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테타가 불가능한 전방위 미디어 시대

미디어/공론장 - 백승권 (글쓰기연구소 대표) | 2016. 제6

 

 TV조선과 한겨레의 의혹 제기에 이어 JTBC의 태블릿PC 보도로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변곡점을 맞고 있을 무렵 시중엔 이런 우려의 목소리가 떠돌아 다녔다. 궁지에 몰린 박근혜 대통령이 북한을 도발해 국지전을 일으키거나 아니면 군사 쿠테타를 획책하는 것 아닌가. 이 우려는 결국 그 이후 진행된 일련의 상황으로 기우인 것으로 판명났다.

 

 그렇긴 하지만 군사 쿠테타의 가능성은 전혀 없었던 것일까. 얼마 전 청문회에서 알자회라는 군부 내 사조직의 존재까지 거론됐는데. 아직도 합리적인 의심을 거둘 수 없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한민국에서 군사 쿠테타는 이제 가능하지 않다. 군사 쿠테타에 성공하려면 권력 기관을 무력으로 장악하는 것과 동시에 미디어 시설을 접수해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 미디어가 군사 쿠테타를 반대하는 여론을 만들어선 도저히 쿠테타가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5.16, 12.12 등 우리나라 역사에서 자행된 두 번의 쿠테타 과정을 복기하면 이는 자명한 사실이다.

 

 5.16, 12.12 때처럼 지금도 쿠테타 세력이 미디어를 완벽한 통제 속에 가둘 수 있을까? 자신들의 의도대로 여론을 조작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일단 전통적 미디어인 신문, 방송의 시설을 접수하는 일은 가능해 보인다. 5.16, 12.12 때보다 신문사, 방송국의 숫자가 몇 배 더 불어났지만 군인들을 더 배치한다면 별로 어려울 것이 없다. 네이버나 다음 등 포털 사이트도 마찬가지다. 수 백 개, 아니 수 천 개에 이르는 인터넷 미디어도 번거롭긴 하지만 통제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무엇 때문에 쿠테타는 성공할 수 없는 것일까? 바로 SNS. 쿠테타 세력도 SNS는 어찌할 수 없다. 시설을 접수할 수도, 무력으로 협박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먼저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그룹, 텔레그램(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라인은 네이버, 다음과 묶이기 때문에 제외하고) SNS는 본사가 미국과 러시아에 있어 쿠테타 세력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여기에 글을 올리고 보거나 공유하는 사람은 수 천만 명에 이른다. 이들을 일일이 통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사진 출처 : https://pixabay.com>

 

 결국 전력과 전파를 차단하지 않는 한 SNS의 여론을 통제할 수 없다. SNS는 당연히 쿠테타에 대한 저항 여론을 만들 것인데 이를 막을 길이 없는 것이다. IT 인프라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아프가니스탄, 이집트, 시리아에서조차 SNS를 통해 폭정과 내전의 참상이 전 세계에 타전된 사실을 기억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SNS는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의 특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이다. 어떤 경우에도 여론을 통제할 수 없는 환경으로 문명과 문화는 진화한 것이다. 그야말로 전방위 미디어 시대를 살고 있다.

 

 몇 년 전 신라호텔에서 한복 디자이너 이혜순씨의 파큐뷰 입장이 제지된 사건이 큰 화제가 됐다. 한복 차림으로는 고급 레스토랑에 출입할 수 없다고 종업원이 말한 것이다.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어갈 수 있는 사건이었다. 그러나 사건은 들불처럼 번져 결국 신라호텔의 최고경영자까지 사과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까지 번졌다.

 

 왜 그랬을까? 이씨는 이 상황을 가족에게 말했고 이씨의 아들 김지호씨가 트위터를 통해 이 사실을 알렸기 때문이다. 삽시간에 이 내용은 트위터를 중심으로 온라인 상에서 빠르게 퍼져나갔다.

 

 결국 신라호텔은 홈페이지를 통해 "최근 한복을 입고 식당에 입장하려는 고객분께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정중히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이부진 신라호텔 대표도 이날 이혜순씨를 직접 찾아가 사과해야 했다.

 

 이 사건은 지금이 바로 전방위 미디어 시대라는 점을 실감케 한다. 과거엔 아무리 엄청난 사건이 벌어져도 신문, 방송 등의 제도권 언론이 외면하거나 침묵하면 그냥 없던 일처럼 취급되기 일쑤였다.

 

 그러나 SNS의 등장으로 누구나 여론을 만들고 누구나 미디어의 역할을 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누구나 사진과 동영상을 찍고 그 내용을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는 전 국민 기자 시대가 됐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밝힌 것은 신문, 방송 등 전통적 미디어의 공로가 크다. 그러나 이 게이트의 진실이 은폐되지 않도록 여론을 이끈 것은 SNS. JTBC의 태블릿 PC 보도가 나오기 전까지 페이스북에선 ‘#그런데 최순실은해시태그 캠페인이 벌어졌다.

 

 하야와 탄핵의 여론을 주도한 것도 SNS. 국회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촛불 집회를 만든 것도 SNS의 역할이 크다. SNS가 없었다면 230만 명이 넘는 촛불이 광화문을 밝히는 일은 불가능했을지 모른다. 박근혜-최순실 청문회에서 김기춘, 이완영 등의 거짓말을 밝혀낸 것도 SNS의 역할이다.

 

 박근혜의 탄핵 이후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SNS는 또다른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 요동칠 것이다. 새로운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도 SNS의 역할은 결코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SNS라는 인드라망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민주주의를 우리는 공기처럼 들이마시고 풍경처럼 바라보게 될 것이다.



백승권 (글쓰기연구소 대표)
글쓰기연구소 대표
동양미래대학 글쓰기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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