결과로 나타나는 문화현상인데, 탈종교 현상만으로 이번의 종교인구 격감을 모두 설명할 수는 없는 것 같다. 또한 서구의 탈종교 현상은 성과 속이 분명하고 초월성이 강한 기독교에 적용되는 현상인데, 이번 조사에 의하면 그 대상이 되는 개신교의 종교인구는 도리어 증가하였다는 점도 그렇다. 이는 서구의 세속화 이론만으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다.

 

둘째, 이번 조사에서 종교인구가 급격하게 감소한 종교들을 보면, 외부 공동체와의 벽이 별로 없는 문화공동체의 성향이 강한 전통종교들이다.23) 그에 반해 종교인구가 증가한 종교를 보면, 세속과 담을 쌓는 이익집단의 성향이 강한 개신교다. 우리사회와 문화적인 정합성이 강한 불교와 천주교는 감소하고 반면 우리사회와 문화적인 정합성이 부족하고 세속에 배타적인 개신교의 종교인구만이 증가했다는 것은 다른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오히려 한국의 전환기적 사회현상에 기인한 측면이 더 강하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말하자면 이번 조사의 결과는 급격한 사회변동에 대해 한국 신앙인들이 대응한 결과로 나타난 지극히 한국적인 종교현상으로 보인다.

 

셋째, 2014년 한국갤럽 종교조사에 의하면24)한국인의 내면적인 종교성은 대폭 증가하고 있으나 외면적인 종교성은 크게 약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예외적으로 개신교만은 외면적인 종교성도 증가하였다. 여기서 내면적인 종교성이 증가했다는 것은 그 만큼 개인의 종교적 욕구가 증가했다는 것을 말하고, 외면적인 종교성이 약화되었다는 것은 종교의 의례나 행사에 참여 정도가 낮아졌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개인의 종교적 욕구는 증가하고 있는데, 종교의 의례나 행사에 참여 정도가 약화되었다는 것은 종교의 설득력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도 개인의 종교적 욕구는 증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종교 인구는 도리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이는 종교적 욕구의 증가는 종교인구 증가라는 논리적 일관성을 상실한 종교현상이다. 그런 가운데 개신교의 종교인구만 증가하였다는 것은 서구의 세속화 명제에도 맞지 않는다.

 

그러면 이것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나? 헬조선 시대 암울한 미래와 과도한 경쟁, 그리고 모든 것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는 탓에 개인의 불안과 강박관념이 증대하여, 우리사회 종교적 욕구를 증대시킬 수밖에 없었다.25) 이런 종교적 욕구를 가진 개인들은 자신의 종교적 피난처를 찾아 적극적으로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재 종교인구의 급격한 감소를 보면, 한국종교들은 그들의 피난처를 효과적으로 제공하지 못한 것으로 판단된다. 만일 이들에게 희망과 피난처를 적절히 제시했다면 이 같은 종교인구 감소는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작금의 종교인구의 감소는 종교의식의 세속화나 서구적 탈종교 현상보다도 한국사회의 불안과 생존위기로 야기되어 증대된 종교적 욕구를 수용할 수 없었던 기성 제도종교의 문제로 이해할 수 있다. 말하자면 현재 종교인구의 감소는 탈종교라는 종교의 위기만 아니라 그들의 종교적 욕구를 수용하지 못했던 기성 제도종교의 문제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4. 피난처로서의 영성종교와 근본주의

 

최근 10년간 한국사회를 지배해온 사회 환경은 저성장사회와 신자유주의, 그리고 탈근대라는 현대적 문화 조류를 들 수 있다. 이들 모두는 우리사회의 불안을 야기하고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며, 삶의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데 직·간접으로 연계되어 있다. 이 같이 불안정하고 유동적인 한국사회에서 실존적인 개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의 삶에 대해 상황 정의하기도 쉽지 않고, 그렇다고 자신의 미래가 있는 것도 아니다.

