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식량시장 지배할 몬산토와 바이엘의 합병계획

생명/생태/기후 - 민정희 (INEB 이사) | 2017. 제7

 

 

  <660억 달러 규모의 인수합병에 합의한 바이엘(Bayer)과 몬산토(Monsanto)의 CEO _사진 : 필자 제공> 

 

 전 세계 70억 인구 가운데 만성적인 기아에 허덕이는 인구는 약 10억 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들 가운데 80%는 식량생산에 참여하는 소농(小農)이다. 소농이 굶주리는 이유는 식량을 생산하는데 필요한 자원에 접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 이들 대다수가 종자, 농지와 농업용수에 접근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소농의 자원 접근이 어려운 요인은 다양한데, 지역 정부의 승인 하에 이뤄지는 초국적 기업의 토지 약탈(land grabbing), 초국적 기업의 종자 독점이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몬산토, 바이엘, 다우 케미컬(Dow Chemical), 바스프(BASF), 듀퐁(Dupont), 신젠타(Syngenta) 등 세계 6대 종자회사가 전 세계 종자 판매의 60% 이상을 점유할 정도로 종자판매는 소수의 농산업 기업에 독과점화 되어 있다.

 

 종자의 독점화로 인하여 농민들의 선택폭이 좁아진 상황에서 종자의 독점이 더욱 큰 폭으로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 일련의 일들이 최근 일어났다. 그것은 DDT와 고엽제, 유전자변형생물(GMO) 종자개발회사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몬산토(Monsanto)와 아스피린 개발로 유명한 세계적인 독일 제약업체 바이엘(Bayer)의 인수합병 건이다.

 

 지난해 9월 바이엘과 몬산토는 양 측의 주주총회를 통해서 인수합병에 합의하였다. 바이엘-몬산토 합병은 말이 합병이지 사실상 바이엘이 660억 달러에 몬산토를 인수하는 것이다. 그러나 두 거대 농화학 기업의 합병에 대해서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몬산토가 소재한 미국의 농민연합단체 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농민운동단체 비아 캄페시나(Via Campessina)가 합병에 반대하고 나섰다.

                                                                                                                                                                                                            

 이들의 합병에 반대하는 여론이 거세지고 있는 이유는 합병이 이뤄질 경우 세계에서 가장 큰 농화학 기업이 탄생할 것이고 앞서 언급했듯이 종자의 독점화를 비롯하여 농약, 비료까지 독점이 강화되고 농기업의 세계 식량생산 지배, 농산물 가격상승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인수합병으로 인해서 종자와 농산물 가격상승은 불가피하다, 1990년대 말 IMF 위기를 겪은 이후 한국의 대다수 종묘회사들이 세미니스, 몬산토, 신젠타 등 해외 종자회사들에게 매각되었다. 그 결과 국내 토종 씨앗과 육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되어 국내 농가가 부담하는 로열티 액수가 급증했다. 채소 종자 가운데 50~70%가 다국적 기업의 소유가 됐고, 국내 종자 비중은 10-20%밖에 남지 않게 되었다.

 

