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85년 지구평균기온이 처음으로 기록된 이래 올해 여름 지구는 최고평균 기온을 갱신했다. 작년 말부터 시작된 엘니뇨도 기온상승을 증폭시키는 역할을 하면서, 폭염으로 인해 인도에서는 400여 명이 사망했고 대서양에서 발생한 허리케인 매튜는 카리브해 연안을 휩쓸어 800 여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기온이 올라가면서 폭염, 가뭄, 태풍, 홍수가 더 자주, 더 강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점은 많이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기온이 올라가면서, 아니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증가하면서 바다의 기후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는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기후과학자들 사이에서도 해양의 기후변화를 연구하고 논의를 시작한지는 불과 10년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기후변화의 전망에 대해서 가장 권위 있는‘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도 4차 보고서를 발표하기까지 해양기후의 변화에 대해서는 중요하게 다루지 않았다. 지표면에서 발생하는 현상과 사건은 눈에 띄지만 바다 속에서 일어나는 일은 파악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구 지표면의 71%, 지구상에 존재하는 물의 97%를 차지하는 바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하는데 있어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바다는 인간이 배출하는 이산화탄소의 25%를 흡수하고, 대부분의 열을 흡수하기 때문에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지구평균기온을 낮춤으로써 기후변화를 지연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다. 바다가 이처럼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지금보다 훨씬 높아져 대다수 생물종이 멸종하는 결과로 이어졌을지도 모른다. 생물다양성의 손실, 생물종의 멸종은 생태계 파괴와 더불어 식량자원의 손실을 낳아 인간생존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원인이 되었을 것이다.
바다는 산소를 만들어내는데 있어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지구상에서 만들어진 산소 중에서 적게는 50%, 많게는 85%까지 생산한다. 더불어 바다는 10억 명의 인구에게 어류 단백질을 공급함으로써 생존유지에 기여하며 수산업 종사자를 포함하여 전 세계 30 억 명이 생계를 유지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최근 해양의 기후변화가 심각한 상황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사건이 전 세계적으로 목격되고 있다. 이는 전 세계 해양생물 25%의 서식지 역할을 하는 산호초의 백화현상이다. 산호초의 백화현상은 1998년에 처음으로 관찰되었다. 여름 기간 태평양의 일부 섬에서 산호초에 약간의 백화현상이 발생하는 것은 흔한 일이었다. 그러나 최근 발견되고 있는 산호초의 백화는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산호초가 분포하고 있는 호주의 그레이트 코랄 배리어, 인도양과 카리브해 산호초 서식지 등에서 광범위하게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해양 전문가들로부터 큰 우려를 사고 있다.
산호초의 백화현상은 수온의 상승, 그리고 이산화탄소 흡수에 따른 바닷물의 pH 농도 감소(산성화)와 깊은 관계가 있다. 비교적 빛이 잘 들어오며 섭씨 29도 정도의 따뜻하고 얕은 물에 사는 산호초는 바위와 비슷한 모양의 탄산칼슘 구조를 만들어내며 조류와 공생한다. 조류는 산호초의 부드러운 조직에 붙어사는데, 광합성 작용을 통해서 먹이를 생산해내고, 산호초가 식량으로 이용할 수 있는 부산물을 만들어낸다. 즉, 조류는 산호초에게 식량을 제공하고 산호초는 조류에게 서식지와 영양분을 제공한다. 산호초의 종류에 따라 공생하는 조류의 종류와 색깔이 매우 다양하다. 이 조류들이 사실상 산호초의 색깔을 나타내는 역할을 한다.
산호초는 온도변화에 매우 민감하기 때문에 바닷물의 온도가 높아지면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오랜 기간 평상시보다 수온이 높은 상태로 있게 되면 산호초가 약해지고 조류가 서식하기 어렵게 되어 산호초를 떠난다. 조류는 산호초의 색깔을 나타내기 때문에 조류가 떠나면 산호초는 하얗게 변하는 백화현상을 보이게 된다. 조류가 떠나 하얗게 변한 산호초는 굶주리게 되어 죽음에 이른다.
한편 앞서 언급했듯이, 바닷물의 산성화도 산호초의 백화현상에 영향을 미친다. 해양은 산업혁명 이후 인간 활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이산화탄소의 1/3 가량을 흡수하였다. 그런데 바다가 이산화탄소를 흡수하면, 바닷물의 pH농도가 감소하면서 산성화된다.
건강한 산호초는 자신의 골격을 만들기 위해서 바닷물로부터 탄산칼슘을 섭취한다. 바다가 산성화되면, 산호초는 자신의 골격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탄산칼슘을 흡수할 수 없고, 산호초를 지탱해주던 구조가 사라진다. 이미 해양의 산성화는 해양의 pH농도를0.11 단위까지 낮춰놓았다. 농도가 8.179에서 8.069로 낮아졌다는 것은 해양이 이미 산업혁명 이전보다 30% 이상 산성화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의 산성화는 산호초에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소라, 조개, 성게도 탄산칼슘의 껍질을 만드는데, 해양의 산성화는 이런 생물체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만약 우리가 현재와 같은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계속해서 발생시킨다면, 미래의 대기 중 이산화탄소는 2100년까지 해양의 pH농도를 7.8까지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학자들은 실험을 통해서 이렇게 낮은 pH농도가 산호초의 골격을 용해시킬 것이라고 예측한다.
해저에서 산호초가 차지하는 면적은 0.2% 밖에 되지 않지만, 산호초는 1백만 종이 넘는 어류와 해면체, 조류가 서식하는 곳으로서 지구상에서 생물이 가장 밀집되어 있고, 가장 다양한 생태계를 대표한다. 해양의 산성화는 어류의 중요한 서식지가 되는 산호초가 사라지는 것을 의미할 뿐만 아니라 산호초에 서식하는 해양생물의 먹이그물을 손상시킴으로써 해양생태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해양생태계의 파괴는 어류로부터 단백질을 공급받는 10억 명의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한편 어업 또는 어업관련 산업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는 30억 명의 생계를 파괴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해양 과학자들은 사람들이 바다에서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인지할 필요가 있고, 정책결정자들에게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았을 경우 미래에 일어날 결과에 대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산호초, 맹그로브 생태계 보존 등을 비롯하여 해양 보존을, 전 지구적인 우선과제로 삼는 한편 해양기후의 변화로 인한 식량위기, 이주, 분쟁에 대비할 것을 강조한다.
그러나 산성화로 대표되는 해양기후의 변화를 막기 위해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의 감축이 가장 우선되어야 한다. 이는 산성화와 이로 인한 산호초의 백화현상이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와 열을 흡수해온 바다의 용량이 이미 한계에 다다랐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지표이기 때문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감축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해양의 산성화는 더욱더 증가해서 더 많은 산호초가 파괴될 것이고 어류 단백질을 공급받는10억 인구에 식량위기를 가져다 줄 것이다.
산호초의 미래와 수 많은 바다생명의 미래, 더 나아가 식량위기는 전 지구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는 우리의 능력에 달렸다. 또한 얼마나 많은 인간이 지구에 사는가, 우리가 어떤 에너지원을 사용하는가,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가,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거나 포집할 신기술이 개발될 수 있는가도 이산화탄소 감축에 있어서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