 

우선 신자유주의는 시장의 경쟁원리를 근본 가치로 삼아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한없이 해체시키는 역할을 한다. 사회의 양극화는 물론이고 개인 삶의 기본 보호막까지도 해체시키고 있다. 종교적인 측면을 보면, 신앙대중의 삶이 팍팍하게 되면서 그리고 개인의 사회적 보호막이 점차 해제되면서 자신들의 종교적 피난처를 찾는데 골몰하는 경향을 보인다.26)

 

다음 탈근대 문화는 근대성의 경험이 견고하지 않는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기보다 기존의 전통 가치와 조직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근대성의 억압적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 전통적인 가치나 제도를 해체하는 것으로 작용하고 있다. 종교적으로 보면 근대 제도종교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것과 이른바 종교와 세속의 융합 현상, 그리고 개인 영성을 강조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 박정희 패러다임인 성장시대를 마감하고 서로 나누며 살아야 하는 저성장시대를 맞고 있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능력에 의한 삶을 살아 왔다고 생각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삶이 성장사회의 혜택이었다고 깨닫는 순간, 우리에게는 미래에 대한 거대한 불안이 엄습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많은 대중들은 기성사회의 체제나 가치를 떠나서 새로운 안식처를 찾아 나서게 되었으나 정신적 정착지를 찾지 못하고 아직은 방황하고 있는 것 같다.

 

이 같은 불안정한 삶이 종교의 욕구를 증대시키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희망과 안식처를 제공하는 그런 종교는 잘 보이지 않는다. 이에 신앙대중들은 기성종교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마구 쏟아내고 있다. 기성 제도종교들을 안티 기독교의 상징인 개독교, 사부대중공동체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비구독재, 종교단체를 영혼주식회사라고 비난한다. 이 같은 상황에서 신앙대중은 스스로 자신을 보호하고자 종교적 대안 즉, 기성종교에 대해 피난처로서 대체종교를 찾아 나선 것이다.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앞서 언급한 영성종교와 근본주의.

 

탈근대의 영성종교는 근대적 형태의 제도종교를 더욱 해체하는 기능을 한다. 근대의 과잉가치와 그 제도를 거부하기 때문이다. 반면, 비합리적 근대성27)을 기반으로 하는 근본주의는 제도종교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성을 기반으로 한 합리적 근대성에 저항하는 측면 때문에 그것은 세속사회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말하자면, 탈근대의 영성은 스스로 개인적 피난처를 찾아 해결해 보겠다고 나선 개인에게, 반면 근본주의는 외부에 성을 쌓고 집단적 피난처를 요구하는 개인에게 선택되었다. 이후 탈근대의 영성종교는 명상이나 수련을 강조하는 불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종교와 관련된 종교인구를 감소시키는 핵폭탄으로 작용하였고, 근본주의 신앙은 조직종교인 개신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종교와 관련된 종교인구를 더욱 증가시키는 집단적 피난처를 만들었다.

 

여기에 1987년 민주화 이후 종교적 위기가 만든 종교 내부의 분열도 큰 영향을 주었다. 1990년대까지 한국종교는 양적 성장은 물론 민주화 운동에도 크게 공헌하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서면서 종교는 시민사회로부터 거꾸로 자체 개혁을 요구받는다. 종교계 내부, 특히 권위주의적인 종교권력에 대한 비판이 적지 않게 제기되었다. 그 동안 종교의 민주화 역할에 가려서 보이지 않았던 종교의 내부가 자신의 민낯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종교는 성장에 길들여져 집단적 이기주의에 함몰되고, 또 종교의 사회적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비난을 받았다.28)

 

종교가 이 같은 위기를 맞게 되자 종교 내부가 분열하기 시작했다. 내부의 신앙 동력을 가지고 이 위기를 극복해보려는 핵심성원과 외부의 요구를 받아들여 새로운 길을 모색하려는 주변성원으로 양극화되었다.29) 핵심성원들은 자기 조직을 지키고자 자기신앙의 종교 교리에 더 집착하는 근본주의를 강화하였으며, 주변성원들은 종교조직에서 떨어져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수련과 명상의 영성종교에 탐닉하게 되었다. 전자가 종교공동체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개신교의 대형교회 사례라면, 후자는 불교공동체에 자기 위치가 없는 재가신도들의 사례다. 그 결과 개신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대형교회 중심으로 종교인구의 이탈을 방지하고, 반면 불교는 영성종교에 탐닉한 재가신도 중심으로 크게 이탈하게 된 것이다.

