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대승불교운동을 말한다.

신대승보살의 목소리 -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 2016. 제1

 ① 일체의 중심주의와 배제의 코드를 넘어서 

 
 ※ 편집자 주 : 이 글은 유승무 교수의 최초 발제문(대표집필)에 대해 <신대승네트워크>의 운영진이 함께 검토하고 살을 붙인 것으로 <회원워크숍>에서 논의된 바를 참고하여 재정리한 것이다. 

 신대승불교운동의 최소한의 정의(定義)를 생각한다.
 신대승불교운동을 어떻게 정의 할 것인가?
 먼저, 신대승불교운동은 ‘새로운 대승불교’와 ‘새로운 운동’의 합성어라고 볼 수 있다. 여기에서 ‘새로운 대승불교’란 불교의 본원적인 비판성과 사회성을 상실한 채 허울만 남은 현재의 개인주의적(인간중심주의적) 불교의 모습을 지양하고, 성찰성(비판성), 사회성, 시대성을 모두 겸비한 ‘탈개인주의적 대승불교’를 지향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새로운 사회운동’이란, 이른바 ‘신사회운동’의 일종으로서, 차이와 다양성을 특징으로 하는 현대의 기능분화사회에서 휴화산으로 전락한 구 사회운동(계급운동)의 향수에 젖어있기 보다는 기능분화사회 특유의 모든 불평등 지점들을 개혁하고자 하는 다중적 실천들을 총칭한다. 

 이상의 내용을 의미소(意味素)별로 다시 정리하면, ‘신(新=새로운)’은 시대성을 반영한‘대안적인 무엇인가를 제시한다’는  수식어라 하겠고, ‘대승불교’는 불교 본연의 비판성과 대승의 사회성을 겸비한 불교 본래의 모습을 복원한다는 개념적 의미이며, ‘운동’은 실천성을 담보하는 집합적이고 조직적(목적의식적)이며 지속적인 노력을 가리킨다. 
 요컨대 ‘신대승불교운동’은 비판적 기능/사회적 기능/대안적 기능/실천적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작동하는 한국불교의 새로운 불교운동체이다.    

 신대승불교운동의 시대적 요구를 생각한다.
 ‘왜 지금 신대승불교운동을 시작하는가?’라는 배경적 물음에는 다음과 같은 시대적 요구가 우리를 강제하는 바가 있다.   
  
 첫째, 이념적 차원에서 볼 때 불교(의 교리)는 연기법적 세계관(무아/무상/공)을 가르친다는 점에서, 실체에 대한 일체의 집착에 순종치 않으며(불순不順), 또 착(着/고정관념/절대화)에 기반한 세속적 태도 일반을 비판하고 초극할 것을 가르친다. 이는 일종의 영구혁명철학이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불교는 영구불변의 신이나 영혼, 자아, 본질, 기체(基體) 등을 가정하는 이념이나 종교와 달리 연기적 작동만을 깨닫고,‘무아/무상/공’의 이치에 부합하는 실천행인 보살도의 실천을 가르치는 가르침이다. 그리고 그러한 비판성은 불교 자신에게도 예외 없이 적용된다. 

 그렇기 때문에 초기불교든 대승불교든 한국불교든 일본불교든 모든 불교는 공히 숙명적으로 자기성찰의 순환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초기불교, 부파불교, 대승불교, 비판불교 및 참여불교 등으로 이어지는 불교사가 자기성찰의 순환으로 점철되어 온 것도 이러한 불교의 이념적 특수성과 무관하지 않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94년 종단개혁이 조종을 울린 오늘날이야말로 대승불교가 지향하는  이념적 성찰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대이다.
 
 둘째, 신대승불교운동은 서구적 근대성(존재론적 사고)에서 벗어나 연기적 사고(혹은 차이이론적 사고)를 지향하는 문명적 흐름(양자역학 등 물리학, 자기준거적 자기생산을 입증한 생물학, 신경체계가 자기준거적으로 작동한다는 뇌과학 등의 지적 발전을 선도하는 흐름)에 부응하는 불교를 지향해야 할 시대적 맥락을 반영하고 있다. 현실적으로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로 인한 급속한 개인주의화을 저지할 대안을 제시해야할 사회적 기대도 팽배해 있다. 이렇게 볼 때, 오늘날 인류문명은 불교로 하여금 시대를 거스르는 대안적 기능의 작동을 통한 근본적인 도전과 응전을 요구하고 있다.  

