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 세 번째 책 : 공유인으로 사고하라(데이비드 볼리어, 갈무리)
우리 앞에는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 공유[재]를 무시하고 인류 공동의 부가 사리사욕에 침탈되도록 내버려 두거나, 공유인으로 사고함으로써 우리 사회를 어떻게 재건할지를, 그리고 인류가 공동으로 물려받은 유산을 어떻게 되찾을 수 있을지를 배우는 것이다. 공유[재]에 대해 이해하기 쉽게 쓴 이 종합적인 안내서는 당신에게 놀라움과 깨달음을 안겨줄 것이고, 당신을 행동하게 할 것이다.
『공유인으로 사고하라』는 공유[재](commons)가 어떻게 현대 시장 경제학의 기본 논리에 도전하는지를 설명한다. 또 공유[재]가 어떻게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를 넘어 나아가기 위한 노력을 뒷받침할 수 있는 법과 사회적 행위의 틀을 제공하는지, 공유[재]가 어째서 위키피디아에서부터 종자 공유, 공동체 삼림, 협업적 소비 등에 이르기까지, 폭발적으로 팽창하는 DIY 혁신의 한 분야가 되고 있는지를 보여 준다.
인도 토착 마을 여성들의 공유 종자 운동에서부터 오픈소스의 효시가 된 리눅스, 하와이 서핑 애호가들이 서로 다툼 없이 조화롭게 서핑을 즐길 수 있도록 파도를 공유[재]로 관리하는 관행에 이르기까지, 흥미로운 사례를 들어 우리 주변에 이전부터 존재해 왔지만, 공유[재]임을 인식하지 못했던 다양한 종류의 공유[재]를 보여 준다.
그러면서도 단순히 공유[재]의 역사와 현재의 현상들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사회 패러다임으로서, 삶의 방식으로서 공유[재]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그런 공유[재]의 새로운 역할을 위해 우리가 공유[재]를 어떻게 관리해 나가야 하는지를 대담하게 제시한다.
공유[재](commons)란 무엇인가?
볼리어가 말하는 공유[재]는 공유하는 어떤 것(물질적, 비물질적 대상)이자, 공유의 활동, 실천, 삶이자, 공유의 경제적 사회적 질서(체제), 패러다임, 논리, 원리이기도 하다. “공유[재]는 자치, 자원 관리, 그리고 “잘 살기”를 위한 실질적인 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공유인들은 종종 시장이나 정부 관료체제의 관여 없이도 자신들의 공동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만족스러운 해법을 협상을 통해 이끌어 낼 수 있다. 그들은 공동의 자원을 관리하기 위한 최선의 체제가 무엇일지, 효과적인 규칙과 운영 규범을 만들기 위한 절차가 무엇일지 고심한다. 삼림이나 호수나 농지의 남획을 막기 위한 효과적인 관행을 세울 필요가 있음을 알며, 협의를 통해 의무와 권리를 공정하게 분배할 수 있다. 그들은 집단의 습관과 관리 윤리를 의식화하고 내면화하려 하며, 그러한 습관과 윤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원숙해져 아름다운 문화로 발전한다.“(39쪽)
우리는 경제인(호모 에코노미쿠스)이 아니라 공유인(commoner)이다.
볼리어는 자본주의가 상정하는 주체성 모델인 ‘경제인’(호모 에코노미쿠스)이 인간에 대한 비현적인 모델이라고 말한다. ‘공유인’은 ‘경제인’의 대척점에 서 있다.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우리가 사리사욕과 효용의 극대화만을 추구하는, 합리적 물질주의자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현실적인 주장을 하지만, 공유인 모델에서 인간은 기본적으로 협력하는 사회적 존재다.
한국사회와 공유[재]
서울시는 2012년 ‘공유 도시 서울’을 선언하고 공유경제 모델을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확산하는 행보를 보여왔다. 이제는 한국 어느 곳을 가더라도 쉽게 볼 수 있는 마을 공동체들을 비롯하여 여러 지자체는 ‘공유’를 열쇳말로 한 활동들을 펼친다(예 : 공유문화). 숙박 공유 서비스 에어비엔비(Airbnb)나 차량을 공유하는 ‘카쉐어링 서비스’ 쏘카(SoCar) 등의 사례를 들어 “자본주의를 대체하는 공유경제 시대”를 예견하는 논자들도 있다. 다수의 사람으로부터 소액의 자금을 모아 사업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크라우드펀딩도 공유[재]의 현대적 응용이다. 대안적 사회, 경제 체제로서 공유적 삶의 방식이 이미 한국에서도 곳곳에서 펼쳐지고 있다.
최근 한국에서는 특히 빠른 인터넷 발전과 디지털 사회로의 이행 속에, 국가에 의해 관리되지 않는 디지털 공간의 공유 자원들이 위협받고 있다. 이 책은 공유[재]를 다양한 관점에서 조명함으로써, 공유[재]에 대한 역사적, 이론적, 현상적 차원의 종합적 이해를 바탕으로 공유[재]가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해 어떤 역할을 하고 어떤 식으로 적용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볼 수 있게 해준다.
공유[재]의 비극?