 

 

5. 종교별 종교인구 증가와 감소

 

이번 조사에 의하면, 종교인구가 감소한 종교는 모두 세속과 담이 없는 공동체형 종교이고, 종교인구가 증가한 종교는 세속과 담을 쌓고 있는 이익집단형 종교다. 말하자면 산토끼를 찾아 나선 공동체형 종교는 종교인구가 감소하고 집토끼를 철저히 관리한 이익집단형 종교는 종교인구가 증가하였다. 같은 사회적 조건에서 종교특성에 따라 이처럼 종교인구의 증감이 달랐다면 우리는 각 종교들의 특성을 전제해 그 증감의 원인을 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이는 2000년대 이후 형성된 탈근대 사조와 한국사회의 전환기에 각 종교의 특성들이 얼마나 적합했는지를 따져보는 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우선 전통종교인 불교의 종교인구 감소를 살펴보자. 불교는 개신교와 함께 종교라는 범주에 묶여 있지만 멤버십(membership)종교인 개신교와는 여러 면에서 다르다. 한국불교의 조직 특성은 세속과 격이 없는 공동체 중심의 종교다. 하여 불교는 문화적인 힘을 가지고 있으나 시민으로 조직된 공동체가 아니라서 근대 조직으로서의 힘은 부족하다. 또 불교신행은 개인의 깨달음을 지향하는 개인주의 종교다. 불교에서 집단 깨달음이란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전통에 기반을 두는 승가는 수행집단의 공동체를 의미할 뿐이고, 불교공동체는 권리와 책임을 가지는 근대적 개인들로 구성된 근대적 조직이 아니다. 또는 민주적 대중공의의 전통을 말하지만 그것은 승가집단의 내부의 문제일 뿐 재가신도들에게는 해당되지 않는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불교는 모양새만 근대적인 종단이지 그 내면은 합리적인 근대성과는 거리가 멀다. 하여 근대조직으로서의 동력을 전혀 기대할 수 없다. 따라서 불교는 조직적 안정성이 없어서 사회 환경에 따라 불교의 종교인구가 출렁거릴 수밖에 없다. 대체로 불교의 종교인구가 증가하면 한국의 종교인구도 증가하고 불교의 종교인구가 감소하면 한국의 종교인구도 감소한다.

 

또한 불교의 신행은 상당히 개방적이다. 출가한 승려들은 세속과의 경계가 분명하지만 재가신도들은 세속과의 경계의식이 거의 없다. 심지어는 종교의식과 실천면에서 불교인은 종교인보다 오히려 비종교인에 더 가까운 모습을 보인다. 또 신앙의식에 있어서도 외부 집단에 대해 아주 개방적이다. 개방적이라는 것은 불교조직의 충성도가 낮고 신앙에 있어 정체성이 부족하다는 뜻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하여 멤버십을 묻는 종교인구 조사에서는 항시 수치상 손해를 보게 된다. 역사적으로도 불교가 호법을 지향하는 호법불교이기보다 호국을 지향하는 호국불교로서 호명되어 온 것도 이 같은 신앙의 개방성 때문이다. 또한 한국사회에서 다불교(多佛敎)현상30)의 확산도 마찬가지다, 이는 개방성, 포용성을 가진 것으로 한국불교의 강점인 것처럼 말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가 않다. 그것을 한국불교 전체에 연결해서 위치지우고 합리적 해석을 해내지 못한다면, 역시 불교의 종교인구를 이탈시키거나 분산시키는 효과만 낳는다.

