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신대승인가?

신대승보살의 목소리 - 김관태 (사찰경영컨설팅 살림 대표) | 2016. 제1

 왜 신대승인가?
 우리 불교를 포함한 동북아 불교의 특징을 대승불교라고 말한다. 대승불교의 대승이란 범어 마하야나(Mahāyāna)를 번역한 말로 ‘큰 수레’를 뜻한다. 그것은 기존의 불교를 ‘작은 수레’라는 의미의 소승이라고 폄하한데서 출발한 것으로 대승불교가 기성 불교에 대한 반성과 반발로부터 시작했음을 알 수 있다. 





 대승불교 출현의 배경
 서력 기원을 전후한 시기까지 불교는 비약적 발전을 이룬다. 교단은 안정된 기반 위에서 장원을 중심으로 정착생활을 영위하게 된다. 교단의 풍요 속에서 교학에 대한 학문적 연구가 진행되고 아비달마라고 하는 교학에 대한 전문적 연구가 진행되었다. 그리고 복잡하고 치밀하게 정리된 교리체계는 불교를 소수의 엘리트들의 전유물로 만들었고, 사변적 논리 속에 실천의 길과 중생구제의 길은 망각되고 불교는 출가자의 전유물이 되어 갔다. 법의 본질은 왜곡되고. 재가자에 대한 교화는 형식화된 가운데 승원은 더욱 깊숙한 곳으로 숨어들어 중생의 삶의 현장과는 멀어져갔다. 출가자들은 중생구제의 이타행을 외면한 채 아라한과를 얻기 위한 수행에만 몰두하였고, 교단은 세속화의 흐름과 타락의 기풍을 낳고 있었다.

 이와 같은 모순을 극복하고자 일어선 것이 대승불교운동이다. 대승불교는 부파불교의 출현 이래 승원으로 숨어든 불교에 대한 반발이라고 할 수 있다. 부파불교가 성립된 이후 출가자들은 국왕이나 장자(長者)들로부터 정치적, 경제적 원조를 받고 선정(禪定)과 교법의 해석에 몰두할 수 있었다. 교단은 분열하였지만 학문적, 철학적으로는 발전하였다. 그러나 세속의 대중들이 원하는 것은 난해한 교리나 지켜지지 않는 계율이 아니라 중생을 구제하는 부처님이었다. 출가자들이 세속의 대중들과 유리되면서, 이런 불교의 현실에 만족하지 못한 재가자들과 일부 출가자들은 부처님의 사리가 안치된 불탑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부처님을 향한 흠모의 마음과 구제의 희망이 불탑을 중심으로 모여들기 시작한 것이다. 

 재가자 중심의 불탑신앙
 불탑은 부처님의 입멸 이후 그 사리를 분배하여 모두 8곳에 세운 것이 그 시초이다. 부처님의 교화를 기억하는 수많은 재가불자들과 일부 출가자들 사이에서는 이 8곳의 불탑을 순례하는 성지순례가 유행처럼 번지게 되었다. 그리고 아쇼카왕 시대에 이르러 이 8곳의 불탑에 안치된 사리를 다시 나누어 수천 개의 불탑을 건립하면서 불탑신앙은 널리 퍼지게 된다. 

 부처님께서 입멸하시면서 장례와 관련한 사항은 전륜성왕에 준하는 방식으로 재가자에게 맡기라고 하신 바에 따라 불탑의 유지와 관리는 재가자의 몫이었다. 또한 불탑을 방문하는 재가자들은 불탑 주변에 꽃과 향, 금전 등을 공양하였는데, 출가교단에서는 꽃 공양이 ‘초목을 함부로 벌채하지 마라’는 계율에 어긋난다고 하여 금기시 하는 것이었고, 출가자들이 금전을 만지는 것 역시 계율에 위배되는 것이었다. 부처님 당시부터 내려온 관습과 율장의 금계에 의해 불탑의 관리는 온전히 재가자의 몫이었고, 불탑은 불지(佛地), 승원은 승지(僧地)로 엄격히 구분되었다. 그리고 불지에 바쳐진 공양물에 대해서는 승려들이 만져서도, 관리를 해서도 안되는 것이었다. 이에 따라 불탑을 중심으로 전문적으로 불탑을 관리하고, 순례객들에게 부처님의 일생과 그 위대함을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생겨난다.
 
 불전문학과 대승경전
 불탑에 모여든 이들은 부처님의 전생과 현생에서의 수행을 설명하며 부처님의 위대함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부처님 같은 분은 단 한 번의 생이 아니라 수백 생을 거치면서 수행을 거듭하고,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부처가 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은 어느 덧 전생담, 인연담 등으로 정리되면서 불전(佛傳)문학을 성립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러한 불전문학에 전승된 부처님의 성불하기 전의 보살행을 이야기하고, 들으며, 신도들은 탑에 예배하고 붓다의 위대함을 칭송하였다. 이 불전문학은 자타카(본생경), 본연부 등으로 경전화되고 이런 흐름은 대승경전 성립과 대승불교 출현의 중요한 근거가 된다. 