그러나 지난 수십 년간 공유[재]는 “혼돈, 실패, 폐허”와 동일시되어 왔다. 1968년 미국의 생물학자 개럿 하딘은 논문 「공유지의 비극」(The Tragedy of the Commons)에서, 목초지에 목동들이 자유롭게 소를 풀어놓게 하면 자원이 남용되고 고갈될 위험이 있어 “인류 전체의 황폐화를 피할 수 없다”는 논리를 펼쳤다. 하딘은 “사람들 대다수가 합의하는 상호강제적 시스템”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그 최선의 방편으로 “법적 상속과 결합된 사유재산 제도”를 정당화한다.
“공유[재]의 비극”이라는 “지겨운 우화”가 틀렸음을 학술적으로 밝혀낸 사람은 2009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고 엘리노어 오스트롬이다. 오스트롬은 하딘을 정면 비판하는 책 『공유의 비극을 넘어』를 썼고, 에티오피아, 아마존, 필리핀 등 전 세계의 수많은 공유[재] 현장에서 사례를 수집하고 연구했다. 성공적인 공유[재]에는 경계, 규율, 무임승차에 대한 규제가 있다. 하딘의 가상의 초원은 진입이 개방된 열린 접근 체제(오픈 액세스의 비극)이지, 공유[재]가 아니라는 것이다.(하딘 자신도 ‘관리되지 않는 공유지의 비극’이라고 제목을 달았어야 한다고 인정했다.)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면 저작권 침해인가?
공유재를 황폐화와 연결짓고, 국가와 시장 아닌 다른 대안은 없다는 것을 지배계층이 계속해서 강조하는 이유는 사유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이다. “울타리 치다”의 의미를 띤 단어 “인클로저”는 공유지였던 농지와 목초지에 울타리를 쳐 농민들에게서 땅을 빼앗고, 생계가 어려워진 농민들이 도시로 이주하여 공장노동력을 제공함으로써 자본주의가 탄생하게 된 역사적 과정을 가리킨다.
그런데 공유재를 하루아침에 사유화하여 기존에 공유재를 관리하던 사람들에게서 박탈하는 과정은 오늘날에도 빈번하게 일어난다. 볼리어는 현대의 인클로저의 심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쓴다. “기업이 단어, 색깔, 냄새에 대해서까지 소유권을 주장하는 날이 와야 비로소 인클로저가 얼마나 심각한, 극단적인 지경에 이르렀는지 깨닫게 될까?”(89쪽) 이러한 우려에는 실제적인 근거가 있다. 예컨대 맥도날드 사는 “Mc”이라는 접두사를 소유한다고 주장하면서 “Mc”이 붙은 음식점들을 고소한다. “테니스공에 붙은 갓 잘린 풀의 냄새”에 대한 상표도 있다. 〈미국 작곡가, 작가, 출판인 협회〉는 어린이 여름캠프 참가자들이 캠프에 가서 〈노를 저어라〉 같은 (저작권이 있는) 노래를 부르며 춤을 췄다는 이유로 1,200달러의 사용료를 요구했다.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도 마찬가지이다. 워너 뮤직 그룹이라는 회사는 이 노래의 로열티로 매일 약 5천 달러, 연간 거의 2백만 달러를 벌어왔는데, 이 노래가 1920년 이후 퍼블릭 도메인이 되었고, 워너 사가 이를 숨기고 저작권 수익을 챙겨 왔음이 최근에 와서야 드러났다.
현대에 인클로저는 〈생일 축하합니다〉 노래 같은 비물질적 자원에 대해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다국적 기업들은 수자원, 어자원, 삼림자원을 항상 노린다. 2000년 볼리비아 민중은 상하수도 시스템을 사들여 수돗물 값을 올려 수익을 창출하려 시도한 기업 벡텔과 〈세계은행〉에 맞서 “물 전쟁”을 치러야 했다. 아프리카 사하라 이남 지역 인구의 90퍼센트 가량인 약 5백만 명이 투기 세력으로 인해 땅에 대한 법적 권리가 없어 쫓겨날 위험에 처해 있다. 저자는 공유인들이 인클로저의 파괴적 결과들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현실에 대한 환멸에서 스스로 만든 대안으로
2000년대 이후 공유[재]라는 말은 전세계를 휩쓸고 있는 반란과 대안적 움직임 들을 관통하는 주제이다. 소프트웨어 소스 개방 운동을 하는 자유 소프트웨어 활동가들, 도심지에 정원을 만들고 농작물을 가꾸기도 하는 도시 정원사들, 농작물 품종을 획일화하는 기업에 맞서 토착 농작물 종자를 직접 관리하는 토착민들, 월스트리트와 게지공원 등 전 세계의 광장을 점거했던 점거 운동가들, 도서관 운동가들, 건강한 먹거리를 찾는 영속농업, 슬로푸드 활동가들까지 나열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이다.
전세계의 많은 사람들은 더 이상 전통적 정부와 시장체제가 해법을 내놓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국가는 이미 너무 부패했고, 시장은 잔인하다. 공유인은 국가나 시장과는 선택적으로 접속한다. 현실의 환멸은 공유인들 자신이 만든 다종다양한 대안들로 향하고 있다. 이 책은 당신도 지금 바로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한다. (참조 : 공유인으로 사고하라 | 데이비드 볼리어 - 교보문고)
○ 줌 주소 : https://han.gl/SSYJT
○ 교재 : 공유인으로 사고하라(데이비드 볼리어, 갈무리)
○ 일시 : 6월 16일 (월) 저녁 8시 30분
1장 공유[재]의 재발견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