 

여기에 더하여 한국 불교는 2000년대 이후 탈근대의 시대조류를 타고 불교신행과 유사한 탈근대 종교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였다.31) 명상과 수련을 강조하는 탈근대 종교는 근대적 가치나 제도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동기에서 등장한 종교들이다. 이들은 근대성의 과잉으로 말미암아 생기는 근대의 문제들을 해소하고자 하는 비조직적인 개인종교들이다. 근대종교가 가지는 억압적 특성, 즉 실천 없는 내면적 신앙 강요, 성속의 엄격한 분리로 인한 세속에 무관심, 종교권력의 억압 등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성향들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근대성의 기반이 튼튼하지 않는 전통적인 종교가 개인 영성을 강조하는 탈근대 종교를 무조건 받아들이면, 유사 불교신앙의 확산에는 도움이 될지언정 조직의 구성원 수를 따지는 불교의 종교인구 증가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32) 이들은 결국 불교라는 제도종교를 이탈하여 각자 자기 길로 분산하고 만다. 그 때문에 불교는 불교신행과 유사한 탈근대의 시대사조를 맞이하고서도 종교인구의 감소라는 수모를 당한 것이다.

 

다음은 한국 개신교의 종교인구 증가를 살펴보자. 개신교는 본래 만인제사장이라고 하여 평신도를 중심으로 한 근대적 조직종교이다. 불교에 비해 종교 이익집단의 성향이 강하고, 세속과는 완전히 구분되는 종교공동체를 가지고 있다. 또 개교회중심의 종교이기는 하나 조직중심의 종교이기 때문에 정치적인 힘을 가진다. 또 개신교는 구성원 전부가 하나님의 백성으로서 외부와는 다른 집단적 선민의식을 가지고 있다. 개인의 회심에 의한 내적 신앙을 가지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신앙공동체의 집단 구원을 주장한다. 그런 점에서 개신교 공동체는 외부와의 경계가 확실하고, 집단의 어려움이 있을 때 집단적으로 대응하는 능력을 가진다. 이런 특성을 가진 개신교는 한국 전통문화와 마찰을 일으키면서도 한국사회에서 세계사에 유례없는 급성장을 이루었다. 지난 10년간 종교인구의 급감시대에도 종교인구 성장이라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해방이후 개신교 성장의 주요 모델은 개척교회였다. 그러나 저성장사회에서는 그런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러나 대형교회에는 저성장사회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아직도 수많은 신도들을 수용하고 있다. 아마 현대사회의 종교에 잘 맞는 근대조직과 운영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적당한 익명성을 보장하고 생활의 편익도 제공하며, 종교공동체가 사회적 불안에 대한 피난처의 역할도 해주고 있다. 그 때문에 저성장사회인 지금도 대형교회의 신도들은 거의 줄지 않는다. 설령 이들이 대형교회에서 이탈하여 가나안 신도가 되거나 소위 이단종교에 유입된다하더라도 참기독교인이라는 신앙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개신교의 종교인구로 남는다.

 

여기에 더하여 개신교의 종교인구 증가를 설명할 수 있는 다른 단서가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에 의하면, 개신교만의 예외적 현상이 적지 않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내적 종교성과 외적 종교성이 동시에 증가한 유일한 종교다. 그리고 주간단위 교회에 참여 비율과 십일조를 이행하는 비율이 30년간 조사를 한 이래 최고로 높았던 종교다.33) 또 종교의식과 실천면에서도 한국의 개신교는 다른 종교에 비해 아주 독특하다. 개인교인과 비개신교인 간의 격차가 종교인과 비종교인의 격차보다 훨씬 더 크다.

 

그런 것을 종합해 본다면, 한국의 개신교는 자신을 비난하는 외부에 대해 철저한 방어막을 일단 만들고, 그리고 내부에서 신도들을 철저하게 관리한 것으로 판단된다. 제도종교에서 이탈할 수 있는 잠재 요인이 되는 개신교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개신교에 부정적인 탈근대의 종교 사조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보인다. 그 대응 수단은 바로 배타적인 근본주의 신앙과 이익집단 성향의 근대조직의 힘이었다. 여기에 경쟁의 성공이 하나님 은혜의 징표라는 자본주의 체제와의 친화성도 개신교인 증가의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6. 맺는 말

 