 보살사상
 수백 생을 이어오며 중생을 구제하고 자신을 희생한 보살(菩薩)의 발견은 새로운 보살사상의 성립을 이루었고, 새로운 보살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이들은 해탈을 위해 수행하는 기존의 수행자를 이른바, 성문, 연각, 벽지불로 부르게 만들고 중생구제를 위해 영원히 성불하지 않은 채 이타행의 수행을 하는 수행자를 보살로 정의하였다. 이와 같은 보살의 정의는 해탈보다 중생구제를 우선하는 수행이 최상의 수행이라는 인식을 정립시켰다.그리고 이와 같은 생각은 ‘지금 이 시간에도 부처가 되기 위해 보살의 수행을 하는 수많은 수행자가 우리 곁에 있을 수 있다’는 생각과 ‘나 자신도 지금 이타행을 행하면 스스로 보살’이라는 자각에 이르게 만든다. 보살의 자각은 수많은 보살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고, 수많은 보살의 출현은 수많은 부처의 출현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1불에서 다불(多佛)로, 1보살에서 수많은 보살로 변화하게 된 것이다. 

 경전을 독송하고 불탑을 예배함으로써 대비(大悲)의 구세불인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는 것이 가능하다는 생각에 이르게 되고, 또한 누구라도 전생의 부처님처럼 중생의 구제를 위해 헌신하는 사람은 모두가 보살이라는 자각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또한 본생경의 보살은 동물이나 재가자의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하였으므로 보살이 굳이 출가자이어야 할 이유가 없었기에 출재가의 구분이 없었다. 

 비록 범부라 하더라도 보리심과 대비심을 일으켜 깨달음과 중생 구제를 추구하면 누구나 스스로 ‘보살’이라 칭할 수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보살에게는 먼저 중생 구제의 실천이 강조되었고, 자연히 ‘위로는 깨달음을 추구하고, 아래로는 중생을 교화하는 사람’(上求菩提 下化衆生)으로 설명되고 자리와 이타를 완성하고자 용맹정진하는 자이므로 마하살타(摩訶薩埵mahasattva ; 大士)라고도 불렸다.
 이에 따라 대승불교에서는 큰 위신력을 가진 수많은 불보살이 출현하고 그 수도 무량무수로 많아지는 것이다. 문수보살, 보현보살, 관음보살, 지장보살과 같은 큰 위신력을 가진 보살이 출현하게 되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보살사상의 성립에 기반을 둔 것이다.

 사홍서원과 불퇴전의 보살
 중생구제를 위해 영원히 성불하지 않는 보살이 되려면 모든 수행을 망라하는 수행이 필요했으며 어떤 경우에도 물러서지 않는 서원이 뒷받침되어야 했다. 그 수행이 바로 6바라밀의 실천이고 사홍서원이다. 보살은 어떤 경우에도 부서지지 않는 ‘큰 서원의 갑옷(弘誓의 大鎧/僧那僧涅)’을 입고 전장에 나가는 장수에 비유되었다. 그리고 성불하지 않은 채 감내하는 수백 생의 삶을 이겨내는 또 다른 기반은 이른바 공(空) 사상이었다.
 공 사상은 세계에 대한 설명일 뿐만 아니라 보살이 수많은 생을 거듭하며 이타행에 전념할 수 있고, 어떤 경우에도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근거가 되었다. 또한 보살의 경지에서 물러서지 않고, 생을 거듭하며 지속적인 이타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보살은 불퇴전(不退轉)의 경지에 머물러야 했다. 그래서 보살보다 하위 경지로 떨어지지 않는 불퇴전의 보살이 나타나게 된다. 

 대승의 수행법
 대승불교를 추구한 사람들은 여러 가지 삼매를 닦는 수행을 계속하였다. 불탑을 중심으로 부처님을 흠모하며 밤낮으로 부처님을 염하던 이들에게 부처님이 나타나는 경험들이 생겨나면서 이른바 관불삼매(觀佛三昧)가 성립되고 삼매를 통한 수행이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른바 반주삼매경(般舟三昧經)과 같은 경전은 대승의 삼매수행을 이야기 하는 경전이다. 그리고 삼매수행과 뗄 수 없는 것이 염불이다. 이와 같은 수행법이 불탑을 중심으로 퍼져가기 시작한 것이다. 염불과 삼매는 석가모니 부처님을 향한 끝없는 존경과 귀의의 마음이 발현시킨 대승의 수행법이라고 할 수 있다.

