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집을 통해 불교를 새롭게 설계해야 한다.

신대승보살의 목소리 - 강성식 (지지협동조합 상임이사) | 2017. 제7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이 말은 가톨릭의 현대화즉 기존 가톨릭의 개혁과 쇄신을 의미하는 것으로 2차 바티칸공의회의 모토로 사용되었다. ‘공의회의 사전적 정의는 전세계의 가톨릭 교구 지도자나 그들의 위임자 및 신학자들이 모여 합법적으로 교회의 신조와 원칙에 관한 문제를 의논 정의하고 결정하는 회의이다공의회는 교황의 사회로서 개최하고토의를 통해 결정된 사항은 교황의 확인과 인가를 통해 발표 시행된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는 가톨릭교회에 많은 변혁을 가져다준 회의로서 1961년 12월 25일 교황 요한 23세의 주재 하에 소집 선포되었고, 64년 12월 8일 교황 바오로 6세에 의하여 폐막되기까지 약 3년의 기간 동안 가톨릭의 쇄신을 위한 치열한 논쟁을 통해 각 분야에 걸쳐 획기적인 결과물을 발표 시행하였다2차 바티칸공의회를 통해 가톨릭이 안고 있었던 여러 논리적 모순들을 극복하였고가톨릭이 현대사회에 적응하고 새로운 종교적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재창조 되었다고 할 수 있다.

 

 제2차 공의회를 통해 모든 개방과 혁신 내용을 4개 헌장과 9개 교령, 3개 선언에 수록하여 공표 시행하였는데교회의 자각과 쇄신신앙의 자유종교와 정치의 제 역할 찾기개별민족과 사회 존중세계 평화개신교를 포함한 그리스도 교회의 일치다른 종교와의 대화전례 개혁을 비롯한 교회의 현대화 등을 촉구하였고한국 가톨릭의 조상 제사 수용각국의 토착화된 성모상 등장미사 집전에서 라틴어가 아닌 모국어 사용평신도의 역할 부각도 모두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결과로써 이루어진 일들이다또 공의회는 인간 개인의 존엄성과 자유에 대한 인식을 깊이 할 것과 사회 정의에 대한 참여가난한 이에 대한 관심정치·사회·경제적 피압박 계층의 자유 회복 등에 교회가 적극적 관심을 갖게 하였다현재 가톨릭이 추구하는 가치와 종교적 형식은 거의 대부분이 제2차 공의회를 통해 새롭게 정립되었다고 할 수 있다이웃종교인 가톨릭의 제2차 공의회 이야기를 굳이 예로 든 것은 가톨릭의 현재를 있게 한 중차대한 역사의 한 페이지이기도 하지만현재의 한국불교가 생존을 위해 반드시 가야될 핵심모델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19일에 발표된 통계청의 종교인구조사 결과를 놓고 불교계는 상당히 충격을 받으면서도올 것이 드디어 왔다는 입장을 견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그도 그럴 것이 10년간 300만 명이 넘는 신도가 줄어들었기에 그 파격적 규모의 이탈에 충격이 있고그 원인을 두고는 조사방법상의 문제불교의 사회적 역할 미흡 문제청정교단의 파괴 문제종교세속화 문제 등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그러나 조사방법상의 문제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10년 전 통계보다 현재의 통계가 더 근사치에 가깝게 정확할 것이라는 전문 학자들의 의견이 많다. 10년 전에는 가가호호 방문하여 종교인구를 기록하게 하였는데이때는 4인 이상의 대가족이 많아 주로 집에 있으면서 가족을 대표하는 할머니나 어머니에 의해 가족전체의 종교가 결정되었던 것인데 반해이번의 조사에서는 인터넷 조사도 있고세대구성에 있어 1인 또는 2인 가족 세대가 훨씬 많아져서 세대 구성원 스스로 자기의 종교를 직접 선택 체크할 수 있었기 때문에 어머니나 할머니에 의한 거품이 빠지고 오히려 더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따라서 종교인구가 9%가 넘게 대폭 줄어든 것이나 300만 명이 넘게 불교인구가 사라진 것은 거품이 제거된 것으로 봐야 하며추후에도 그러한 경향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그러나 단순히 숫자적으로 300만 명이 줄어든 것보다 실제로 더 문제인 것은 불교신자라고 선택한 760만 명의 불자들은 어떤 불교적 동질성을 갖고 있느냐라는 것에 대한 분석일 것이다일 년에 초파일에 한 번 절에 가서 등을 켜는 것으로써 불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부터 매주 또는 그 이상 절에 가서 법회에 참석한다까지불자라는 규정의 스펙트럼은 넓고 다양할 수 있다그러나 이와 같이 절에 몇 번 가느냐가 아닌 760만 명이 가지는 가치적 불교 동질성은 어떤 모습일까그들을 그냥 양적 혹은 수치적으로 뭉뚱그려 불교라는 종교의 범주 속으로 포함한 것이 아닌 불교의 정성(定性)적인 측면에서 각각의 내용별로 세분한다면 진정한 불교적 가치를 실천하며 사는 불자는 얼마나 될까라는 것에 대한 의문이며이것은 다시 현재의 불교계에서 일정하게 일치된 불교의 정체성은 있는가라는 것에 대해 답을 구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현재 불교의 자화상은 이러한 자기 정체성에 대한 답을 갖고 있지 못하다현재의 한국불교는 모든 종파를 막론하고종파적 정체성은 차치하고라도 불교적 자기정체성 마저도 명확히 정립하고 있지 못하다설사 그렇지 않다고 강변한다면 그것은 그렇게 강변하고 싶은 사람들의 자기만족스스로를 위안하고픈 것에 불과하다따라서 무엇이 불교인지불교적 가치를 실현하며 사는 삶은 어떠한 모습인지생활속에서 구현되어야 할 구체적 신행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그러한 가르침을 어떻게 전해야 할 것인지막막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또한 2017년 현재 한국불교는 한국인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있는지행복한 삶에 일조는 하고 있는지한국인들의 삶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치고 있는지냉정한 자아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불교가 사람들의 아픔을 치유하고 편안하고 즐거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불교의 제 문제에 사람들의 걱정을 사고 있는 꼴이 되어서는 곤란한 것이 아니겠는가?