2000년대 탈근대 사조에 유일무이한 지배 이념이 된 신자유주의가 결합하면서 한국사회는 전환기를 맞고 있다. 기존의 공동체가 붕괴되고 개인에 과도한 책임을 돌리는 세계적 차원의 경쟁사회가 되었다. 그렇게 되자 신앙 대중들은 각자 피난처를 찾아 나섰다. 근대조직이 취약한 전통적 종교들의 주변성원들은 각자 피난처를 찾아 흩어진 반면에 조직기반이 튼튼한 근대적 종교들은 외부와 담을 쌓아 자신의 종교인구를 방어하였다. 이른바 주변의 이탈과 중심의 결속이다. 하여 이번 종교인구의 급격한 변동은 한국사회의 전환기에 등장한 한국적 종교현상으로서 지속적인 것이 아니라 한 국면에 지나지 않을 가능성이 많다.

 

또한 한국종교가 탈종교시대를 맞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적 사회상황이 종교적 욕구를 증대시키고 있는데도 종교인구가 감소하는 것은 기성 제도종교의 문제라고 지적하였다. 말하자면 사회불안과 생존위기를 담아내지 못한 기성 제도종교의 위기로 볼 수 있다. 이런 종교적 욕구를 받아들인 종교는 기성종교가 아니라 대체종교들이었고, 이들이 한국의 새로운 종교지형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 대체종교가 바로 영성종교와 근본주의'. 영성종교는 떠도는 불교의 재가불자에 작용하여 종교인구를 대폭 감소하게 하였고, 근본주의는 개신교의 대형교회에 작용하여 종교 인구의 감소를 막았다. 여기에 민주화 이후 종교 내부 구성원들의 분화는 주변의 이탈과 중심의 결속의 형태로 진행되면서 위의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한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불교인구의 급속한 감소와 개신교인구의 증가현상을 보면, 종교인구 감소시대에는 산토끼를 찾아 나설 것이 아니라 집토끼를 잘 관리하는 전략이 더 주효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불교를 비롯한 전통종교들이 과거 전통에 의존하는 비근대적인 종교공동체를 가지고는 조직중심의 세속사회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음을 밝혀주고 있다. 전통을 기반으로 한 민족종교는 종교인구 지표에서 이제 찾기가 힘들고, 전통종교를 대표하는 불교는 개항 이후 지속적으로 근대화를 추진했으나 근대성의 수준이 미약해 종교인구가 급격히 감소하고, 근대성을 기반으로 한 기독교는 그나마도 종교인구가 증가하기는 하였지만 탈근대의 사조에 맞서 힘겹게 방어하는 모습만 보여주었다. 그런 가운데 탈근대의 종교들은 서서히 자기 영토를 확장하고 있는 추세다. 하여 한국종교들은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교지형을 형성해 가고 있다.

 

불교의 종교인구 감소는 재가불자들의 조직에서의 이탈과 그것을 방치한 비근대적인 불교조직에 그 원인이 있다. 그래서 우선 재가불자들에게 주인의식을 가지게 하고, 다음은 비근대적인 불교공동체를 혁신할 필요가 있다. 이들이 주인의식을 가지지 않으면 불교의 종교인구 감소는 물론이고, 결코 현대의 생활종교도, 시민종교도 되기 어렵다. 반면 개신교의 종교인구 증가는 구성원을 결속시키는 근대조직의 힘과 주변성원들의 강한 신앙 정체성에 힘입은 바가 크다. 그러나 이는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탈종교 형상의 거대한 흐름에 벽을 쌓아 만든 성과에 지나지 않는다. 한국사회 전환기에 근대조직의 힘으로 1위의 종교로 등극하였지만, 탈근대에 대한 방어적 대응만으로 언제까지 견뎌낼 수 있는지가 의문이다. 그리고 전통문화와 이웃 종교와 갈등을 일으키고, 성조기와 종북에 의지해 자신의 신앙을 유지하려 한다면 한국의 지배종교로서 책임을 다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

1) 이번 종교인구 조사는 먼저 종교의 유무를 묻고, 그 다음 귀하는 어떤 종교를 가졌는가를 질문하고 있다. , 불교, 기독교(개신교), 기독교(천주교), 유교, 원불교, 대순진리회 등의 종교전통을 묻고 있는데, 이에 자기 신앙을 스스로 답변(자기 확인 방법)한 것이라서 각 종교별 종파나 교파, 소위 이단이나 분파된 신종교에 대한 구분은 없다. 실제로 응답자가 어떤 종교를 답했다고 할지라도 그 종교의 제도종교인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길이 없다.