 셋째, 신대승불교운동은 오늘날 한국불교가 직면한 절박한 문제, 즉 초기불교와 대승불교 사이의 정체성 혼란을 극복해야 하는 과제뿐만 아니라 사회문제에 대한 무관심과 윤리적 이슈에 대한 감수성 저하(혹은 무감각)를 극복해야 하는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시대적 책임윤리를 반영하고 있다. 이러한 두 가지 과제는 대승불교의 비판성과 사회성의 회복을 요구하고 있다.  

 넷째, 한국불교의 특수한 기능체계에 대한 대응으로서 대승불교는 한국불교를 작동시키는 하위기능체계들, 즉 권력배분을 둘러싼 정치체계(종무행정체계 포함), (사원)경제체계, 법률 및 계율체계, 재생산체계 및 교육체계, 사회복지체계(출가생활안정화) 등에 대한 비판적 기능과 대안적 기능을 수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잡풀이 무성한 1994년 종단개혁의 무덤을 지나 새로운 개혁의 불씨를 예비할 준비가 절실하다.       

 다섯째, 지구적 차원에서 볼 때, 세계적인 참여불교운동이나 최근 일본의 비판불교운동 등과 연대할 수 있는 한국적 대응체계(공통/공유의 의제들을 다룰 다양한 기능체계)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특히 기능체계들이 국경을 넘어서서 작동하는 오늘날의 세계사회에서 모든 실질적 불평등과 직결되는 (포함과) 배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세계사회 수준의 불교운동을 실천할 수 있는 내부의 (대응)기능체계가 반드시 요구되고 있다.

 실천 활동과 각축의 장을 해부하다.
 이제 우리는 휴화산이 되어 버린 구 사회운동의 마그마가 다시 분출하기를 기대하고 기다리기 보다는, 지난 시기에 분출된 화산재 아래에 묻혀 있던 척박한 땅들을 새롭게 개간하고, 걷어낸 화산재를 밑거름으로 재활용한다는 관점에 설 것이 요청된다.  
 다시 말하면 신대승불교운동은 일체의 중심주의(인간중심주의, 서구중심주의, 신(잡신 및 물신)중심주의, 남성중심주의, 자민족중심주의, 비구중심주의 및 주지중심주의 등)로 인하여 배제되고 버려진 땅들을 모두 개간해 가야한다. 또한 건강한 불과(佛果)를 얻기 위해 구 대승불교의 웃자란 보리수 가지들을 과감하게 잘라내고 각종 잡풀은 깨끗하게 제거해 가야할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신대승불교운동은 건강한 불과가 기대되는 대승불교의 밭에서 연기법적 작동을 벗어나 웃자란 보리수 가지들을 전지(剪枝)하고 무아/무상/공을 벗어난 각종 잡풀들을 제거해야 한다. 웃자란 보리수와 각종 잡풀들이란 결국 비불교화의 길로 가는 것이라고 보여 지는 - 끊임없이 순환하는 자기성찰과 혁신 그리고 자기자신에 대한 질문(화두)의 의무를 도외시하는 태도, 소통적이기 보다는 과시적이고 비뚤어진 종교적 상징, 기성의 주류 제도교단이 세워놓은 신성화/성역화되고 그럼으로써 외려 무아/무상/공의 정신에 정면으로 거스르게 되는 제도와 체계, 그리고 문화들을 말한다.     

 신대승불교운동의 실천활동의 장(場) 즉, 신대승불교운동이 새롭게 개간하고자 하는 땅들(영역)과  환경조건들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신대승불교운동체, 즉 출범하는 <신대승네트워크>는 도전해야 할 외부환경의 특성(知彼)을 면밀히 파악해야 한다.(①) 사회변화와 시민사회 보편적 상식의 요구에 대한 주류교단의 대응력 퇴행, 출가그룹의 정체성 상실과 공유가치의 파괴, 그리고 이에 대해 ‘대안 부재의 비판’으로만 대응하는 비제도권과 시민사회 진영의 응전방식 및 일천한 역량 강화 전략, 종교와 국가권력과의 결탁 및 제도교단의 국가권력 하위체계로의 편입현상 등이 살펴보아야 할 외부환경의 특징적인 지점들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신대승네트워크>는 내부역량을 알고 자신의 역량증대의 출처를 어디서 찾을 것인지에 대한 계책을 세워야 한다.(知己) 자신이 사용할 응전의 역량과 자원을 어디서 어떻게 찾고 만들어 갈 것이며, 그것을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구성물을 확보해야 한다.(②)