 

 많은 사회학자들은 종교의 세속화를 이야기한다현대사회에서는 종교의 고유한 영역종교적 특성 및 영향력이 감소하고 있으며 결국 종교는 쇠퇴한다는 것이다불교 또한 이러한 세속화속에서 종교로서의 고유한 영역을 어떻게 지켜갈 것인지그리고 사회의 제 문제에 대해 어떠한 처방을 할 것인지 등 해결해야 될 중차대한 과제가 넘쳐난다과거 또는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는 종교적 생존을 보장받을 수 없다불교의 정체성 확립 및 모든 각 분야에 대한 새로운 가치의 정립그리고 실천지침 및 방법에 대해 점검하고다가올 미래사회를 예측하며 불교를 전면적으로 새롭게 설계하지 않으면 현재와 같은 탈종교화 속도에 비춰볼 때 머지않은 시기 불교는 생명력을 다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아조르나멘토(Aggiornamento)’, 가톨릭교회가 공의회를 통한 치열한 자기반성과 더불어 개혁과 쇄신을 함으로써 꺼져가던 생명력을 되살려 가톨릭을 현대화 하고 부흥과 발전을 이룩했듯이이제는 불교가 21세기 결집을 통해 내적 성찰과 더불어 붓다의 가르침과 불교적 가치를 재정립하고 이의 적용과 확산을 위한 구체적 대책을 수립해야만 한다불교의 역사 속에는 많은 결집의 역사가 있다결집을 통해 불교 가르침을 새롭게 확립한 사례가 있다바로 지금 이 시점에 결집의 필요성이 대두 된다궁극적으로는 전 세계 불교도들을 아우르는 결집이 필요하겠지만 불교는 가톨릭처럼 단일된 조직체계가 아니므로 전 세계 불교도들이 함께하는 결집은 상당히 어려움이 있다따라서 현실적으로는 한국불교 결집을 우선 시급히 먼저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 할 수 있다이를 위해서 한국불교종단협의회를 통해 의제를 설정하고 실무위원회를 구성하여 추진하는 방안을 일차적으로 모색해 볼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그마저도 어렵다면 한국불교의 대표종단인 조계종이 나서 스스로 모범을 보이는 결집도 고려될 수 있을 것이다.

 

 여하튼 작금의 한국불교는 존립이냐소멸이냐 하는 명멸의 기로에 서있다. 21세기 불교결집을 통해 불교를 종합적으로 새롭게 디자인하고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로드맵을 작성하여 실천해 가야만 생존을 위한 희망의 끈을 잡을 수 있다시간이 늦춰질수록 생존의 확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따라서 2017년 정유년은 이러한 희망의 불씨를 살리고 불교를 종합적으로 설계할 수 있도록 새롭게 시작하는 한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강성식 (지지협동조합 상임이사)
돌이켜 보면 지난 세월은 아쉬움이 짙게 묻어나는 일들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특히나 긍정적인 변화와 발전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더욱 나락으로 떨어진 작금의 불교모습을 보면서는 삶이 처량해 지기까지 합니다. 이제 새로이 신대승불교운동을 통하여 이생의 마지막 인연의 불씨를 지펴보려 합니다.
현직 : 지지협동조합 상무이사
역임 : 대불련지도위원, 봉은사사무장, 사)불교아카데미/참여불교 사무처장, 달마사종무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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