2) 종교인구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는 국가마다 많은 차이가 있다한국과 같은 다종교 사회에서는 종교인구가 종교의 사회적 영향을 나타내는 일차적인 지표가 된다. (한종연 뉴스레터 453,<왜 아직까지 종교인구 조사를 중지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는가>, 이진구, 2017.1.18)

3) 종교에 있어서 근대화는 2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사회 근대화로서 종교와 세속의 분리라는 사회 세속화를 의미하고, 하나는 종교의 근대화로서 전통종교들이 개신교 모델인 근대 문명종교의 모델로 전환하는 종교의 근대화를 추진해 왔다.

4) 여기서 종교인구와 관련하여 문제가 되는 것은 다음과 같다. 전근대의 지연 혈연 공동체의 해체로 인한 근대 혹은 탈근대의 삶의 장인 사회적 코뮤니티 문제와 근대시민으로서 구성된 종교공동체의 문제이다. 말하자면 종교조직이 전통적인가 아니면 근대적 시민조직인가, 그리고 구성원의 종교조직에 대한 소속감과 충성도가 어느 정도인가 하는 것 등이 주요 변수가 된다.

5) 통계청 인구센서스 조사에 의하면, 200520.8%에서 201527.2%로 증가하였다. 2005년에는 4인가구가 27.6%로 제일 많았다.

6) 최근 개신교 주요교단 총회에서는 해마다 교인 감소를 확인할 수 있는 교세통계가 보고되고, 단위사찰에서는 신도수의 감소를 체감하고 있다고 한다.

7) 한국갤럽의 종교인구 조사나 성균관대학의 사회종합조사 등을 말한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임에 비해 다른 종교조사는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 특히 한국갤럽의 조사 결과는 19세 이상의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자료이다.

8) 한국갤럽은 거의 매년 1,500명 정도의 표본으로 종교인구를 조사하고 있는데, 1995년에서 2005, 2015년 사이 추이를 보면, 불교는 성장 후 감소, 개신교와 천주교는 정체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9) 교회에 안나가는 것을 거꾸로 하는 말이다. 이들은 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10) 통계청의 이번 종교인구 조사는 전국의 20% 표본가구(1,000만명)를 추출하여 인터넷 조사를 한 후 필요시 면접조사를 하였다고 한다. 1885, 1995, 2005년 조사는 전 가구를 대상으로 면접조사를 하였다. 이전의 전가구조사와 표본조사에서 이번에는 면접조사와 인터넷조사로 바뀐 것이다. 하여 연도별 수치를 비교하여 그 의미를 붙이기는 어렵다.

11) 계속 시행될 경우, 면접조사와 인터넷 조사와의 관계는 지속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12) 한국갤럽, <<한국인의 종교>>, 한국갤럽조사연구소, 2015

13) 필자는 이미 2015년 한국갤럽의 조사를 마치고 다음 3가지를 제시한 바가 있다. 1) 영성종교들에 적극적으로 대처할 방안을 모색해야 하고, 2) 한국인의 대안적 삶의 방식을 모색하는 데 노력해야 하며, 3) 시민적 삶을 고려한 시민적 공공성 강화에 주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14) 종교인구의 전체적인 흐름은 20151월 발표한 갤럽의 조사결과(조사는 2014년도)와 여러 면에서 동일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한국갤럽, 같은 책)

15) 한종연 뉴스레터 449, <‘무신론(Atheism) 학과의 등장은 종교학에 대한 도전인가?>, 우혜란, 2016.12.20. 참고

16) 종교와 일상의 통합현상의 하나다.(윤승용, <한국종교의 사회세력화 형태와 전망>(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에 묻는다.>>, 청년사, 2011 160-162))

17) 우익적인 뉴라이트 세력과 같은 정치적 보수세력을 말한다.