흩어져 있는 기운과 세력들을 어떻게 융합하고 결집시킬 것인가 하는 문제, 이질적인 요소들을 어떻게 섞이게 하여 예기치 않은 창발을 분출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 기존의 고착화된 경계와 형식을 깨는 파격을 어디서부터 어떻게 감행할 것인가 하는 문제, 신뢰로우면서도 활발발한 활동의 스타일이나 조직문화를 형성해가는 문제 등을 바탕에 깔고 단계적인 정립(鼎立)의 로드맵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둘째, <신대승네트워크>는 제도화된 불교교단(좁게는 한국의 전통불교를 대표하는 조계종)에 중심을 두거나 갇히지 않고, 다양한 가치와 주장, 내용물, 다양한 유형의 조직과 단체들이 상호 경쟁하는 장(場)으로서 역할을 자임하고자 한다. 따라서 <신대승네트워크>는 역동적이고 주체적인 관점에서 핵심적으로 나서야 할 중요 경쟁장을 설정하고 이를 파악해서 전략적인 대응방법을 창안해 가야한다.(③,④,⑤)       
  
 다양하게 분화된 기능과 체계들에 따라 다양한 경쟁의 장이 있겠지만, 그중에서 중요한 지점을 설정해 본다면, 문화장, 권력장, 공론장을 꼽을 수 있겠다. 

 문화장(③)을 다양한 수행방법과 불교적 생활 태도 등이 각축하는 장이라고 정의한다면 이 문화장에서의 각축은 이미 불꽃이 타올랐다고 할 수 있다. 수행과 깨달음에 대한 논쟁, 공유/공심이라는 공동체의 초보적인 정신이 파괴되어 각자도생하고 있다는 세태에 대한 한탄, 기득권에 편승하여 편안히 무임승차하려는 태도, 공동체의 미래에 대한 깊고 오래된 무관심 같은 것들에 대한 비판과 실천적 경쟁은 이미 끓는점을 넘어섰다고 보여 진다. 이제는 새로운 것들, 비판적 흐름들이 얼마나 빠르게 결집하고, 낡은 요소들이 얼마나 적은 폐해를 끼치며 사라져가게 할 것인가(연착륙)만 남아 있다.   

 권력장(④)을 지배/피지배의 코드로 정의한다면, 그것은 어떤 제도와 규칙이 공인(통용)받을 것인가를 놓고 경쟁하는 장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는 교계와 그에 연결된 사회에서의 다양한 직업(생계)망 혹은 교계 내적으로는 다양한 역할에 따른 직분의 연결망들이 있고, 제도화된 관료체계에서 각축하는 관료장이 있으며, 불교 특유의 전근대적인 차원의 인연망이 서로를 옥죄는 구조가 있다.

 교계 직분(직업)들을 놓고 경쟁하는 각축장에서는 과거 비상종단에서 6부중(사부대중에 중간적인 역할의 2부중을 추가하는 것과 같은) 주장으로 나타났었듯이, 저출가와 포교공백상태의 증가에 따른 전문포교사나 전법사와 같은 새로운 교화중(敎化衆)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있을 수 있다.     
 또한 이미 제기된 불교자본가론(현응스님)도 다른 측면에서 이 장에서의 경쟁환경의 변화를 예상한다면 암시하는 바가 크다. 물론 스님이 불교자본가라는 역할 정의는 기껏해야 전통자산(건조물과 의례, 역사자산으로 구성된 문화유산)과 토지자산(주로 자연공원 지역의 광대한 임야로 이루어진)이 주된 구성요소라는 한계를 전제한 것이지만 말이다. 
이 장의 경쟁 환경은 전법과 불교의 사회화를 둘러싼 각축으로 의제가 바뀌어 갈 것이라는 예측도 해볼 수 있을 것이다.  