 현재 몬산토는 세계 종자시장의 43%를 점유하고 있으며, GMO 종자의 점유율은 90%에 이를 정도로 종자분야에서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종자특허 10개 가운데 4개가 몬산토 소유인 셈이다. 바이엘의 경우, 세계 농약시장에서 점유율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 기업의 합병이 완료될 경우, 전 세계 종자 분야에서 29%, 농약 분야에서 24%를 점유함으로써 세계 최강의 농기업이 될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두 기업의 합병이 이뤄지려면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반독점 규제와 관련하여 승인을 얻어야 한다. 반독점 규제 승인을 얻기 위해서 올해 111일 뉴욕에서 몬산토의 CEO 휴 그랜트(Hugh Grant)와 바이엘의 CEO 베르너 바우만(Werner Baumann)이 미 대통령 당선자 도널드 트럼프를 만났다. 트럼프와의 만남 이후 두 기업의 대표는 미국 법무부의 반독점 규제 승인과 관련하여 트럼프에 도움을 요청하였으며 만남이 매우 생산적이었다고 밝혔다. 아마도 조만간 합병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다른 농산업 기업들 사이에서도 합병 움직임이 마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6대 종자 회사 가운데 다우 케미컬은 듀퐁과, 중국기업 켐차이나(ChemChina)는 신젠타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신젠타와 켐차이나는 이미 미국에서 합병 승인을 얻은 상태이다. 이밖에도 캐나다의 칼륨비료회사는 다른 비료회사 아그리엄(Agrium)과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농산업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이미 20년 전부터 시작된 것이다. 당시 몬산토, 신젠타, 바이엘, 듀퐁은 작은 기업들의 인수와 함께 그들의 특허권을 인수하기 시작하였고 농산업 부분의 독점화를 이루면서 세계 식량생산에 대한 지배력을 키워나갔다. 이 때문에 소농과 개도국 농업의 지속가능성이 크게 훼손되었고, 환경도 훼손되었다.

 

 

<농촌진흥청에서 실험재배된 GMO 벼 _ 출처뉴스타파>

 

 한편, 최근 농산업 기업들의 합병은 지난 몇 년 간 중국 경제의 침체, 식량생산의 과잉, 농산물 가격 하락에 따른 농민들의 생산자재 구입 능력이 약화된 데서 비롯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특히 유전자조작 곡물의 경우, 20여 년에 비해 종자가격이 4배 이상 인상된 반면에 곡물가격이 하락하였고, 슈퍼잡초의 등장으로 인해 농민들이 제초제를 추가적으로 구입해야 할 부담을 꺼리고 있는 상황이 농기업들의 인수합병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이제 바이엘-몬산토를 선두로 하여, 합병을 마친 3개의 초거대 농산업 기업이 전 세계 농업, 식량생산과 공급에 대한 독점과 지배력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지난 수 십 년 간 농기업의 독점화가 세계 농업과 환경에 미친 영향을 돌이켜보면, 또한 재래종 면화재배를 포기하고 몬산토의 GMO 면화 Bt Cotton을 재배하기 시작하면서 만성 채무에 시달리게 된 인도농민들의 사례를 보면, 우리는 농기업의 독점화가 종자와 식량 가격의 상승, 세계의 기아와 빈곤에 미친 부정적인 영향을 유추해볼 수 있다. 또한 과도한 농약의 사용으로 인해서 생물다양성의 파괴와 환경오염이 더욱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는 점을 예측할 수 있다.

 

 한국의 식량 자급율이 23.6%밖에 되지 않기 때문에 거대 농기업의 독점화에 따른 식량가격 상승에 미리 대비해야 한다. 그런데 식량주권 확보를 위해서 최근 농업진흥청에서 재배실험을 했던 유전자변형 쌀과 같이 GMO종자를 개발, 재배하겠다는 발상은 위험하다. 최신 GMO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GMO종자의 생산성이 일반 종자보다 높지 못하고, 몬산토의 GMO 사례에서 보이는 것처럼 라운드업 살충제에 내성이 생기는 해충과 슈퍼 잡초의 등장으로 농민의 부담을 높일 뿐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GMO의 안전성이 증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GMO 작물의 재배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종자주권,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후변화에 적응력이 높은 재래종자 확보와 종자 개량, 식량자급을 위한 기초농산물 국가수매제의 도입과 더불어 식량자급율의 법제화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 우리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지키는 일이 우리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는 일임을 국민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정희 (INEB 이사)
대불련 지도위원, 한국여성단체연합 정책노동위 간사, 참여불교재가연대 국제협력국장,로터스월드 사무국장, 국제개발협력민간협의회 정책홍보위원 등을 역임하였으며 현재는 <기후생태(ICE)네트워크> 사무국장, INEB 이사, 아시아불교씽크탱크 사무총장으로 재직 중입니다.
2012년 스리랑카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에 대한 종교간대화’ 참석 이후 기후변화 대응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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