18) 영성종교인 기/마음수련을 경험한 사람이 2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윤승용, <한국종교, 30년간의 변화와 종교사적 과제>, <<종교문화비평>> 27, 2015. 207)

19) 신이나 초월자에 대한 믿음이나 성과 속에서 성스러운 삶을 지향하는 것이다.

20) 종교인의 신앙 이유는 종교인 60%는 마음의 편안이며,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비종교인 45%는 관심부족, 19%는 종교에 대한 실망이다.(같은 책, 199) 

21) 한국갤럽조사에 의하면, 종교별로 보면, 불교인과 비종교인은 종교를 낮게 평가하고 종교단체의 구속감이 낮은데 비해 개신교인은 일상생활에서 종교를 중요시하고 종교단체의 구속감이 크다. 천주교인은 그 중간이다. (같은 책, 202)

22) 세속화 과정은 세속이 종교로부터 자율화(自律化), 사적인 영역으로서 사사화(私事化), 종교의 다원화(多元化) 등으로 나타난다. 전통종교는 점점 그 영향력이 감소되고 기존 기성종교가 주던 여러 기능을 대신하는 이른바 대체종교들이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등장하게 된다. 그런 대체종교들은 자신의 내면적 탐구보다는 종교도 현세적 이해에 밀착시켜 상품화되는 문제가 있다. (김성건외, <<21세기 종교사회학>>, 다산출판사, 2013. 92-94)

23) 천주교는 1962년 제2바티칸 공의회와 1987년 민주화이후 한국적 문화상황을 고려하여 문화공동체의 성향을 강화해 오고 있다. 그런 면에서는 전통종교와 근대적인 개신교 사이에 있다고 할 수 있다.

24) 윤승용(2015), 앞의 책, 203-204

25) 한국갤럽의 종교조사에 의하면, 지난 30년간 인간 본성의 성선설과 성악설에 대한 물음에서 외부에 대해 경계하는 성악설에 대한 지지가 크게 증가하였다.(같은 책, 208)

26) 신자유주의를 다른 말로 하면 시장근본주의다. 시장근본주의와 종교근본주의 양자는 근대성의 한 측면-시장과 종교전통-을 극단적으로 강조한다는 면에서 서로 동일하다.

27) 일반적으로 근대성은 이성적 사고에 의한 합리적인 것인데, 여기서의 비합리적 근대성은 근대적이긴 하지만 합리적인 근대성에 대해 저항하는 것으로서의 의미를 가진다.

28) 같은 책, 170-172

29) 같은 책, 116-217

30) 위파사나나 티벳불교 등 다양한 성격의 불교가 한 사회에서 공존하는 것을 말한다.

31) 불교사찰의 템플스테이를 말한다.

32) 근대성이 부족한 전통종교들은 탈근대의 종교인구를 지속적으로 붙잡아 둘 수 없었던 반면, 근대성의 기반이 튼튼한 개신교는 탈근대의 영성을 종교조직에 활용하여 종교성을 강화하였다.

33) 같은 책, 202

 

* 신대승네트워크(수석대표 이영철)에서는 1월 25일 W스테이지 안국에서 “‘한국의 종교탈종교화에 대응할 수 있나?’ - 2015 인구센서스의 종교인구 변동이 던지는 의미와 과제라는 제하로 3대 종교(개신교불교천주교)의 대표적 연구기관이 함께하는 특별 토론회를 열었습니다이 자리에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 종교인구 감소에 대해 3대 종교별로 자신의 종교에 대한 냉정한 평가와 더불어 종교별 상호간 견해를 심층적으로 나누었으며이 글은 토론회에서 발표된 글입니다.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윤승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논문으로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 <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편집진 편지
카드뉴스

2025년 2월 소모임 활동 소식

- 신대승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