 공론장(⑤)은 의사소통 즉 커뮤니케이션의 체계에서 벌어지는 각축의 장이라고 볼 수 있겠다. 기성의 정규적 공중매체(미디어)와 소셜네트워크, 1인 미디어 등이 경쟁자로 진입하고 있으며, 출판사업 또한 미디어와의 융합 등이 이루어 질 것이고, 이런 융복합을 주도하는 미디어 플랫폼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지만 여전히 중요한 것은 비판적 여론형성에서 독립된 장으로 기능하고 있는 학문장(교육장)에서의 경쟁 또한 간과할 수 없다. 지금은 현상적으로 동국대학교의 권력문제로 다투고 있지만 이는 종립학교 또는 불교교육에서의 리더십과 이니셔티브가 어디로 돌아갈 것인가 하는 문제가 앞으로의 핵심 의제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 점에서 학술장(교육장)에서 종립학교의 입지가 현재처럼 막중한 재원을 빨아들이는 하마로 계속 존재할 것인지는 좀 더 지켜보아야 할 문제일 것으로 보이며, 아마도 새로운 인재양성 방법으로의 쇄신과 현장성 있는 불교학 이론에 대한 갈증이 증대하는 수준에 따라 이 장에서의 경쟁환경도 많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한반도와 아시아 나아가 지구적 수준(⑥,⑦,⑧)의 공간이 있다. 지역화의 문제, 남과 북의 주류세력 교체, 다문화 상황, 동북아시아 삼국과 주변 강대국의 길항관계, 중국이 추구하는 신실크로드(1대1로)가 가져올 문화적 변동 등이 검토되어야 한다.
더불어 지구적 차원의 변화 즉, 기후변화/에너지, 빈곤, 전쟁, 신자유주의, 신기술/소셜, 인구/가족/공동체의 변화, 종교/신성성/영성에 대한 패러다임의 변화 등 거시적인 흐름을 읽어내는 것이 필요하다.

 실천 활동의 문화/스타일을 생각한다.
 신대승불교운동은 일/활동의 스타일이 중요하게 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다음의 세 가지 키워드로 그것을 정리해 본다.     

 ➀ 플랫폼(허브) 
 공유와 협업의 도구(콘텐츠/프로그램/웹-플랫폼)를 제공한다. 공유가치와 지혜로운 전략은 필수이지만 그에 합당한 대중적으로 이용할 도구(연장)이 기술혁명으로 크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소승이든 대승이든, 신승(新乘)이든 바퀴가 없으면 나가지 못한다. 그 수레바퀴의 쓰임은 한 가운데가 비었을 때 생긴다. 따라서 어떻게 중심을 최대한 비울 것인가, 중심에 과도한 집중을 피할 것인가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끈질긴 신뢰 형성의 노력, 폭넓은 개방성 확보를 통해 사람을 결집(결속)할 수 있어야 한다.  

 ➁ 1당 10으로의 동반성장 
 단체 기여도 면에서 구성원들의 분포가 상위 10~20퍼센트가 나머지 80~90퍼센트의 역량을 담보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갖는, 일반적인 개별 단체 수준의 조직운영방식을 탈피하고 종형에 가까운 회원역량의 분포구조를 추구한다.    
다수의 개미군단 구조보다는 회원들이 1~3년 기간 동행하면 1당 10의 역량으로 성장하는 동반자 전략을 수립한다. 이를 위해 회원의 인생 노정이나 미래계획과 연동되는 역량개발교육과 동반자 사업을 비중있게 추구한다. 이를 통해 대승적 평생도반을 지향하며, 길을 걷듯이 천천히 향상일로(向上一路)한다.  

  ➂ 대안형성중심/전략기관 집중화 
  대안제시와 대안형성 없는 비판은 공허하다. 따라서 모든 사업/활동에서 대안세력의 형성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그리고 어떤 사업과 활동(서비스와 욕구)의 필요를 인식하게 된 대중들이 일정 수준으로 결집된다면, 그 전략사업(서비스)은 언제라도 떼어내고 시민사회에 내놓음으로써 하나의 독립적 네트워크로 분화 발전되게 한다. 그럼으로써 해마다 2~3개의 불교(시민사회)단체가 만들어지는 효과를 낸다.    
더불어 구체적인 현장(지역과 단체, 기관 등)에 실용(실천)적 전파력을 추구하며, 핵심전략기관의 성장과 공적 역할에 집중한다. 그럼으로써 백화점식 사업, 그 반대로 편식적인 사업으로 인한 폐해를 극복해 간다.  
유승무 (중앙승가대 교수)
신대승네트워크 <트렌드&리서치센터>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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