 대승불교의 특징
  ‘부처님 근본사상으로 돌아가자’는 기치 아래 시작된 대승불교는 기존의 불교와 크게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특징에서 오늘날 신 대승불교운동이 추구해야할 방향을 찾을 수 있다. 그 특징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대승불교는 기성 불교에 대한 반성과 교단에 대한 반발로부터 시작되었다.(성격)
 - 구체적으로는 중생구제를 망각한 수행, 물신화된 교단 운영, 계행의 실추 등에 대한 반성과 반발이었다.(내용)
 - 대승불교의 주체는 재가자였다. (주체의 문제)
 - 대승불교는 불탑(Stupa)을 중심으로 한 열린 광장에서 시작되었다. (개방성)
 - 불탑에서 불지(佛地)와 불물(佛物)을 관리하던 재가자들이 순례객들에게 부처님의 일생과 수백 생에 걸친 보살로서의 삶을 이야기(불전문학, 본생경)하기 시작했다. (물적 토대)
 - 대승불교의 근원은 부처님을 찬미하는 ‘찬불승’에서 출발하였다.  (종파의 배격과 부처님 법에 근거)
 - 대승불교를 일으킨 불자들은 불탑 앞에서 ‘관불삼매’를 경험하고 수행하기 시작했다. (수행법)
 - 부처님에 대한 찬미 속에서 ‘보살’의 자각이 이루어졌다. (보살의 자각)
 - 보살에 대한 자각은 이타행에 대한 실천(보살행)을 요구하게 되었다.  (보살행)
 - 보살행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결코 물러서지 않는 서원(大誓莊嚴)으로 무장해야 했다. (서원)
 - 큰 서원에 근거한 실천은 반야의 지혜가 밑받침되면서 중생을 구제할 때까지 성불하지 않는 새로운 보살의 자각이 이루어진다. , (반야, 공의 지혜, 이 시대의 보살행)
 - 대승불교는 무상과 무아, 공을 실천적으로 이해하여 세세생생 중생구제를 추구하는 보살행을 제시했다.   (무아와 공에 기반한 실천)
 - 보살에 대한 자각과 공의 이해는 깨달음을 수행자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두에게 열린 것으로 만들어 주었다.  (깨달음과 실천/사회적 지향)
 - 대승의 실천자들은 출가자나 재가자나 모두 보살로 불렸으며, 가나(gana)를 구성하였다. (출재가자의 협력과 조직적 지향)
 - 대승보살은 서원을 세워(發願) 실천하며, 금계를 준수하기보다, 중생을 구제하기 위한 적극적인 실천(波羅蜜, 십선계)을 우선하였다.  (실천적 지향)

 대승불교에 기반한 현대의 신대승
 앞서 열거한 대승불교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다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 성격과 내용 : 신대승은 기성 불교에 대한 반성과 물신화된 교단 운영, 승풍과 계행이 실추된 종단과 승려들에 대한 분명한 반대 입장과 개선의 요구를 통해 한국불교를 바로 세우고자 노력한다. 
 - 신대승의 활동 : 신대승의 주체들은 불교와 부처님의 본래적 가치 구현, 물신화된 교단 운영의 배격, 실추된 승풍과 계행의 바로 잡기, 근현대 불교사 바로잡기, 정치·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해소, 자비와 평화가 실현되는 평등무차별의 사회 구현을 위한 활동을 전개한다.
 - 주체의 문제 : 신대승의 주체는 출·재가를 가리지 않는다. 시대적, 사회적, 불교적 책무에 대한 각성을 이룬 출·재가자들이 신대승의 주체이다. 
 - 개방성 : 신대승은 현대의 불탑이라고 할 수 있는 모든 곳(인터넷 공간 포함)에서 열린 광장의 문화를 지향한다. 
 - 물적 토대 : 신대승은 참여하는 모든 대중의 자발적 기여에 의한 물질적 기반에 의한다. 
 - 불교적 근거 : 신대승은 현대의 찬불승이다. 석가모니불의 교법을 유일한 근거로 삼는다.
 - 수행법 : 신대승 운동에 참여하는 대중은 염불과 삼매 등 모든 가능한 수행을 탐구한다. 
 - 보살의 서원과 자각 : 신대승운동에 참여하는 대중은 스스로 보살이라는 자각과 함께 사회적 각성에 힘쓰며, 이타행을 실천한다. 
 - 깨달음과 실천 : 신대승의 참여자들은 개인의 깨달음보다 사회적 각성을 위해 헌신한다. 
 - 사회적 지향 : 신대승의 보살들은 한국불교를 바로 세움은 물론 사회의 변화와 발전에 헌신할 수 있어야 하며, 보편적 가치와 공동선을 위해 노력한다. 
 - 조직적 지향 : 신대승의 보살들은 사부대중은 물론 참여자 모두가 평등한 지위를 가지며 능력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담보한다. 
 - 실천적 지향 : 신대승의 보살은 오계와 십선계를 비롯한 보살의 실천 덕목을 준수한다. 
김관태 (사찰경영컨설팅 살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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